폴라리스 랩소디 1권 – 1장 : 제국의 공적 – 9화
“저 얼간이 녀석! 반대쪽은 비워둬야 우리가 들어가지!”
흑기사호의 1등 항해사 매슈가 사나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 욕설과 외침은 전부 레보스호에 충돌을 감행한 그랜드머더호의 킬리 선장에게 집중된 것이었다. 감탄스러운 일격이었고, 덕분에 레보스호를 묶어두고 있기는 했지만, 그랬기에 그랜드머더호는 레보스호의 좌현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기도 했다. 매슈 역시 그랜드머더호의 충돌에 감동을 받았기에 욕설의 수위를 낮게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그랜드머더호가 레보스호의 좌현 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터릿 갤리어스인 그랜드머더호에는 전투병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랬기에 그랜드머더호의 해적들은 자유호의 해적들과 싸우고 있는 레보 스호의 선원들의 등뒤를 공격할 수 없었다. 으르렁거리고 있던 매슈는 문득 고개를 돌려 자신의 선장을 바라보았다.
흑기사호의 선교에는 검은 갑옷을 걸친 장신의 사내가 우뚝 서 있었다. 두툼한 왼손은 허리에 얹고 오른손에는 자루 길이만 해도 3피트는 될 것 같 은 큼직한 배틀 엑스를 느슨하게 들고 있었다. 흑기사호의 선장 오닉스 나이트는 비어 있던 왼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빠르게 어떤 손짓을 보내었다. 매슈의 눈이 커졌다.
“선장님?”
자신의 1등 항해사가 주춤하는 것을 본 오닉스는 똑같은 손짓을 훨씬 격렬하게 보내었다. 매슈는 이를 악물고는 선장의 손짓을 말로 바꿔 조타수에 게 전달했다. 곧 흑기사호의 선체는 옆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자유호의 선상에서 레보스호를 보던 식스는 문득 등뒤로부터 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식스는 고개를 돌렸고 흑기사호의 검은 선체가 자유호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식스는 갑자기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오닉스? 무슨 짓을?”
흑기사호는 곧 자유호에 뱃전을 가져다대었다. 오닉스는 명령을 내리는 대신 직접 배틀 엑스를 들어올리며 자유호의 선상에 뛰어들었고, 그러자 흑 기사호의 해적들 역시 그 뒤를 따라 자유호로 넘어왔다. 식스는 기성을 질렀다.
“오닉스 선장! 허가 없이 자함에 승선하다니!”
다음 순간 식스는 말문이 탁 막히는 것을 느꼈다. 달려가던 오닉스는 식스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손짓만 보내어왔다. 그리고 식스는 그 손짓의 의 미를 알고 있었다.
“나, 나, 나에게… 엿먹으라고 했…어?”
식스 주위에 있던 자유호의 해적들은 거의 동시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는 그들의 1등 항해사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 스를 그런 끔찍한 지경에 빠트려놓은 오닉스는 자유호의 갑판을 곧장 가로질러 레보스호의 뱃전으로 넘어갔고, 그 모습을 보고서야 식스는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오닉스의 행동을 이해한 흑기사호의 해적들 역시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의 선장의 뒤를 따랐다.
곧 레보스호를 향한 공격은 두 배가 되었고, 레보스호의 카밀카르 병사들은 파도처럼 밀고 들어오는 해적들의 기세에 밀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흑기사호로부터 자유호를 넘어 레보스호로 건너온 해적들의 선두에는 얼굴까지도 검은 마스크로 가린 전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밀카르 병사들을 장작 패듯 내려찍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카밀카르 병사들의 눈에는 심해에서 기어나온 악마처럼 보였다. 슈 마허와 칼을 교환하고 있던 라이온은 그 모습을 보며 고함 질렀다.
“오닉스 나이트! 이놈은 내 거요, 가까이 오지 마시오!”
오닉스 나이트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지나쳐 승강구 쪽으로 뛰어갔다. 슈마허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검을 세웠다.
“네놈이 죽을 때가 가까워 헛소리가 심하구나!”
라이온은 검을 오른쪽으로 눕히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사랑하는 자기, 내가 성심 성의껏 준비한 거야.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거나 맞고 뻗어줘!”
그리고 라이온은 그대로 왼발로 슈마허의 다리를 걷어찼다. 오른쪽의 검에 집중하고 있던 슈마허는 불의의 일격에 무릎이 꺾이는 것을 느꼈고 그때 라이온의 검이 그의 어깨를 노리고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