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5권 – 20장 : 긴 노래 – 4화
서 켈커는 읽던 책에서 눈을 들어올렸다. 막사 안이 이상하게 어둡다는 생각을 한 서 켈커는 천막이 몹시 흔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가 오려나?’ 서 켈커는 당번병을 부를까 하다가 손수 초를 찾기로 했다. 그가 막 의자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막사의 휘장이 거칠게 젖혀지며 서 기리우가 안으로 뛰어들었다. 서 켈커는 깜짝 놀라서 기리우를 바라보았다. 서 기리우는 뭔가 무서운 것을 보았 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천막에 뛰어들자마자 그가 꺼낸 말은 서 켈커를 더욱 당황시켰다.
“서 켈커! 연이은 패배는 장수에게 어떤 영향을 주겠소?”
“예? 어, 글쎄올시다. 불안하고 초조하겠지요.”
“불안과 초조가 심해지면 돌아버릴 수도 있겠지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서 기리우.”
“내 추측이 맞았군. 서 켈커! 빨리 밖으로 나와보시오. 나는 조금 전 서 소팔라와서 소사라가 돌아버렸다는 강력한 의혹을 느끼게 하는 장면을 목격 했소!”
서 켈커는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서 기리우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서 켈 커는 잠깐 주춤했지만 서 기리우는 비가 쏟아지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서 켈커는 어쩔 수 없이 머리 위로 손을 들 어올린 채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던 병사들은 진지 한가운데를 달려가는 두 장수를 보고는 깜짝 놀라서 경례를 붙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경례도 본체만체하며 달려갔다. 진지 중간쯤에 도달했을 때 서 켈커는 저 앞쪽에서 들려오는 괴성과 노랫소리를 듣게 되었다.
진지 중간의 공터에서는 서 소팔라와서 소사라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향해 두 손을 내민 채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이 발을 구를 때마다 이미 젖고 있던 공터에서는 물방울이 튀어올 랐다. 서 기리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장탄식을 토했고 서 켈커는 얼빠진 표정으로 마치 비를 부르는 야만인들의 춤 같다고 생각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서 켈커는 당황하여 외쳤다.
“서 소팔라! 서 소사라! 이게 어찌된 일이오!”
서 소팔라는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지만 서 소사라는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입이 찢어질 듯 웃고 있는 서 소사라의 얼굴을 본 서 기리우와 서 켈커 는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하지만 서 소사라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폭발적으로 웃었다.
“아핫하하하! 비가 오고 있소!”
“아, 예. 그런데요?”
“폭풍이 온단 말이오! 카이트플라이어의 말이 맞았어. 폭풍이 오고 있어!”
“예, 그렇군요. 그런데요?”
서 소사라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는 서 켈커와 서 기리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급격한 표정 변화를 보던 두 사람이 서 소사라의 정신 상태에 대한 매우 비관적인 결론에 도달했을 때였다. 서 소사라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이런 멍청하긴 ! 도대체 그대들에게 두뇌를 주신 주님을 그렇게 욕되게 할 수 있단 말이오? 좋소. 무뇌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겠소. 폭풍이 란 큰 바람이오. 큰 바람이 불면 큰 파도가 치지. 큰 파도가 치면 큰 배가 흔들리고, 그러면 큰 배는 큰 대포를 쏠 수가 없소. 제기랄, 오늘은 강철의 레이디 휴일이란 말이오!”
서 켈커와 서 기리우는 잠시 가련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당신을 욕되게 한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주님.
서 켈커와 서 기리우가 이렇듯 힘들게 폭풍과 강철의 레이디에 대한 상관 관계를 깨닫고 있을 무렵 하리야는 폴라리스 정부 청사에서 이마를 찡그린 채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련한 뱃사람인 하리야는 조연사에게 묻기도 전에 폭풍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이 폭풍을 틈타 8군단이 공 격해 올 것인가 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질문에 대해 벨로린은 썩 좋지 않은 대답을 보내어왔다. 림파이어 형제 기사들은 행군이 도저히 불가 능한 정도의 폭풍이 아니면 공격을 개시하겠다는 매우 강력한 결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폭풍은 강철의 레이디뿐만 아니라 리저드라이더들의 활동 또한 제약하고 있었다. 서 파르치는 이런 쌀쌀한 날씨에는 목도리도마뱀들의 활동성이 극 히 떨어진다고 보고해 왔다. 일단 그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려두긴 했지만 하리야는 시메리우스 평원에서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지독한 폭풍우가 쳤던 그 날 리저드라이더들은 마왕의 군대 앞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쓰러져 갔었다.
상념에 잠겨 있던 그의 등뒤에서 벨로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리야.”
하리야는 몸을 돌렸다. 소파에 앉아 있던 벨로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들은 지금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준비는 퍽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폭풍을 감안하더라도 2시간 내에 외성 앞까지 다다를 것으로 생각 되는군.”
하리야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인 다음 팔짱을 꼈다. 소파에 앉아 있던 것은 벨로린뿐만이 아니었다. 두캉가 선장와 오닉스 선장, 그리고 트로포스 선 장도 앉아 있었다. 킬리 선장과 돌탄 선장은 혹시나 파도가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서 각자의 배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하리야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적을 멀리 두고 싸워야 하는데, 날씨가 안 도와주는군요.”
두캉가 선장이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멀리?”
“우리에겐 보병 병력이 4천뿐입니다. 하지만 모든 재정비를 끝낸 8군단은 1만에 달합니다. 게다가 그들은 모든 병종을 고루 갖춘 정예 군단이고 우 리는 단순한 해적입니다. 절대로 회전으로 가서는 안 되지요. 강철의 레이디로 견제하면서 리저드라이더로 최대한의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 그 동안 의 전략이었습니다. 그렇게 약화시켜 두고 용기병이 도착하면 리저드라이더들과 더불어 어떻게 싸움을 걸어볼 만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날씨 때문에 두 가지 무기가 전부 사용불능이군요. 용기병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고, 따라서 믿을 것은 저 외성뿐이군요.”
두캉가 선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 자체는 상당히 견고해. 저놈들도 이런 날씨엔 대포를 제대로 쓰진 못할 테니까 결국 성벽을 사이에 둔 싸움이 될 테고,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 않 을까?”
“예. 하지만 나는 우리 부하들을 조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 싸움이야 넘길 수 있겠지만… 막상 결판을 지어야 될 때 사용할 병력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징병해야지.”
“다림 시민들을 분노하게 할 겁니다. 우리는 아직 그들의 마음속까지 파고들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방도도 없지요.”
하리야는 우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뭐, 일단 발등의 불은 꺼야지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요. 바스톨 장군을 모셔오겠습니다. 성벽 방어전의 지휘는 그분께 부탁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분도 이미 여러 가지로 생각해 둔 바가 있다고 압니다.”
“하지만 겨우 한 시간인데? 훈련을 해본 것도 아닌데 잘 될지 모르겠군. 차라리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부하들과는 우리가 더 잘 통할 테니까.”
“예. 그러니까 우리는 백부장 노릇을 해야겠지요.”
두캉가 선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장군을 부르지.”
두캉가 선장은 몸을 일으켰고 오닉스 선장은 약간 불편한 듯한 거동으로 일어났다. 문을 나서려던 하리야는 문득 세 번째 선장이 일어나지 않고 있 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리야와 두캉가, 그리고 오닉스와 벨로린은 모두 트로포스를 돌아보았다. 트로포스는 오른손으로 턱을 받친 채 테이블을 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그의 왼손이 놓여져 있었다.
“트로포스?”
하리야의 목소리에 트로포스는 고개를 들었다. 트로포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향해 반쪽짜리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존경하는 동료 선장들이여. 죽는 것이 싫은가, 아니면 마법이 싫은가?”
하리야 선장은 얼굴을 찡그렸고 벨로린은 무표정했으며 오닉스 나이트의 표정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트로포스의 말에 환한 얼굴이 된 것은 두캉 가 선장뿐이었다.
매서운 폭풍은 낙엽들을 가득 퍼올려 사방에 뿌리고 있었다. 비바람과 더불어 온갖 것들이 허공을 누비고 다니자 시계는 최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 만 다벨의 정예 8군단은 엄격하게 대오를 유지하며 행군하고 있었다.
서로 밀집한 병사들과 달리 기병들과 말 위에 올라탄 지휘관들은 비바람에 꼼짝없이 노출되어 있었고 그래서 몹시 고생스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중 장보병들은 자신들의 노고가 더 크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이런 폭풍 속에서 무거운 갑주를 걸치고 병장기를 들고 자기 발로 걸어가는 것은 상상을 불허하는 중노동이라고. 어느 쪽이 더 고생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다림 외성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8군단에서 편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서 소팔라는 얼굴을 훔친 다음 다시 기세좋게 외쳤다.
“얼마나 고마운 날씨냐! 응? 투코인, 자식아. 입술 내밀지 마! 생각해 보라고. 다림 앞바다에서는 지금 배가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고 있을 거다. 놈 들은 강철의 레이디를 못 쏜단 말이다. 기어코 발사했다간 오히려 다림 시를 쏘고 말걸. 그러니 얼굴들 좀 펴라! 스멜링풋! 웃어, 인마! 오늘 우리는 저 성벽을 넘는 거다!”
그러나 서 소팔라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있었으며 그것은 다른 지휘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오늘 다림 외성을 돌파할 생각은 전혀 가지 고 있지 않았다. 다만 공성전으로 유도하여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출혈을 강요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폴라리스는 바다를 통해 온갖 보급을 다 받고 있었지만 전투원만은 보급받을 수 없다. 하지만 8군단은 이제 방대해진 다벨의 영토로부터 얼마든지 전투원을 보급받을 수 있다. 따라서 폴라 리스가 잃는 한 명의 전투원은 8군단의 두세 명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어쩌면 서너 명의 피해일 수도 있다. 폴라리스의 전투원은 그대로 그들의 해군 력이므로서 소사라가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 말은 모든 8군단 지휘관들의 생각을 웅변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저들이 더 이상 장난을 칠 수 없게 된다면 전술이고 뭐고 필요없어. 단순히 숫자 싸움으로 몰고 가도 우리가 이긴다!’
서 소사라가 희열에 가까운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돌린 서 소사라는 서 켈커가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슨 일이오, 서 켈커?”
“하늘이 이상합니다. 날씨가 갤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조연사는 분명히 이틀 이상 폭풍이 계속될 거라고 했어요.”
“그 조연사가 틀린 모양입니다.”
다시 한번 반박하려던 서 소사라는 문득 이상한 것을 느꼈다. 서 켈커의 모습이 너무 잘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계가 엉망이었는데?’ 서 소 사라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구름 사이로 뛰쳐나온 햇살이 서 소사라의 얼굴에 떨어져내렸다. 그들이 깨닫기도 전에 비는 이미 멈춰 있었고 바람 또한 잠잠해졌다. 서 소사라는 이 어처구니없는 날씨 변화에 공포까지 느꼈다.
트로포스는 헐떡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지팡이에 기대어 간신히 쓰러지지 않는 것이 고작일 뿐 트로포스는 도저히 일어날 기력이 없었다. 그때 누군 가가 그의 왼팔을 붙잡았다. 트로포스는 상대방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젠장. 조금 있다가 일어날 테니까 놔둬.”
“부축하려는 것이 아니야.”
트로포스는 옆을 쳐다보았다. 세실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승선한 거지?”
“조금 전에 마법장을 느끼고 곧장 왔어. 굉장한 일을 해냈군. 이런 폭풍을 지워버리다니.”
말을 마친 세실이 갑자기 트로포스의 왼손을 나꿔챘다.
세실은 트로포스의 왼손을 눈앞까지 끌어와 면밀히 관찰했다. 그녀의 눈에 불안이 떠오르는 것을 본 트로포스는 다시 왼손을 끌어당기며 고개를 돌 렸다.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본 트로포스는 그 위에 선연하게 드러난 11개의 점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트로포스는 지팡이를 꽉 움켜쥔 채 아직 젖어 있는 갑판에 주저앉았다.
세실은 다짐하듯 말했다.
“열한 개야.”
“숫자는 나도 셀 줄 알아.”
“저번엔 열 개였어. 그 전에는 아홉 개였고, 이제는 확신할 수 있어.”
트로포스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던 세실은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떠 있는 그랜드파더호와 그랜드 머더호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이 보였다.
“구울의 왕자를 불러내었을 때가 아홉 번째였을 거야. 그후로는 계속 졸도한 채였고 깨어났을 땐 열 개가 되어 있었어. 그리고 지금 열한 개………… 그 렇다면 열 번째는 뭐지? 내가 그것을 사용했을 때야?”
트로포스는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아마도.”
“그 지팡이로 마법을 쓸 때마다 하나씩 생기는 거냐?”
“경험상으론.”
그 모양을 보니 아무래도 열두 번째가 마지막일 것 같군.”
“그렇겠지.”
“부러뜨려.”
트로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실은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갑판에 흥건히 괴어 있는 물 위론 파란 하늘과 더불어 트로포스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어 트로포스의 모습은 마치 거울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트로포스는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다.
세실은 다시 말했다.
“부러뜨려, 트로포스.”
“내가 알아서 하겠어. 지금은 쉬고 싶으니 좀 내버려두지 않겠나?”
“부러뜨리기 힘들다면 내가 해주겠어.”
“세실리아, 제발.”
“제발이고 뭐고 필요없어! 빨리 부러뜨려, 젠장. 내가 써도 생겼잖아? 그러면 네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가 쓰기만 하면 네가 덮어쓰는 거야. 위험해. 이리 내놔!”
트로포스는 다시 침묵했다. 마치 떼쟁이 어린애 같다고 생각하며 세실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트로포스가 나직하게 말했다.
“당신이 사용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그럴 필요없어. 세실리아. 나는 그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덕분에 키 선장님을 구할 수 있었으니까. 마법사의 예의 문제라면, 뭐 나 같은 불법 마법사에게 그렇게 예의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알았어. 그러니까 내놔.”
“세실리아. 다리를 부러뜨린 말은 직접 죽이는 것이고 침몰하는 배는 함께 빠져줘야 되는 거야. 지팡이는 내가 부러뜨리겠어. 당신이라면 자신의 지 팡이를 다른 마법사가 부러뜨리게 놔두겠나? 생각해 주는 것은 고마워. 그러니까 이만 가줘.”
세실리아는 주먹을 꼭 쥔 채 트로포스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트로포스는 여전히 아래를 내려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세실리아는 물러가야겠 다고 생각했고, 등이라도 한 대 때려줄까 하다가 그것마저 포기했다. 그녀가 몸을 돌렸을 때 저편에서 맹렬한 포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