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워커 2권 – 3장 시간속에 던져진 파멸의 닻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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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워커 2권 – 3장 시간속에 던져진 파멸의 닻 3


3

주블킨 일레드마는 이 상황이 싫었다. 그는 아무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고 아무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기를 바랐으며, 물론 아무도 그가 가짜 약을 가지고서 환자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원했다. 마지막 것에 대해서라면,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앞의 두 가 지의 경우 그의 소망은 전혀 충족되지 못했다. 붕대를 둘둘 감은 이마 아래 이를 악문 표정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주블킨의 모습은 너무 많다 싶 을 정도의 시선과 동정을 받고 있었다. 턴빌이 지상 낙원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옥인 것도 아니다.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기껏해야 서너 명이긴 했지만)들에게 일일이 기둥에 머리를 부딪혀서 생긴 상처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주블킨은 힘겹게 후라마 의 펍으로 전진해 갔다. 절뚝거리는 탓도 있었지만, 가슴속에 숨긴 근심의 무게와 동정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시선이 주블킨으로 하여금 그 거리를 매우 먼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주블킨은 후라마의 펍 바로 앞까지 오게 되었을 때 이마에 돋아난 진땀을 닦기 위해 잠시 멈춰 서야 했다. 그때였다.

“실례하겠습니다.”

또냐! 주블킨은 왈칵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주블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말의 가슴과 목 언저리였다. 말을 걸어오는 상대가 말에 타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주블킨은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고, 침착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청년을 보게 되었다.

“무슨 일이오?”

“저, 그 치료를 받으신 곳이 어딥니까? 우리는 의사를 만나봐야 되거든요.”

병자에게 의사의 위치를 묻는 것은 매우 실제적인 면이 있었다. 주블킨은 청년이 보여주는 그 실제성에 잠시 탄복하다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나 스스로 치료했소. 내가 의사거든.”

그런데 ‘우리’라고? 주블킨은 시선을 조금 돌렸고 그의 등 뒤에 또 다른 남자 한 명이 타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뒤로는 다른 말과 마지 막 기수가 보였는데, 주블킨은 그 기수가 새카만 머리를 찰랑거리는 처녀라는 것을 알고는 조금 놀랐다. 이 작자들, 모험가인가? 청년의 등 뒤에 타고 있는 체구가 작은 사내의 허리에 매달린 기다란 검을 보고서 주블킨은 그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 작은 사내는 주위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는 모 습이 아무래도 이 도시에 초행길인 모양이었다.

주블킨에게 말을 건넨 청년은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 의사십니까. 저는 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바쁘십니까?”

“그렇소. 왕진을 가는 참이거든.”

주블킨은 왕진이라는 말을 하며 조금 켕기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쳉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오래 걸리겠습니까? 여기 이 상처 때문에 그러거든요.”

쳉은 소매를 걷어보였고 주블킨은 그 소매 아래에서 솜씨 좋게 묶인 붕대가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쳉의 등 뒤에 타고 있던 작은 사내는 갑자기 하늘을 쏘아보기 시작했고 주블킨은 그 붕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흐음. 왕진이라지만 약만 전해 주고 오면 되오. 바로 이 펍 안이거든. 잠시만 기다리시면 되겠는데. 약을 전해 주고 나서 나와 함께 의원으로 가도 록 하는 것은 어떻겠소.”

“아, 그러십니까? 그럼 저희들도 이 펍에 들어가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을까요?”

“그러시구려.”

쳉은 곧장 말에서 내렸고 그 뒤에 앉아 있던 작은 사내는 그때까지도 사방을 둘러보다가 쳉이 채근하고서야 내려왔다. 작은 사내는 말에서 내려서면 서도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길 모양은 대충 기억나는데…………, 건물 같은 것은 도통 모르겠는데.”

쳉은 주븜킨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했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주블킨은 의아했다. 오가는 대화를 듣자면 저 작은 사내는 이 도시 출신인가 보았다. 하지만 턴빌 토박이인 주블킨에게 작은 사내의 얼굴은 낯설었 다. 저게 누구지? 그러나 주블킨은 자신이 감행해야 할 위험한 일을 떠올렸고 그 즉시 작은 사내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다. 가서 약을 전해야 한다.

주블킨이 먼저 펍으로 들어가고 나서, 쳉은 말고삐를 손에 쥔 채 파하스가 턴빌에 대한 확인 작업을 마치고 술 한 잔 생각을 떠올리게 되기를 기다렸 다. 파하스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짜증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쳇. 정말 100년이 지났나 보군. 전혀 모르겠는데. 하지만 100년이 지나도 지저분한 도시라는 점은 여전하군 그래.”

쳉은 별 대답을 하지 않고는 고개를 돌려 파를 바라보았다. 이 도시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는 점에서 파는 파하스와 유사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파로 하여금 현기증을 느끼게 만들 정도였고, 건물들의 크기와 숫자는 사이들랜드 대평원의 양치기 처녀를 주눅 들게 했다. 그래서 파는 파하 스의 말에 크게 놀랐다.

“예? 지저분하다고요? 세상에, 이렇게 멋진 도시가……………”

파하스는 거의 반사적으로 허리를 조금 펴며 미소를 지었다. 바라보고 있던 쳉으로서는 부지불식간에 미소를 지을 만큼 가소로운 광경이었지만. “아아, 파 양. 파 양은 아름다운 가풍 속에서 고이 자라온 처녀이시리라 믿겠습니다. 보시기에 이 도시가 크고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디도스나 토린 같은 도시에 비한다면 이 도시는 성채 앞의 어린애 오두막에 불과하답니다.”

“와! 도대체 상상할 수가 없어요, 그런 도시는. 음, 쳉. 쳉은 그런 도시에도 가봤지?”

“응.”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살면 도대체 걸어 다닐 수는 있어? 서로 막 부딪히거나 하지는 않아?”

“잘 걸어 다녀.”

쳉은 그렇게 무뚝뚝하게 대답했고 파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화이트풋에서 내렸다. 곧 달려온 말구종에게 캐시헌터와 화이트풋의 고삐를 건네고 나 서 세 사람은 후라마의 펍으로 들어섰다. 물론 파하스는 친절하게 파의 안장을 들었고 쳉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하루의 끝을 알리는 석양의 붉은색은 펍의 시간으로는 시작을 알리는 색깔이다. 후라마의 펍의 그다지 넓지 않은 홀 구석에 앉아 있던 운차이는 창 문으로 비껴든 석양의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나둘씩 하루의 일을 마치고 한잔하러 찾아드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며 펍은 바야흐로 밤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금 전 느닷없이 다시 찾아온 의사는 환자에게 좋은 약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자 혼자 누워 있는 방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운차 이는 그란에게 안내를 떠넘겼다. 그란은 의사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고 대화 상대가 잠시 사라지자 운차이는 약간 느긋한 자세를 취한 채 주위를 구경했다. 문이 열리며 다시 손님들이 들어왔을 때 운차이는 담배 연기 사이로 문을 응시했다.

삐이적.

들어선 것은 크고 작은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였다. 작은 쪽 남자가 차고 있는 기다란 검이 잠시 운차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저런 긴 검을 쓰다 니, 멋으로 차고 다니는 건가. 운차이의 날카로운 눈은 곧 작은 사내의 등에 매달려 있는 것이 하프라는 것까지도 파악했다. 좀 우습다 싶을 정도로 기다란 검과 하프, 그리고 작은 체격을 연결 지어 본 운차이는 속으로 비웃었다. 멋 부리는 것이었군.

그러나 큰 남자 쪽을 바라본 운차이는 조금 이채로운 기분을 느꼈다. 큰 남자는 그의 고향 자이펀의 명가에서도 보기 드물 만큼 잘 정리된 기를 가지 고 있었다. 운차이는 파이프는 그대로 입에 문 채 잠시 담배 피우는 것을 중단하며 기감을 확장시켜 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쳉은 곧 적당한 자리 하나를 발견했다. 구석진 곳, 날카로운 표정의 사나이 혼자 앉아 있는 테이블 바로 옆의 테이블이었다. 쳉은 파하스와 파에게 말했다.

“여기 앉도록 하지.”

쳉은 옆자리의 남자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안장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의자에 앉았다. 쳉의 그런 행동은 날카로운 눈빛의 남자를 방해하지는 않 았지만 동행인 파하스의 심사는 몹시 긁어놓았던 모양이다. 쳉의 행동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던 파하스는 안장을 내려놓고는 곧장 파에게 다가섰다. 쳉은 갑자기 불안한 예감을 느꼈고, 파하스가 한껏 멋 부린 동작으로 파의 의자를 잡아주는 것을 보고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앉으십시오, 파 양.”

홀 안의 사내들 전부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파는 쳉처럼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의자에는 앉아야 되니까. 그래서 파는 벌겋 게 변한 얼굴로 파하스가 붙잡아 주는 의자에 앉아서는 모기 소리처럼 “어, 저, 고마워요.”라고 말해야 되었다. 파하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는 쳉을 바라보았다. ‘이게 레이디를 대하는 사내의 자세라네.’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쳉은 파하스의 표정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시비는 갑자기 날아왔다.

“뭐야, 저건? 귀족 찌꺼기라도 되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내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쳉은 우울한 표정으로, 파하스는 험악한 표정으로, 파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그리고 그들 세 사람은 알지 못했지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운차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았다.

네 명의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중 시비조의 말을 던져온 사내는 괜찮은 어깨에 주먹 한 가락 할 것 같은 팔뚝을 가지고 있었다. 주점의 역 사가 키워온 매우 전통적인 두 종류의 사내 중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타입에 해당하는 사내인 듯했다. (나머지 하나는 자신에게 폭음이라는 폭력을 가하는 타입, 즉 주정꾼이다. 이 두 종류는 서로 간의 호환이 매우 쉽기 때문에 그 양자의 특성을 아울러 가지는 사내들도 많다.) 어쨌든 싸움꾼의 모습을 보던 쳉은 씁쓸함을 느꼈다. 젠장. 파하스가 알아서 하겠지. 하지만 이왕이면 나가서 해결해 주면 좋겠는데.

그러나 파하스는 보다 생생한 반응을 보였다.

“왜 그렇게 걷어차이기 좋은 투로 말하는 거지?”

“뭐라고?”

파하스는 싸늘한 표정으로 사내를 쏘아보며 말했다.

“사람에게 짖어댈 정도로 심심하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푸줏간에 달려가서 꼬리나 흔들어봐라. 푸줏간 주인이 뼈다귀라도 던져줄지 모르지.”

와라락! 사내는 곧장 일어섰고 그와 함께 앉아 있던 다른 세 명의 사내들도 천천히 일어났다. 겉으로 보기에 무장은 갖추지 않고 있지만 쳉은 이런 패거리들이 속옷을 안 입고 다닐지언정 나이프 한두 자루 정도는 절대로 빼놓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파하스는 빙글거릴 뿐 이었다.

“오호라, 숨쉬기가 귀찮다는 말이지?”

쳉은 그때쯤해서 말릴까 하는 고민을 해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감정을 포착하는 것은 쳉에게는 항상 힘든 무엇이었다. 그것이 사 랑이든, 아니면 지금처럼 적의든 간에. 그래서 쳉이 잠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사태는 파하스가 검을 풀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데까지 발전했다. 파하스는 빙긋빙긋 웃더니 쳉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여기가 정말 아이야 이켈리나인지 확인해 보지. 주먹으로 맞아보지 않고서는 나는 이곳을 내 고향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아.”

쳉이 뭐라고 말하려는 것을 무시하며 파하스는 그대로 두 팔을 벌려 보이며 사내 쪽을 향해 말했다.

“자, 너희 무례한 들개들이 인간들 틈에서 살아가기 편하도록 내가 교육을 좀 시켜주지. 차례로 덤비든지, 패거리로 덤비든지 마음대로 해라.”

이 호기 어린 말에 대한 가장 적절한 반응은 다름 아닌 운차이에게서 나왔다. 운차이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 고 입으로만 웃는 웃음이었지만, 운차이는 이 싸움의 결과를 너무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가장 객관적인 입장이기도 했거니와 기감에 익숙한 운차 이는 작은 사내의 살기를 거의 읽어낼 수 없었다. 따라서 사태는 작은 사내가 완전히 박살나는 결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운차이의 결론이었다.

네 명의 사내 쪽은 성을 내었다. 어쨌든 그게 당연하니까. 먼저 말을 꺼낸 사내는 욕설을 퍼부으며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왔다. 주위의 사람들이 놀 라서 비명을 지르는 사이 사내는 그대로 돌진해서 파하스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사태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파하스는 허리를 조금 트는 것만으로 상대의 주먹을 가볍게 피했다. 그것만 해도 다분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 중 테 이블에 앉아 있던 파가 손목을 뒤틀어 파하스의 검을 낚아채든 다음 그대로 위로 풀스윙해 버릴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땅! 뼈와 검집 이 맞부딪히며 형언키 어렵도록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파하스의 궤적을 놓친 데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가온 공격을 맞은 사내는 뒤로 나 가떨어졌다. 쿠당탕! 그래서 허리를 튼 다음 여유 있는 자세로 주먹을 내뻗은 파하스는 허공을 치고 말았다.

“어라아?”

휘청. 파하스는 중심을 잡기 위해 몇 발을 더 내디뎌야 했다.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고개를 돌린 파하스는 파가 위로 쭉 뻗어올린 두 손에 자신의 검 을 쥐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마치 만세라도 외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며 파하스는 기가 막힐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어휘 중 하나를 말해 보고 자 했다. 하지만 파는 그대로 검집을 파하스에게 던지며 벌떡 일어났다. 거의 놓칠 뻔했지만 파하스는 간신히 받아내었다.

“파양?”

파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사내들을 쏘아보기 시작했다. 만일 파가 아닌 쳉이었다면 사내들은 주저 없이 덤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내들은 도 리암직한 몸매의 흑발 처녀가 자신들을 이렇게 쏘아보고 있다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녀가 보여주었던 행동은 더욱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 래서 달려들던 사내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이 사태에 대해 머리 아파하기 시작했다. 파는 사내들의 그런 멍한 얼굴을 향해 낮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의자를 잡아주든 밧줄에 목을 매든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자리에서 얌전히 술이나 마시다가 나가는 것이 어때요.”

그때 턱을 부여잡고 일어나던 사내가 외쳤다.

“저거, 저거 붙잡아! 저 살쾡이 같은 계집애!”

“이게!”

세 명의 사내들도 그제서야 분노를 느끼며 앞으로 성큼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사내들의 발걸음은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사태는 다시 한번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드르륵. 의자를 밀어붙이는 소리가 동시에 울리며 쳉과 운차이가 일어났다. 사내들은 쳉이 일어서는 것에는 놀라지 않았지만 운차이가 일어나는 것 에는 당황하고 말았다. 쳉은 고개를 갸웃하며 운차이를 바라보았다.

“왜 일어서십니까?”

“구경하려고 일어난 것은 아니오.”

“아, 술맛이 떨어져서 나가려는 겁니까?”

ᆞ숫자를 맞추기 위해서요.”

쳉은 그제서야 사람들의 숫자가 4대 4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쳉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위험한 일에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저 남자들은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숫자가 비슷해졌다는 이유 때문에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고 있던 사내들은 쳉의 말에 다시 발작을 일으키고 말았다. 하지만 쳉이 품안으로 손을 집어 넣자 사내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 허리를 낮추었다. 쳉은 느물스럽게 웃으며 돈주머니를 꺼내었다.

쳉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구석에서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던 점원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동전 하나를 던져주었다. 익숙한 솜씨로 동전을 받 아낸 점원은 쳉에게 묻는 듯한 눈빛을 보내었지만 쳉은 사내들을 향해 말했다.

“사과하지요. 이분은 입이 좀 거친 편이고, 이 아가씨는 보셨다시피 손이 좀 거칠지요. 그렇다고 해도 싸움을 벌이면 피차 상하기만 하는 거 아니겠 습니까. 내가 사는 술 한 잔 받고 잊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내들은 재빨리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점원은 그 사이에 눈치 빠르게도 재빨리 술병을 하나 들고 왔고 사내들은 이미 받게 된 선물에 대해 뭐 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사내들은 쓰러진 사내를 일으키며 몇 마디 경고의 말을 보내는 것으로 사태를 종식시키기로 결심했다.

“젊은 친구가 예의를 아는군. 그 옆의 조그만 녀석보다는 훨씬 나은데. 앞으로 조심들 하오.”

“고맙습니다.”

말한 것은 물론 쳉이었다. 파하스는 욱하며 그 경고의 말에 대해 수십 배로 표독한 말들을 날려 보내려 들었지만 파는 그가 그러도록 내버려두지 않 았다. 파는 파하스의 소매를 확 잡아당기며 그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어조로 명령했다.

“앉아요!”

파하스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바뀐 거야…………”

쳉은 그 말에 대해 미소를 지었다. 입장이 퍽 우습게 되어버린 운차이는,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다시 자신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쳉은 그를 향해 고개를 조금 숙였다.

“감사합니다.”

“됐소.”

운차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쳉은 운차이의 파이프를 보며 잠시 감탄했다. 호위 무사이긴 하지만 어쨌든 상단의 밥을 먹고 있는 사람으로서 쳉은 그것이 굉장한 명품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경력 있는 모험가라도 되나? 아니면 부자 상인? 여러 가지로 고 민해 보면서 쳉은 다시 앉았다. 한편 파하스의 경우에는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말해 봐라, 쳉. 이거, 도대체 세상이 그 동안 어떻게 바뀐 거냐? 어제의 너도 그렇고, 조금 전의 저 녀석들도 그렇더라. 왜 모욕을 받았는데 분노하 지 않는 거지? 아! 그래도 저 녀석들은 좀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줘서 기뻤단 말이다! 이런 일에 대해서 기뻐해야 되는 것이 되살아난 것에 대한 보답 이라니. 그런데 겨우 그까짓 푼돈에 그냥 물러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못 싸우게 되어서 섭섭한 모양이군요.”

“인마, 못 싸우게 되어 섭섭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내가 알고 있던 그대로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란 말이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게 상당히 바뀌 어버렸군. 이거, 헤게모니아가 아니라 마치 바이서스에 온 것 같은 기분인걸.”

“바이서스? 아…, 하긴 그렇겠군요. 그러고 보니 차넬은 점잖은 헤게모니안 족이라고 불렸지요. 점잖고, 명예를 아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하지만 그건 100년 전에도 이미 희미해져 가고 있던 경향 아닙니까? 지금의 우리가 평가하기로, 정열에 살고 명예를 지키고 사랑에 죽은 헤게모니안은 당신 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말세다, 이게 바로 말세다!”

파하스가 장탄식을 내뱉었을 때 쳉은 2층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주블킨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주블킨은 건장한 남자 한 명과 동행하고 있었다. 쳉은 별 생각 없이 바라보다가 남자의 손에 끼여 있는 장갑을 보고는 조금 놀랐다. 마나를 쓰지 않 는 마법사로서 쳉은 그것이 매우 희귀한 아티팩트임에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주블킨의 이야기 만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장 쳉을 향해 걸어왔다. 쳉은 당황했지만 그 사내는 그의 옆자리, 눈빛이 날카로운 남자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멈 춰 섰다.

“귀환을 결심하셨다.”

운차이는 신음을 조금 내뱉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서 주블킨에게 인사를 보내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고맙소.”

“천만에. 의사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오. 그럼 이만 가보겠소.”

“예? 약값은 받지 않으신다는 말이오?”

주블킨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했다.

“어, 됐으니 놔두시오. 어제 왕진료만 받았지 실제로 해준 것은 없잖소. 그러니 그걸로 계산을 끝내도록 합시다.”

“고맙군요.”

운차이와 그란과 인사를 마치고 나서 주블킨은 그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쳉 일행을 바라보았다. 쳉은 주블킨과 운차이, 그란을 한 번씩 바라본 후 다 시 주블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은 끝나셨습니까?”

“그렇소, 자, 갑시다.”

“예? 아, 우리는 목도 축이지 않았는데…..괜찮다면 선생님께서도 한잔 하시고 가시죠.”

쳉은 그렇게 말했으나 주블킨은 잠시라도 후라마의 펍에서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평생 동안 조제한 약이 복용 후 엉터리 약으로 판명된 경우 는 많았어도 엉터리인 줄 알면서 조제해 본 경험은, 게다가 그것을 들고서 환자에게 찾아오기까지 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블킨은 황급 하게 말했다.

“환자가 술이라니, 별로 좋지 못하오. 가서 치료를 받는 일이나 서두릅시다.”

“예? 어……, 그러시다면 일어나지요. 의원이 여기서 멉니까?”

“아니, 그렇게 멀진 않아요.”

“음. 알겠습니다. 그럼, 나 혼자 다녀올게. 여기서 쉬고들 있어요.”

쳉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지만 파 역시 뒤따라 일어섰다.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네 명의 사내 때문에 신경이 거슬리고 있던 참이 었기에 이곳에 남아 있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같이 가. 치료받는 것 좀 보지, 뭐.”

“아니. 여긴 여관도 하는 것 같군. 방을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도록 해. 짐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할 필요는 없잖아.”

파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네 명의 사내들을 바라보았지만 쳉의 말이 옳았으므로 그냥 자리에 앉았다. 쳉과 주블킨이 밖으로 나가자 레이디와 단둘이 동석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알아차린 파하스는 갑자기 근엄한 표정이 되어 자세를 꼿꼿이 했고, 그래서 두 사람의 테이블은 끔찍한 정적에 빠져들었 다. 파는 그 정적을 깨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기에 점원에게 맥주를 가져오게 한 다음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파하스의 경우, 이 정적은 몹시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젊은 여자들은 항상(그래 봐야 100년 전의 항상이지만) 자진해서 그에게 접근해 왔 고 그래서 파하스는 정적을 깨기 위한 목적만으로 얘깃거리를 찾아내 보려 애쓴 적이 거의 없었다. 물론 노래를 부르거나 감미로운 말들을 찾아내는 데 있어서는 가공할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처녀와 동석해 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파 하스는 욕구 불만을 느끼며 물끄러미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파하스가 참으로 그럴 듯한 말거리를 찾아낸 것은 점원이 맥주를 가져다놓고 물러난 다 음이었다. 기회다!

“드시지요. 파.”

“예.”

파는 더 이상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어투로 대답해 버렸고 천재일우의 기회를 포착했다고 생각하던 파하스는 암담한 기분 속으로 가 라앉았다. 으윽. 젠장. 맥주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가면서 파하스는 속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의 대부분의 남성과 마찬가지로, 파하스 는 그녀를 심심하게 하고 있다는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의 대부분의 여자와 마찬가지로 파는 전혀 심심함을 느끼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파하스의 죄의식은 참으로 엉뚱한 것이었다. 파는 자 신의 생각에 골몰히 빠져 있었다.

‘턴빌로 왔어. 쳉이 치료를 끝내면, 언니를 찾아보자고 하겠지. 어디로 가게 될까. 음. 파하스를 먼저 어떻게 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쳉은 뭐라 고 할까. 여기 도착하면 파하스를 놔주겠다고 했는데, 놔주면 자살할 거라고 말해 볼까.’

그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는 좀 어때.”

파는 정신적으로는 테이블 다리를 걷어찰 뻔했지만 육체적으로 완전히 굳어버렸기 때문에, 파하스는 파가 경악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 다. 그리고 파하스는 파를 재미있게 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생각해 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파의 모습을 제대로 관찰하고 있지는 못했다. 그래서 파는 자신의 경악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말소리가 들려온 곳을 찾아볼 수 있었다.

미의 이름을 거론한 것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그 눈빛이 날카로운 남자였다. 파는 이 불가사의한 상황에 거의 공포를 느꼈지만 여전히 얼굴색 하나도 바꾸지 않은 채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 후 주블킨과 함께 내려왔던 그 남자가 대답했다.

“수면은 미가 복용한 약에 기인한다.”

파는 이 대답에 거의 입술을 깨물 뻔했다. 그것은 날카로운 눈의 남자, 즉 운차이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운차이는 고개를 내두르며 바이서스 어 로 바꿔 말했다.

“무슨 말이야? 미는 약을 복용하고………… 잠들었다는 말인가?”

“응. 그래.”

“좀 어때? 호흡이나 얼굴색 같은 것.”

“그건 그대로던데. 약을 먹을 때는 그런대로 괜찮더군. 아, 내 눈보다는 차라리 아달탄의 눈이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달탄은 완전히 다 죽 어가는 꼴을 하고서 침대 옆에 주저앉아 있더군.”

“그런가.”

“그런데 신열이라는 것이 뭐냐? 어제 그 의사가 말하던 거.”

운차이는 신열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두 마디로만 설명해 주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란은 좀 불충분하다고 여겼으며 파의 경우 에는 조금도 충분하지 않았다. 파는 바이서스 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숨을 죽인 채 그란과 운차이의 말에 정신을 집중했지만 파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아달탄’이라는 단어뿐이었다. 그러나 그 단어는 이들이 말하는 미가 바로 그녀의 언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미와 같은 지붕 아래에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머리 바로 위쪽에 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외국인? 언니와 함께 다니던 사람들이 외국인인가? 그래, 그 들판에서, 바이서스 동전, 그랬지. 음. 그렇다면 언니는 2층에 있는 것일까. 그런데 약 을 먹었다고? 의사가 다녀갔다면………, 언니는 아픈 걸까? 하지만 두 남자의 얼굴은 걱정이 그다지 많지 않은 얼굴. 그냥 여행 때문에 피로가 쌓인 것일까. 쳉이 말하던 그 무시무시한 남자는 저 둘 중 누구일까. 그리고……………..

“무슨 생각을 그리 골몰히 하는 겁니까?”

파하스는 그럴 수 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파에게는 쇠종을 두드리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파는 화들짝 놀라며 파하 스를 바라보았다. ‘꺄악! 내 생각을 읽었어요?’ 물론 그럴 리가 없는 파하스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파를 마주보았다. 파는 갑자기 격심한 짜증을 느 꼈다.

“며칠 남았는지 계산하고 있었어요.”

“며칠이라니요?”

“여자들이 하는 거.”

쳉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역시 자매는 자매다.’ 등의 진부한 감동을 느꼈겠지만 파하스가 느낀 것은 오로지 무지막지한 당혹감뿐이었다. 대시인 파 하스의 당혹감이란 100년에 한번 느낄까 말까한 종류의 것이었다(사실 진짜로 100년 만에 느끼는 당혹감이긴 하다.). 파하스는 거의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 의 충격을 받은 채 파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얼굴을 확 붉히고는 자신의 롱부츠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관찰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얼굴로 고개 를 꺾었다.

그렇게 파하스의 입을 완전히 틀어막아 놓은 파는 다시 옆자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옆자리의 두 남자는 얼굴에 ‘몹시 과묵함. 위험, 접 근 금지!’라고 써 붙여 놓은 듯한 겉모습에 한 치 어긋남 없이 아무런 말없이 술잔만 비우고 있었다. 어쩌다가 주고받는 한두 마디 말들은 모두 바이 서스 어인지라 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운차이, 내일은 어디를 찾아볼까.”

“자네라면 어디에 숨겠나.”

“모르겠어. 이런 지인도 없는 외딴 곳이면 선택 폭이 상당히 좁아지지.”

“그 문제.”

“응?”

“그 신스라이프의 문제인가 하는 것. 그걸 풀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우리도 거기에 참가해 보는 것이 어떨까.”

“네리아가 좋아하겠군.”

“…………네리아 좋으라고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알았어. 음, 그런데 그 정보가 정말일까.”

“반반.”

“좋아. 내일은 시청에 들러서 그 문제에 대해 알아보지.”

“응.”

파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대동맥이 꼬이는 기분’이라고 정의했다. 답답해지는 가슴을 좀 두드리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는지라 그러지는 못한 채 파는 열심히 생각했다. 쳉이 돌아오면, 내가 들은 것을 말해 주면, 쳉이 드디어 언니를 찾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래서 2층으로 올라 가면, 언니와 쳉은……………

“다른 곳으로 가요.”

파는 갑자기 파하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파하스는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거렸고 그러자 파는 어깨 너머로 조금 전 싸웠던 네 명의 사내를 곁눈질해 보였다.

“여기는 좀…………, 다른 곳으로 가봐요, 예?”

파하스는 알아차렸다. 아니, 어쨌든 알아차렸다고 생각했다. 파하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요. 쳉이 돌아오면……”

“아니, 나가서 기다려요. 음. 여기 앉아 있고 싶지 않아요. 예? 나가서 기다리도록 해요.”

파하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까요.”

파하스가 테이블 옆에 놓아두었던 화이트풋의 안장을 주워드는 동안 파는 재빨리 테이블 위에 술값을 올려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파하스는 머쓱한 기분을 느끼며 왼쪽 어깨에 안장을 멘 다음 캐시헌터의 안장은 오른손에 들고서 터덜터덜 밖으로 나왔다.

파는 보이지 않았다. 파하스는 어리둥절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파의 모습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런데 잠시 후, 여관 옆에서 손수 캐시헌 터와 화이트풋의 고삐를 쥐고 걸어오는 파의 모습이 보였다. 파하스는 왜 말구종에게 부탁하지 않았느냐는 내용의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파는 그런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파는 파하스의 어깨에서 화이트의 안장을 집어든 다음 놀란 파하스가 뭔가를 도와주려고 손을 내미는 동안에 벌써 안장 을 다 묶어버렸다.

“캐시헌터의 안장을 올리세요. 우리, 그 의원을 찾아가 보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 멍청하게 서 있을 필요는 없겠지요? 나, 이 도시를 좀 구경하고 싶어요. 와, 건물들이 정말 대단해요. 당신 고향이니까 이야깃거리들도 있겠죠? 당신은 캐시헌터에 타면 되겠군요. 어서 가요.”

파는 거의 숨도 쉬지 않은 채 말들을 쏟아내었다. 그래서 파하스는 어느 말에 대답해야 될지 몰라 가련한 표정으로 파를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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