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검 – 189화 : 메타트론이 파천으로 신을 만나다

황제의 검 – 189화 : 메타트론이 파천으로 신을 만나다


메타트론이 파천으로 신을 만나다

메타트론은 파천을 시험해보려 했다. 정말로 그가 자신을 막을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뜻을 꺾을지가 궁금했다. 그가 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전에 완벽한 계획이 세워져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치밀함은 비밀차원에서도 빛나지 않았던가?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메타트론은 잔인하게도 루시퍼와 아사셀에게 연합군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아사셀이 파천의 상대가 될 리는 없다. 루시퍼가 좀더 강하긴 하겠지만 그 역시 얼마 못 버틸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은 ‘내가 너희들을 버리겠다’ 는 말과 같았다. 둘은 그걸 알면서도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루시퍼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파천과는 한 번은 부딪쳐야 할 운명이라 생각해 오고 있었다. 그것이 하필이면 지금일 뿐 마음의 준비는 언제나 해오고 있었다. 루시퍼는 인간세에서 만났던 파천을 떠올렸다.
‘내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파천을 살리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이건 이미 예비된 운명이어서 내 의지로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한 손으로 가볍게 죽일 수 있었던 자가 이렇게 부담스런 존재로 성장하는 것이 어찌 가능한가. 모르겠다. 알 수가 없어. 그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든 그렇지 않든 내 힘으로 이겨내면 그만이다.’
아사셀과 루시퍼는 연합군을 공격하지 않았다. 파천의 앞으로 갔다. 연합군을 공격하라는 의미는 파천과 싸우라는 것. 연합군을 공격할 기회를 얻기도 힘들뿐더러 괜히 다른 곳에 집중력을 분산했다간 제대로 겨뤄보지도 못하고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둘은 처음부터 파천을 노리기로 했다.
루시퍼가 저 혼자 감회에 젖어 말했다.
“상황이 역전되었군. 그때의 너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버렸다.
넌 저들의 희망이 되었고 난 내 모든 것이었던 마계를 잃었다. 난 그때와 똑같은데 넌 믿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다. 오랜 시간 동안 고통스런 노력으로 겨우 이만큼 성장했는데 너는 너무도 짧은 시간 동안 그 모든걸 넘어서버렸구나.
이런걸 보면 신은 참 불공평하단 말야. 내가 인간세를 멸망시키지 않았다면 넌…… 내 앞에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마계는 영계를 지배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히지 않나?”
“아니. 그때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네 뜻은 좌절됐을거야. 그 누구도 어떤 존재도 세계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런 시도가 있을 때마다 나 같은 이는 반드시 출현한다.
나는 반드시 광명을 얻게 결정되어 있었던 게 아냐. 오해하지 마라. 지켜내겠다는 나와 저들의 의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모두의 염원이 자극이 되어 날 이곳까지 이끈 것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날 좌절 중에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너였다. 네게 복수하기 우해, 이런 날을 위해 난 쓰러질 수 없었어. 끝까지 가야만 했다. 그래서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아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 무능력을 용서할 수가 없었지.
난 많은 것을 너 때문에 잃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처음부터 가진 게 없었어.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그것은 사실 내 것이 아니었던거야.
어쨌든 너로 인해 내가 당했던 고통은 당시의 나에겐 참…… 특별했던 것 같다. 루시퍼, 우리 사이에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없을 것 같다. 넌 네 신념을 위해, 난 내 의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 둘이 한꺼번에 덤빌 건가?”
“천만에 나는 마계 마황 루시퍼다. 설사 그렇게 해서 승리가 보장된다 해도 그런 짓을 하진 않아.”
“그럼 시작하지.”
아사셀이 앞으로 먼저 나섰다.
“내가 먼저다.”
파천은 아사셀이 메피스토의 술법으로 변화된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약점이 뭔지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럼에도 파천은 일부러 그 약점을 모른 척했다.
케플러와 카르마를 대하던 태도와는 달랐다. 파천은 먼저 아사셀이 마음껏 공격할 기회를 주었다. 캄파넬라를 당황시켰던 아사셀의 공격이 파천을 상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허나 상황은 그때와 판이하게 달랐다. 정령은 파천의 근처에 다다르지도 못하고 소멸해버렸다.
파천은 그 자리에 선 채로 아사셀의 모든 공격을 받아냈다. 아사셀은 미칠 것만 같았다. 실력차가 난다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다.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공격들. 마치 아사셀이 일부러 그러기라도 하는 것처럼 결정적인 순간 결집된 힘은 자취를 감췄다.
파천의 의지에 동의하는 원령은 아사셀의 마력보다 높은 차원에 있었다. 마력으로 형상화된 갖가지 모양은 파천의 의지가 개입하는 순간 저절로 와해돼버렸다.
이래 가지고는 단 한걸음을 물러서게 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아사셀이 멈춰 섰다. 팔은 그의 의지가 승복한 것처럼 허리 아래로 힘없이 스르르 내려왔다. 소용없음을 안 것이다.
“졌다. 난 네 상대가 아니다. 죽여라.”
“알고 있나? 너는 소멸당하면 다시 기회가 없다.”
“알고 있다. 언젠가는…… 이런 때가 올 줄 알고 있었다. 메타트론님을 따랐을 때 각오했었다.”
파천이 막 손을 쓰려했을 때 메타트론이 불러 세웠다.
“파천, 잠깐만 기다려라.”
“할 말이라도 있냐?”
“그를…… 루시퍼에게 맡겨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아사셀도 그것을 원했다.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어.”
파천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루시퍼는 망설이지 않고 패배를 인정한 아사셀을 소멸시켰다.
루시퍼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아사셀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공격도 무위로 돌아간다면 해보나 마나겠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수법은 있었다. 그것만 먹혀 들어간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자, 이제 내 차례로군.”
지켜보는 이들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어 갔다.
마계 마황 루시퍼. 그와 파천의 대결은 분명 흥미로운 것이었다. 비밀차원의 지도자들은 루시퍼와의 싸움을 통해 파천의 실력을 객관화해 좀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루시퍼는 자신들과 비등했다. 그러니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라미레스와 아난다 등 파천과 함께 인간세에서 루시퍼에게 호되게 당했던 자들은 그때의 원한을 되새기며 대결을 기다렸다. 파천이 복수해줄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엔 수호자도 걱정이 됐던지 연합군을 안정권 밖이라고 생각되는 지점까지 물렸다. 그리고 수뇌들을 선두에 세워 격돌의 여파에 대비케 했다.
루시퍼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카오스가 메타트론에게 말을 걸어왔다.
[루시퍼도, 너도 키케로를 이길 수 없다. 그의 의지는 원령을 다스린다. 어떤 물리력도 그의 의지를 거스르지 못한다. 현상의 근원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자에게 너희들의 힘이란 건 유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키케로는 광명의 극한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너희들을 하나씩 꺾어 왔다. 그는 지금 너희들의 수준에 맞춰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해봐도 그를 능가할 수는 없다. 그건 네가 신을 극복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메타트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한 말엔 관심이 갔다.
[네가 그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메타트론은 하마터면 그것이 뭐냐고 물어볼 뻔했다. 카오스는 영악했다. 더 이상 먼저 접촉해 오지 않는다. 이렇게 되자 궁금해진 건 메타트론.
‘그런 걸 안다면 카오스가 파천을 피할 이유가 없지. 괜히 날 이용해 보려는 수작이다.’
메타트론도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메타트론은 비밀 차원의 지도자들을 떠봤다.
“여기에 있을 게 아니라 카오스를 쫓아야 하는 것 아니가? 카오스를 잡겠다고 온 자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한가하게 남들 싸우는 거나 구경하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야.”
누구 하나 대꾸하는 이가 없었다. 막 루시퍼의 공격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루시퍼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가 보았다면 지금 그가 평소와 달리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사셀과 같이 그도 조급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 돌아가는 게 아사셀의 경우와 판에 박은 듯 똑같지 않은가. 위력이 센 것만 빼곤 파천의 곁에 이르면 비실비실 힘이 감소하다가 곧장 사라져버리는 것은 동일했다.
한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런 경우가 되풀이되니 그도 파천에겐 어려울 듯싶었다. 하지만 역시 이름값을 하려는 건지 루시퍼는 아사셀과는 달리 새로운 걸 끊임없이 시도하긴 했다.
파천의 주변을 빠르게 돌더니 사라졌다 나타나기도 하고 파천이 선 자리에서 거대한 화염 기둥이 솟구쳐 휘말려 올라가고 지척에서 공간이 쩌억 갈라지며 검은 암류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것은 곧장 파천을 감춰버리는 것이, 신통하게도 먹혀드는가 싶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사라지긴 매일반이다. 그가 지금껏 사용했던 것들만 해도 여간한 자들은 하나만으로도 혼을 빼놓을 수 있을 위력이 있었는데 파천에겐 그런 게 통하지 않았다. 루시퍼는 파천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며 말했다.
“내 마지막 수단을 받아낸다면 나도 패배를 인정하겠다.”
루시퍼의 비장의 수법은 공간 왜곡과 파괴였다.
파천의 주변 공간을 이탈시켜 독립된 상태로 만든 다음 외부에서부터 조이고 내부에서 연쇄적으로 폭발시켜 특정 공간 자체를 파괴시키려는 시도였다. 허나 그것도 먹혀들지 않아 결국엔 루시퍼도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파천을 공간 안에 가두기가 힘들었고 가두면 어느새 빠져나와 있었고 빠져나왔는가 싶으면 그의 종적을 찾기 난감했다. 루시퍼는 비참했다. 아무리 해봐도 넘을 수 없는 간격을 절감해야만 했다. 끝내 패배를 자인할 수밖에 없었던 건 파천이 버젓이 자신의 몸 안에서 걸어 나오는 걸 겪고 나서였다.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찌 그럴 수 있는지. 아무리 쳐봐도 소용이 없는 허공을 향해 온몸을 던져본들 뭐하겠는가.
힘이 빠졌다. 그만 그런 심정에 빠져든 건 아니었다. 비밀차원의 지도자들 역시나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파천을 넘어서지 못한 자들은 하나씩 침몰해 갔다. 루시퍼는 생각했다.
‘아버지 메타트론도 파천을 이길 수는 없다. 그가 피하고자 한다면 아무도 그를 잡을 수가 없다, 마치 카오스처럼.’
루시퍼의 판단은 정확했다. 루시퍼가 패배를 자인했다.
“졌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대결을 지켜보던 라미레스가 곁에선 동료들에게 말했다.
“허탈하군. 통쾌한 복수를 기대했는데 저렇게 패배를 자인하니 원…… 어느 정도는 엇비슷해야 발악을 해댈 텐데…….”
라마레스는 그것을 바랬던가 보다. 그의 기대가 어떻든 승부는 결정되었다. 이제 파천의 처분만 남은 것이다. 이번에도 메타트론이 부탁했다.
“그를 내게 넘겨다오.”
설마 루시퍼를 제 손으로 처형하겠다는 뜻인가? 하지만 이번엔 파천도 거절했다.
“그를 천사들에게 넘기기로 약속했다.”
메타트론과 루시퍼가 동시에 소리쳤다.
“뭐라고?”
“너,너!”
천사들에게 넘기면 그 결과는 자명했다. 소멸이 아닌 영원한 유형에 처해지게 되는 것이다.
“메타트론, 너희들이 수긍하지 못한다 해도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메타트론은 더 이상 반발하지 않았다.
“좋도록 해라.”
루시퍼는 절망했다. 메타트론이 막아줄 것이라 여겼는데, 최소한 끝가지 거절할 것이라 여겼는데 너무도 순순히 응한다.
루시퍼는 그런 메타트론이 야속했다. 루시퍼는 파천과 메타트론을 번갈아보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천사들에게 불들려 수치를 당할 바에는 스스로 소멸을 택하겠다.”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피부의 모공에서 미세한 불꽃이 조금씩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빠르게 타들어 갔다.
그 안에서 그는 웃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시선을 준 것은 메타트론이었다. 처음으로 그의 뜻을 거역했다. 그것이 하필이면 소멸을 택하는 순간이라니. 루시퍼는 소멸하기 직전까지 소리 내 웃었다.
루시퍼가 사라지자 헤르퍼와 라아그, 헤렘에게 변화가 왔다. 모습이 어린 아이로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루시퍼가 심어주었던 마력의 영향이 사라지고 본연의 의지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 스스로만이 느끼는 미약한 변호에 불과해 아무도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이제 메타트론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호로 남게 된 것이다. 그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루시퍼와 아사셀로 하여금 파천과 싸우게 했을 때, 이런 순간을 예감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리라.
어찌 그들이 파천을 이기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너무 허무하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적어도 루시퍼만은 밀릴지언정 맞상대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나타난 결과는 그런 기대와 너무도 달랐다. 카오스의 말처럼 파천은 이제 어찌해볼 수 없는 차원을 저 홀로 거닐고 있는 것 같았다.
메타트론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된 지금에도 메타트론은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 두 가지는 별개의 것이었다.
수호자가 언젠가 했던 말처럼 그보다 신을 더 사랑하는 이가 또 있을까? 늘 그를 생각하고 있기에 그 증오는 오히려 더 깊은 것을.
집착이 깊어 갈수록 외로움에 병들고 그리움에 목말라 갔다. 자고 나면 모든 게 새로울 수 있는 인간들을 보며, 때로 신을 잊고, 버리고, 비웃고, 저주할 수 있는 그들을 보며 메타트론은 제 손에 없는 자유로움을 갖고 싶었다.
주어지지 않은 것이라 단정하고 인간들에게서 훔쳐내리라 다짐했다. 자신의 집착이 저주의 선물이라 여긴 그는 구속의 사슬을 끊기 위해 신을 극복하기로 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지만 그럴수록 포기하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파천은 그가 지금껏 본 이들 중에 가장 신을 닮아 있다. 그래서 메타트론은 파천과 대면한 것이 아니라 신의 의지와 마주섰다고 여겼다.
게다가 천궁이 문을 열고 천사들까지 내보냈으니 이만하면 더할 나위 없는 무대가 마련된 셈이었다.
‘신은 날 살피고 있을 것이다. 내가 거꾸러지는 꼴을 기대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위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려들 것이다. 그간의 참음이 정당했고 지금의 심판이 바른 의지의 표현이라며 파천을 통해 강변하고 있다.
나는 굽히지 않는다. 날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가질 것은 한 조각 허무뿐이리라. 당신의 영광은 나로 더럽혀지고 권위는 추락할 것이다.
보여주고 말리라. 그대에게서 나온 내가 왜 악마라고 불리는지를. 당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이 세상을 구할 길은 없다.’
메타트론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고집스런 그들의 의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억지로 한다면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채 자신을 거부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도 떳떳하게 만드는가? 그럼에도 신은 방관할 것이다.
“너희가 나를 거부하면 할수록 고통만 커진다. 너희들이 신뢰하고 있는 파천은 새로운 구속일 뿐이다. 언제나 신의 방법은 그래 왔다. 그에게서 뭔가를 얻으면 또 다른 구속력이 더해진다.
그는 점점 더 영화롭고 너희는 점점 비참해진다. 결국엔 또다시 되풀이되고 반복되는 지겨운 삶,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불완전하고 불평등한, 고통만이 전부인 현실이 있을 뿐이다.
너희는 새로워질 수 있다. 나를 선택하라. 나처럼 신을 대적한 이 또 있는가! 저들 비밀차원의 사람들도 신을 잊으려고, 그의 눈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던 것일 뿐 그를 대적하진 못했다.
자, 보라. 내 오랜 대적함에도 불구하고 신은 침묵하고 있다. 그는 실상 우리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는 허망한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는 너희와 관계없다. 그는 홀로 영광스런 존재다. 그는 존귀함을 박차고 그 자리에서 내려와 너희와 마주설 생각이 없다.
그런데도 그를 버릴 수 없는가? 버려라. 그리고 내게 오라. 내가 모든 것을 주리니 나를 따라라. 마르지 않는 영원한 생명과 안락함을 주리니 나는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
메타트론의 유혹은 달콤했으나 그 안에 생명이 없었다. 신뢰할 수 없는 거짓에 불과했다. 설사 그럴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지녔다고 해도 그 길의 끝은 언제나 비참했다. 루시퍼와 아사셀이 그랬던 것처럼, 어둠의 천사와 마계가 그랬던 것처럼 맺어진 약속은 메타트론에 의해서 언제든 파기될 수 있었다.
과실을 맺지 못하는 나무를 가꾸고 싶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파천은 메타트론에게 경고했다.
“너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저들과 결부시키지 마라. 그들의 자유로움은 네 교설로 훼손되지 않는다. 네 집착의 잣대로 저들을 재단하지 마라. 저들에겐 지금 이대로가 좋다. 저들 스스로가 내린 선택이다.
저들은 신이 없어도 견디지만 선택을 제한받고 강요받는다면 견딜 수 없다. 너 하나가 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너 같은 이들의 비뚤어진 정의가 모두를 답답하게 하고 있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집착을 버려라. 그것 이외엔 평안할 길이 없다.”
메타트론은 연합군을 향해 어둠의 손길을 펼쳤다. 그의 마력이 하늘을 뒤덮은 천사들의 눈을 가렸다. 온 세상에 그의 의지가 드러났다.
“보아라, 이것이 나 메타트론의 힘이다.”
우르르르릉
세계가 진동하며 진저리를 쳤다. 대지가 균열하며 제자리를 이탈했고 사방에서 검고 푸르고 붉은 기류가 메덴으로 몰려왔다. 그들 중에 울부짖는 것은 악마의 웃음소리였다. 비밀차원에서 카오스가 했던 것과 비슷했다.
둘은 닮아 있었던 것이다. 하나는 드러낸 채로, 또 하나는 숨은 채로 세상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카오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메타트론의 힘에 제 힘을 더했다.
콰콰쾅
연신 터져 울리는 폭발음. 검은 하늘 검은 땅, 그 사이로 흐르는 새카만 어둠.
천지가 그들 둘의 힘에 억눌려 생명을 잃은 것 같았다.
아예 작정을 했는지 코모라가 메덴의 허공 중에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메타트론은 굳이 그를 말릴 생각이 없었다. 둘은 연합군을 몰살시키기로 작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찌 파천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그를 신경 쓰는 건 여전했다.
비밀차원의 지도자들은 수수방관하며 방외자를 자처했다. 그들은 물러나 이 세계가 멸망하는 걸 지켜볼 심산인 듯싶었다.
옛용의 큰 소리가, 수호자의 외침이, 사람들의 비명이 한데 어울려 메타트론을 즐겁게 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지? 자, 해보아라.”
파천의 마음이 사람들에게로 갔다. 그는 광명의 의지로 사람들의 혼란에 잠긴 마음을 진정시키고 원령과 일체를 이뤄 갔다. 파천의 의지가 곧 원령의 의지다. 그의 의지에 동의하는 원령들이 굽려되기 시작했다.
빛은 어둠을 몰아냈다. 광명은 혼란을 잠재웠다. 메타트론의 시도는 번번이 파천의 개입에 의해 별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둘의 힘은 상극이었으며 파천의 능력이 우위에 있음이 드러난다. 카오스도 마찬가지였다. 코모라는 메타트론과 달리 파천의 눈을 피해 사람들 가운데로 내려갔지만 언제나 그의 앞엔 또 하나의 파천이 있었다.
“너희들은 내 허락이 없이는 단 하나의 사람도 다치게 할 수 없다.”
파천은 하나에서 둘로, 넷에서 여덟로…… 자꾸만 늘어갔다. 나중엔 메덴을 가득 채워버렸다.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원령이 파천의 의지에 동참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였다.
그들은 저마다 밝은 광휘를 이끌고 어둠을 척살했다. 어둠은 쫓겨 가기 바빴고 공무니 빼기에 다급했다.

파천은 메타트론과 카오스의 공격을 와해시켰을 뿐 적극적으로 그들을 공격하진 못했다. 메타트론의 죽음이 자신과 수호자의 소멸을 연달아 불러들임을 알기에 그랬고, 카오스와의 부딪침도 결과가 나쁠 건 자명했다.
둘은 부수려고 기를 쓰고 하나는 그 둘의 힘을 소멸시키는 데 전력을 다했다. 이런 반복이 지겹게 되풀이되고 있을 때였다.
“맞서라. 피하지만 말고 나를 공격해 보란 말이다.”
메타트론이 파천을 향해 두 팔이 벌린 채로 달려들었다.
“날 죽이면 너 또한 죽으니, 그럴 용기가 나지 않더냐?”
그 말은 일부의 존재들이 반색할 만한 내용이었다.
비밀차원의 지도자들과 카오스가 귀가 솔깃해질 만한 말이었다. 메타트론이 죽으면 파천이 죽는다.
하지만 알았다고 해서 바로 실행해 보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하나가 공격당하면 다른 하나가 힘을 합할 것이 아닌가? 들으나마나 한 소리였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얘기가 틀려진다.
“만약…… 내 스스로 죽으면 그땐 어떻게 막을 셈이지? 나와 너 그리고 수호자가 사라지고 나면 이 세계는 저들 카오스와 비밀차원의 지도자들에게로 돌아가지 않겠느냐! 어떻게 생각하지? 누가 널 대신할 수 있을까? 하하하하. 말해보라, 파천. 대책이 있느냐?”
없다. 없었다. 그것만은 파천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메타트론을 파천은 조절한 힘으로 살짝 가격했다.
퍼펑
메타트론은 뒤로 주춤거리며 밀려났다. 그 바람에 구슬이 땅으로 떨어졌다.
메타트론은 그 구슬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했다. 신비한 힘이 머물러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의 구체적인 출처나 요도는 모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갔다.
“그래, 네 말처럼 네 스스로 죽겠다면 나도……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나는 네가 스스로 죽을 수 없음을 확신하고 있다. 그럴 수 있다면 진작에 집착을 떨쳐버렸을 것이다.”
그 말도 맞았다. 메타트론도 수긍했다. 그는 구슬을 주워 한 손에 꽉 움켜쥐며 말했다.
“맞는 말이다. 나 절대 내 스스로 죽음을 택하진 않는다. 루시퍼처럼 난 어리석지 않다. 내가 있고 나서야 내 의지도 있는 것이고 이 세계도 가치가 있는 것이지. 안 그런가?”
“내가 널 죽일 수 없을 거라고 보나?”
“천만에. 보아하니 나를 죽이고도 남을 것 같아. 너 하나 희생해서 이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그런 얄팍한 영웅주의적 발상은 하고도 남음이 있지.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애가 타겠지 날 죽이고는 싶은데 어부지리를 노리는 놈들 때문에 안 될 것 같고, 또 죽이기 전에 이 세상이 먼저 절단날 것 같으니까 말야.”
“잘 아는구나.”
“그럼. 네 속은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젠 어쩔 거지? 사람들을 여기 모아놓고 계속 이런 식으로 우리를 감시하며 영원토록 수고할 참인가?
그것도 좋지. 기다리다 보면 누구 하나가 언젠간 뜻을 바꿀 때가 올 거야. 하하하하.”
파천은 메타트론을 언제든 죽일 수 있었다. 그걸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세가 일어났다.
“제대로 된 광명의 힘을 겪어본 적이 있나?”
메타트론이 흠칫했다.
‘네가 정말로 날…… 설마 네 생명마저 버리겠단 말이냐?’
“광명은 바르고 큰 의지다. 그 의지는 제한이 없고 거기에 동의하는 원령의 양에도 제한이 없지. 마음만 먹는다면 이 세계에 가득한 원령을 모두 끌어들여 힘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우주검의 실체다.”
“우주검?”
“나도, 너도, 사물도, 현상도, 사라지고 파동도, 임자도 소멸되는 힘. 그것은 모든 걸 최초의 상태로 돌려놓는 환원의 힘이다.”
“설마 그것을 쓰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우주검이란 말에도 한 치의 의심도 않는다. 파천은 당연히 그럴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왜, 이제야 겁이 나나? 지금껏 네가 상대해 온 이런…….”
파천의 손에서 작은 광체가 맺혔다. 그것은 서서히 떠오르더니 메타트론을 향해 방향을 틀었고 갑자기 속도를 냈다.
쉬익
보이지도 않는다. 느낄 수도 없었다.
“헉.”
메타트론조차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빠르기였다. 그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전에 광체는 자신에게 와 있었다. 가슴 앞에 멈춘 채로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파천은 하던 말을 계속이었다.
“이런 광체의 집합체라고 보면 된다. 무한한 힘, 제한할 수 없는 확장. 거부하거나 막을 수 없는 절대의 권능.
난 언제든 널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 수 있고 또한…… 죽일 수 있다.”
“그런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아느냐?”
“그렇겠지. 세계의 모든 강자들이 두려워하는 메타트론이 이런 것에 두려움을 가진다면 그들 모두가 비웃겠지.”
파천은 장난처럼 또 하나의 광체를 만들어 메타트론에게 보냈다. 메타트론은 미리 방어막을 끌어올려 두었다.
하지만 그의 방어막은 여전했는데도 광체는 가슴 앞에 처음의 광체 옆에 나란히 사이좋게 떠 있었다.
“내 말을 믿지 않았군.”
쉬익
메타트론은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는 광체들의 출현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 파천은 언제든 자신을 죽일 수 있다. 그 사실이 확인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저항하지도 못한 채로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왜 파천은 그러질 않는가? 그점이 다른 이들은 궁금했다.
비밀차원의 지도자들과 메타트론까지 동시에 제거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저항할 수 없다면 고민할 일이 무엇인가?
그런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파천은 알고 있었다.
‘저들의 의지는 죽음 직전에 마지막 잠재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자신의 죽음이 이미 결정되었기에 그 힘은 이 세계를 단숨에 파괴시킬 정도로 막강하다. 그 힘을 내가 제어한다 해도 그 충돌의 여파까지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제한시킨 힘으로 그들을 단숨에 죽일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파천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방법은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천사들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었다. 그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파천이 쏘아낸 광체 하나가 메타트론이 한 손에 들고 있던 제왕의 구슬에 가 닿았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제왕의 구슬은 원령의 광체를 흡수해버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광체.
파천도 놀랐고 메타트론은 더 놀랐다. 그 감정은 이내 반가움으로 바뀐다. 제왕의 구슬에 메타트론은 집중했다. 푸른 구슬은 점차 강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포르르릉
기이한 소리와 더불어 구슬에서 푸른색을 띤 액체가 스며 나왔다. 그러자 파천이 던져낸 광체들이 모조리 구슬로 흡수돼 버리는 것이었다. 구슬의 푸른빛이 더 짙어졌다. 초대제왕들이 만들었다는 구슬!
이것은 옛용이 만들었던 알파이온처럼 원령을 결집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알파이온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한 원령의 결집이나 출구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각기 다른 성질의 원령을 결합하거나 분해할 수 있었다.
메타트론의 힘은 기본적으로 원령에 기초하고 있으면서도 마령의 성질도 더불어 지니고 있었다. 정돈됨과 혼란함이 공존하는 메타트론의 특징 때문이었다. 그가 구슬에 집중시킨 힘이 자극제가 되어 주변의 원령을 빨아들인 것이다.
메타트론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보물이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것과 하필이면 이런 순간에 구슬의 효능이 드러났다는 것이 마치 운명이 그렇게 점지한 것처럼 들어맞았다.
위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파천의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순순히 인정하고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만약 파천의 원령이 그와 같이 모조리 구슬에 의해 흡수돼버린다면 메타트론의 광란의 몸짓을 막을 길이 없어지고, 파천은 그가 원하는 걸 모두 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는 또다시 제 눈앞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을 지켜봐야 한다. 파천의 원령의 양을 급속하게 늘렸다. 단번에 메타트론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힘이 메타트론에게로 향했다. 메타트론은 구슬을 손 안에 쥐고서 긴장했다.
막대한 양의 원령이 모조리 구슬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구슬은 푸른빛에서 점차로 붉은빛을 띠어 갔다.
쿠르르르
구슬은 팽창하고 있었다. 파천이 몰아가던 원령의 양을 줄이지 않고 더욱 늘였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그리고 용들이 나타났다. 푸른 용과 붉은 용! 두 마리의 용은 서로를 집어삼키고자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한 마리가 다른 용의 꼬리를 물면 나머지 한 마리도 그에 질세라 입을 쩍 벌려 불을 토한다.
겉으로는 드러내진 않았지만 지금 파천은 당황하고 있었다. 파천의 힘은 원령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무리 막대한 원령을 일으켜본들 뭐하겠는가? 모조리 흡수해버리는 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구슬을 깨트려야만 했다.
메타트론에겐 놓칠 수 없는 호기였다. 파천의 기세에 눌려 속수모책으로 질질 끌려다니던 상황을 단박에 역전시킬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연합군의 무리 중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카오스도 덩달아 날뛴다.
갑작스럽게 둘의 공격에 노출된 연합군은 당황됐지만 그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들도 힘을 합해 대항했다. 수호자도 두 손 놓고 빠져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아이들을 판드아의 제왕에게 맡겨두고 뛰어든다.
파천은 구별시킨 원령이 출현하자마자 여지없이 구슬로 흡수됨에도 불구하고 메타트론을 놓치지 않는다.
“어서 손을 들어라.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너 하나가 고집을 꺾으면 이들 모두가 산다.”
메타트론은 수호자와 맞서는 중에도 틈틈이 파천을 설득시키기 위해 애썼다.
수호자의 방어는 튼튼하고 안전했지만 모두를 지켜줄 수는 없었다.
메타트론의 손짓에 죽어 가는 자들이 늘어 갔다.
파천은 전신을 주체치 못하고 떨었다. 잠재워뒀던 분노가 경계막을 뚫고 반대편으로 침범해 왔다. 그는 이런 혼란 중에도 침착해지려 노력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제왕의 구슬이 어떤 과정을 거쳐 원령을 제어하는지를 역으로 짚어 갔다.
파천이 결론을 내기 위해 애쓰는 중에도 피해자는 속출했다. 방관자로 물러나 있던 비밀차원의 사람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상황이 바뀌었다. 키케로를 무력화시켰으니 두려울 게 없다.]
[그렇다고 저 난장판에 뛰어들 수도 없지.]
[메타트론이나 키케로나 껄끄러운 상대들이다. 결국엔 해치워야 할 자들이지. 지금이 기회인 것 같은데? 영계가 어떻게 되든 우리완 상관이 없다. 메타트론을 죽이면 키케로도 죽는다고 했다.]
[그럼!]
[그래. 메타트론을 치자. 그럼 모든 건 우리 것이 된다.]
[으음.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이긴 한데…….]
[망설일 일이 아니다. 우리 넷이 힘을 합하면 메타트론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저 구슬 까지 덤으로 얻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잇겠어. 저것만 있으면 키케로는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