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3권 6화 – 코린트에 나타난 드래곤
코린트에 나타난 드래곤
“이제 며칠 후면 모든 것이 끝이군.”
로체스터의 중얼거림에 용병대장도 고개를 살짝 끄덕여 동의했다. 크라레스는 이제 완전히 끝장이 난 상태였다. 항복 문서에 조인하기 위해 크라레스의 황제가 10일 후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케락스에 오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개선 축하 행사에서 코린트의 황제인 지그문트 드 아그립파 4세 폐하에게 전 쟁의 신전에서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적국의 황제에게 엄청나게 치욕적인 일일 테지만 크라레스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다시 떠날 건가?”
“더 이상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이번 전쟁이 남긴 상처는 너무나 크다네. 나는 자네가 도와줬으면 해. 리사가 못다한 몫까지 자네가 해 줘야 할 것 아닌가? 자네에 게는 그래야만 하는 책임이 있어.”
해골의 눈구멍으로 보이는 용병대장의 눈은 씁쓸함을 담고 있었다.
“책임은 있는지 모르지만,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네. 또 세월이 지나면서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어.”
도저히 참고 있기 힘든 듯 로체스터는 벌떡 일어서서는 화가 난 어조로 외쳤다.
“그렇게 떠나 버리면 나 혼자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라세리안도 떠나고 리사도 떠났어. 그리고 자네까지 떠나 버리면 남은 나는 어쩌라는 거야? 나도 이딴 거 다 때려치우고 떠나라는 거야? 처음부터 난 남들 앞에 서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거 싫어했잖아. 친구라는 놈들은 다 떠났는데, 왜 내가 하기도 싫은 총사령관 자리에 남 아 있어야 하나? 젠장! 그것도 이렇게 어지러운 시국에 말이야.”
“자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네.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잘 알잖아.”
“제기랄, 그렇겠지. 나도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겠어. 나한테는 총사령관 자리는 별로 안 맞는다는 것을 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지 않아. 자네는 제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 않은가? 앞으로도 잘해 나갈 걸세.”
“놀고 있군. 그게 속편하게 떠나는 자네가 할 소린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떠나겠어. 이제 그 지겨운 라이지엔 공작 새끼 낯짝도 볼 만큼 봤고, 폐하에게 아첨 으로 일관하는 무능한 귀족 새끼들한테도 질렸어. 또 그런 놈들을 두둔하고 있는 황제에게도…….”
“자네, 너무 말이 심하군.”
“빌어먹을! 심할 것도 없어. 이놈 저놈 다 자기 편한 대로 산다는데, 나 혼자서 여기에 미쳤다고 남아 있을 거야?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둘이서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 갑자기 지축이 진동하는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아무리 떠나는 것을 궁리하고 있었지만, 로체스터는 그런 괴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벌떡 일어서서 창가로 달려갔다. 하지만 용병대장은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심드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런 일 한두 번 당해 보나? 뭘 놀라고 그래. 타이탄 연구소 쪽인가? 아니면 마법 실험실?”
타이탄 연구소나 마법 실험실은 간혹 폭발 사고를 일으키는 곳이었다. 심지어 그라세리안이 흑기사의 엑스시온을 연구할 때는 연구소가 통째로 날아간 일까지 있 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로체스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쪽이 아니야. 별궁 쪽인 것 같은데?”
“뭐야? 그렇다면 무슨 일이지?”
그들이 허둥지둥 정문 쪽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로체스터는 상대가 정문 쪽에서 달려오고 있음을 알아채고는 외쳤다. “무슨 일이냐?”
그 기사는 상대가 로체스터 공작임을 알고 곧장 방향을 틀어 상대를 뒤따라가며 외쳤다.
“옛, 동쪽 별궁 방향에 침입자가 들어왔사옵니다.”
“별궁에까지? 그렇다면 외곽 경비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이냐?”
“곧장 공간 이동해 왔기에 어쩔 수 없었사옵니다.”
공간 이동해 왔다는 말에 로체스터 공작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공간 이동 마법 자체가 놀라울 것은 없었다. 흔히들 써먹는 방법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 만 한 국가의 모든 전력이 집결해 있는 황궁 한복판으로 공간 이동을 할 미친놈들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기사 몇 명이 적진 한복판으로 공간 이동해서 들어와 봐야 타이탄을 꺼내기도 전에 전멸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공간 이동해 왔다고? 감히 어떤 놈들이 그렇게도 대담할 수가 있단 말이냐? 도대체 적의 규모는 어느 정도냐?”
“옛, 마법사 한 명이옵니다.”
의외의 대답에 로체스터는 달리던 것도 잊어버리고 속도를 줄이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뭣이? 단 한 명?”
“옛, 전하.”
“양동 작전이나 그런 것도 아니고, 단 한 명이란 게 사실이냐?”
“옛, 전하.”
“겨우 마법사 한 명이 침입했다고 이 소란이란 말이냐?”
“겨우 한 명이 아니옵니다. 엄청난 마법사이옵니다.”
그러는 와중에 또 한 번의 대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엄청난 돌개바람이 몰아치며 붉은색 타이탄 2대가 서로 뒤 엉키며 둥실둥실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붉은색 타이탄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근위 기사단의 주력 타이탄인 적기사II였다. 하지만 적기사II가 보통 헤비급 타이탄인 가? 110톤이 넘는 그 육중한 타이탄이 지금 바람의 힘만으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본 로체스터 공작의 입은 쩍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엄청나구먼!”
용병대장은 옆에 서 있는 기사를 힐끗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 전하. 소신도 처음 보는 광경이옵니다.”
“도대체 어떤 마법사기에 저런 마법을 사용한단 말인가? 빨리 가 보세.”
로체스터 일행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 일대는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수많은 병사들의 시체가 널려 있는 가운데 별궁의 한쪽귀퉁이는 흔적도 없이 날아간 상태 였고, 하늘 위로 날아 올라갔던 적기사II 2대는 땅바닥에 처박힌 채, 푹 파인 구덩이 안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적기사II 1대가 마법사를 향해 용맹스럽게 돌진해 들어갔다. 그 순간, 마법사의 손에서 붉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고 대폭발이 이어졌다. 엄청난 굉 음과 함께 화염과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돌진해 들어갔던 타이탄은 뒤로 튕겨 나와서 건물의 잔해에 부딪쳤다. 방패의 앞부분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고, 몸체 앞부분에 칠해져 있던 붉은색 페인트가 거의 다 벗겨진 처참한 몰골이었다.
“크하하하핫! 벌레들 주제에 간 크게도 내 앞을 가로막다니! 오늘 공포라는 것이 뭔지 가르쳐 주겠다!”
그 난장판의 중간에 서 있는 마법사는 호기롭게 외쳐 대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을 바라 본 용병대장은 기억을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가만.
저 마법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뭐라고?”
로체스터 공작은 용병대장의 말에 타이탄을 꺼내려다 말고 전장의 한복판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방금 전 마법의 여파로 인해 엄청난 흙먼지가 피어올라 있는 상 태였기에 시야가 상당히 좋지 못했지만, 로체스터 공작은 그 먼지 구덩이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을 포착할 수 있었다.
“헉!”
“역시 그렇군. 그녀의 아버지가 맞지?”
로체스터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미 로체스터 일행이 도착할 때쯤에는 근위 기사들이 상당수 더 도착한 상태였기에, 곳곳에서 더 많은 수 의 붉은 타이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로체스터 공작은 부하들을 말려야 했다. 저 마법사, 아니 드래곤과 싸워 봐야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로체스터가 막아서기 전, 이미 3대의 적기사II가 상 대가 드래곤인지도 모르고 돌진해 들어갔다. 제아무리 마법사가 강하다고 해도 타이탄의 대검(劍) 한 방이면 두 토막이 날 것은 뻔한 이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다. 타이탄들의 검이 마법사를 향해 휘둘러지는 그 순간 마법사의 몸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퍽퍽하는 소리를 내며 타이탄의 검들이 땅바닥을 파고드는 그때, 마 법사는 안전한 하늘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아르티어스는 오만한 눈초리로 밑에 모여 있는 타이탄들을 훑어봤다. 까짓 거 저런 것쯤 상대한다고 본체로 현신할 필요는 없었다. 물 론 자신의 자랑스런 브레스 한 방이면 이 성을 초토화시킬 수 있겠지만, 아들과 비슷한 기척이 저 난장판 속에서 느껴지는 가운데 그런 초강수를 쓸 수는 없었던 것 이다.
“역시 웬만한 마법 가지고 저 고철 덩이를 해결할 수는 없군. 역시 헬파이어가 저런 거 잡는 데는 최고지.”
성질을 참지 못한 아르티어스가 침입자로 오인하고 공격을 가해 오는 병사 한둘을 죽인 것으로 시작된 전투였기에, 아르티어스는 갑작스럽게 돌진해 들어오는 타 이탄들을 향해 강력한 마법을 쓸 시간 여유가 없었다. 인간으로 변신해 있는 상태로 끌어 모을 수 있는 마나의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처음 에 바람의 정령 마법을 주축으로 하는 마법 공격을 퍼부었었다.
하지만 이렇게 멀찌감치 떨어진 상태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제는 시간 여유를 가지고 주문을 외울 수 있는 것이다. 아르티어스의 눈빛이 광기를 더해 가는 가운데, 주문은 급격하게 완성되고 있었다.
바로 이때, 저 밑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위대한 분이시여. 무슨 오해가 생겨서 그렇게 분노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노기를 가라앉히십시오. 서로가 대화로 해결을 할 수 있지 않겠습 니까?”
로체스터는 저 하늘 위에 떠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젊은이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로체스터는 상대의 주위에 파동 치는 막강한 마나의 기운을 느꼈고, 그것이 곧이 어 뭔가 형체를 완성할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다급하게 외쳤던 것이다.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르티어스는 주문 외우기를 멈추고는 요동치는 마나를 해방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어쩌구 하는 것으로 봐서 상대는 이미 자신의 정 체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괜히 드잡이질한다고 시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곧장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아르티어스는 풍계의 주문을 외워 자욱하게 치솟아 있는 먼지를 흩어 버렸다. 곧이어 아르티어스는 저 밑에서 와글거리는 호비트 떼거리를 볼 수 있었다.
굳건한 자세로 전장의 한가운데 서 있는 호화로운 복장의 호비트가 보였다. 아마도 저 녀석이 자신을 부른 것이리라. 그리고 아들 녀석과 유사할 정도로 강렬한 마 나의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가 아주 가깝게 느껴졌기에 그쪽으로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아르티어스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떠올랐다. 아들은 저따위 해골바가지를 뒤집어쓰고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들이라고 의심해 보기에는 그 호비트의 덩치가 너무 컸다.
“네놈은 호비트냐?”
아르티어스가 그렇게 크게 소리친 것도 아니었건만, 밑에 있는 모두에게 그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
“호비트라구요? 예, 호비트가 인간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렇습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네놈 말고 저 해골바가지 덮어 쓴 녀석 말이다.”
갑자기 질문을 당한 용병대장은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젠장! 또다시 헛다리를 짚었군.”
“예? 무슨 말씀이신지…….”
“네놈은 호비트 주제에 그렇듯 많은 마나를 쌓아서 나를 헷갈리게 만들어? 성질나는데 여기서도 한판 해 버려?”
아르티어스의 눈빛이 한순간 사나워지자 용병대장은 한껏 마나를 끌어올리며 슬쩍 검에다가 손을 올렸다. 아무리 상대가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아직 본체로 현신 하지 않은 상태였다. 서로 간의 거리를 믿고 상대가 방심하고 있는 상태라면 운만 좋다면 해치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검술의 극한까지 익힌 그에게 이미 ‘거리’라는 개념 따위는 잊혀진 지 오래였다. 바로 그때, 아르티어스는 용병대장을 노려보고 분노에 찬 음성을 뇌까렸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그냥 가겠지만……. 호비트면 호비트 답게 살란 말이다! 젠장, 아들놈 같은 녀석이 하나 더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군.”
투덜거리면서 날아가 버리는 아르티어스. ‘아들놈’이라는 말에 밑에서 바라보고 있던 로체스터 공작과 용병대장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가 찾고 있는 아 들이 이곳 황궁의 지하 감옥에 얌전히 갇혀 있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르티어스의 몸이 거의 자그마한 점으로 보일 때쯤, 로체스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 다.
“휴우~, 그 드래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
“동감이야. 드래곤이 한 말로 미루어 보아 사람의 몸속에 쌓여 있는 마나의 양을 기준으로 광범위 탐색 마법을 펼친 후 이리로 찾아온 거겠지. 그녀와 나의 실력은 대충 엇비슷했었으니까 말이야. 어찌 되었건 이번에는 따돌린 것 같군.”
“설마. 한 국가 단위를 탐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넓은 면적을 탐색하기야 하려고, 아무리 드래곤이지만……. 전에 그린 드래곤을 포획하던 작전 때, 그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었나? 그런데 정작 정보는 마법사들이 아닌 아르곤에 투입한 첩자들로부터 얻었지 않나? 그리고 아무리 정밀한 탐색 마 법을 쓴다 하더라도 범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엄청난 오차가 따른다고 그라세리안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지금 현재 크라레스의 적국은 코린트와 아르곤, 그리고 알카사스야. 드래곤이 그 세 나라만을 국한해서 뒤진다면 못 할 것도 없지 않겠 “나?”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군. 잠깐! 만약 이런 식으로 그 드래곤이 계속 뒤를 판다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는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들통 나지 않을까?” 그 말에 용병대장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드래곤이 지닌 능력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긴 하지만, 마법에 있어서는 최강의 존재들이 아닌가?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일 뿐이네만, 어 쩌면 그 전에 미네르바가 드래곤에게 여기에 찾는 사람이 있다고 밀고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확연히 알고 있는 로체스터는 경악했다.
“설마!”
“설마가 아닐세. 미네르바가 드래곤에게 밀고하면 본국은 그날로 멸망이야. 본국이 멸망했을 때, 가장 큰 득을 보는 것은 크루마가 아닐까?”
용병대장의 말을 듣고 미네르바의 계략을 깨달은 로체스터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망할! 그년이 그것을 노리고 재빨리 그녀를 이쪽으로 넘긴 것이었군.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풀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용병대장은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나는 풀어 주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네. 뛰어난 무사에게 그런 치욕을 안겨 주는 것은 좋지 않아.”
로체스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건 아니야. 그녀를 풀어 준다면 크루마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또다시 크라레스의 위협에 시달려야만 해. 또다시 크라레스의 기사단들과 드 잡이질을 할 수는 없지. 어쨌든 대책을 생각해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