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6권 10화 – 서서 오줌 누는 여신
서서 오줌 누는 여신
대족장이 손을 번쩍 들어 뭐라고 외치자 1백여 척의 배가 일제히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묵향이 감회 어린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자그마한 석성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르티어스가 묵향의 어깨를 슬쩍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족장이 선실로 내려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고 있구나. 맛있는 술을 준비해 놨다.”
“그러죠.”
아르티어스와 함께 좁은 계단을 내려가자 다닥다닥 붙은 선실이 나왔다. 배는 외형적으로는 아주 커 보였지만, 막상 선실 아래쪽으로 내려와 보니 생각 외로 너무 나도 비좁았다. 아르티어스도 그것을 느꼈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묵향에게 말했다.
“이렇게 선내가 비좁은 것은 먼저 전선으로 사용하는 배치고는 높이가 낮기 때문이야. 그리고 흘수(배의 물 밑에 잠기는 부분, 이것이 클수록 배가 안정감이 있다) 도 너무 작아. 그렇다 보니 선실의 크기가 아주 좁아지는 거지. 사실 선체 중에서 물 밑에 잠기는 부분이 좀 많아야 파도가 치더라도 배가 안정감이 있는데, 이런 식 이라면 폭풍 한번 쳤다가는 그냥 뒤집어질 수도 있지. 그런데 왜 이딴 식으로 배를 만들었을까? 준비한 식량과 음료수를 보면 최소한 10일 이상의 장기 항해를 하는 것 같던데 말이야. 이 정도라면 꽤 외해로 나간다는 것인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묵향은 걱정이 되는지 미간을 찡그리며 주절거리는 아르티어스를 향해 약간은 퉁명스런 어조로 말했다.
“배가 뒤집어져도 아빠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잖아요. 그런데 뭐 하려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세요? 자, 빨리 가자구요.”
대족장 타르티는 아르티어스를 위해 자신의 선실을 내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배 안에서 그곳 외에는 신에게 어울릴 만큼 호화로운 선실이 없었던 탓이다. 술자리는 그곳에서 벌어졌다. 항구에서 출발할 때 실어놨던 삶은 고기와 말린 고기, 싱싱한 과일들 그리고 텁텁한 냄새가 나는 희뿌연 술과 함께 어제 마셨던 사케 라는 술도 나왔다. 하지만 사케의 경우 어제는 데워서 나왔지만, 오늘은 미지근한 것이 그냥 나왔다. 아무래도 나무로 만든 배에서 불을 지피기가 곤란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묵향은 미지근한 사케를 입속에 털어 넣은 후,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어제 마셨던 그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술맛이 너무 밋밋했다.
“빌어먹을, 뭔 놈의 술맛이 이래?”
“왜 뭐가 이상하냐?”
왜 그러냐는 듯 물었던 아르티어스도 미지근한 사케를 한 잔 마셔 보더니 묵향의 말이 이해가 간다는 듯 중얼거렸다.
“과연! 이래서 데워서 마시는 모양이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 아르티어스에게 묵향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아빠, 내가 어제 혈수마공을 가르쳐 드렸잖아요.”
묵향의 말에 아르티어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그런데?”
“위대하신 드래곤이시니 지금쯤이면 다 익히셨을 테고, 그 무공을 사용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사실 혈수마공이 고기를 굽거나 술을 데우는 데는 최적의 무공이거든요.”
그 순간 아르티어스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 난해하기 그지없는 무공이라는 것을 어떻게 하루 만에 익힐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뛰어난 기억력으로 머리 속으 로야 다 기억하고는 있지만, 기억한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말이었다.
아르티어스는 속으로 끙끙 앓기 시작했다.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도대체가 이해할 수도 없는 무공이라는 것을 어떻게 익힌 것처럼 아들놈에게 보여 줘야 할 지……. 하지만 이때 갑자기 아르티어스에게 좋은 꾀가 떠올랐다. 문제는 무공을 익혔느냐 익히지 못했느냐가 아니라 술을 데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닌가. 그 정 도라면 마법을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 있는 모든 야만족 호비트들이 자신의 마법에 껌뻑 속아 넘어 갔는데, 겨우 옆에 앉아 있는 아들놈 하나를 속이지 못한다면 드래곤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아르티어스는 아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주문을 통한 마법이 아닌 용언 마법을 사용했다. 용언의 힘이 발동되자 술병을 들고 있던 손이 갑자기 불그스름하 게 달아오른다고 느껴진 순간 그 빛은 다시금 서서히 옅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아르티어스가 쥐고 있던 질그릇으로 만든 술병은 뜨겁게 가열되어 있었다.
아르티어스는 묵향의 눈이 경악으로 휘둥그레져 있는 것을 보고 통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단한 속임수에도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면, 아들놈도 별수 없다는 생 각이 들었던 것이다. 간단한 라이팅 마법의 응용으로 손을 붉게 만들고, 또 화염계 마법을 약하게 사용하여 술을 데운 것뿐이었는데도 저렇듯 쉽게 속아 넘어가다 니……..
“어떠냐? 나에게 있어서 불가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냐?”
“서, 설마……? 그 짧은 시간에 벌써 깨달으셨다는 거예요?”
“내게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어깨를 으쓱거리는 아르티어스에게 뭔가 한마디 해서 초를 쳐주고 싶었지만 묵향은 그 생각을 접어 버렸다. 그 짧은 시간에 비록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혈수마공
의 기초를 재현해 낸 것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정말이지 드래곤이라는 종족, 아니 아르티어스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듯 느껴졌던 것이다.
술자리에 함께 있던 대족장과 병사들은 신의 손이 불그스름해진 후, 술잔에 술을 따르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보고 경악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평상시의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전지전능한 천신에게 있어서 저 정도 일쯤이야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술과 고기를 실컷 먹은 후 묵향은 아르티어스와 함께 갑판 위로 올라갔다. 갑판 중앙에 있는 짧은 돛대에는 사각형의 돛이 달려 있었고, 바람을 받아서인지 둥그스 름하게 부풀어 있었다. 배는 힘차게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병사들은 갑판 위의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눕거나 앉은 자세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거나 딱딱한 고기포 를 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묵향은 주위를 휙 한 바퀴 돌아 본 다음 선미(船尾)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다운 여신이 선미로 다가오자 후다닥 자리를 비켜섰다. 그런데 곧이어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쪼르르르륵……
신들 중 조금 키가 작고, 황금색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여신이 배 뒷전에 서서 주섬주섬 앞자락을 벌리는 듯 하더니 힘찬 물줄기를 바다를 향하여 뿜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모습을 본 병사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서로 귓속말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묵향은 볼일을 다 본 후 하늘을 바라보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선단은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부터 출항 준비를 시작해서 꽤 이른 시간에 출항했다. 그렇기에 출항한 지 세 시간 정도가 흘렀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침이었다. 그렇다면 응당 해는 배의 오른편 뒤쪽에 떠 있어야 했다. 중원은 왜(矮) 에서 북서쪽 방향에 있다고 묵향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지금 해는 배의 왼편 위쪽에 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배는 둥루젠의 수도에 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묵향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이거 방향이 틀린 것 아닌가요?”
묵향이 오줌 싸는 모습을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아르티어스가 되물었다.
“뭐가 말이냐?”
“지금 배가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잖아요.”
묵향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아르티어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했다.
“그래, 항구를 출발한 후 줄곧 이 방향을 유지하고 있지. 왜? 뭐가 잘못되었냐?”
“그, 글쎄요. 저는 왜가 중원의 동남쪽에 있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중원으로 가려면 북서쪽으로 가야 할 텐데…….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은 남쪽이잖아
요.”
아르티어스는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다 이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구나.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중원이 아니거나, 아니면 우리가 지금까지 둥루젠을 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 니거나…….”
아르티어스의 말에 묵향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흠, 일단 둥루젠이 왜라는 것이 증명된 것도 아니니까 끝까지 한번 가 보자. 그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결정해도 되지 않겠느냐?” 묵향은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뭐, 일단 배도 출발한 상태니까 어쩔 수 없겠네요.”
고개를 돌린 묵향은 선미에 선 채 저 멀리 수평선을 둘러보며 감탄성을 내뱉었다.
“우와! 그나저나 정말 멋있네요. 저 멀리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것 같군요.”
묵향의 말에 아르티어스는 그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러냐?”
“이렇게 바다가 멋있는 줄 알았다면 치레아 공국에 있을 때 진작 배를 타 보는 건데…….?
홀린 듯한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묵향을 향해 아르티어스는 혀를 차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쯧쯧, 그건 네가 배를 처음 타 보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아르티어스의 말에 묵향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고개를 돌려 물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계속 배를 타고 있다 보면, 그 느낌 자체가 바뀌거든.”
“어떻게 말이에요?”
아르티어스는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시야 상으로 따진다면 수평선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 하지만 배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는 이상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아주 제한된단다. 사실 배 에서 뛰어내려 헤엄치며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느냐?”
“그, 그렇죠.”
“그러다 보니 눈으로 보이는 넓은 시야가 결국 배 안에만 얽매여 있다는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점차 왜곡되기 시작하는 거야. 결국 수평선은 아무것도 아니고, 자 신은 배 안에 갇혀 있다는 무의식이 지배하게 되지. 그렇게 되면 오히려 바다가 한없이 좁게만 느껴지게 되는 거란다.”
묵향은 아르티어스의 말을 아무리 곱씹어 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글쎄요, 도무지 이해가……?”
“한 며칠만 지나 봐라. 때가 되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때 묵향은 선실 뒤편에서 탁하는 큰 소리가 들려오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웃통을 벗어젖힌 병사 몇 명이 자기 키만 한 활을 들고 서 있는 것이 보 였다. 그리고 그들과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커다란 나무판에는 기다란 화살이 몇 대 꽂혀 있었다. 묵향이 흥미롭다는 듯 보고 있는 동안 한 병사가 앞으로 나서며 자신의 활에 1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화살을 재기 시작했다. 그는 단숨에 시위를 끝까지 당기더니 망설임 없이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화살은 나무판에 그 려진 둥근 원 안에 꼽히지 못하고 바다로 하염없이 날아가 버렸다.
“호오, 저게 뭐야? 제법 재미있겠는데.”
어디에나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아르티어스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병사들에게로 걸어갔다. 병사들에게 뭐라고 하자 그들은 황송하다는 듯 아르티어스에게 활과 화살을 곧장 건네줬다. 병사에게 활과 화살을 받은 아르티어스는 이리저리 활을 휘둘러보다 천천히 화살을 재었다. 그리고 힘껏 시위를 당겼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얼굴은 자신만만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르티어스는 잔뜩 당기고 있는 시위를 선뜻 놓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묵향의 말에 아르티어스는 왠지 인상을 팍 찡그리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으윽! 말 시키지 마라.”
한참을 그러고 있던 아르티어스가 결국 활을 쏘기는 쏘았지만 원에서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젠장, 더럽게 조준하기 힘드네.”
투덜거리던 아르티어스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곧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곧이어 자신이 원하던 것을 발견했는지 한 병사에게로 걸어가서 뭐라고 지껄였다. 그 병사는 즉시 자신의 허리에 꼽고 있던 단검을 아르티어스에게 두 손으로 건네주었다. 아르티어스는 약간은 감회 어린 표정으로 단검을 가볍게 던졌다 받았다 하 며 중얼거렸다.
“이거 원체 해 본 지 오래돼서 잘될지 모르겠네.”
아르티어스는 공중으로 던졌던 단검을 받아 듬과 동시에 과녁을 향해 던졌다. 거의 조준도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던진 단검은 은빛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원 안 에 그대로 적중되었다.
탁!
그와 동시에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병사들은 단검을 던지는 이런 묘기를 처음 본 듯했다. 아르티어스는 호탕하게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으하하핫! 역시 해적…, 아니지. 바다의 싸나이와 단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거든. 어때? 너도 한번 해 볼래?”
“못할 거 없죠. 그런데 활은 별로 쏴 본 적이 없어서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병사로부터 활과 화살을 받아 든 묵향은 자세를 잡은 후 천천히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시위를 힘껏 당긴 후에야 묵향은 이게 보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님을 깨 달을 수 있었다. 발밑에 있는 것은 딱딱한 배의 갑판이었다. 하지만 그 밑은 한없이 유동적인 바다였다. 아무리 바다가 잔잔하다고 해도, 배는 조금씩이나마 상하좌 우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활을 조준한다는 말인가? 묵향도 아르티어스처럼 한참을 그렇게 조준만 하고 있다가 생각만큼 잘 되지 않자, 아 예 활쏘기를 포기한 듯 시위를 늦추며 활을 내렸다.
“왜? 포기하려고?”
“아뇨, 이렇게 하려구요.”
묵향은 화살을 활로 쏘는 방법을 포기하고 대신, 그것을 손에 잡고는 암기를 발사하듯 던졌다. 내공이 담긴 화살은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고 나가 나무판에 그려진 원의 한 가운데 깊숙이 꽂히는가 싶더니 그대로 뚫고 나가 버렸다.
퍽!
손으로 슬쩍 던진 화살이 두터운 나무판을 아예 관통해 버리자 병사들은 기절할 듯 놀라서 탄성을 질러대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신이 지닌 힘을 직접 보게 되자 그들은 경외감마저 느끼는 듯했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보자 아르티어스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핫! 역시 내 아들이야. 이럴 때는 축배를 들어야지.”
그 이후에 선상에서 시작된 기분 좋은 술자리. 흔들거리는 배에서 마시는 따뜻한 술은 나름대로 기가 막힌 맛을 지니고 있었다. 몇 시간씩이나 계속된 술자리의 절 정은 서편으로 지는 해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저 머나먼 수평선 너머로 붉은 광채를 뿜어내며 침몰해 가는 저녁노을은 묵향에게 장엄한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하였 다. 배를 탄 첫날, 묵향은 그야말로 환상과도 같은 아름다운 기억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술에 취한 묵향은 황홀하다는 눈빛으로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내가 왜 진작 바다에 와 보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