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11화 : 좋은 뱀프. 나쁜 뱀프. 이상한 뱀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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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11화 : 좋은 뱀프. 나쁜 뱀프. 이상한 뱀프. (2)


4. 좋은 뱀프. 나쁜 뱀프. 이상한 뱀프. (2)

일단은 ‘뭔가 이상하다’라고 막연하게 표현했지만, 나의 위기감은 빠르고 강하게 커져갔다.

-요몽! 당장 산드라 호출해서 이쪽으로 오게 해!

「예, 옛! 근데 갑자기 왜 그러세요?」

요몽은 아직 정신을 챙기지 못하고 있었으나,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는 대교의 눈빛은 이미 서늘하게 변해있었다.

-요몽. 지금 뱀프 에릭을 다시 잘 보렴. 그는 지금 기뻐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눈빛에서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저건, 절망과 안타까움! 과연, 우리대교! 상대의 눈빛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어.

「저, 절망이요? 그야 나타샤가 그냥 가버리려고 하니까, 아, 아닌데?」

요몽도 이제야 뭔가 깨닫는 모양이었다.

「나타샤의 방문을 알려준 전화는, 나타샤가 그냥 나가려하기 전에 끊겼어요! 그렇다면, 지금 에릭은 나타샤가 자신의 초대에 응해서 온 것으로 생각하고,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네요?」

-그래, 요몽. 아무래도 에릭은 나타샤를 애타게 기다렸었던 것이 아니라, 그녀가 제발 오지 말아 주기를 염원했었던 것 같구나.

-아직 모르겠냐? 그새, 에릭에게 웨인, 그 쥐시키의 오더가 떨어진 걸거야. 나타샤를 어찌하라고 말이지.

대교와 나의 상세 설명을 들으며, 요몽의 얼굴이 그야말로 울상이 되고 있었다.

「으이~ 그 웨인 뱀프, 정말 나빠욧! 하필 이럴 때!」

훗. 웨인이 악질 쥐시키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까지 뭐랄 수는 없지. 우린 지금 엄연히 목숨을 건 전쟁 중이니까 말이지.

“잠깐! 잠깐 기다리세요, 나타샤양!”

에릭에게 나타샤의 등장을 알렸던 남자였다. 그는 뒤늦게 나타샤가 정문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외치며 나타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는 나타샤의 얼굴에는 이미 ‘짜증’이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그런 표정을 지우고 나름의 사교적인 미소를 희미하게 떠올렸다.

“하아~ 나타샤양! 다행입니다! 이렇게 가실 줄은 몰라서, 하하~ 제가 에릭을 볼 면목이 없을 뻔 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나타샤는 상대가 자신을 불러 세웠을 때부터 이미 상황을 눈치깠겠지만, 짐짓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남자는 에릭이 나타샤의 자리를 예약해 놓은 것을 알리며 공연장 입구를 가리켰다. 나타샤가 있는 로비에서는 보이거나 들리지 않았지만, 안에서는 이미 무대의 막이 올라 에릭의 노래가 시작된 후였다.

“제 자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누구라도 입장 불가라고 알고 있어요.”

“하핫! 본래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타샤양은 매우 특별한 분이니, 예외로 해드리겠습니다. 에릭이 최고의 인기 스타이긴 하지만, 이런 부탁을 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무척 놀랐습니다.”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표정과 태도에는, 자신이 ‘큐피드’ 역할을 하게 된 것을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공연장 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은,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의 노랫소리가 아니었다.

「본래 공연의 시작 장면도 아니고, 노래도 달라요! 음파 분석 결과, 인체의 렘수면 상태를 유도하는 패턴이고, 저기에 뱀프 특유의 에너지 방사 패턴이 더해지면…………

나름 몽몽스러운 요몽의 보고 내용은 영상 창으로도 쉽게 확인 가능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며 술렁이기도 했던 관객들의 분위기가 빠르게 가라앉는다 싶더니, 거의 동시에 수많은 관객들의 눈에 초점이 사라져갔다.

집단최면이라 이건데, 저 에릭 놈, 우리가 미리 체크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자신의 군대를 만들어 버린 셈이군. 게다가 저건, 내가 처음부터 가장 우려했던 형태이기도 해. 상대가 뱀프나 늑대인간 같은 존재라면 가차 없이 해치울 수도 있겠지만, 단지 최면에 걸렸을 뿐인 보통 사람들을 함부로 해칠 수는 없으니 말야.

공연장 안의 상황은 그랬지만, 바깥 로비에서는 에릭의 부탁을 받았다는 남자가 계속 웃는 얼굴로 나타샤를 설득하려 들고 있었다.

“나타샤양, 에릭에 대한 이상한 소문 때문에 그를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에릭은 결코 그렇게 무서운 유령이나 뱀파이어 같은 존재가 아니랍니다.”

이 사람아, 에릭 놈은 뱀프 맞거든~?

“하핫~! 나타샤양도 그를 다시 만나면, 소문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될 거요.”

아, 글쎄, 소문이 맞는 거래두?

“자아~ 이제 에릭이 얼마나 놀라운 가수이며, 예술가인지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랑의 전도사 역할에 심취한(?)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한손을 들어 다시 공연장 출입구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순간, 문이 천천히 좌우로 열려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때마침 문이 열릴 줄은 몰랐는지, 조금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가, 빠르게 동공이 풀리기 시작했다. 공연장 안의 사람들처럼, 눈뜨고 잠이든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 남자의 입이 어색하게 달싹이며 낮고 떨리는 음성을 흘려냈다.

“도, 도망쳐, 제발.”

열릴 리가 없는 시간에 문이 열리더니, 그 안으로부터 퍼져 나오는 기괴한 울림의 노랫소리가 적막했던 로비의 공간까지 메아리치고, 그러자 멀쩡했던 남자가 넋을 잃고 도망치라는 소리를 하는, 그야말로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군. 하지만, 우리의 나타샤양은, 대책 없이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달아나기만 하는 공포 영화 속의 여주인공이 아니지?

나타샤는 이미 감을 잡고 있었는지, 조금도 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안경을 벗어들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소리 없이 입술만을 움직여서 내게 몇 마디 메시지를 보내왔다.

‘캡틴, 보고 있죠? 뒤처리 부탁해요.’

젠장. 솔직히, 쟤가 더 무서워.

-산드라!

미리 불러 놓았던 산드라가 즉각 내 앞으로 나섰다.

-당장 시그마를 페트라팀으로 수송하고 돌아와!

‘예, 로드!’

-요몽! 페트라에게, 내가 말하는 구성을 주축으로 지원팀을 구성하라고 해!

「넵!」

내가 서둘러서 그 외에도 몇 가지 뒷수습 준비를 하는 사이, 오페라 극장은 건물 전체가 폐쇄되고 있는 것 같았다.

「방화셔터 및 보안 잠금 장치가 전부 가동되었어요. 외부 해킹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 관리자가 한 건데, 일단 언제든 해제할 준비만

해놓을게요.」

내부 시스템 관리자도 에릭의 지배하에 들어간 모양이지? 뭐, 지금 몇 명의 사람들이 외부로 통하는 문마다 쇠사슬까지 감아대고 있는 건, 너무 고전적이지만 애교로(?) 봐주기로 하자.

나름 공포스럽고 그로테스크한 광경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공연장 안으로부터 눈의 초점을 잃은 사람들이 좀비 떼처럼 꾸역꾸역 몰려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샤를 중심으로 십여 미터의 공간을 제외한 로비 전체가 좀비화 된 사람들로 가득한 상황이 되었다.

저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나타샤양이 한 행동은 안경과 스마트폰을 핸드백 속에 챙겨 넣고, 대신 작은 생수병 하나를 꺼내든 것뿐이군. 녀석의 핸드백이 아까보다 살짝 두툼해 보인다했더니, 미리 저런 비밀 무기를 챙겨 왔었네. 저 작은 병에 담긴 물만으로는 뱀프 에릭은 고사하고, 좀비화 된 인간들을 감당하기도 힘들 것 같긴 하지만, 뭐, 일단 나타샤를 믿고 지켜봐 주기로 할까?

“나타샤!~.”

드디어, 예의 에코 목소리가 들리더니, 좀비화 된 군중의 한쪽이 좌우로 갈라지며 뱀프 에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놈은,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까지의 모습과는 뭔가 많이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타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군.”

놈은 씁쓸해하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으나, 곧 그마저도 지우며 살짝 이를 악무는 기색이었다.

“하긴, 나의 주인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시더군. 지난 밤, 그분과 대적하는 자가 나타났으며, 당신은 그 위험한 자의 여인이라고 말이오. 그러니 당신도 우리처럼 평범한 인간은 아니겠지?”

웨인, 그 쥐시키! 대충은 맞는 얘기해주면서 ‘수하를 ‘여자’로 바꾸는 센스(?)를 발휘했군. 에릭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말이지.

“나는 웨인님 직속의 친위대, ‘메아리 전사, 에릭!’ 나타샤, 당신의 정체는?”

새삼스런 자기소개? 어쨌거나 ‘메아리 전사’라고 불린다고?

“나는, 프리메이슨의 암살단, 에레보스의 일원이었던 ‘겨울의 여왕, 나타샤.”

“프, 프리메이슨의 암살자? 당신이?”

에릭 놈은 나타샤의 실체에 놀라면서, 더욱 무서운 눈으로 나타샤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에릭 놈의 얼굴에 분명한 적개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랬었군! 내가 어리석었어. 악마들의 하수인을 몰라보고, 그런, 그런 마음을 품었었다니!”

에릭은 제풀에 흥분하여, 자신의 외침과 함께 내뱉어진 입김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발산되기 시작한 나타샤의 냉기가 서서히 눈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에릭! 당신은 정말 시끄러운 남자예요!”

내용까지 차가운 말을 던진 나타샤가, 들고 있던 물병을 휘둘렀다. 사방의 허공으로 흩뿌려진 물방울 하나하나는 이미 작은 얼음 조각들이 되어

있었다.

우우훅!휙!

몇 발인가의 얼음 탄이 에릭을 향해 쏘아졌다. 거의 내 도기 수준의 스피드였으나, 뱀프 에릭의 몸은 한 박자 빨리 잔영만을 남기고 있었다.

“큭!”, “커헉”, “억!”

에릭의 뒤쪽에 서있던 사람들이 얼음탄에 직격되어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갔다. 짧게나마 희망을 가지고 그들을 보았으나, 아무도 눈빛이 돌아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의 노예가 된 자들은, 육체적 고통으로 깨울 수 없소.”

에릭 놈의 목소리는 나타샤의 바로 등 뒤에서 들린 것이었다. 어느 틈에 나타샤의 후위를 점한 에릭 놈의 한손은 이미 나타샤의 어깨를 잡고 있기도 했다.

“나는 당신의 가냘픈… 으흑!”

뭔 소리를 지껄이려고 했는지 몰라도, 황급히 손을 떼던 에릭 놈의 몸이 거세게 뒤로 튕겨졌다. 군중들 사이로 처박히다시피 쓰러진 에릭 놈의 몸에는 여러 발의 얼음 탄이 박혀있었고, 나타샤의 어깨를 잡았던 손은 팔꿈치까지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멍청이! 뱀프다운 스피드로 찬스를 잡아놓고도, 소위 뽀대나는 대사와 행동을 하려다가 제대로 한방 먹었네. 나타샤도 잡혔던 어깨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자신의 부상 정도보다는 다음 공격으로 적에게 치명상을 입힐 생각만 하고 있는 눈빛이야. 이미 에릭의 몸을 많은 사람들이 가리고 있어서 연속 공격이 힘든 상황이긴 해도, 전투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다르다고 할까?

「저거, 저거!」

요몽이 가리킨 것은 최면 좀비 상태의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의 남녀가 품안이나 핸드백에서 권총을 꺼내드는 모습이었다.

젠장! 과연 미국이라고 할까? 일반 시민들이 뭔 총을 저렇게 가지고 다녀?

피윳! 콰직!

한 발 먼저 나타샤의 얼음탄이 쏘아져서 뭔가를 부수었지만, 그건 총을 겨눈 사람들 방향이 아니라 모두의 머리 위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천정? 나타샤가 부순 건 천정의 스프링클러!

푸아아아~!

부서진 스프링클러에서 작은 분수처럼 물이 터져 나왔다.

피!!피! 콰직!피! 퍽!

천정 곳곳의 스프링클러가 연이어 부서지고 깨지며 물줄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드넓은 로비 전체가 폭우가 내리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타앙~! 탕! 탕!

그 와중에 몇 발의 총성이 울렸으나, 이미 나타샤 앞에 만들어진 얼음 방벽에 막혔을 뿐이었다.

와우! 단숨에 형세 역전이에요! 나타샤 짱!」

스프링클러의 물은 이제 멈췄지만, 요몽이 호들갑스럽게 외친 것처럼, 이제 사방에 나타샤가 얼음으로 바꿔 버릴 수 있는 물은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찬바람으로 하든, 얼음으로 하든, 사람들을 얼려 죽일 수는 없잖아. 그래, 저렇게 일단 발목이라도 잡아야지!

나타샤가 서있는 바닥부터 사방으로 새하얀 얼음이 덮여가더니, 단 몇 초 만에 로비의 모든 바닥이 얼어붙어 버렸다. 마치 빙하기가 찾아오는 광경을, 수십만 배로 빨리 돌리는 듯한 광경이었다.

바닥만 얼려버려서, 모든 사람들의 발이 바닥에 붙어버렸어. 사람들이 든 총도, 이젠 완전히 물에 젖어서, 쏠 수 없게 된 것 같고! 이제 나타샤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에릭 공략에 집중, 아니, 저쪽이 먼저야!

“우어어엉!”

기분 나쁜 괴성이 터져 나오며 나타샤의 몸 주위 얼음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나타샤도 처음으로 비틀, 중심을 잃는 듯 했으나, 애써 몸을

바로하며 에릭쪽을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크게 벌어져 음파 공격을 해왔던, 에릭의 입이 천천히 닫혔다가 다시 작게 열리며 음침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겨울의 여왕이라! 과연, 신성 파괴자의 여자답군.”

이건, 에릭이 아닌 웨인 쥐시키의 목소리?!

-산드라!

산드라는, 시그마를 페트라팀에 합류시켜주고 나서 돌아와 있었다.

‘예, 로드! 즉시 리버와 함께 웨인의 의식을 추적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깊은 의식을 열어보겠습니다!’

산드라는, 세세한 지시를 내릴 것도 없이 눈치 빠르게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웨인 놈이 에릭의 눈과 귀를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에릭의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지배하기 시작했어. 그러려면 역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탐지되는 걸 알아챌 여력이 없을 거야! 결정적인 찬스이긴 한데, 문제는.

“하하~ 그래. 아주 매력적인 아가씨이기도 하군. 하지만, 아가씨에게 반한 에릭은 이제 자신도 저 노예들처럼 잠들어 버렸지.”

에릭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이제 표정까지 웨인의 비열한 인상 그대로였다.

그래. 저게 문제야. 에릭 본인은 계속 나타샤를 공격하는데 적극적이지 못했지만, 웨인 놈이 그럴 리가 없지. 이제 나타샤도 쉽지 않겠어.

휘우웅~!

거친 눈보라가 나타샤를 감아 돌며, 그녀의 몸이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 머리 위까지 날아오른 나타샤를 향해, 에릭, 아니 웨인 놈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우워엉!”

다시 강력한 음파가 발생하며 나타샤를 덮치는 순간, 눈보라가 힘없이 흩어지며 중심부의 나타샤도 여지없이 타격을 받고 날려갔다.

콰직! 콱!

로비 한쪽의 안내 데스크까지 날려간 나타샤가 데스크 위쪽 벽에 처박히듯 부딪친 후, 데스크 뒤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맙소사! 소규모지만, 라프의 충격파 못지않은 위력이었어욧!」

빌어먹을! 에릭 놈, 나타샤에 대한 감정 때문에 어설프게 나왔었지만, 적어도 살리나 보다는 강력한 뱀파이어였군. 나타샤도 이렇게 쉽게 당할 아가씨가 아니긴 한데, 저 노무 인질들이 계속 문제야! 인질들 때문에 나타샤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해도 문제고, 나타샤가 폭발해 버려도 문제고! 젠장!

-요몽! 페트라, 아니, 시그마팀은 아직 이냐?

「이제 6분 안에 도착할 거예요!」

젠장! 자칫 늦겠어. 뭔가 여기서라도 도울 방법이, 그게, 뭔가 아이디어가 있긴 한데, 확실한 게 아니라서, 이,일단 알려주자!

-요몽! 나타샤에게 내말을 전달해!

다급하게 메시지를 전하기는 했으나, 나타샤가 그걸 제대로 확인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녀석은 지금 안내 데스크 뒤쪽 공간에 쓰러져 있어서 카메라에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나타샤~ 그대의 주인은~ 무심하게도~ 그대를 도우러 와주지 않는구운~”

웨인 쥐시키판 에코 목소리는 에릭과 달리, 끈적하고 역한 기분이 들게 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그저 역겨울 뿐이지만, 마성으로서의 위력은 평소의 에릭보다 강할 것 같았다. 나타샤가 타격을 받고 약화되었을 때 최면을 걸려는 수작인 것이다.

-이씨! 안되겠다! 요몽, 네가 그냥 해줘라!

「예? 하지만 어떤 곡을요?」

나는 당장 떠오르는 노래, 아니, 노래를 부른 아그들 그룹명을 외쳤고, 요몽은 놀라기부터 했다.

「예? 진짜요? 주인님이 설마, 아! 나타샤가 직접하고 있어요! 세상에! 나타샤도 주인님과 같은 선택을 했어요!」

다음 순간, 로비 안의 모든 스피커들에서 어떤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타샤가 안내 데스크의 볼륨을 화악 올려버렸는지, 노래 소리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요몽이 지가 먼저 흥분해서 외쳤다.

「제발, 최면에 빠진 사람들을 깨워줘요!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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