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27화 : 위험한 이름, 매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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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27화 : 위험한 이름, 매퍼. (3)


9. 위험한 이름, 매퍼. (3)

「에엑? 방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요몽 녀석, 놀라기는.

-너희들이 책임지고, 현재의 모든 상황을 한방에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라고 했다.

「노, 농담이시죠?」

-응.

「우~ 그렇게 정색을 하고 농담을 하시다니, 괜히 깜짝 놀랐잖아요.」

-훗. 어차피 분석은 전부 몽몽이 하는 건데, 네가 왜 놀랬냐?

「어랏? 그, 그러네요?」

항상 놀릴 맛이 나는 요몽과 달리, 재미없는(?) 몽몽 선생은 묵묵히 지시를 따랐는지, 게이트로부터 산드라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남은 만두 하나를 마저 입안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마 후,

전처럼 산드라의 텔레파시로 몽몽 본체에 웨인 놈의 심층 의식 데이터를 입력시킨 후, 나는 대교와 함께 느긋한 아침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몽몽. 너도 밥 잘 챙겨 먹으면서 천천히 해라. 알다시피, 이젠 시간 여유가 조금 생겼으니까 말야.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럼, 해당 작업 완료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으음. 분위기가 어째, ‘책임지고 모든 문제를 한 큐에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라’는, 나의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 기색이로군. 하긴 뭐, 나도 사실 완전히 농담으로만 한 얘기가 아니긴 했어. 웨인 놈의 심층 의식 속에 숨어있는 과거 기억 속에는, 놈과의 짜증나는 인연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비밀이 숨어있다고, 나의 직관력인지 뭔지가 계속 신호를(?) 보내오고 있으니 말이지.

「우후~ 주인니임!」

-됐다, 안 받아.

「에? 전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원판 녀석 전화지? 요몽, 네 녀석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에고. 역시 눈치 대마왕님다우시네요. 그치만 어째서 받지 않으신다는 거죠? 지난번 통화에서도, 무지 도움이 되는 암호문을 전달 받기도 하셨잖아요.」

-도움은 개뿔. 하은이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어도, 크게 문제가 될 상황은 없었어. 공연히 하은이 신경 쓰느라, 웨인 놈 처단이 미뤄지게 되었을 뿐! 그래. 난 하은이나 카디가 ‘웨인 살리기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곤란해 질까봐 웨인 사냥의 마무리를 느슨하게 진행하게 되었던 거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하은이를 너무 과잉 배려한 걸 수도 있었어. 하은이와 카디라면, 만약 나를 막지 못했다고 해도, 얼마든지 상부의 책임추궁을 피할 능력이 있는 녀석들일 테니 말야.

「에이~ 왜 그러세요오~! 이번에는 진짜 큰 도움이 될 전화인지도 모르잖아요오!」

-후후, 그래요, 오라버니, 화이트씨와 자주 통화하실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쳇. 나도 원판 녀석을 약 올릴 암호를 만들 때까지는 가급적 통화를 안하려고했는데, 대교까지 이러니 어쩔 수가 없네.

“아, 식사 중이셨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또 입맛 떨어지는 소리하려면, 그냥 끊어라.

“통화까지의 딜레이 타임도 그렇고, 저에게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불만이 있으신 거 같군요.”

-잘 아네. 우선, 하은이와 카디가 CIA에 가있는 것이 무슨 기밀이라고 암호질이었냐?

그래. 지금쯤 하은이의 숨은 가디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에 대한 사항이라면 몰라도, 하은이의 행방 자체는 프리메이슨에서도 모르고 있을 리가 없으니, 굳이 암호를 이용할 필요는 없었지.

“그건 물론, 가벼운 여흥의 의미도 있긴 했습니다만, 란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어제가 마침, 그녀의 생일이었거든요.”

-에? 그랬냐? 근데 그럼, 그냥, 네 잘난 글빨로 란을 위한 시나 뭐든 따로 써줬어야지! 나한테 보내는 암호문에 끼워 넣는 짓을 하면 어떡하냐?

“아시다시피, 전 부끄럼이 많은 남자입니다.”

-지롤!

“훗. 그건 그렇고, 다른 불만 사항은 혹시, 애슬론 연구소 출신의 과학자 ‘프로스트 에반스’에 대한 사항입니까?”

-그래, 임마! 란은 분명, 생체 로봇들까지만 너희들이 지원했다고 했어. 그런데 그 호박 귀신하고 괴물 쥐들은 다 뭐냐?

“음. 그건 우리 연구소의 인력 관리 문제였음을 인정합니다. 이번일로 애슬론 연구소의 관리자들은 철저한 감찰을 받게 될 것입니다. 프로스트 에반스 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도태시켰던 과오를, 누군가 책임져야 할 테니 말입니다.”

-뭐야. 프로스트가 애슬론 연구소에 있을 때 괴물 쥐들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프로스트 에반스는 연구소 부적응자로 분류되어 하급 기관으로 배치될 예정이었다가, 도널드 웨인 측에 영입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인사 비리’는 연합의 치부이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곤란하지만, 관련자들의 강력한 처벌로 조직의 건강성을 회복할 예정……”

-저기, 니네 집안 문제는 됐고, 여하간 그럼, 괴물 쥐들은 프로스트가 웨인 놈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서 단독으로 만들어낸 거란 말인 거잖아. 결과적으로, 니네 연구소에는 오히려 괴물 쥐 같은 놈들이 없는 거고 말야.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길모르 박사가 미완성으로 남겨둔 아트라스 프로젝트를 거의 완성한 프로스트를 재영입하고 싶지만, 그건 유준 형님께서 용납하지 않으실 것 같군요.”

-당근이쥐.

「주인님?」

으, 빌어먹을! 무심결에 반응하고 말았다.

“다른 개체는 몰라도, 설치류는 그리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무, 무슨 말이냐. 쥐들도 가만 보면 꽤, 그러니까, 그, 나름 귀엽쥐.

“다른 부위는 그렇다 쳐도, 뱀 같은 꼬리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 그건, 꼬리에도 예쁜 털이 나도록, 그렇게 만들라고 하면되쥐!

아놔,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암튼,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 니들은 신경 꺼라. 알겠쥐?

으~ 애써 회피해오던 쥐떼 영입을 내가 오히려 이렇게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다니! 게다가 벌써 나도 모르게 말끝에 ‘쥐 체’를 쓰게 되다니, 이런 나의 과도한 적응력이 싫다 싫어.

“훗. 알겠습니다. 상부에는 그렇게 보고하겠습니다. 그런데, 유준 형님. 이번 싸움의 영상 중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녀석, 프로스트 영입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양질의 싸움 동영상 시청을 요구하는 거군. 그동안은 보안상의 이유에, 나의 심술까지 더해서, 약간의(?) 편집을 거친 영상만 허용하라고 했었는데, 이제 조건을 대폭 완화해 주어야 하나?

-알긋다. 앞으로는 요몽이 좀 더 신경 써서 보내주게 될 거야.

“다행이군요. 사실, 지금까지는 너무 심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임마! 이번에는 특별히 ‘무료 VOD 서비스’였는데, 그 정도면 됐지!

“요즘 세상에, 100프로 후시 녹음, 총천연색 16 칼라가 말입니까?”

으음. 영상 시작 전에 저런 자막 띄우게 하고, 진짜 그런 수준의 영상을 보내라고 한 건, 쬐금 심했었나?

-커흠! 흠. 그, 뭐.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 준다고 했잖냐.

「으~ 못 참겠네! 영상 편집 관리자인 저, 요몽! 그동안 너무 창피해서 원판씨 볼 면목이 없었단 말예요! 주인님, 미워욧!」

요몽 이 녀석,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따지기는.

-아참! 그리고 말인데.

나는 화제도 돌릴 겸, 원판 녀석에게 시비(?) 걸 건수 하나를 더 떠올렸다.

-내가 오늘 아침 산책에서, 또 누군가 만났던 거 알고는 있지?

“그런 정황이 체크되었다는 보고가 있긴 했습니다. 혹시, ‘매퍼 가문이었습니까?”

“그래 임마. 눈알 잔뜩 달린 괴물을 타고(?) 다니는 여자였는데, 네 놈이 보내줬던 ‘매퍼 가문 전사 리스트’에 없었던 여자야. 나의 적당한(?) 항의에 원판의 안색이 조금 변하고 있었다.

“매퍼 가문의 금지옥엽, 막내 아가씨가 등장했군요. 그렇다면 곧, 그녀의 오빠들까지 나서게 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안 그래도 그 아가씨가 그러더라. 내일쯤 자기 오빠들까지 올 거라고 말야. 그 놈들은 네가 준 명단에 있는 거냐?

“아뇨.”

-야! 뭔 명단이 그렇게 부실해!

“매퍼 가문의 주축인 형제들은, 현재 그들 가문의 중대한 일로 인해서 다른 일에 나설 여력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었습니다. 실수를 인정합니다.” -너, 똑바로 안하지?

“죄송. 쏘리, 입니다.”

이 빌어먹을 노무스키! 진짜 미안해하기는커녕, 무지 기분 좋게 쪼개고 있어. 레이디 신디는 물론이고, 그녀의 오래비들도 엄청 강해서, 내가 그

놈들과 박 터지게 싸우는 걸 즐겁게 감상하게 되었다 이거지?

-너, 계속 이렇게 티미하게 나오면, 영상 중계고 나발이고, 아, 아니지.

나는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스스로도 마음에 들어서 비죽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약속했으니까, 고화질 무삭제 영상은 보내주마. 하지만, 싸움이 가장 재밌는 장면에서 ‘다음 시간에 계속’이란 자막을 보게 될 거다.

“자신의 유아적 발상과 행동에 대한 고찰을………….”

-어허~ 이거 왜이래, 선수끼리! 내가 이러는 거 첨보냐?

원판 녀석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까지 저었지만, 결국에는 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저도 적절한 정보의 확보와 제공에 더 신경을 써보겠습니다.”

흐~ 그래. 체면이고 나발이고, 실속이 중요한 거지, 암.

-아참,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쪼까 민망하긴 하니까, 또 다른 화제로 넘어가자.

-너,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전화 한 거 아니었냐?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긴 합니다. 물론, 저도 이쯤에서 ‘안 갈켜드립니다’라는 식으로 나가고 싶긴 합니다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저는 나름, ‘어른’이니까요.”

이 쉑, 기어이 한 소리하고 넘어가네.

“블러디 울프의 ‘론 중령’, 기억하고 계시겠죠?”

응? 여기서 왜 론 중령의 얘기가 나오는 거지?

“그가 약 17시간 전에 자신의 부대를 떠났습니다. 지난달에 공식적으로 휴가를 신청하여 허가되었던 사안이었기에 란도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었던 모양입니다.”

-흐음. 그런데 뒤늦게 뭔가 수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런 얘기죠.”

-훗. 그 인간이 나랑 개인적으로 맞짱 뜨고 싶어서 휴가내고 나왔다는 얘기인가보군.

나야 그래도 상관없지만, 상황이 조금 애매한 걸? 천음마군을 불러서 상대시켜야 하려나? 안 그래도 천음마군은 항상 론 중령과의 재대결을 별러 왔으니 말이지.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론 중령은 약 두 시간 전부터 행방이 묘연해졌으며, 조금 전에는 란의 전화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나는 블러디 울프 6중대 중대장, ‘하워드 론’ 중령. 그러나 나의 본명은 ‘론 매퍼’이다.’

뭐? 론, 매퍼? 그 인간이 ‘매퍼 가문 출신이었다고? 이건 또 뭔 반전?

-저기, 그러니까, 매퍼 가문 놈들의 특징은 요괴나 뭐 그런 것과 합체하는 거라고 했지?

“구체적인 형태까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말씀하신 형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블러디 울프 최강의 인간이, 요괴와 합체해서 나타날지 모른다는, 그런 결론이 되는 거네?

“아마도.”

-그게, 니네 탈영병인데, 니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냐?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전에 말씀드렸듯, 매퍼 가문은 우리쪽에서도 함부로 하기 어려운 가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 대처에 곤란함이 많습니다.”

-너, 곤란해 하는 것치고는 표정이 너무 밝다?

“그럴 리가요. 전 유준 형님이 항상 너무 바쁘셔서 건강이 걱정될 뿐입니다.”

-지롤. 그런 놈이, 뒤에 준비해 놓은 건 또 뭐냐?

“아, 저 ‘치맥’은 란이 또 멋대로. 음, 그럼 전 이만.”

빌어먹을 쌍쌍바시키, 치맥을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 너의 실수다. 치킨이 다 식고 맥주 김빠질 때까지 싸움 동영상 제공을 하지 않을테다!

「주인님! 지금 막, 전에 제공되었던 즈질 영상 대신에, 초고화질 영상으로 다시 보냈어요!」

-어, 야아!

배신 요정 요몽 때문에 쪼잔한 복수까지 실패해버린 나는, 더 이상의 식욕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아침 식사를 멈추어야했다.

쳇. 흑주보다 한 접시정도 덜먹어서 이것도 분하도다! 점심때는 반드시 내가 먹방계의 지존 자리를 차지해야, 으~ 나, 왜이러니? 나는 현실도피 욕구를 애써 억누르며, 대교에게 식후 산책을 제의했다. 비교적 수월한 마무리만 남았다고 생각하던 웨인 쥐시키 사냥이 뭔가 꼬이기 시작한다는 느낌 때문에 차분한 정신가심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잠시 후.

나는 대교와 함께 숲속을 여유롭게 거닐며, 또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언제 들어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목소리의 소녀, ‘먹깨비 여동생, 유소희’였다.

“어멋? 오빠, 진짜 지금 미국이세요?”

-어, 예정에 없었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렇게 되었네.

“저런, 대교 언니와 여행을 가신 것이 아니었군요.”

“실은, 처음에는 그랬었는데, 여기서 이상한 놈을 만났지 뭐야. 내 팔자가 이래서 우리 대교에게는 또 미안하게 되었지.”

옆에서 듣고 있던 대교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먼 한국의 유소희도 가벼운 웃음소리를 냈다.

“아하하~ 우리 모두 팔자가 기구하긴 한가 봐요. 지금 재단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언제든 저희들도 비상 호출될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재단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마신일이 계속 바쁘다고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건, 공연히 그런 것이 아니었군.

“마비서 아저씨와 윤희언니도 바쁘고 심각한데, 저희 집의 ‘묵정(墨釘)’만 좋아하고 있는 거 같아요. ‘곧, 오래도록 벼르던 놈들을 해치울 기회가 올 것 같다’면서 말이죠.”

훗. 이런 얘기를 잘도 밝고 해맑은 목소리로 해버리네.

세계정화재단 소속이며, 초강력 요괴 활, 묵정(墨釘)을 지닌, 여고생 퇴마사, 유소희. 알게 된 건 한 달이 채 되지 못했고, 직접 만난일도 두

번뿐이지만, 녀석의 이런 성격 때문인지, 상당히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낸 동생이라고 착각하게 되곤 한다.

“아, 그런데 이렇게 되면, 우리 약속도 취소하게 되는 건가요?”

-응?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야, 우리 약속은 삼일 후잖아. 난 가급적 그전에 싸움을 끝낼 생각이거든.

“후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유준 오빠랑 대교 언니, 청명과 정글이도 다시 보고 싶어요. 음~ 하지만, 공연히 무리하지는 마세요. 더구나, 거긴 미국이라면서요.”

-그건, 음. 하여간, 웬만하면 삼일 후에 보자구, 먹깨비 소녀.

“윽! 뭐예요! 제가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아니기는, 얼마 전에 에레보스와의 일전을 끝낸 우리 커플은, 이 먹깨비 소녀와 오빠인 ‘불무도 청년, 유인호’, ‘대책 없는 발화능력자, 주혜’ 커플을 만났었지. 그리고 그날 신림동 순대타운을 갔었는데, 5인분의 ‘쟁반 순대’(?) 중에서 절반은 이 유소희가 해치웠었어. 게다가 후식 먹으러 간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는 또 몇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웠었더라?

나는, 뭐라고 변명을 종알대기 시작한, 유소희와의 통화를 슬며시 대교에게 넘겼다. 대교도 유소희와의 대화를 기다리는 눈치였기 때문이었다. 으으음. 사실, 이런 시점에서 소희에게 전화를 했던 것은, 삼일 후의 약속이 ‘불확실해졌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거였는데, 말하다보니까, 불확실 쪽보다는 확실을 더 강조하게된 거 같군. 하긴, 웨인 같은 놈 때문에, 마음에 드는 의동생들과의 만남이 미뤄지는 건 말도 안 되지, 암!

나는 새삼 현재 상황에 대한 투지를 일으키는 한편, 소희의 오빠인 유인호를 떠올렸다. 나의 생사금마도결과 그 친구의 불무도는 그야말로 분야가 다르지만, 근간을 이루는 심법이 같은 현천기공이었다. 그래서 언제고 그 친구와는 현천기공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천 년 전의 현천기공과 현재의 현천기공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그래. 내가 익힌 것은 천 년 전의 원형인데, 인호가 익힌 것은 천년동안 불가에서 전승되며, 뭔가 오묘하게 보강되었을지도…

-저어, 오라버니.

응? 왜, 대교, 소희가 전화 다시 바꿔 달래?

-예. 제가 무심결에 아까 만났던, 아가씨와 요괴 얘기를 꺼냈는데, 소희양이 그들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오, 그래?

나는 마신일에게 물을 것도 없이, 소희에게 매퍼 가문의 정보를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반갑게 전화를 받아보았다.

“유준 오빠. 그 초록색 요물의, 이름을 혹시 아세요?”

응? 소희의 음성이 갑자기 왜 이렇게…

-어, 그게, 오스카, 오스카라고 했던 거 같아. 요괴와 함께 나타난, ‘신디’라는 아가씨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지.

흡, 하고 소희가 짧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화상통화가 아니어서, 소희의 상태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소희가 숨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경악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소희? 소희야! 괜찮니?

“신디 매퍼. 그리고 요물, 오스카. 그들, 그들에 대해서, 인호 오빠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유소희는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덧붙여 말했다.

“그들이 우리 할아버지를 살해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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