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66화 : 위험한 남자, 유인호. (3)
2. 위험한 남자, 유인호, (3)
“그게 무슨 말이야,요.”
주혜는 나의 비굴 모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으나, 이 와중에도 반말에 어거지로 ‘요’자를 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설득의 여지가 있지 싶었다.
“아니 뭐, 그냥, 이제 우리가 한 팀이 되었다는 뜻이었어. 오기 전에 마신일, 그 사람한테 얘기 들었지?”
마신일을 언급하자, 주혜의 기세가 좀 더 주춤하는 것 같았고, 그와 함께 그녀의 엄마 아빠 영체의 화염도 확실하게 사그라 들고 있었다.
“당신에게 뭐든 협조하라고만 했어요. 대체 무슨 일인거지요?”
마신일은 자신도 주혜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긴 한가보네. 그나마 다행이고, 그리고 훗~! 나에게 존댓말을 쓰려고 애쓰는 모습이 나름 귀엽기도 하네. 어쨌거나, 이제 인호 남매를 먼저 집에 들여보내고 나서, 주혜에게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다독거려 놓아야………………
“아앗!”
지연이 낮은 비명(?)을 울려서 돌아보니, 그녀는 아파하는 얼굴로 살짝 휘청거렸고, 당연히도 인호가 잽싸게 그녀를 안다시피(!) 부축했다. 지연은 땅바닥의 뭔가 날카로운 것을 밟은 모양이었고, 인호는 지연을 차에 기대서게 한 후에 몸을 굽혀 그녀의 신발을 벗겨 발의 상처를 살폈다. 화르륵~!
다시 화염이 점화했고, 나도 정글도를 빼들었다.
“주혜 언, 아, 아니, 유준 오빠?”
소희가 나를 피해서 몇 걸음 물러섰고, 나는 지연이 뭔가에 찔렸던 지점의 시멘트 바닥을 정글도로 퍽퍽퍽! 내리쳤다. 그리고 전투화 발에 내력까지 실어서 마구 찍어 밟았다. 유리조각이나 못, 뾰족한 돌멩이, 그중 뭐였는지 몰라도, 이제는 그냥 먼지가 되었고, 일부 시멘트 바닥도 매우 폭신하게 평탄화 되었다.
“산드라!”
“예! 로드!”
내가 약간 씩씩대는 기색으로 불러서 그런지, 조수석에서 대기 중이던 산드라가 순간 이동으로 내 앞에 섰다.
“여기 이 부상당한 아가씨를, 당신이 책임지고 모시도록!”
“예, 로드!”
눈치 빠른 산드라는 인호를 살짝 밀치다시피하며 지연을 부축하기 시작했고, 그 정도까지 다친 것은 아니라며 부축을 사양하려던 지연도 결국 얌전히 산드라에게 몸을 맡겼다. 나는 지연에게 보냈던 시선,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언능 들어가 버리슈!’라는 압박 시선을 인호에게로 돌렸다. “인호! 뭐하는 거야! 지연양 어머니를 설득하는 임무! 잊었어?”
“아, 아닙니다, 유준 형님!”
인호는 쭈뼛거리면서도 주혜쪽을 보며 할 말이 있는 기색을 보였으나, 소희가 재빨리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모두가 대문 안으로 들어가고서야 주혜쪽으로 돌아섰고, 주혜는 약간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가 결국에는 풋 하고 웃었다.
“뭐야. 웬 오버?”
쳇. 방금 정도의 상황에서 자기 엄마 아빠 영체까지 불러낸 녀석이 누구더러 오버라고, 응? 그러고 보니 주혜의 수호령들이 어느 틈에 사라지고 없네?
“진유준,씨, 당신은 나를 너무 이상한 여자로 보는 것 같아요. 내가 화를 잘 내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해치진 않아요.”
으음. 별로 믿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가 왜 오버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군.
“솔직히, 주혜양이 화낼 것을 걱정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조금 전에 내가 오버했던 것은, 누구보다 인호에게 화를 냈던 거야.”
그래. 그리고 사소한 장난으로 큰 참사(?) 발생 유도를 즐기는 타임씨의 사악함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지.
“왜 인호씨에게 화를 내? 아니, 내요? 인호씨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요.”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음~ 그럼 주혜양은 누구에게 화가 났던 거지? 지연양?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인호와 함께 차에서 내린 거고, 발도 우연히 다쳤을 뿐이야. 안 그래?”
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 주혜는 슬쩍 내 시선을 피하며 약간 뾰로통한 표정이 되고 있었다.
“난 인호씨에게 화낼 수 없어! 그 여자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알아! 그래도 화를 냈지! 나도 내가 못된 계집애라는 건 알지만, 그렇지만… 나, 나도 다 큰, ‘어른’,이야!”
‘요’자 붙이는 것도 잊고 말하며 ‘나도 어른’을 강조한 주혜는, 다시 나를 흘겨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 진유준,씨도, 그걸 알아주었으면 좋겠군,요.”
으으음. 아무래도 최근 누군가에게 ‘제발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충고를 듣고, 나름 노력을 시작한 모양이군. 조금 전에는 내가 오버질로 흐름을 깨긴 했어도, 어쨌든 스스로도 감정을 절제한 거라고, 일단 그렇게 인정해주어야 하려나?
“훗. 알겠어. 그럼 이제 우리, 조금 전의 사소한(?) 해프닝은 잊고, 어른 대 어른으로서 진지한 업무 얘기를 좀 시작해 볼까?”
“오케이,요.”
나는 결국 쿡, 웃으며 1호차 쪽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심하게 걱정했던 것에 비해, 나름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애를 써주는 모습이 고맙고, 살짝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어른 주혜양. 차는 뭘로?”
“아메리카노 블랙.”
1호차에는 각종 차와 커피까지 꽤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서, 주혜는 아메리카노, 나는 소위 ‘길 다방 커피’를 들고 건배하며(?)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먼저 ‘어디까지 듣고 왔나’를 확인해보니, 마신일은 거의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고 보낸 모양이었고, 내가 상황 설명을 해주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 질 수밖에 없었다.
어찌어찌(?), 30여분 후.
흐으음.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건 대충 다 설명해 주면서, 지연양의 안전 문제를 은근 강조해서 입력(?)시키는 것도 잘된 것 같긴한데, 아직은 안심하기 어려운 이 아가씨에게 ‘신디 매퍼’의 인호에 대한 마음까지 미리 알려 주는 것이 좋을지는 다소 망설여지네. 으음. 그건 일단 조금 미루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을 확실히 해야겠지?
“뭐, 이제 대충 상황을 알겠지? 그러니까, 만약 이번 싸움에서 뭔가 잘못되는 일이 생길 경우, 그럴 경우에도 재단에서 인호 일행과 주혜양에게 책임을 묻지 않게 하려면, 내가 모든 일을 주도해야 하는 거야.”
주혜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식 웃었다.
“마비서가 ‘진유준씨 말을 잘 들으면 사탕 하나 줄지도 몰라요’라고 해서 짜증났었는데, 그게 아니었네.”
이런 제기. 그 인간, 일부로 이 아가씨 심기를 건드려서 보냈던 거군. 그 닥터 제이와 원판스러운 인간, 어디 두고보자구!
“그런데, 진유준,씨. 당신과 이렇게 얘기하는 거, 아무래도 너무 불편해요.”
“응? 어, 내가 뭔가 불편하게 했나? 아, 차문을 좀 열던가, 아니면 밖에 나갈까?”
그러고 보니,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다 큰 아가씨와 단 둘이 차 안에 있는 거였네? 이 아가씨가 그런 걸 신경 쓸지는 몰랐, 응? 고개를 젓네? 역시 그건 아닌 건가?
“음~ 어차피 인호씨도 진유준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니까, 나도 오빠, 오빠라고 불러줘야겠네. 그럼 되는 거야.”
말 그대로 말하는 게 불편했다는 거였군.
“이봐요, 오빠! 이제부턴 오빠라고 불러줄께요.”
“그, 눈물나게 고맙긴 한데, 억지로 바꿀 필요까지는…
“아냐. 나도 이게 편할 거 같아. 오빠도 그렇지 않아?”
훗. 호칭을 바꾸면서 ‘요’자를 빼고 싶었던 거군. 동기가 다소 불순한거 같긴 해도, 나름 나쁘지 않은 관계 발전인 건데, 그런데 난 왜 이렇게 뭔가 찜찜한 걸까?
“근데, 유준 오빠.”
주혜는 갑자기 대폭 가까워진 사이처럼 편하게 웃는 한편, 뭔가 불길한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매퍼 가문의 막내, 신디, 예뻐?”
윽. 난 아직 신디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눈치깠지?
“으, 응? 그냥 쫌. 근데 그건 왜?”
“그냥. 갠 인호씨를 어렸을 때 만나서, 계속 몰래 따라다녔다며? 인호씨를 나보다 조금 먼저 만났던 거네?”
이, 이런 어차피 신디 일을 계속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먼저 감잡아 버리다니! 아무리 철부지스러운 아가씨라고해도 역시 여자, 이런 일에는 여자 특유의 육감을 발휘하는 건가?
“유준 오빠, 오빠는 내 편이라고 했지?”
주혜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슬쩍 다가앉으며 물었고,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엄. 내가 그렇게 말했지. 그렇고말고.”
끄으으음. 내가 이 맹랑한 아가씨를 너무 몰랐구나. 막가파식의 위험한 성격이라고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단순한 편이어서 다루기 쉬운
면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큰 착각이었던 거야. 무례하고 제멋대로이며 참을성이 부족한건 성장 환경 때문이었고, 본바탕은 상당한
여우과인지도 모르겠어. 적어도 ‘연애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그 방면에만 무딘 인호 사원에 비해, 훨씬 유능한(?) 사원이었다고 할까?
“주혜양. 아니, 주혜야.”
나는, 나 역시 호칭을 바꾸며, 주혜에 대한 영점 조정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상황봐서 천천히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사실 신디 매퍼에게 인호는…………….”
「아이고야! 하필 이런 타이밍에!」
요몽이 아쉬워하며 끼어든 것은, 인호 일행이 차로 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연이 함께 나오고 있었으며, 인호가 그녀의 여행 가방을
들어주고 있는 것만 봐도 일이 잘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훗. 암 생각 없는 바람둥이 아우님께서 임무를 잘 완수한 모양이군.”
내가 대놓고 말해 버리자, 주혜의 입가가 실룩했다. 그러나 주혜의 주위 어디에도 다시 무서운 엄마 아빠 영체가 나타날 기미는 없었다. 나는 먼저 차에서 내린 다음에 주혜에게 손을 내밀었고, 멈칫했던 주혜가 모두 보란 듯이 내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주혜?”
인호가 움찔하는 기색으로 걸음을 멈추었고, 주혜는 내친김에 내 팔에 팔짱을 끼며 히죽 웃었다.
“인호씨! 유준 오빠한테 모든 얘기를 들었어. 나도 함께 싸울 수 있게 되어서 기뻐.”
“유준, 오빠?”
인호는 주혜가 날 부르는 호칭에 주목했고, 주혜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인호는 곧바로 매우 흐뭇해하는 표정이 되고 있었다. 자신이 애써 뭘 하지 않았어도, 나와 주혜가 친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었고, 주혜의 미소는 썩소로 바뀌고 있었다.
-인호, 저 친구가 그렇지 뭐. 어쨌든, 이제 시작이니, 힘내!
나는 격려의 전음을 하며 주혜의 등을 툭 쳐주었고, 주혜는 짧은 한숨과 함께 마음을 추스리는 것 같더니, 지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연은 아까의 ‘이해할 수 없지만, 하여간 왠지 무서웠던’ 상황을 떠올리고 긴장하는 것 같았으나, 주혜는 다시 히죽 사람 좋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주혜. 넌 지연이지?”
주혜는 얼결에 마주 내밀어진 지연의 손을 덥석 잡아 악수를 하며 말을 이었다.
“인호씨보다 두 살 어리다며? 나도 그래.”
“아, 예에.”
심하게 대조적인 두 아가씨의 첫 인사를 지켜보며, 인호는 흡족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소희는 그런 인호를 보며 낮게 한숨지었다.
「’유준 오빠!」
소희는 게이트로 돌아오는 1호차 안에서 전자 전음으로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주혜 언니의 이런 모습, 저는 처음 봐요.’」
-주혜의 어떤 모습? 나한테 오빠라고 부르는 거? 아니면 지연양에게 친구 먹자고 하는 거? 그리고 지금 계속 인호를 왕따 시키면서 지연양에게
친근하게 굴고 있는 거?
「’전부 다요! 주혜 언니는 인호 오빠와 저 말고는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못했어요. 유준 오빠가 어떤 말씀을 해주셨기에, 주혜 언니가 저렇게 바뀔 수가 있는 거죠?”」
-훗. 내가 어떻게 몇 마디 말로 사람의 성격을 바꿀 수 있겠어. 주혜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마음의 준비를 해왔는데, 오늘 일이 기폭제가 된 거겠지. 지금까지는 어린 아이로서 인호의 보호와 챙김을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는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야.
일단 좋은 말부터 하긴 했으나, 그건 사실 ‘바램’에 가까운 거고.
하지만 솔직히, ‘단발성 여우짓’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방심하면 안 될 거 같아.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는 말이지.
다소의 과장이 섞인 표현 때문인지, 소희는 소리죽여 웃으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후에 고개를 들었을 때는 어느 정도 진지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실은, 저야말로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주혜 언니가 사고칠까 봐 항상 마음 졸이면서도, 언니의 순수한 심성은 좋아했거든요.」
-음. 나도 그 마음, 알지. 내게도 사고뭉치 수하가 하나있지만, 그 인간이 막상 점잖고 어른스럽게 변하면 왠지 이상할 거 같거든.
그래. 우리의 천음마군, 그 인간이 철든(?) 모습은 왠지 그림이 안 나와.
「’후후. 어렵네요. 제가 이래서 빨리 애늙은이가 되어 버렸나 봐요.」
-훗. 넌 야무진 거고, 진짜 애늙은이는 저 친구잖아.
나는 인호를 턱짓했고, 그는 특유의 무심 모드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아하하! 그건 그래요. 울 오빠가 그런 면에서는 지존이죠!」
-저렇게 재미없는 친구에게, 왜 이렇게 열광하는 여자분들이 많은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한 명 더 있다.
「“예?”」
-신디 매퍼! 그녀도 니네 오빠의 찐팬이란다.
소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고, 나는 신디 매퍼의 ‘줄리엣’ 모드를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행동이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설마 그런 줄은! 맙소사! 이제 보니 우리 오빠야말로 정말 위험한 남자였네요?」
-그래. 적어도 여자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위험한 남정네였어.
소희는 자기 오빠의 정체를 알게 된 충격으로 얼마간 말을 잇지 못했으나, 우리의 위험한 문어발 청년, 유인호는 계속 조용히 묵상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사실, 내가 신디양까지 챙겨 줄 의리는 없겠지만, 그렇게 순정파인 아가씨를 무시하기도 쫌 그러네. 그리고 무엇보다, 인호도 ‘드웨인 매퍼’에게만 분노를 집중하고, 신디양처럼 드웨인의 명령에 따랐을 뿐인 자까지 죽여야 하는지는, 갈등하는 것 같더라구.
‘그건, 다행이네요. 저도 오빠가 복수심으로 자신을 잃는 건 싫어요.」
흠. 역시 소희도 인호의 폭주를 걱정하고 있었군. 드웨인 매퍼 놈이 선사의 사리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 녀석 자신도 장난 아니게 빡 돌긴 했었지만 말이지.
-으음. 어쨌든 소희야. 이제 이 모든 상황까지 종합 감안하여 작전을 좀 짜야겠지?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매퍼 가문과의 싸움이 본격화 될테니……………
「‘예. 그러세요. 부탁해요.」
-에? 뭐라고?
「’전 더 이상 생각하는 거, 포기! 그냥 유준 오빠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길을 택하겠어요.’」
-어, 야아~
나로서는 불무도가에서 가장 야무진 소희의 작전 보조가 필수였지만, 소희는 자신의 요괴 활, 묵정이 담긴 활집을 꼬옥 안으며, 내게서 조금 멀찍이 물러나 버렸다.
이런 젠장! 저게,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선 가장 현명한 판단과 행동이 맞긴 한 거긴 한데 말이지. 으~ 애가 너무 똑똑해도 탈이구나!
「에고야. 소희님이 갑자기 배신 때리실 줄은 몰랐네용. 설마 진심은 아니시겠지만, 그래도 당장은 주인님 혼자 맘고생하시면서 작전을 짜실 수밖에 없겠네염.」
에효~ 이 녀석이나 저 녀석이나, 다들 도움이 안 되는구나. 나에게는 역시 울 이쁜 대교밖에 없는 건가? 미국 상황에 별다른 변동이 없을 경우, 이제 밤이 깊어지려는 여기 한국에서 산드라를 여유있게 쉬게 해주고 나서 천천히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후딱 대교에게 가고 싶어지네 그려.
「옴마? 주인님! 아무래도 서두르셔야 할 거 같은데요?」
오. 마침 잘 되었, 아, 아니, 그게 아니잖아!
-뭐냐, 요몽?
「미국, 러브하우스의 경계망에 수상한 자들의 접근이 감지되었는데, 그게, 대교님 혼자 출동하시겠다고 고집을. 뭐시라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