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미스트 (Over the Mist) – 1화 : 밤
밤
소란다스 부인을 배웅하고 돌아왔을 때 나는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초가 꺼져 있음을 발견했다. 아마도 문이 열릴 때 불어 닥친 바람 때문 에 그렇게 된 것 같다. 나는 더듬더듬 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젖은 소매 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때문에 불붙이는 작업이 쉽진 않았다. 간신히 불을 붙인 다음 나는 침대를 돌아보았다.
이파리 하드투스 보안관은 눈을 감고 평온하게 누워 있었다. 우울함 속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내가 바닥을 더럽히고 있다 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젖은 신발과 겉옷을 벗었다. 이왕이면 피곤에 찌든 몸도 어딘가에 벗어두고 싶다. 영혼의 불멸성을 말하는 신관들에 게 묻노니, 왜 조물주께서는 착탈 가능한 육신을 만들어주지 않으셨단 말인가. 그대들은 흔히 육신을 옷에 비유하지 않는가.
아무리 기다려봐도 시제품에서 누락되었던 기능이 부가된 최신형 육신을 가지고 조물주께서 방문해 줄 가능성은 없는 것 같기에, 나는 수십 년 된 내 낡은 육신을 이끌고 의자로 다가갔다. 바지가 철벅거리 는 느낌이 말할 수 없이 불쾌했다. 나는 맨발을 아무렇게나 던진 채 등 받이에 몸을 눕혔다.
그대로 잠든다는 것보다 더 좋은 계획을 떠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행할 수 없었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견 딜 수 없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내 정신은 또렷했다. 아니, 어폐가 있 는 표현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내 개 같은 정신은 현재의 낙엽을 걷 어내고 기억의 부엽토를 파 뒤집느라 바빴다. 거기에 뭐라도 묻어놨나 보다.
이파리 보안관과 나 중 누가 더 정신이 온전한 사람인지 알 수 없었 다. 어쨌든 방 안에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온전해야 할 것 같다. 그래 야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 정신을 차리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지만, 입 이외에 어떤 것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거는 것이 현실감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다. 모르면 시도해 봐야 하는 법. 그래서 나는 이파리 하드투스 보안관에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기억나세요, 보안관님? 이 웃기는 일이 시작되었을 때 말입니다. 우 리 중 아무도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하진 못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