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3화
수정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드]-3-
그리곤 곧바로 빛이 내 몸을 덮치고 기절해버렸다.
이제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 기절을 너무 많이 한다. 원래 몸이 이렇게 약하지 않은데…
나는 잠에서 깨듯 자연스럽게 깨어났다.
주위에는 여전히 밝은 빛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래이드론은 시체조차 없었다.
“용언 절대 마법인가? 자신의 기억뿐 아니라, 몸의 능력까지 내게 전이시켜서 시체조차 없는 것인가. 그런데 이 녀석 황당하군. 도대체 자신의 마나의 결정체인 드래곤 하트까지 주면 나보고 어쩌란 거야? 도대체 나보고 이걸 어쩌라고.”
진짜다. 이 드래곤 하트의 마나 양이면 내가 잘못 마법을 사용할 경우 나라 하나는 우습다. 그런데… 나는 검을 들어 거기다 말했다. 남이 보면 미친 놈 같겠지만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떨까?
“너지. 아까 네게 말한 것이 있지?”
다시 내 머릿속에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주인님.]
“음… 이름이 라미아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그러지 마. 그냥 천화라고 불러.”
[……예, 천화님.]
하~ 안되겠지?
그럼 우선 여기서 나가볼까?
“라미아, 여기서 나가는 길을 알아?”
[길은 없습니다. 외부와 통하는 곳은 없습니다. 텔레포드 하시면 됩니다.]
그런가. 텔레포드라 하지만…
“그거 불가능하겠는데. 그래이드론의 기억이 완전하게 이해가 가는 게 아니거든. 완전히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네가 어떻게 안될까?”
[알겠습니다. 그럼 텔레포드 위치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근처에 뭐가 있는데?”
[천화님, 앞 공간에 영상을 펼치겠습니다. 이미지트랩.]
그러자 내 앞에 그림이 떠올랐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내가 실제로 보는 듯한 그런 것이었다. 크기가 작다뿐이지 진짜와 같았다.
“음, 그러니까 이 빨간 점이 우리란 말이지…”
나는 그 영상의 중앙에 나타난 산의 중심점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숲을 가리켰다.
“그럼 여기로 가자. 여기서 조금만 걸으면 마을도 곧 나오는군. 음, 이거 좋은데.”
[알겠습니다. 그럼 정해진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커다란 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큰 숲에 누군가 갑자기 나타났다. 몸매나 얼굴로 보아서는 17~18살로 보인다. 그리고 그 청… 아니, 차라리 소년에 가까웠다.
그 소년의 허리에는 붉은색을 은은히 발하는 듯한 검집에 싸여진 보통의 바스타드소드보다 조금 더 긴 검이 걸려있었다. 손잡이는 흰색으로 보이지만 검신은 검집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소년이 입은 옷 역시 이곳 아루스한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화~ 여기 나무는 중원보다 크군… 숲도 울창한 것 같고.”
그 소년은 바로 천화였다. 그가 바로 여기로 라미아를 이용해서 이동한 것이었다.
그는 잠시 숲을 둘러보았다. 중원에는 산은 있으나 이런 대규모의 숲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후~ 내가 왠 고생이냐. 이런 곳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신들을 찾아야 하다니… 마을이 저쪽에 있었지?’
“우선 목적지부터 정해야 할 텐데 무작정 다닐 수는 없으니… 신을 찾아야 하니까… 참, 내가 생각해도 막막하다. 신을 어떻게 찾아…”
“음… 그래. 신전부터 찾아가 보자. 아무래도 신을 찾으려면 신전부터 찾아봐야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고 걷고 있는 천화의 길 옆으로 10미터 가량 떨어진 곳이 갑자기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뒤따르는 이상한 괴성…
“끄엑…”
“…크악.”
“이것 봐요, 일란. 그렇게 가까이서 터트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젊을 것으로 짐작되는 남자의 목소리에 뒤따르는 중년인의 목소리.
“그럼 어떻게 하나. 스펠 영창 시간이 긴 걸. 그리고 저 녀석들을 떨어뜨리려면 얼마나 뛰어야 하는데 난 그렇게 못 해. 그리고 다친 사람도 없잖나.”
이번에는 여인의 목소리가 그를 탓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일단 조심은 하셔야죠. 이번엔 너무 가까웠다구요.”
그러면서 이 목소리들은 점점 나에게 가까워져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들릴 즈음 다섯 명의 인원이 밖으로 걸어나왔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4명의 인원과 조금 떨어진 곳의 아가씨.
‘그런데 귀가 길군… 인간이 아닌가? 그럼 잠시 그래이드론의 기억을 검색… 답은 엘프, 그것도 하이엘프. 희귀한 엘프인데…’
말다툼을 하는 이들은 지팡이 하나를 든 중년인과 가죽 갑옷을 입은 10대로 보이는 청년, 그리고 역시 같은 나이의 소녀, 특이하게 난쟁이. 이곳 말로는 드워프. 그가 제일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천화를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역시나 엘프. 그러나 말을 걸어오지는 않는다. 역시 하이엘프답다고 해야 하나?
그 다음으로 소녀가 천화를 의식하고는 주변 인물들에게 알렸다.
“음… 여기 누군가 계신지는 몰랐군요. 아까의 폭발로 놀라시진 않으셨습니까?”
가죽제 갑옷을 입고 롱 소드를 차고 있는 청년이 다가오며 먼저 말을 했다. 천화는 그를 한번 자세히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이군요. 저는 그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하엘이라고 합니다. 제 친구죠. 여긴 일란. 그리고 여기 드워프는 일란의 친구인 라인델프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 엘프 분은 이 숲에서 괴물들 때문에 동행하기로 한 분입니다. 성함은 일리나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분이십니까? 처음 보는 옷입니다만.”
그는 그러니까 이름이 그로이라고 했던가. 천화가 묻지도 않은 것을 술술 잘도 말해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천화가 입고 있는 옷은 중원에서 입고 있는 옷이었다. 그것도 주약빙이 지어준 예쁘장한 옷. 그 옷은 그들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하늘거리는 데다 상당히 부드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름이라… 저들의 이름을 들으니 원래 내 이름인 천화는 못 쓰겠다. 너무 튈 것 같아. 그보다 발음이나 제대로 할까?’
“아, 제 이름은… 이드입니다. 이 옷은 오다가 제가 입던 옷이 찢어지는 바람에 어떻게 구하게 된 것입니다.”
이드란 이름은 천화가 즉석에서 생각해낸 것이다. 정확히는 그래이드론의 이름을 빌리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혼자서 이 숲에 오다니 상당히 위험할 텐데.”
라인델프라는 드워프가 천화를 바라보며 한 소리 던지듯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다 이상한 옷을 걸친 천화를 드워프답지 않게 조금은 경계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