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7화
일란은 그렇게 생각하며 일행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생각을 물어 보았다.
그리고 대답은 간단했다. 그래이와 하엘은 보호자인 일란의 생각에 따른다는 것이었고 라인델프 역시 오랫동안 사권 친구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 그리고 일리나 역시 어느 정도 일란의 생각을 읽은 듯 같은 생각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드는 묵묵부답 살짝 웃음을 지으며 아무말도 않는 것이었다.
일란은 그런 이드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따라주리라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죄송합니다. 후작님 저희들은…… 그 일은 않 될 듯 합니다.”
일란이 별 다른 변명도 없이 거절했다. 그러자 마법사나 공작 역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라 하더라도 상관없는 일에 목숨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뜻밖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그일 제가 해볼까요?”
모두는 목소리가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이드가 생글거리는 얼굴을 한 채 앉아 있었다. 그런 이드를 향해 일란이 말했다.
“이드군, 자네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나…. 이번 일은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야. 더구나 들어간다 하더라도 어디로 이동할지도 모르는 일일세…”
“걱정 말아요. 일란, 저는 위장해서 들어갈 생각 없어요. 그냥 훔쳐오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게 어려우니까 하는 소리잖아…”
“그럼 훔쳐오는 게 왜 어려운 건지나 좀 들어볼까요?”
그러면서 시선을 마법사에게 돌렸다.
아프르 등은 이드의 말에 어리둥절했으나 이드의 요청에 따라 도둑질이라는 작업이 왜 어려운지에 대한 설명에 들어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비밀 창고는 지하에 있다고 한다(보편적이군^^)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여정이 험난한 것이다. 우선 공작의 저택 주위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는데 빈틈이 없단다. 거기에 저택의 문은 밤이면 모두 잠궈 놓는데(여름인데 덥지도 않은지….) 각 문마다 마법이 걸려 있어 문이 열리면 곧바로 들통 난단다. 그리고 저택의 안 역시 거의 기사 급의 인물들이 계속해서 돌아다닌다는 것. 그리고 지하로 향하는 입구는 공작의 서재에 있는데 그 서재 주위로 역시 경비 마법이 도사리고 있단다. 더구나 문 앞에는 항상 누군가 서 있다나? 그리고 지하로 통하는 입구는 벽난로 뒤쪽에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이란다.
“확실히 대단하네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 마법이 걸린 문을 어떻게 지나서 들어간 거죠?”
‘디스펠이라는 건가?’
이드가 제일 걸리는 마법에 대해 물었다.
“맨 처음엔 몰라서 몇 번 들켰다네. 그런 다음부터는 디스펠의 스펠북을 사용했다네. 그런데 서재까지는 도저히 갈 수 없더군. 항상 지키는 데다 마법까지 벽난로 뒤에 비밀 통로가 있다는 것 역시 우연히 거기서 나오는 공작을 멀리서 본 것이지. 순전히 운이었다네…”
‘보자~~~ 그럼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군….. 완전히 모른척하기도 그러니 잠깐 힘 좀 써 볼까나?….. 고생 좀 하면 될 것 같으니….’
“그럼 한번 해보죠. 그렇게 불가능할 것 같진 않으니… 어쩌면 가능할 것 같아요. 더구나 들킨다 해도 도망 정도는 쳐나 올 수 있으니 그렇게 걱정할 건 없어요 일란.”
이드는 마지막 말을 자신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일란과 일행을 향해 말했다. 이드의 마음은 여기 와서 친해진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것이었다. 그것이 왕자이든 평민이든 간에 말이다. 여기에 혼자인 지금 그들이 자신의 친지인 것이다. 여기와 혼자 외로운 자신에게 처음 사귄 인물들이니….
“하지만 혼자라…. 괜찮겠나? 자네가 하겠다면 기사들을 같이 붙여주겠네만.”
옆에서 듣고 있던 공작이 한마디했다.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간다면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힘들고 빠르지 못하죠. 오히려 혼자 하는 것이 편합니다.”
이런 이드의 의견을 받아들인 일행들은 황태자의 의견에 따라 별궁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리고 공작의 집으로 침입하는 것은 이드의 요청대로 다음날 저녁으로 하기로 했다.
어찌 됐든 그 날의 침입 준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우선 일행은 자리를 이동해 아프르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의 연구실 역시 궁에 가까이 있었다. 그곳 역시 꽤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나 제일 돈이 많이 드는 곳이라는 공작의 소개다. 이유는 그가 마법사답게 이런저런 연구를 하다 건물을 부셔먹는 통에 건물의 보수비로 엄청나게 나갔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별로 할 말이 없는 듯 아프르는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꽤 태평하신 분들이군…..’
잠시 후 일행들이 도착한 건물 역시 궁이었다. 별궁에서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은 황궁의 여러 건물들과는 달리 화려하지 않고 각이 져 있는 건물이었다. 거기다 건물의 주위로는 마법진 같은 것이 펼쳐져 있었다.
일란이 그 마법진에 대해서 물었고 공작이 대답하기를 아프르의 연구 도중 폭발사고 때 폭발 범위가 멀리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사고를 쳤으면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는지……
어쨌든 그의 연구실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관소이기에 침실, 식당 등이 있으므로 시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엘이 그런 시녀들을 바라보며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기 마법사님, 이곳에는 다른 마법사 분들은 않 계신가요?”
“아니, 있다네. 제자 녀석과 부하 녀석들까지 전부 저기 연구실에 박혀 있지.”
그리고 우프르가 안내한 곳은 궁의 제일 안쪽에 위치한 방이었다. 그곳은 꽤 커다란 문이 하나 서 있었다. 단단해 보이는 문은 대충 높이가 4미터 가량에 길이 3미터 정도였다. 보통 힘으로는 열기 힘들 듯한 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마법사의 연구실문이다…… 그 문을 향해 우프르가 명령했다.
“이슈르 문 열어.”
그러자 문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조금 굴직하고 감정이 없는 목소리의….
“어서오십시오, 우프르님”
“문이 대답한겁니까?”
그래이가 문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한나라의 궁정대마법사 그것도 제국의 마법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상당한 실례다. 그것도 평민이 말이다. 그러나 황태자나 후작과 마찬가지로 그도 그런 것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듯했다.
“그렇지 내가 만든 건데, 골렘을 만드는 방법을 이용해서 만들어 놓았지. 사람을 지정해 놓으면 그 사람들 외에는 열어주지 않아 더군다나 방어마법까지 걸려있어서 왠 만한 공격에도 안 부셔지지.”
그가 그렇게 설명을 할 때 문이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문의 안쪽으로는 엄청나게 커다란 방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 방은 지름 10미터 가량의 원형의 방이었다. 방 안에서는 7명 가량의 마법사들이 앉아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를 했다. 황태자 등이 여길 자주 들락거리는지 서로 그렇게 어색하거나 딱딱하지 않았다. 그들은 따라 들어오는 이드 일행을 바라보며 의아해 하며 우프르에게 물었고 그는 황태자를 구한 사람들이라는 간단명료한 설명을 내놓았다.
들어온 공작 일행들과 이드들은 그 마법사들이 앉아 있던 곳으로 가서 앉았다. 테이블이 엄청나게 넓어서 일행들이 모두 앉을 수 있었다. 연구실의 내부의 천정은 대략 5미터 가량 되어 보였고 한쪽으로 여러 실험 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는 여러 가지 책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또 한쪽으로는 연구실의 문과 비슷하지만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한마디로 깨끗하고 간단한 연구실이었다.
“사일. 가서 00번 이미지 크리스털을 가지고 와라.”
우프르의 말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금발의 잘생긴 젊은 마법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일어났다. 그는 연구실의 한쪽에 있는 책장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이지저리 흔들었다. 그러나 한쪽에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는 거기에 손을 넣어서 작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파란 크리스탈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가지고 온 크리스탈을 테이블의 한쪽에 있는 홈에 끼워 넣었다. 그러자 테이블에 희미한 마법진이 형성되며 건물 하나가 입체적으로 떠올랐다.
“대단하군요. 이미지 재생장치인 모양이데…. 거기다가 저 블루 크리스탈은 이미지 저장에는 제일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일란의 물음에 우프르가 살짝 미소 지었다.
“역시 자네도 마법사이다 보니 눈치가 빠르구먼….”
‘노친네, 여기 일리나도 마법사지만 가만히 있구만, 자신도 마법사라고 치켜세우긴…..’
여기 있는 마법사 아닌 몇몇의 생각이었다. …… 누굴까?^^ 공작이 건물을 바라보며 이드와 일행에게 설명했다.
“이게 라스피로 공작의 저택이지. 그리고 경비는 보다시피 여기여기 대충 30여 명 정도가 지키고 있지 만약 발각된다면 여기저기서 경비들이 더 쏟아지겠지만 말일세. 그리고 들어갈 수 있는 문과 창문들은 일층에서 이렇게 있고 안쪽은 이봐 우프르…. 그래 일층의 구조는 대충 이렇지 들어오려면 여기로 들어오는 게 서재에 제일 가깝지.”
공작은 입체적으로 떠있는 이미지를 바라보며 여기저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공작의 서재에서 들어갈 수 있는 장치까지만이 설명이 가능했고 그 이후로의 이미 지나 설명은 없었다. 별궁에서 설명을 들은 대로였다. 그 이미지들을 보며 이드는 대충의 길을 익힐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들어가는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한 번 보는 것과 안 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공작의 설명을 들으며 마법사들은 일행이 이곳에 침입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일행을 살펴보고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한 것이다. 그들이 보기엔 일란과 라인델프, 일리나 외에는 전부 어린애로 보일 테니 말이다.
“어디 스펠북 말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해보게 가능한 건 뭐든지 구해주지”
공작이 이드를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마법사들의 시선이 곧장 이드에게로 쏠린 후 무슨 황당한 작전이냐는 듯이 자신들의 스승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눈짓을 해 보였다.
‘하~ 여기 기강 한번 대단하군…’
제자들이 스승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본 일란의 생각이었다. 우프르는 제자들의 설명을 바라는 간절한 눈빛에(보는 사람에 따라 뭐든지 다르게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드에 대해서 아까와 같은 간단한 설명을 했다.
우프르왈
“이드군은 소드 마스터 상급 정도의 실력으로 짐작되며 저 유명한 용병단인 블랙 라이트의 단장과 싸워서 승리한 사람이다. 특히 주의할 점 이드는 엄연한 남성이다.”
우프르는 자신이 실수한 것을 제자들이 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후 우프르는 자신의 제자와 부하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생각대로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우프르에게
‘어딜 봐서 저 모습이 남자로 보입니까? 벌써 노망끼가 발동하십니까?’
하는 듯 묻자
‘너희들 죽고 싶냐?….그리고 내가 언제 이런 거짓말 하디?’
하는 눈빛으로 되받쳤다. 그러자 제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한쪽에서는 알지 못할 눈빛 토크를 하는 동안 공작과 이드들은 이드가 필요해할 물건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이드의 대답은… NO
“아니요. 필요한 건 없습니다. 뭐…. 옷이나 검은색으로 갈아입으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그 서류들은 담아올 것 하고요.”
“그거야 당연히 준비해야 할 것 아닌가….. 정 그렇다면 알겠네 만약에 필요한 것이 생기면 이야기하게….”
대충 이야기를 마치고 제자와 부하들과 전쟁체제에 돌입하려는 우프르를 말리고는 연구실에서 거하게 저녁을 마쳤다.
달빛도 약한 밤 10시경 라스피로 공작의 저택을 바라보는 몇몇의 눈빛이 있었다. 그 눈빛들은 저택의 맞은 편 골목 중 하나에서 빛나고 있었다.
“저희는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드의 옆에 서있던 젊은 갈색머리의 기사가 이드에게 정중히 말했다.
그는 샤이난이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기사였다. 그는 이스트로 공작의 제자로 젊은 나이지만 그 실력을 인정받아 기사 서훈을 받았다.
그는 이번에 공작에게서 이드와 같이 행동하라는 명령을 받고있었다. 그리고 귀족인 그가 이렇게 정중히 대하는 것은 공작으로부터 황태자의 은인이라는 것과 소드 마스터 급의 인물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 역시 소드 마스터이지만 자신보다 어린 이드가 소드 마스터라는 소리에 그는 이드를 검사로서 인정한 것이다.
그런 그의 곁으로는 일행을 대표해서 일란이 따라와 있었다.
“발각되면 즉시 나와서 우리를 부르게 알았지?”
“걱정 말아요. 일란, 그럼 다녀올게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선 자신의 허리에 걸린 두개의 검을 쓰다듬은 다음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그런 후 빠르게 반대쪽 건물의 그림자로 숨더니 일란과 샤이난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둘은 사라진 이드를 보기 위해서 저택으로 눈을 돌렸으나 한참이 지나도 저택으로 향하는 그림자를 보지 못해서 당황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당황하고 있을 때 이드는 이미 공작의 저택건물의 한 창문 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미지로 보고 들어가기로 보아둔 그 창문이었다.
그 앞에서 이드는 가지고 온 디스펠의 스펠 북을 찢었다. 그러자 창문에서 약간의 빛이 나더니 사라졌다.
그걸 본 이드는 조용히 문을 열고 저택의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복도에선 이드는 문을 닫은 후 복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가서 꺾여지는 부분에서 정지한 후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그런 이드의 눈에 기사 한 명이 문을 지키고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드는 그 기사를 바라보고는 가지고 온 디스펠과 일루젼의 스펠 북을 같이 찢었다.
디스펠은 서재문의 마법 해제였고 일루젼은 기사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였다. 그런 후 이드는 신법으로 발걸음 소리를 완전히 죽인 후에 재빨리 서재로 들어갔다. 기사는 일루젼으로 인해서 앞으로 지나가는 이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일루젼은 오래가지 않는다. 잠깐만 그 효력을 발하는 것이었다. 길게 했다가 자신의 앞으로 누가 다가와도 모른다면 금방 들키는 거니까.
서재 안은 상당히 잘 정돈되어 있었다. 나란히 놓인 책들과 종이 쪼가리 하나 남아있지 않은 깨끗한 책상 등등…….
“깨끗하게 하고 사는군…..”
이드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들은 바에 의하면 벽난로 뒤에 있는 문을 열기 위해서는 책상의 장치를 조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드는 책상으로 다가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잉크병을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린 후에 다시 벽난로 쪽으로 다가가서 벽난로 옆에 달린 불꽃보양의 장식품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벽난로가 소리도 없이 옆으로 밀려나며 뒤로 작은 통로를 드러냈다.
이드는 그곳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에 공력을 주입한 후에 발을 계단에 놓지 않고 허공답보로 계단을 내려갔다.
이드가 이런 방법을 택한 이유는 계단에 무슨 장치가 되어 있을지 몰라 만일을 대비한 것이다. 만약에 그런 장치가 되어 있어 걸리기라도 한다면 이드 정도의 실력에 다치는 것은 없더라도 들킬 것이 뻔한 일이다. 들은 바대로라면 여기 장치들은 마법경보와 거의 다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말이다. 10미터 가량 나아가자 눈앞에 문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기사 한 명이 서 있었다. 마침 검을 닦고 있는 중이라 계단 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이드는 이번에는 일루젼을 사용하지 않고 그의 혼혈을 집어서 기절시켜버렸다. 그런 후 다시 수혈을 집어 깨지 않도록 잠재운 후 문 앞에 섰다.
문에서는 희미하지만 마나의 흐름이 흐르고 있었다.
“참 대~단하다. 완전히 문마다. 방마다. 마법을 떡칠을 해놨군. 문에 마법 거는 전문 마법사라도 있는 모양이지? 디스펠 스펠 북을 여러 개 가져와서 다행이다. 으이그….”
이드는 주머니에서 디스펠을 꺼내 들었다. 이것 모두 우프르, 궁정대마법사가 만든 것이라서 성능은 문제없었다.
어쨌든 디스펠로 마법을 해제한 이드는 우선 천이 통으로 안쪽의 인기척을 살핀 후 문을 밀어 들어갔다. 문 안은 가로 세로 7미터 가량의 사각형이었다. 중앙에 네모난 테이블이 놓여 있고 10개 정도의 의자가 같이 놓여 있었다. 이드가 다른 곳을 둘러보았으나 사방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림이 몇 개 걸려 있을 뿐이었다.
“마법….. 일루젼이 걸려 있는 건가?……”
사방을 둘러본 이드에게 제일 의심되는 것 마법이었다.
문마다 마법을 떡칠을 하는 저택이니 이런 비밀스런 곳에 마법 거는 건 당연하다고 봐야 할지도……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자신의 기를 주위의 마나와 공명시켜 마나가 이상하게 흐르는 곳을 찾았다. 곧 이드에게 마나의 이상 흐름이 느껴져 왔다. 그것은 바로 방안의 왼쪽 벽의 바닥과 2미터 정도의 높이 부분이었다. 이드는 그곳으로 다가섰다.
“문에 걸린 마법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이드가 느끼기에 이곳의 마나 흐름은 문에 흐르는 흐름보다 격하고 섬세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드는 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디스펠 스펠북을 꺼냈다.(얼마나 가지고 왔을지^^::)
이드는 그것을 사용하려다가 다시 하나를 더 끄집어 낸 뒤에 같이 찧어 버렸다. 그러자 이드가 바라보고 있던 곳이 약간 흔들리며 희미해지더니 다시 원상태로 되어 버렸다.
“역시 잘 안 되네…… 그럼…”
이드는 다시 주머니에서 스펠북 5장을 꺼내서 찧어 버리려다가 두 개는 남겨두었다. 왜? 나갈 때 다시 써야 하니까…..
손에 쥔 3장의 디스펠을 가차없이 찧어 발겼다. 그러자 마법이 걸려있던 벽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그리고는 나무문으로 막혀진 작은 금고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걸 보며 이드는 손을 뻗으려다가 주위에 마나가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는 나아가던 손을 멈추었다.
그때 나타났던 금고가 다시 사라져 버렸다.
“젠장……신경질 나는데 확…….”
이드는 그 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아는 수법들 중에 이걸 해제 할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기는 했으나 처음 해보는 것이라 잘못하면 들키게 된다. 그러면…….?
그렇게 고민중인 이드의 의식 속으로 작은 속삭임 같은 것이 있었다.
[이드님 제가 그마법 해제 할수 있어요.]
“….음?….”
이드는 들어본 목소리의 속삭임에 급히 시선을 내려 허리에 걸려있는 검 라미아를 내려다 보았다.
“맞아 널 깜박하고 있었다. 라미아….. 너 이거 파해 할 수 있다고?”
[네! 일루젼과 배리어, 그리고 썬더 트렙이 같이 깔려있어요. 그래도 제겐 하급마법이거든요.]
“그래그래 귀여운 녀석. 그럼 이거 파해 해줄래? 아참 그리고 여기 금고나무문에 무슨 마법이 걸려있으면 그것도…부탁해..”
[걱정 마세요. 이드님, 그런데요……]
“뭔데, 말해봐…..할말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저…. 앞으로 저에게도 말 좀 해주세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에게 말 걸어본지가 꽤 됐다. 자신이 언제 말하는 검을 가지고 있었어야 익숙해질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습관의 문제일텐데…..
“라미아, 미안… 내가 습관이 안돼서 말이야….그럼 가끔은 니가 먼저 말을 걸어봐 아무거나 좋으니까.”
[네…… 고마워요.]
라미아의 말이 있은 후 곧바로 벽에 금고가 나타났다. 마법이 해제 된 것이다.
“라미아 너 확실히 능력은 좋다.”
그렇게 말해주고는 금고의 나무문을 열었다.
금고의 안에는 여러 가지 서류뭉치들과 몇 가지 수정도 같이 있었다.
그 수정은 우프르의 연구실에서 보았던 이미지 보관용 수정과 같은 것이었다. 이드는 우선 서약서를 찾아야 하기에 들어있던 모든 것을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다 놓고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뒤지던 이드는 서류뭉치가 들어 있는 서류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여러 인물들의 서명과 함께 라스피로 공작과 함께 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실려있었다.
“이거다……음?….이건…”
이드는 서약서를 훑어보던 중 옆에 놓인 다른 서류에 눈이 같다. 거기에는 여러 쪽지와 두개의 수정이 같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로웠다.
“호~ 이거 단순한 반란이 아니잖아…..”
이드는 서약서와 함께서 그 쪽지들과 수정 역시 주머니에 고이 모셨다. 그리고 다른 쪽지들 역시 쓸모가 있을까하고 다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후 금고 문을 닫은 후 라미아에게 같은 마법을 걸 것을 말한 후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문 앞에서는 여전히 그 경비병이 거의 기절하다시피 졸고있었다.
이드는 그의 수혈을 슬쩍 건드린 후 내려 올 때와 마찬가지로 계단을 밟지 않고 서재로 나왔다.
“조금 있으면 깨어날 테고 …… 문 앞에 서있는 녀석은 …”
이드는 주머니에서 이제 하나 남은 일루젼을 꺼냈다. 그리고는 문 뒤에서 스펠북을 찢었다. 그런 후 소리를 죽여 문을 열었다. 일루젼이 잘 먹혔는지 이드를 바라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드는 그를 한번보고는 소리내지 않고 아까 들어 왔던 문에 가 섰다. 거기서 다시 디스펠…… 이 정도면 못 털 것 없는 귀신 급의 도둑이다.^^
“어떻게 된건지…..”
일란이 걱정되는 듯 저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샤이난이 말을 받았다.
“괜찮을 겁니다. 아직까지 큰 소동이 없었으니….”
그 역시 그렇게 말하며 저택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기에도 저 저택의 지하에 대한 조사는 전혀 진전된 것이 없었다. 그런데 과연 안전할까? 들은 바로는 소드 마스터 급의 중에서 상급에 가까운 실력이라 평하고 있다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만……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만약에 발각될 것을 대비해서 10여명의 기사들을 옷을 갈아 입힌 후에 한쪽에 대기 시켜 놓기는 했지만……
그때 뒤에서 두 사람이 기다리던 인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요?”
두 사람은 즉시 뒤를 돌아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이드가 자연스럽게 서있었다.
“이드, 자네 언제….. 들어갔던 일은?”
“별문제는 없습니까?”
“괜찮아요. 같던 일도 잘됐고요. 뜻밖의 수확도 있었으니 어서 돌아가죠.”
두 사람은 뜻밖의 수확이라는 이드의 의아한 말을 들으며 기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쪽에서는 말을 탄 10여명의 인물들이 세 마리의 말을 붙잡고 조용히 서 있었다. 다가온 일행들에게 말을 내어준 10여명의 인물들과 함께 일행은 조심스럽게 궁으로 향했다.
돌아온 이드를 바라보며 우프르의 연구실에서 기다리던 일행들은 반가워했다. 연구실에는 이드의 일행과 공작, 크라인, 워이렌 후작 그리고 우프르와 그의 제자와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무사히 돌아온 세 사람을 맞으면서 자리를 내주었다.
이드가 않으면서 자신이 가져온 것들을 꺼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서약서를 들어 보였다.
“이게 그 서약섭니다. 보니까 꽤 되더라구요.”
그것을 받아든 공작은 거기 나와있는 인물들은 한번 훑어보고는 인상을 구겨댔다. 그런 공작을 바라보며 이드가 한마디했다.
“그리고 뜻밖의 것도 건졌습니다.”
이드의 말에 이드에게 같은 말을 들었던 일란과 샤이난 역시 남아있던 일행과 같이 이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건 데요. 어떻게 서약서를 찾다가 보게 된 건데…. 제 생각이 맞다면 그 라스피로라는 놈 이미 다른 나라와 짜고 한 것 같더군요.”
이드의 말의 파장은 대단해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한 듯 이드의 손에 들린 것들은 바라보았다. 특히 공작과 후작 등의 주요 인물들은 더욱 그러했다. 이드는 손에 들린 종이 중 하나를 사일에게 내밀며 볼 수 있게 하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이건 이 쪽지를 보니까 명령지시 비슷한 내용인 것 같더군요.”
일행은 이드의 말에 묵묵히 사일이 재생시킨 이미지가 재생되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미지에 떠오른 한 노인 마법사의 전달사항은 이러했다.
‘일의 진행 정도는 잘 받아 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서서히 최종 단계로 돌입합니다. 얼마 후 저희 쪽에서 작은 분쟁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쪽에서는 군을 움직일 것이고 수도에 경비가 허술해지리라 예상됩니다. 그러면 그때 공작께서 나서시면 간단합니다. 지금의 힘이라면 수
도의 군이 꽤된다 하더라도 성공하리라 예상됩니다. 정확한 날짜가 확정되는 즉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이 성공하게 되신다면 대. 공. 전. 하. 가 되시는군요. 공작님.’
전달사항은 간단했으나 내용은 절대 아니었다. 한마디로 라스피로가 배신하여 나라를 팔아 치운 뒤 그곳의 대공으로 등극한다는 계약적인 내용인 것이다.
“으드드득…….이놈….”
공작이 흥분한 듯 이빨을 모두 부러트릴 기세로 갈아 무쳤다.
그의 기세로 보아 만약 라스피로가 앞에 있었다면 맨손으로 찧어버릴 기세였다. 다른 인물들 역시 공작만은 못해도 그에 준하는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공작님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대책부터 가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드가 조용히 나섰다. 이드는 이미 그 내용에 대한 것을 대충이나마 쪽지를 읽어 짐작하고 있었던지라 이 중에서 충격이 가장 적었다.
“그렇군…… 자네 말이 맞아… 우선 다른 적국이 관련되어있다면 라스피로를 빨리 처리한 후 전쟁에 대비해야겠지….. 으득…이놈 찧어 죽여버리리라…..”
“이스트로님, 우프르님, 모두 가시죠. 당장에 아버님을 뵈어야겠습니다. 이건 시간을 갖고 처리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드님 수고하셨습니다. 우선은 별궁으로 가셔서 쉬고 계십시오.”
그렇게 말한 후 크라인은 3명을 이끌고 급하게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샤이난과 사일 등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드들은 자신들만 별궁으로 가서 편히 쉬기에는 뭐했기 때문에 그들과 같이 연구실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1,2시간 후 상황은 급하게 진행되었다.
황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크라인은 이스트로 공작과 함께 움직였다.
그들은 우선 군과 기사단을 나누어 반란자들의 영지가 잇는 쪽으로 향해서 주살 할 것을 명했다. 그로 인해 수도에서는 엄청난 수의 인원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수도의 주민 중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각 영지로 사람을 보내어 반란에 가담한 자의 영지와 가까운 영주들에게 공격명령을 시달했다. 그리고 수도에 있는 다른 반란군들은 후작이 맞기로 하고 기사들과 샤이난을 이끌고 나갔다. 그리고 이 일의 주동자인 라스피로는 크라인과 공작이 직접 맞기 위해 황제 직속의 태양의 기사단을 이끌었다. 거기에는 이드 일행 역시 끼어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데 놀고만 있을 수 없어 따라 나온 것이었다.
크라인이 이끄는 근 백 여명 이상의 인물들이 라스피로의 저택에 도착하기 전까지 저택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조용했다. 그러다가 다가오는 백 여명의 기사들과 그 앞에 선 크라인을 보고는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바로 저택 쪽에서부터 40여 명의 기사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호리호리한 몸에 하얀 얼굴을 한 갈색머리의 젊은 인물이 걸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