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8화
그는 곧바로 공작과 황태자를 알아보고는 당황한 듯 말했다.
“크라인 전하, 이스트로 공작님 무슨 일로….. 게다가 기사단은….”
그는 이들의 출연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크라인이 크게 소리쳤다.
“몰라서 묻는가 반역자 라스피로”
라스피로는 크라인의 말에 적잖이 놀란 듯 입도 열지 못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크라인의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라스피로 그대는 감히 반역을 하려했다. 뿐만 아니라 적국과 내통하여 나라를 팔아먹으려 하였으니 그 죄는 절대 용서 받을 수 없으리라.”
“전하…..어떠한 말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사오나… 저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았사옵니다. 증거조차 없이 어찌 신하를 이리 박대하십니까..”
그는 짐짓 억울한 듯 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이스트로 공작의 코웃음으로 간단히 박살나 버렸다.
“흥. 더러운 놈 이미 증거는 다 확보되었다. 너는 지하의 비밀실에도 들어가 보지 못했더냐? 우리는 이미 그곳의 모든 문서들을 확보한 상태이다. 감히 나라를 배반하려 하다니…. 내가 손수 찢어 죽여주리라…..”
라스피로는 공작의 말에 당황한 듯 옆에 있는 인물을 바라본 뒤에 다시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어떤 중년인이 다가오더니 라스피로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었다. 그 말을 들은 라스피로는 적잖이 당황한 듯 하더니 다시 시선을 크라인 등에게로 돌렸다.
“큭… 능력도 좋구나 그곳에 들어가서 서류를 빼가다니…. 좋다 이렇게 된 이상 지금 왕위를 가져가지.”
그리고는 그가 신호하자 저택의 뒤와 주위에서 검은 갑옷의 기사 50과 용병으로 보이는 검사들 50이 달려나왔다.
엄청난 인원이었다. 어떻게 저 많은 인원이 이곳에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공작 등은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인원 차에 잠시 당황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되 이렇게 많은 인원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공작의 옆의 병사에게 워이렌 후작에게 연락하라고 보낸 후에 검을 빼들었다.
“네놈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수도에서 그 정도의 인원으로 반란을 꿈꾸다니 말이다.”
“큭…얕보면 곤란해 공작 저기 있는 기사들은 각각이 소드 마스터 초급을 넘어선 자들이야. 뿐만 아니라 마법사 역시 우리와 함께 하거든. 참, 우프르 당신과는 잘 놀아 줄 거외다.”
크라인 등은 그의 말에 긴장되었다.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소드 마스터, 그것도 초급 이상의 실력, 더구나 저 중에 마법사가 있다면 우프르의 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도대체 어떤 나라죠? 저런 전력을 숨기고 있는 나라라니….”
“전하 우선 피하십시오. 적의 전력을 얕보았는데…… 이 정도의 전력 차라면 신변이 위험합니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라스피로를 먼저 해결하고 군대와 기사들을 파견할 것을…..”
“이스트로님 지금에 와서 후회하면 무엇합니까. 지금은 저 녀석들부터 처리 하셔야죠. 그리고 전 피하지 않겠습니다.”
“………”
공작은 결심한 듯 말하는 크라인을 바라보며 돌아갈 것을 권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주위 기사 5인에게 전하 곁을 떠나지 말란 명을 내렸다.
“공작님 저희들 역시 돕겠습니다. 우프르님께서 저들을 상대하셔야 하니 마법은 저와 여기 일리나 양이 상대하겠습니다.”
일란이 나서서 공작에게 이야기했다. 공작은 그 말에 반가워했다. 그리고 다른 일행과 3명의 기사에게 일란과 일리나를 지키라고 명령했다.
그의 명령과 동시에 저쪽에서 기사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제일 앞에 50여 명의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달려오고 그 뒤를 용병과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50대 90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는데 상황은 압도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갔다. 제일 앞에 달려온 검은 갑옷들이 뛰어난 소드 마스터라는 뛰어난 실력으로 기사들을 따로 흩어놓거나 상처를 입혀놓으면 그 뒤의 용병과 기사들이 혼자되거나 다친 기사들을 완전히 처리하는 식이었다.
특히 그들은 확실히 적을 처리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기에 피해를 별로 입지 않고 있었다.
“흠….. 트란, 캘럭………… 너희들이 가서 저들을 맞아라…다른 기사들은 저들을 지원하라.”
공작이 기사단 중 실력이 뛰어난 20들로 하여금 검은 갑옷들을 막게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맞을 수 있는 인원을 자신들과 같은 20여 명, 나머지 30명에 가까운 인원을 그대로 치고 들어왔다. 더군다나 그들의 뒤로 용병과 기사들이 닥쳐오고 있었다.
그걸 본 일란과 일리나가 우선은 용병과 기사들을 막기 위해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블래스터. 익스플로젼.”
“땅의 정령이여 나의 적을 묶어라 바람의 검이여 나의 적을 베어라.”
일란의 마법과 일리나의 정령술로 용병과 기사를 공격하기는 했지만 상대가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우프르를 상대하던 마법사 하나가 간간히 그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이드가 일란에게 방금 떠오른 것을 이야기했다.
“일란 저번에 본 그 속도 빠르게 해주는 마법요. 그거 헤이스트라는 거.”
“안돼. 그건 개인용 마법이야 더군다나 저렇게 싸우는데 걸었다간 상대도 같이 헤이스트에 걸리게 된다. 워터 캐논…젠장 저놈 때문에 또 막혔어.”
“이봐 이드 자네가 한번 해봐. 실력 좋잖아….실드 … 저 자식 이제 공격까지 하네. 자네 저번에 용병들의 쓰러뜨린 거 그런 거 없어?”
“하지만 그건….. 후… 모르겠다.”
그렇게 중얼거린 이드는 총알처럼 뛰어들었다. 우선은 서로 혼전하는 곳보다 저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 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뭉치면 죽는다. 낙뢰(落雷)”
외침과 함께 이드의 라미아에 형성된 굵직한 뇌력의 검기가 그들에게 떨어졌다. 그것은 곧바로 받은 인물을 때워버리고 땅에 부딪치며 폭발했고 그 여파로 주위에 있던 네다섯의 기사가 날아갔다.
그걸 보고 이드는 다시 라미아를 넣고 일라이져를 꺼냈다. 그리고는 거기에 검기를 주입해서 검을 형성시켰다. 확실히 그냥 검보다는 검기로 형성된 것이 갑옷을 자르는 데 잘 들 것이다. 물론 검에 따라 다르다. 특히 라미아는 그런 걸 절대 가리지 않을 검인데 이드가 지레 짐작하고 일라이져를 꺼내든 것이다. 확실히 라미아의 능력에 대해 잘 모르는 바보인 것이다.
이드는 손에 든 일라이져를 들고 주위를 향해 휘두르려다가 하나 생각나는 게 있었다.
“으~~ 내가 왜 이러지? 원래는 이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았는데 ….. 그래이드론 그 녀석 때문인가? 로이콘”
이드는 소환한 로이콘을 향해 기사와 용병들을 한데 모을 것을 명령하고는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기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냥 휘두르는 검이지만 검기로 형성되어 있었기에 갑옷이 걸리지 않고 깨끗하게 절단되어 버렸다. 물론 그 안에 있을 사람의 약한 몸이야 말해서 뭐하겠는가….
그와 함께 강한 바람에 휘말려 뒤로 물러난 기사들과 용병이 한데 모여 버렸다. 대충 십여 명 선이었다. 바람에 대항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이드가 일라이져를 땅에 꽂았다.
“편안히 가길…. 대지 일검”
이드의 외침과 함께 검기가 땅을 따라 달려 적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폭발해 버렸다. 그걸 맞은 용병과 기사들은 튕겨서 날아가 버렸다. (볼링 같죠?) 죽지 않더라도 최소한 중상이었다.
“시체 보존시키려고 너무 약하게 했나?”
사실 그들이 폭발하는 것을 보는 것이 뭐해서 검기를 조절한 것이다. 어떤 누가 사람이 떠지는 꼴을 보고 싶겠어?
그때 그런 이드의 등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가 있었다. 이드가 순식간에 20여 명을 날려버리는 것을 본 마법사가 위기감을 느껴 날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역효과였다. 이드가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흘려 기사들을 향해 날려버리곤 마법사를 먼저 없애야 쉬워진다는 판단 아래 모여서 우프르와 일란, 일리나를 상대하고 있는 세 명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런 이드를 보고는 한 마법사가 파이어 블래스터를 날렸으나 그것은 로이콘에 의해 막혀버렸다.
“요번엔 좀 센 대지 일검”
이드의 외침을 따라 굵직한 검기가 땅을 달렸다. 그것을 본 마법사들은 급히 몸을 날리고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나 마법사가 기사도 아닌데 몸을 날려봐야 어쩌겠는가? 몸을 날린 마법사는 두 사람의 마법사가 형성한 바리어와 충돌한 검기의 충격파에 날아가 건물에 부딪쳐 버렸다.
이런 이드의 활약으로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이드와 상급 정령 로이콘 때문에 앞으로 나갈 수 없었던 용병과 기사 때문에 검은 갑옷들이 고전하게 됐고, 마법사들을 잠시 붙잡아 둔 덕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세 명의 마법사들이 용병들과 기사들을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우프르와 일란은 용병과 기사들을, 일리나는 정령술로 검은 갑옷들을… 그 한번의 공격으로 일리나의 정령을 막던 검은 갑옷들 중 5명 정도가 태양의 기사단의 검을 맞았고, 우프르와 일란의 공격을 받은 용병과 기사들은 거의 40여 명이 날아가 버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드의 공격 때문에 우프르와 일란에게 손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들 때문에 우프르와 일란은 맘 놓고 용병과 기사들을 향해 마법을 난사했다. 잠시 후 그들의 마법 난사 덕에 땅은 엉망진창이고, 용병은 전멸했으며 기사는 몇 명이 서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이드가 맞고 있던 마법사 두 명 역시 이드의 검기와 정령의 공격으로 운명을 달리해버렸다. 상황이 확실하게 반전되어 버리자 당황한 공작은 이제 30명으로 줄어든 검은 갑옷들에게 외쳤다.
“안되겠다. 즉시 철수한다.”
그러면서 품에서 작은 수정을 꺼내 들었다. 이드는 그 수정에서 마나가 작용하는 것을 느끼고 검을 날렸다. 그러나 그전에 공작이 수정을 작동시킴으로 해서 이드가 낚은 것은 그의 왼손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검은 기사들 역시 품에서 스펠 북을 꺼내서 텔레포트해 버렸다. 그들에게 대들던 태양의 기사들은 완전히 닭 쫒던 개꼴이 되어버렸다. 어찌됐든 대충 전투가 끝난 주위는 완전히 폐허에 가까웠다. 마법의 난사로 저택이 부셔지고 땅이 파헤쳐졌으며 사람들이 다 도망간 듯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태양의 기사단은 남아 있는 몇 명의 기사들을 사로잡았고 상처 입은 기사들을 신전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처가 심한 자들은 우선 하엘이 나서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런 하엘을 바라보며 이드는 일란 등이 모여 있는 장소로 옮겨 걸었다. 그런 이드를 바라보며 공작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찌됐든 대충 뒷수습이 되어갈 때쯤에서야 워이렌 후작이 기사들을 대리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멀리서 전투가 끝난 듯 한 분위기를 느끼고는 말의 속도를 늦추었다.
“전하,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급히 달려온 기사의 보고를 받고 달려왔습니다만 이미 상황이 끝난 듯 한데…..”
후작의 말에 공작은 이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허허 위험했지 그런데 이 사람 덕분에 무사히 넘겼네 과연 크라인 전하를 구할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더군… 덕분에 살았어.”
“허~ 잘되었습니다. 제가 맞은 쪽 역시 모두 일을 마치고 항복한 것들은 잡아들였고 도망치고 있던 것들은 죽었습니다. 그런데 라스피로 놈은….”
“흠… 그게 텔레포트로 도망가 버렸어 적국의 기사로 짐작되는 30여 명의 기사와 함께 말일세. 그리고 전쟁에 대비해야 할 것 같군. 그 기사들의 실력이 엄청났다네… 각각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있더군…..”
“그런…….”
“자자 다른 건 궁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어서 궁으로 돌아갑시다. 전원 궁으로 돌아가라.”
“예”
기사단은 웅장하게 답한 후 말을 몰아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이드들은 크라인과 함께 궁으로 향했다.
시끄러웠던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 황제의 명으로 모든 귀족들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라스피로와 관련된 영지로 떠났던 기사들에게는 그들을 그 자리에서 처리할 것과 대리자를 보내기 전까지 지휘관이 그 영지를 맞을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공작과 크라인, 후작, 마법사 등은 귀족들을 모아 두고 지난밤 있었던 일의 설명과 적으로 예상되는 나라의 국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리고 즉시 혹시 있을지 모를 전쟁에 대한 대피를 명령했다. 그리고 영주를 읽은 영지를 지휘가 높은 기사들 중 영지가 없는 이들 에게 나누기도 하고 그리고 재능이 뛰어난 이들에게 나누었다. 또한 이번 일에 절대적인 도움을 준 일행에게도 영지를 하사하려 했으되 각각의 이유로 거절했다. 일란은 마법사영지를 가지게되면 연구에 몰두할 수 없다는 것, 그 다음 하일과 그래이는 너무 어려서 자신 없다는 것, 라인델프와 일리나는 물으나 마나이고, 이드 역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며 사양….. 그로 인해 영지는 하사하지 않고 각자에게 작은 작위를 하사했다.
“전쟁이라……..아나크렌과 아니크렌과 싸우는 ….. 뭐더라 하여튼 둘 중에 어느 나라가 더 낳죠?”
이드가 자신의 옆에서 말을 몰아가는 일리나에게 물었다.
“카논이죠. 이드, 잘 모르겠어요. 제가 들은 바로는 양국의 국력은 거의 비슷하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서로 견제만 할 뿐 건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현재 말을 타고 레이논으로 향하는 사람은 이드와 일리나 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아나크렌에 남았다. 시끄러웠던 그 날밤이 지나고 5일 후 일행이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그때 전쟁을 알리는 전령이 달려왔다. 본격적으로 발발한 상태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 확실히 크게 번질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 말을 들은 일란 등이 조금이라도 돕겠다고 아나크렌에 남은 것이다.
물론 일리나와 이드에게 그렇게 멀지도 않은 거리이고 힘든 일도 없을 테니 여기 있으라는 말을 듣고 말이다. 사실 일란 등은 일리나스의 국경부근에 있는 자세히 말하자면 거의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산맥에 자리한 마을 사람들이라 어느 나라에 대한 소속감은 없었다. 단지 크라인은 도와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리나 그 카렌이란 곳이 바로 라스피로가 연계하고 있었던 나라라면? 그들에게 검은 기사들이 많이 있다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기는 하지만…… 하지만 이드 소드 마스터에 든 사람들이 갑자기 그렇게 많아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그들이 중용한 일이기에 소드 마스터들만을 차출해서 보내 놓은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이드가 일리나의 말을 들으며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소드 마스터라….. 검기를 약간만 다룰 줄 알면 가능한 것인데…..여기서는 그런 것에 대해 그렇게 연구된 것이 없기 때문에 귀한 것인가? 그럼 중원은? 완전 소드 마스터 천국이겠군…..’
일리나의 목적지인 레이논 산맥까지는 이틀 간의 거리였다.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말을 빨리 달린다면 내일 오전에는 도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리나 그 드래곤의 레어는 어디 있는지 알아요?”
“정확한 것은 몰라요. 대충의 워치만 알뿐이에요. 가서 그 근처들을 찾아 보아야죠.”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이드가 머리에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저~ 일리나 제가 들은 바로 드래곤들이 여행 중 일 때가 있다고 하던데….. 레어에 있는 게 확실 한가요?”
“그건….확실하지 않아요. 확률은 반반이죠….”
‘후~ 이거 만약에 없으면 골치 아파지는 거잖아 …… 나야 드래곤 로드를 찾아야 하지만 ….. 일리나는 골드 드래곤의 수장을 찾아야 하니…. 뭐 안되면 로드보고 처리하라고 하지 뭐 내가 힘들게(?) 말까지 전해주러 가는데 지가 그런 부탁도 않들어 주겠어?’
완전히 낙천주의, 고민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전형 같은 느낌이다.
다음날 오후에 이드와 일리나는 레이논 산맥의 동북쪽의 높은 산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했다. 일리나의 말에 따르면 그가 여기에 산다는 것이다.
‘화~ 그놈 엄청 험한데 사는군…. 사람 찾아가기 힘들게…….’
이건 이 녀석 기준의 이 녀석만의 생각입니다. 그냥 내비두십시오.
산맥의 동북쪽에 위치한 이곳은 상당히 험한 곳이었다. 이곳의 산들 모두 상당한 높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여기로는 사람조차 다닌 적이 없어 전혀 길이라곤 없을 뿐 아니라 드래곤의 레어답게 얼마정도의 몬스터까지 살고있다.
“일리나 찾기 귀찮은데……”
이드가 은근하게 말하자 무슨 말이냐는 듯 일리나가 이드를 바라보았다.
“…..마법 강한 것 한방 날리면 나오지 않을까요?”
“세상에…..이드…. 드래곤은 자신의 영역에 침입하는 존재도 싫어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파괴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라구요. 이때는 아무 말도 통하지 않아요. 절대로 않되요.”
“하~ 그래도….. 너무 넓다고요.”
일리나 역시 그런 이드의 맘을 이해했다. 산은 엄청난 넓이였다.
이곳들을 다 뒤지려면 한 달 정도는 걸릴 것 같았다.
“일리나 그럼 우선 산으로 들어가서 한번 불러보죠.”
이드의 말에 일리나는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떻게 말마다 그렇게 어처구니없게 뭐 하냐는 듯 말이다.
“이드… 드래곤은 부른다고 나오지 않아요. 드래곤은 강아지가 아니라구요…^^;;”
“내가 부르면 나올 거예요. 궁금해서라도 말이죠. 어디까지나 있을 때 말이지만요. 자~ 그럼 출발하죠.”
이드는 힘차게 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이미 말은 저번 마을에서 처분해 버렸다. 이런 산 속을 가는데 말을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말이다. 일리나 역시 이드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길은 상당히 험했다. 뿐만 아니라 나무도 우거져 있고 풀도 길게 자라있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상당히 느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가지도 않고 저녁이 될 것이다. 지금 역시 오후였기 때문에 말이다.
이드는 힘겹게 뒤따라오는 일리나를 한번 보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일리나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가다가는 도저히 안되겠어요.”
“하지만 어떻게요…..”
“업혀요….. 어서요.”
일리나는 이드가 어떻게 하려는 지는 몰랐지만 우선 이드의 등에 업혔다. 그런 일리나를 향해 이드는 자신의 목을 꽉 붙들게 하고는 일리나를 업었다. 그런 후 전면의 나무를 차 올라서 나무의 꼭대기로 올라가 섰다. 그런 후 신법을 펼쳐 나무 꼭대기를 뛰어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말이다.
“이드…. 어떻게…. 나무를…”
“이거요? 간단해요. 저번에 내가 가르쳐 준 경공이라는 보법 있죠? 그걸 오랫동안 끝까지 익히면 간단해요.”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달린 이드는 일리나가 드래곤 라일로시드가의 레어로 추정된다는 곳에 내려섰다.
“다 왔다…. 내려요, 일리나….. 저녁때가 다 되가네…..”
이드의 말대로였다. 거기다 산 속이라 해는 더 빨리 지나갔다.
“일리나… 이리 와 봐요. 제가 한 가지 방법으로 귀를 막아 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요.”
“왜 그러죠?”
“아까 말했잖아요. 깊이 들어가서 불러보자고…. 그거 하려고요. 그런데 그냥 하다가는 일리나가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런 후 이드는 일리나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귀에다 진기를 강기 화시켜 형성시켜서 귀를 막아버렸다. 이 정도면 옆에서 미티어 스트라이크가 떨어지더라도 절대로 모를 것이다. 그런 후 그녀를 땅에 앉혔다.
이드는 일리나의 귀를 막은 후에 로이콘을 소환했다.
“로이콘, 지르는 소리가 공기 중에서 더 잘 진동되도록 해 줬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어?”
[가능합니다, 이드님…]
이드는 로이콘에게 명령해놓고는 6성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천마후(千魔吼)에 따라 운용했다.
“후~후~…. 드래곤… 라일로시드가…… 황금색 도마뱀.”
그의 목소리에 옆에 앉은 일리나는 자신의 몸이 웅웅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귀로는 들리지 않지만 자신의 몸으로 이드의 말이 들려오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은 그녀는 절망감 비슷한 것을 맛보았다. 차라리 드래곤이 여행 중이고 없었다면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그리고 나무들은 바람도 없는데 흔들렸다. 그리고 산의 골짜기는 그의 목소리로 울렸다.
그리고 곧바로 이드의 목소리에 답하듯 괴성이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앙 ~~
이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일리나의 귀에 형성해 두었던 강기 막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한쪽을 가리켰다. 그쪽에서는 황금색의 거대한 생명체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도 괴성까지 지르며 말이다.
“이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그의 분노를 사서……”
“그냥 부르면 안 나올 것 같아서죠…. 들어보니 드래곤이라는 것들 자존심이 쎄서 웬만큼 해서는 잘 안 나온다면서요.”
“이드, 그래도 이건…. 이렇게 되면 대화조차 할 수 없게 된다구요….”
일리나의 말을 들은 이드는 그냥 씩 웃을 뿐이었다. 그런 후 시선을 날아오는 황금빛의 드래곤을 향했다.
“일리나의 말대로라면 골드 드래곤은 이성적이고 똑똑하다더니…… 전혀 아니네요… 그런 말 좀 들었다고 저렇게 흥분해 가지고는…… 저러고도 오래 살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드를 바라보며 일리나는 기가 차는 기분이었다.
“이드.. 드래곤은 엄청나게 자존심이 쎄다구요. 그 오래 동안 산만큼…. 그런데 그런 드래곤을 향해 그런 말을 하면….. 나라도 화를 낸다구요.”
일리나의 말이 마칠 때 가까이 날아오던 드래곤은 아무 말도 없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일리나는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황금빛의 브레스를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허리를 감아오는 작은 손을 느꼈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녀는 이미 공중에 솟아있었다. 그 황금빛은 그들의 발 아래로 지나가 땅에 부딪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을 보면서 일리나는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휴~ 진짜 대단하군….. 진짜 맘먹고 쓴 것도 아니고 대충 쓴 것이 저 정도면 진짜 맘먹고 하면….. 대단하겠군…”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폭발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곳의 나무 꼭대기에 사뿐히 내려섰다. 드래곤 라일로시드가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황당하기는 일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브레스가 날아오는 것을 뛰어서 피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감히 인간이……”
이드가 가볍게 자신의 브레스를 피함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의 자존심에 다시 상처를 입은 그는 다시 이드를 향해 브레스를 날렸다. 그러나 그의 브레스를 이드는 이번에는 더 쉽게 피해 버렸다. 첫 번째처럼 땅으로 향해 있어서 폭발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피해 버리면 곧바로 나가서 저 뒤에 있는 산에 부딪칠 것이기 때문이다.
쿠구궁……..쿵쿵…..
이드는 폭발을 바라보며 다른 나무꼭대기에서 라일로시드가를 향해 외쳤다. 물론 사자후 형식으로 말이다.
“두 번이나 브레스를 뿜었으니 이제 좀 화가 가라앉았나? 그렇담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이놈… 하찮은 이간 주제에 무얼 믿고 그렇게 까부는 거냐….”
“이것 봐 왜 이래 들어보니 골드일족은 제일 침착하고 이성적이라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이성적일 때의 문제이지 너 같은 인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라일로시드가는 황금빛을 뿜으며 폴리모프했다. 그는 금발의 청년으로 변한 다음 이드처럼 나무꼭대기에 섰다.
“이것 봐요…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야? 당신을 찾으려고 이 산을 돌아다녀도 전혀 찾을 수 없으니까 그런 거지…”
‘거짓말……..’
이드 옆에 안겨 있던 일리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담 그냥 불러야 할 것 아닌가. 인간..”
라일로시드가는 골드 드래곤답게 조금씩 이성을 찾아갔다. 그러면서 말 역시 약간 부드러워졌다.
“글쎄 그게 내가 듣기로 드래곤은 상당히 자존심이 강하다고 들었어… 그런 드래곤을 부른다고 나타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끝에다 그런 말을 좀 더했지…..”
“…….”
라일로시드가 역시 그 부분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자신 역시 누가 아무리 엄청난 크기로 부른다고 해서 들은 척이나 할 위인(?)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