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9권 11화 – 뜻밖의 결투

뜻밖의 결투

묵향과 초류빈은 엄청난 속도로 경공술을 전개하며 순식간에 만리장성을 넘어 남하해 오고 있었다. 수하들과 함께 이동하면 편리한 점도 많지만, 되려 불편한 점 이 더욱 많았다. 지금도 그런 경우다. 그 둘은 혹 가다가 농담까지 나눠 가며 달려가는 것이었지만, 초연대 무사들은 아예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인 것 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꼭 수하들과 동행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초류빈은 그의 수하들에게 양양성으로 오라는 말만 남기고 묵향과 함께 앞서가고 있는 중 이었다.

묵향과 초류빈이 산서성의 태원(太原) 인근에 이르렀을 때, 고수들끼리 접전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힘과 힘이 충돌한 듯 벼락 치는 듯한 굉음을 뿜어 내는 파괴적인 폭발력! 엄청난 공력을 지닌 내가고수들의 겨룸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초류빈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여기는 금의 영토가 된 지 오래일 텐데…….”

묵향은 초류빈이 그 소리를 듣기 훨씬 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쪽으로 방향을 잡아 달려가는 중이었다.

“모르지. 어떤 놈이 금나라 쓰레기들하고 싸우는 중인지.”

“병사들이 저런 괴력을 지닌 인물과 싸울 수나 있겠습니까? 저 소리는 분명히 엄청난 실력을 지닌 내가고수들이 싸우는 소리가 분명합니다.”

그 말에 묵향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내 말은 장인걸 패거리를 말하는 거야.”

혹시 장인걸의 수하들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묵향이 흥미를 느낀 것이었다. 초류빈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묵향의 뒤를 좇았다. 하지 만 묵향은 그곳에 도착한 후, 실망감 어린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혹시 천마혈검대에 소속된 놈들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아작을 내버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감으로 달려온 것이었건만,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모두 승려들이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지금 수많은 승려들이 단 한 명을 상대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남 루한 행색을 하고 있는 젊은 승려는 포위당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양측의 싸움을 지켜보던 초류빈은 도무지 그들이 왜 싸우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두들 승려의 행색을 하고 있는데다가, 이마에 계인까지 찍혀있는 것이 아닌가. 저렇게 이마에 보라는 듯 계인을 찍고 다니는 자들은 소림승들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집안싸움이라는 말인데, 왜 그들이 소림의 영역에서 엄청나게 떨어진 이곳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인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소림의 승려들인 듯한데요? 그런데 소림승들끼리 왜 싸우는 걸까요?”

초류빈의 질문에 묵향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하고 있는 꼴은 모두 똑같지만 쓰는 무공이 다르잖아. 저 중간에 있는 놈은 소림의 정통 무공이고, 나머지 놈들은 괴상한 무공을 쓰고 있는 걸 모르겠냐? 그렇다면 결론은 뻔한 거지. 저놈은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고……. 에잇, 김샜군. 가자.”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림승이 합공을 당하고 있는데 구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초류빈의 말에 묵향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쯧, 이 녀석은 아직도 자신이 천마신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군. 땡초가 누구하고 싸워서 죽건 말건 신경 쓸 필요가 뭐있나?” 묵향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소림승과 싸우는 승려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놈들이 괴상한 무공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본교의 무공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 원류를 따진다면 소림 무공과 유사함이 있어. 자기들 끼리 치고받는 집안싸움인데 이쪽에서 낄 이유가 없지 않느냐.”

초류빈은 묵향이 다방면으로 무공에 대한 지식이 뛰어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우선 급한 것은 소림승을 구해 줘야 한다는 것이 다.

“하,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빨리 가자.”

잠시 망설이던 초류빈은 재빨리 검을 뽑아 들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야, 이 멍충아, 거기 안 서!”

뒤에서 묵향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초류빈은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나중에 묵향에게 명령 불복종으로 문책을 당하더라도, 일단 소림승을 구하는 것이 먼저 였다. 초씨세가에서 자라난 초류빈으로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포위당해 있는 소림승의 옆으로 떨어져 내리며 외쳤다.

“멈춰라! 감히 소림의 승려를 공격하다니, 네놈들의 정체가 무엇이냐?”

초류빈이 등장하며 사용한 신법이 워낙 뛰어난 것이었기에 괴승들도 감히 그를 경시하지 못했다. 그들은 새로운 적의 출현에 잠시 움찔한 듯했지만, 곧이어 차분 히 괴인에 대한 공격 태세를 갖췄다. 초류빈은 상대의 반응을 보며 이들 또한 대단히 뛰어난 고수들이라고 생각해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소림승에

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시오? 선사. 어쩐 일로 이렇듯 협공을 당하시게 되셨소이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림승에게서 돌아온 것은 비릿한 조소였다.

“크흐흐흣, 본부처님을 돕겠다고 나서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도다. 네놈 또한 저놈들과 작당하여 본부처님을 돕는 척하다가 내 뒤통수를 치려는 것이 아니더냐?” 초류빈으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뭐, 뭐라구?”

바로 그 순간, 자신을 부처로 자처하는 그 소림승이 초류빈에게 기습적인 공격을 가해 오는 것이 아닌가. 대력금강장을 주축으로 하는 소림의 상승 무공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권법을 구사하는 소림승의 주먹에 자연스레 푸른빛이 어리는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은 결코 초류빈의 아래가 아니었다.

기겁을 한 초류빈은 다급히 도를 들어 상대의 공격을 방어했다. 도(刀)와 사람의 손이 부딪쳤는데도 피가 튀지 않고 불꽃이 번쩍거리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초류 빈은 한 호흡에 수십 초의 공격을 막아 낸 후, 그 충격에 뒤로 주르륵 밀려 소림승으로부터 튕겨 나왔다.

포위하고 있던 괴승들 중의 한 명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초류빈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어느 방면의 고수이신지 모르겠지만 방금 전 큰일을 당하실 뻔하셨소이다. 소승은 소림의 덕혜(德慧)라 하오이다.”

초류빈이 소림승을 구출하겠다는 일념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말투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초류빈은 기겁해서 외쳤다. “아니, 선사께서도 소림승이셨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그 말에 덕혜선사는 한숨을 푹 쉰 후 불호를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아미타불…, 저분은 세간에서는 만사불황(萬邪佛皇)이라고 불리는 분이십니다.”

명호에 ‘황(皇)’자를 아무나 붙이는 것이 아니다. 황자를 붙이는 게 멋있다고 제멋대로 자기 명호에 붙일 수는 없다. 명호라는 것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 인이 붙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자가 붙는다면 최소한 화경급의 고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저런 소림승의 모습을 한 화경의 고수는 불계불황(不戒佛皇)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초류빈은 고 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만사불황이요? 그런 명호를 지닌 자도 있었습니까? 불계불황은 알겠는데, 만사불황은 잘…….”

초류빈의 말에 덕혜선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과거에는 계율을 지키지 않는다고 불계(不戒)라고 불렸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악한 행위들을 한다고 만사불황으로 불리지요. 그런 것도 잘 모르시는 것을 보면 시주께서는 강호 사정에 어두운 분이신 모양이구료. 소협의 의협심은 감사하나, 이건 소림 내부의 일이니 마음만 감사히 받겠소이다.”

“이런 젠장.”

초류빈은 무의식중에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교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림승을 구해 주겠다는 일념으로 나선 것이었건만, 현실은 완전히 자신의 의 지와 반대로 되어 버린 꼴이 아닌가. 이제 교주에게 명령 불복종으로 깨질 것이고, 또 재수 없어서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면 저들과도 한판 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에 초류빈은 ‘그럼 수고들 하십쇼 ‘하며 슬그머니 내빼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이때, 묵향이 황홀할 만큼 완벽한 경신술을 선보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묵향은 나타나자마자 광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핫! 초류빈, 네 녀석이 드디어 밥값을 하는구나. 오냐, 안 그래도 불계불황을 만나려고 했었건만, 이렇게 기회를 마련해 주다니 정말 잘했다.”

그 말에 초류빈의 안색은 똥색으로 물들었다. 과연 탈마의 고수. 그 먼 곳에서도 대화를 엿듣다니 도무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때, 소림승들 중에서 가장 연배가 높아 보이는 인물이 입을 열었다.

“그러는 시주께서는 또 누구시오?”

그 말에 묵향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네 녀석들은 그걸 알 자격이 없다. 본좌가 왔으니 이제 꺼져 주는 일만 남았군. 좋아, 불계불황, 아니 만사불황. 이제부터 본좌하고 건설적인 대화나 좀 나눠 볼 까?”

만사불황은 가소롭다는 듯 손가락을 꺾어 뚝뚝 소리가 나도록 관절을 풀며 말했다.

“크흐흐흣, 별 미친 중생을 다 보겠도다. 본부처님과 대화를 나눠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고?”

“물론 네놈을 본좌의 수하로 삼겠다는 말이지.”

그 말에 만사불황은 물론이고 덕혜선사를 비롯한 다른 소림승들도 그 광오함에 어이가 없어 멀뚱멀뚱 쳐다봤다.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진 묵향의 말에 비웃음은 경악에 찬 싸늘한 침묵으로 굳어버렸다.

“네놈을 본교의 세 번째 부교주로 만들겠노라.”

너무 놀라 말도 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덕혜선사는 황급히 정신을 추스린 후 묵향에게 질문을 던졌다.

“부교주? 그렇다면 시주께서는 마(魔), 아니 천마신교(天摩神敎)의 교주 암흑마제란 말씀이시오?”

“그렇다.”

덕혜선사는 장중한 어조로 불호를 외운 뒤, 단호하게 외쳤다.

“아미타불…, 교주께서 그렇게 하시게 놔둘 수는 없소이다. 무림맹과 귀교가 연합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소림은 교주가 하는 일을 가만히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 주셨으면 하오.”

묵향은 덕혜선사의 말이 가소롭다는 듯 대꾸했다.

“크흐흐,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좋아. 마음대로 해 봐라. 이봐, 초류빈.”

갑자기 교주가 왜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를 알 수 없었던 초류빈이 떨떠름한 어조로 대꾸했다.

“왜요?”

“본좌가 이 부처님하고 잠시 볼일을 보는 동안 너는 저 쓰레기들을 막든지 쫓아내든지 마음대로 해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면 너 혼자만으로도 충분할 게다.” ‘젠장,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이야.’

묵향의 말을 들은 초류빈의 얼굴은 그야말로 똥색으로 바뀌어 버렸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꼬일 수가 있다는 말인가? 소림승을 구하려고 한 소기의 목적과 달리, 이제 자신이 직접 소림승들을 때려잡아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것도 한눈에 척 봐도 보통 실력들이 아닌 것 같은 소림의 고수들을 말이다. 소림사를 지탱 하는 최정예들. 그들을 초류빈은 혼자서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소림승들의 이목도 초류빈에게로 집중되었다. 분명 초류빈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과거 7룡4봉에 꼽혔던 초씨세가의 기대주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인물이 아닌가.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저자가 바로 탈명도 초류빈이 분명했다. 정파의 촉망받던 후기지수가 마교의 개가 되어 있을 줄이야.

떨떠름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림승들의 눈을 보는 순간, 초류빈의 기분은 더욱 나빠졌다. 소림승을 구해 주려는 내 마음은 하나도 몰라주고, 마교도 라는 말에 자신을 저따위 눈빛으로 바라보다니……. 좋아, 이판사판이다. 저런 놈들도 승려라고 내가 구해 주겠다고 나섰다니, 이런 빌어먹을!

초류빈은 소림승들에게 도를 겨누며 외쳤다.

“귀하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소. 하지만, 구태여 싸우겠다고 나선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소.”

소림승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곧이어 경악감에 바뀌어야 했다. 완전히 한판 하기로 마음먹은 초류빈 의 몸에서 범인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패도적인 기운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위로 쳐든 초류빈의 도에서는 푸른색의 기운이 은은 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렇게 자연스레 어기충검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화, 화경의 고수?”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만사불황과 싸워서 어느 정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가 익힌 무공에 대해 극성을 지닌 무공을 사용했기에 가 능한 것이었다. 물론 상대가 제대로 깨달음을 얻은 화경의 고수라면 한낱 초식끼리 지니는 극성 따위가 통할 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사불황은 반쯤 미친 상태 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깨달음을 발현할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어느 정도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듯 진짜 화경의 고 수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 소림승들 중에서 한 명이 앞으로 쓱 나서며 묵직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희끗희끗한 수염이 그의 나이를 대변해 주는 듯했지만, 그의 피부는 젊은이들의 그것인 양 아직도 팽팽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모습만 봐도 상당한 경지의 무예를 연마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납은 소림의 대정(大正)이라고 하오.”

대정선사라면 현 소림 장문인의 사형이었다. 젊어서부터 뛰어난 무위를 자랑한 그는 소림의 역사상 다섯 번째로 젊은 나이에 나한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108나한 으로 대표되는 나한전에 들어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가 뛰어난 무승(武僧)으로서 자질을 인정받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한전을 거쳐 소림방장실을 경호하는 팔대호원에서 수련을 쌓은 그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계율원의 원주로 임명되어 소림에 추상과 같은 규율을 세워나가는 데 앞장서게 된다. 그런 전설적인 승려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선사. 초면에 이렇듯 무례를 범하게 되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미타불…, 초류빈 시주. 꼭 막아서야만 하겠소이까?”

초류빈은 잠시 망설였다.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소림승과의 대결은 불가피해진다. 그렇다면 물러설까? 하지만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다. 교주가 자신을 가만히 놔 둘 리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소이다, 선사. 나를 용서하시구려.”

잠시 생각해 보던 대정선사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화경의 고수라면 마교의 부교주 정도는 되지 않을까?’하는데 생각이 미쳤던 것이 다.

“아미타불…, 그렇다면 시주가 천마신교의 두 번째 부교주라는 것이오?”

초류빈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소. 자, 어떻게 하시겠소이까? 들어오시겠소? 아니면 물러나시겠소?”

하지만 대정선사는 들어갈 마음도, 또 그렇다고 물러설 마음도 없는 듯했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초류빈은 무시하고, 그는 묵향과 만사불황의 동정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다. 만약 교주가 공공 사숙을 제압하지만 못한다면 굳이 초류빈과 다툴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또, 소문대로 교주의 무공이 그렇게 높다면 척살대상인 만사불황을 그가 대신 죽여 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대정선사가 기대하는 최선의 길은 서로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 기회 를 빌려 무림의 화근이라고 할 수 있는 둘을 동시에 없애 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승려들과 초류빈의 대치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묵향과 만사불황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봐, 본좌의 수하로 들어올 생각은 없나? 돈을 좋아한다면 평생 쓸 돈을 줄 것이요, 계집을 좋아한다면 원도 한도 없이 붙여 줄 수 있는데 말씀이야.”

“크흐흐흣, 본부처님에게 그따위 망발을 일삼는 미물이 존재할 줄이야. 좋다. 우선 그 주둥이를 찢어 놓은 후에 해탈에 이르게 만들어 주겠노라.”

공공대사라면 소림이 자랑하던 최고의 고수였다. 역대 최연소로 나한전에 들었으며, 지객당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3백 여 명의 이름 있는 무림인들을 상대로 비무 를 펼쳐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화경에 든 후에도 수련에 방해가 된다며 방장직까지 사양하고 사형에게 물려 준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인세의 모든 욕심을 버려야만 해탈할 수 있다는 불경의 가르침을 거역했기 때문일까? 화경에 든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정 진하던 공공대사에게 커다란 재앙이 닥쳤다. 어느 날 갑자기 미쳐 버린 것이다.

묵향을 공격하는 만사불황은 그의 무공 원류가 소림에 있음을 알려 주듯 소림 최강의 무공들을 줄줄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반야신공, 대승범천신공, 무상대능력, 대력금강장, 금강권, 염화지 등등 상대와의 거리를 불문하고 갖가지 무공을 조합하여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하는 연계기를 자랑했다. 그 하나만 봐도 그가 얼마 나 숙련된 무승인지 알 수 있었다.

만사불황의 장력에 땅거죽이 푹푹 파여 들고, 엄청난 먼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것뿐. 그의 공격은 묵향의 옷깃 한 올 건드리지 못했다. 한동안 여유롭 게 만사불황의 공격을 피하던 묵향이 김샜다는 듯 투덜거렸다.

“젠장, 알짜배기인 줄 알았더니 빈껍데기잖아. 빈껍데기 초식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라니……. 내공만 심후하지, 형편없는 놈 아냐!”

미꾸라지처럼 자신의 공격을 피하고만 있는 상대가 얄미웠는지 만사불황은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해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상대의 공격에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한 묵향이 한순간 손을 썼을 때, 묵향은 상대방의 반응이 뭔가 특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빈껍데기뿐인 초식만을 기억하는 자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교묘한 한 수로 묵향의 공격을 피한 만사불황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역공까지 가해 왔 던 것이다. 그 공격은 방금 전까지 만사불황이 보여 줬던 공격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강맹한 위력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엄청난 경력을 일으키며 먼지를 비산시키지 도 않았다.

하지만 사실 그것이 더욱 무서웠다. 만사불황이 가지고 있는 웅후한 공력을 단 한 지점에 집중해 놓은 공격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겉으로 봤을 때는 그리 강해 보 이지 않았지만, 그 전에 펼쳤던 공격에 비해 수십, 아니 수백 배는 강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그 공격은 제아무리 현경에 든 묵향이라도 회피하기 어 려울 정도로 쾌속한 속도와 교묘한 시간차를 두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묵향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반전을 통해 공중에서 세 바퀴 몸을 돌리며 재빨리 상대의 공격권에서 빠져나갔다. 한순간의 방심 때문에 일격을 허용할 뻔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묵향의 가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묵향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물론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3할의 실력을 감추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 있었다. 신검합일에도 들 지 못한 고수가 일순간에 화경을 넘어서는 무공을 사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만사불황은 본신의 무공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하 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반쯤 미친 그가 그토록 교활한 수법을 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호오, 그렇군. 네놈의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구나. 이거 까다롭게 되었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소림에서 파견된 승려들도 소림무공에 극성인 항정멸법신공(抗正滅法神功)을 극성까지 익혔는데도 불구하고, 만사불황에게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그를 조금씩 조금씩 밀어붙이고만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묵향은 잠시 망설였다. 과연 저자를 제압할 수 있을까? 상처 없이 제압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했다. 혈마(血魔) 선배의 경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상대는 화경의 끝에 도달한 인물이었다. 거기에서 한 발자국을 나아가지 못하고 실패해서 반쯤 미친 것이 아닌가.

과거 묵향이 만난 최강의 고수 카렐은 이렇게 말했었다.

「의식과 한계 이상으로 성장한 무의식이 충돌하며 미쳐 버리는 거야.」

미쳐 버렸으니 이제는 의도한 대로 자신이 깨달은 무공을 펼칠 수 없다. 하지만 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무공의 경우는 완전히 얘기가 다르다. 그의 무의식은 현경의 무예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사불황이 위급시에 무의식적으로 펼치는 무공은 화경이 아니라 현경급의 무 예였던 것이다. 그런 자를 생포한다? 그건 말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젠장! 어쩐지 너무 쉽다고 생각했어.”

묵향은 재차 공격 준비를 하고 있는 만사불황을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상대의 공력이 고갈될 때까지 슬슬 싸워서 힘 빼기로 나가 볼까? 하지만 공력만은 3황 중에서도 최강이라는 말을 수십 년 전부터 들어온 만사불황이다. 그를 상대로 지구전을 펼친다면 도대체 몇 날 며칠 동안 싸워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묵향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 좋다. 본좌가 언제 이것저것 따지고 싸웠었나? 너 이리 와 봐. 뼈가 녹도록 한번 싸워 보자.”

꽉 쥔 묵향의 주먹에서는 우두두둑하는 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

“아, 아미타불…

대정선사는 너무나도 경악한 나머지 불호마저 외우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어느덧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교 교주와 세 시진째 치열한 사투를 전개하고 있는 만사불황, 아니 사숙의 모습은 과거 그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공공대사의 한창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소림승들과 싸우며 공공대사는 생명이 위급할 때 무의식적으로 펼쳐지는 단 한 수만을 보여 줬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소림승들의

포위망을 피해 도망치고, 또다시 포위당해 싸우고……. 이런 식의 반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마교 교주의 공격은 한 초식 한 초식이 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만사불황이 지닌 무의식적인 연계기 한 수 정도로는 한숨을 돌릴 여유조차 확보 할 수 없었다.

‘아미타불…, 오늘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보게 되는도다.”

지금껏 그는 공공대사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한 고수가 있음을 단 한 순간도 믿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밤낮 생각한 것은 사숙, 아니 만사불황을 어떻게 해서라도 제정신으로 돌려놓든가, 아니면 소림의 이름에 더 이상 똥칠을 하지 못하도록 제거해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늘 만사불황을 압도하는 무위를 지닌 인물을 만났다. 지금 만사불황은 정신없이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전개 하고 있는 무공 중에는 깊은 불문의 깨달음을 간직하지 않은 것이 단 한 수도 없었다. 그만큼 상대는 단 한 순간도 만사불황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밀어붙이 고 있는 중이었다.

묵향은 언제부턴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만사불황을 상대하기가 조금 까다로워졌다고 느꼈다. 그 이유가 뭘까? 치열한 격전의 와중이었기에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 여유는 거의 없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끊어지고 끊어지던 생각들이 하나씩 연결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한 순간 묵향의 뇌리를 때리는 것이 있었다. ‘공격이 대단히 능동적이잖아!’

지금까지 만사불황은 완전히 수동적으로 싸워 왔다고 볼 수 있다. 묵향이 압박을 가하면 가공할 만한 무공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때는 만사불황 이 지니고 있는 맹하기 그지없는 화경에도 못 미치는 초식에 의존한 무공이 튀어나온다. 그렇기에 그의 공격은 대단히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먼저 시작을 해 줘야 그도 공격다운 공격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 공격이 대단히 능동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이건 묵향의 느낌일 뿐이다. 서로 간에 숨 쉴 틈도 없을 정도로 치열한 공방 이 오가고 있는 중이 아닌가. 상대의 연계기에 의한 반격을 능동적 공격으로 잘못 느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묵향의 느낌은 그것이 연계기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묵향은 공격의 강도를 낮추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그에 맞춰 만사불황이 묵향을 따라붙으며 무지막지한 공격을 가해 왔다. 그 순간 묵향은 자신의 느낌이 맞 았음을 깨달았다. 슬그머니 물러서면 상대는 멍청하기 그지없는 공격을 가해 와야 하는데, 이 엄청난 압박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묵향의 짐작대로 만사불황은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이 시대 최강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묵향과 싸우며 만사불황은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순간 생명 의 위협이 느껴졌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의식과 무의식이 합쳐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만사불황의 탐욕 어린 눈매는 인자한 고승의 그것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놀라운 변화였다. 묵향 같은 불세출의 고수와 생사를 걸고 접전을 벌이게 된 것은 공공대사로서는 생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큰 기 연을 얻은 것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묵향은 재빨리 상대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며 입을 열었다.

“지금껏 말은 많이 들었지만, 공공대사를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하오.”

묵향이 정중한 어조로 말하자, 초류빈과 그와 대치하고 있던 승려들의 시선이 묵향에게로 쏠렸다. ‘저자가 갑자기 왜 저러지?”하는 의문을 담고 말이다. 하지만 놀 랍게도 그 말에 대한 화답이 있었다. 만사불황 또한 공격을 멈추고 장중한 움직임으로 합장하며 대답했던 것이다.

“아미타불…, 노납 역시 시주와 같은 무위를 지닌 인물을 지금껏 대면해 본 적이 없었소이다. 시주께서는 대체 누구시오?”

공공대사로서도 황당스럽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껏 단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엄청난 고수와 싸우고 있지 않은가. 왜 그와 싸우기 시작했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태평스럽게 그런 생각하고 있을 여유는 촌각도 주어지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이 목전에 임박하고 있는데, 그따위 생각을 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싸웠고, 그다음에는 호승심 때문에 싸웠다. 그러다가 이제서야 상대의 정체를 물어볼 여유를 갖게 된 공공 대사였다.

하지만 공공대사가 정신을 차렸음을 알 리 없는 승려들은 경악했다. 저 정상적이기 그지없는 만사불황의 대응은 또 뭐란 말인가? 어느 날 갑자기 미쳤을 때와 같 이 갑자기 그의 정신이 되돌아오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대정선사를 비롯한 승려들은 숨조차 죽이며 만사불황의 언행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묵향은 주위의 반응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싸늘하게 미소 지으며 공공대사의 물음에 대꾸했다.

“본좌는 천마신교의 교주 묵향이라고 하오.”

그런 다음 그는 허리에서 검을 쑥 뽑아 들며 싸늘하게 외쳤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그대를 살려 둘 수 없음을 이해하시구려!”

공공대사가 정신을 차렸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가 존재한다면 현경의 고수를 보유한 소림사의 위상은 얼마나 높아지겠는가. 지금 그를 없애 버리고, 또 저 떨거지 소림승들까지 쓸어버린다면 소림이 현경의 고수를 배출했다는 사실을 조용히 묻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승부사 묵향이 아닌 마교 교주 묵향으로서 이건 선택의 여 지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묵향은 자신이 지닌 전력을 다해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 검을 뽑아 든 것이다.

상대의 패도적인 기세에 공공대사도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얼굴을 굳히며 대답했다. 이 순간 인자하기만 한 고승의 모습은 사라지고 승부욕에 타오르는 무림인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시주가 마도에 몸담은 자라면 노납도 부득불 손을 써야만 하겠소이다.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빌겠소이다, 아미타불..

한마디로 ‘죽여 버리겠다’는 소림식의 엄포였다.

이렇게 해서 무림 역사상 처음 펼쳐지는 현경급 고수들 간의 대결이 갑자기 벌어졌다. 한쪽은 소림사가 낳은 최강의 고수였고, 또 다른 한쪽은 마교가 낳은 최강의

고수였다. 불세출의 두 고수가 마주한 자리. 어느 한쪽이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었건만 둘 사이에는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와 범인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었다. 공공대사는 합장을 한 채 온몸의 기를 일주천시켰다. 일순간 지금까지 그를 괴롭혀 오던 모든 탁한 기운들이 전신모공에서 빠져 나가며 청순지체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는 은은한 금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대정선사의 입에서는 경악을 담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 금강불괴(金剛不壞)? 사숙께서 드디어 정신을 차리신 것인가?”

이제 분명해졌다. 불문의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는 금강불괴신공을 발현할 정도의 인물이 결코 미친 중일 수는 없었다. 금강불괴신공을 익히기 위한 기본은 중생 을 보호하며, 타인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대자대비한 포용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말이다.

사숙께서 드디어 정신을 차리셨다는 감동에 대정선사의 눈에는 또다시 물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한가하게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 마교 교주는 사숙을 없애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공공 사숙을 지켜라.”

대정선사의 명령에 따라 승려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묵향과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초류빈은 거도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일진이 사나운 하루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아무리 그대들이 소림승이라도 내 앞을 지나갈 수는 없다고 했소. 빨리 물러나시오.”

초류빈의 엄포에 대정선사가 장중한 어조로 대꾸했다.

“초류빈 시주, 문답무용(問答無用)이라 했소.”

더 이상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초류빈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이런, 떠그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