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92화
정말 저번 오엘이 사소한 문제가 싫어 소호검을 천으로 감고 다녔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이어진 말에 오엘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는 모습에 이드의 손가락 두개가 살짝 오무려 졌다. 그와 함께 그의 오무려진 손가락 끝으로 작은 콩알 크기의 뽀얀 우윳빛 지력이 맺혔다. 그리고 맺혀졌다 싶은 순간 이드의 손가락이 튕기듯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퍼퍽!! 퍼어억!!
공기를 가르는 소리도 없었다. 그저 무언가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총을 들고 있던 대장과 다른 산적의 손이 쫙 펴지며 들고 있던 총을 땅으로 떨어트려 버렸다. 그런 그들의 팔뚝부분엔 똑같이 시퍼렇게 멍든 자국이 생겨나 있었다. 갑작스런 일에 산적들이 기겁하고 있는 사이 오엘의 귀엔 이드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제 총은 없어. 마음껏 실력발휘를 해봐. 2주 동안의 수련성과를 한번 확인해 봐야지.”
“물론이죠. 사숙.”
그렇지 않아도 맘에 걸리던 총을 처리해준 이드에게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오엘은 일주일간 미랜드 숲을 뛰어다니며 익숙해진 유한보를 사용해가며 양떼무리에서 날뛰는 늑대처럼 산적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그런 그녀가 스치고 지나가는 산적은 꼭 몸의 한 부분을 감싸며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지고 있었다.
“크아악!!”
“젠장…. 씨파, 어디서 까불어… 크악….”
“으… 제기랄. 어쩐지 용병호위도 없이 다닐 때 알아 봤어야 했는데….. 잘 못 골랐다. 튈 수 있는 놈들은 튀어!!”
오엘이 지나간 자리마다 속절없이 쓰러지는 동지들의 모습에 개중 사태파악이 빠른 한 산적이 바락바락 소리치며 솔선수범 하는 자세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그 사적을 시작으로 아직 뛸만한 상태에 있는 네 명의 산적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드가 크게 소리쳤다.
“도망치게 하지마. 모두 한방향으로 뛰고 있어. 네 유한보 만으로도 제 일 앞서가는 놈을 추월할 수 있으니까 그 놈부터 쓰러트려서 진로를 막아.”
이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엘은 대답도 앉고 빠른 속도로 뛰쳐나갔다. 과연 이드의 말대로 순식간에 제일 앞서 도망가는 산적의 앞으로 막아설 수 있었다. 순간 갑작스레 모습을 내보이는 오엘의 모습에 기겁한 표정을 짓던 산적이 급히 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어디서 많이 볼 수 있는 그 동작에 오엘은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품속에 있는 손을 향해 찔러버렸다. 순간 뼈가 갈리는 섬뜩한 느낌 뒤로 딱딱한 뭔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에 소호를 그의 가슴에서 빼자 그의 옷 밑으로 은색의 작은 호신용 권총 한 자루가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곧 그 총을 발로 차버린 오엘은 손을 잡고 낑낑대는 산적 뒤로 멈춰 갈팡질팡하고 있는 산적들의 모습에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은 싸늘한 소호의 검신을 겨누었다. 순간 그것을 신호로 덜덜 떨며 어찌할 줄 모르던 산적들이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끓으며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누님!!!”
“누님!!!!”
“누가 당신들 누님이야?”
누님이란 말에 눈썹을 찌푸린 오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급히 아가씨로 말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들이 뭐라 부른들 오엘이 만족하겠는가. 오엘은 그들에게 명령해 쓰러진 산적들을 한곳에 모르게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쓰러져 피를 흘리던 산적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자신감 어린 표정으로 이드 앞으로 다가갔다.
“모두 제압했습니다.”
“좋아. 확실히 검세(劍勢)가 다듬어 졌어. 자신도 알겠지? 검을 다루기가 좀 더 편해졌다는 사실.”
이드의 말에 오엘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확실히 그녀 스스로 검법을 익혀 펼치는 것과 이드의 수련을 받아 펼치는 검법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네…..”
이젠 어린 이드에게 존대어가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제이나노와 라미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이나노는 저 녀석들의 부상을 좀 돌봐 줘요. 그리고 라미아, 혹시 챙겨놓은 밧줄…. 있어?”
“아니요.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챙기지 않았는데…. 저 사람들 묶어서 뭐 하시게요? 귀찮게. 그냥 이 자리에서 간단히 처리해 버리는 게 편하잖아요.”
“히익…”
듣기에 따라서 상당히 잔인한 라미아의 말에 저쪽에서 제이나노에게 신성치료를 받던 산적들이 헛 바람을 들이켰다. 설마 자신들이 귀염둥이라 칭했던 두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자신들이 이런 신세가 될 줄이야. 이제는 그저 목숨만이라도 부지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때 치료받는 그들의 곁으로 이드가 슬쩍 다가왔다. 이드의 눈은 치료받은 자들과 현재 치료받고 있는 자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특히 치료받고 있는 자들을 바라볼 때는 새삼스런 눈으로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는데, 그가 신성력을 사용하는 모습이 상당히 낯설었던 것이다. 평소의 수다스런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은 그가 이드와 라미아에게 동행을 청할 때 딱 한 번 내보인 사제로서의 모습이었다.
잠시 더 그런 제이나노를 바라보던 이드는 곧 몸을 돌려 검상이 치유된 산적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여차저차 말도 없이 그들의 견정혈(肩井穴)과 중부혈(中府穴), 그리고 아혈(亞穴)의 혈도를 집었다. 가만히 앉아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그들은 이드의 갑작스런 손놀림에 깜짝 놀라 급히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똑바로 움직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이드의 점혈로 양팔이 제압되고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제이나노의 치료가 마지막 사람을 치료함과 동시에 이드의 움직임 역시 끝이 났다. 그 모습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제이나노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의문을 표했다. 그래도 명색이 대사제인 때문인지 아니면 오엘이 만들어 놓은 상처가 깊지 않은 때문인지 질문을 하는 제이나노의 표정은 그리 지쳐 보이지 않았다.
“뭐, 간단히 말해. 록슨에서의 숙박비야.”
“숙박비?”
“그래, 이 녀석들 처음 나올 때 분명히 영업이라고 했거든. 그렇담 여기서 꽤나 해먹었다는 이야기잖아. 그리고 아직 잡히지 않고 산적질을 하고 있다. 이런 녀석들이면 당연히 현상금이 있지 않겠어?”
그 말에 산적들을 바라본 모두는 얼굴 가득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산적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흥미 있게 바라보던 오엘이 일행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일행들 사이로 어떤 흐뭇한 표정이 떠올랐다.
“흐음…. 의외로… 현상금이 꽤 되는 모양인데요.”
그녀의 짐작은 정확했다.
산적들과 함께 움직이느라 점심때쯤 도착할 것이 저녁때로 바뀌긴 했지만 몬스터를 대비해 경비를 서고 있던 경비들이 산적들을 보고 표한 반가움의 표정은 보통은 볼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덕분에 일행들은 산적들을 친절히 안내해준 수고비로 한화 백 오십 만 원가량의 돈을 지급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사적들에게 당한 사람들이 내건 돈까지 합한다면 일행들이 받은 돈은 총 사백 오십 만 원. 잠깐 수고한 것치고는 상당히 두둑한 금액이었다.
갑자기 생긴 돈에 기분이 좋아진 일행들은 그 기분으로 록슨시에서도 알아주는 이름 있는 여관에 짐을 풀고, 그에 딸린 식당에서 푸짐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이어 몇 일 동안의 노숙으로 쌓인 먼지와 때를 뜨거운 물로 씻어 버린 네 사람은 그날 밤을 더없이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다음 날 잠자리가 편했던 때문이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이드는 옆에서 아직 꿈나라를 헤매는 제이나노를 놓아 둔 채 간단히 씻고, 어제 들렸던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여관의 식당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상인이나 그들을 호위하는 용병들인 듯했는데, 과연 오엘의 말대로 록슨이 상업도시라는 것이 맞는 말인 듯했다.
이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종업원에게 간단한 아침거리를 부탁하고 자리에 앉아 가만히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달리 할 일도 없는 데다 이런 상인들이 모인 식당일수록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이드가 이곳에 들른 이유가 드래곤의 레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지 않은가.
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것은 상인들 간의 이야기뿐 이거다 할 만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주문했던 요리가 나오자 이드는 두리번거리던 것을 멈추고 밤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드는 식당의 한쪽에서 두 명의 상인이 머리를 맞대고 소근대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말았다.
“….. 사실이라면, 빨리 여길 떠야겠구만. 그래. 언제쯤이래?”
“글쎄 그걸 잘 모르겠어. 워낙 쉬쉬하니까. 사실 이만큼 얻어들은 것도 힘들었다구.”
“칫, 이드님 나빴어요. 혼자서만 식사하시고. 저희도 일찍 일어나서 이드님과 제이나노 씨가 일어나길 기다렸는데 말이에요.”
“미안해, 미안해. 나도 상당히 일찍 일어나서 너희들이 아직 자는 줄 알았지 뭐냐. 사실 오랜만의 편안한 잠자리였잖아. 괜히 방해할까 싶어서 말이야. 게다가 여자 둘이 자는 방에 쉽게 들어갈 수가 있어야.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라.”
이드는 뾰로통해 있는 라미아를 향해 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두 사람이 그렇게 일찍 일어날 줄 말이다.
아침 식사를 거의 끝마칠 때쯤 오엘과 내려온 라미아는 혼자서 아침을 해치운 이드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것이 일찍 일어나고도 같이 아침을 먹기 위해 기다린 자신이 슬그머니 일어나서는 혼자 식사를 해버렸으니… 몰랐다고는 하지만, 이드로서는 미안할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로 인해 소란해진 뜸에 몰려든 시선이 라미아에게서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는 것이다. 라미아의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해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사양이다.
법이 잘 알려진 만큼 그레센에서보다는 낮겠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드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만약 문제거리가 다가오기라도 하면 일찌감치 오엘과 라미아를 데리고 피해버릴 생각이었다. 그런 문제일수록 골치만 아플 뿐 아무런 득이 없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런 생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드의 눈에 조금 이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지만 곧 그런 모습을 지우고 라미아와 함께 아침을 먹는 모습에 그냥 시선을 돌려버렸다.
다행히 두 사람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숙소가 비싼 만큼 거친 손님들은 들지 않는 때문인 것 같았다.
그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제이나노가 씻지도 않은 부시시한 모습 그대로 식당의 일행들을 향해 내려왔다. 정말 저러고도 꼬박꼬박 아침 기도는 하는 것을 보면 용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다.
“으음… 미안해요. 제가 제일 늦었네요. 잠자리가 너무 포근하다 보니까….. 하~~ 암.”
“휴~ 보아하니, 아직 잠도 완전히 깨지 않았군? 그러지 말고 좀 더 자지 그래? 어차피 오늘 출발할 것도 아니니까 푹 더 자도 지장 없으니까 말이야. 아니면, 잠이 확 깨게 찬물로 좀 씻고 오던지.”
이어진 이드의 말에 귀가 솔깃했는지 잠시 생각하던 눈치이던 제이나노가 슬쩍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하… 그럼, 그럴까요? 괜찮다면 전 올라가서 좀 더 자겠습니다. 요 며칠 걸었더니 상당히 피곤하네요.”
“그래, 그래… 올라가서 자.”
이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이나노는 돌아서서 삼 층 자신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 걷는 모습이 조금 비틀거리는 것이 확실히 잠이 덜 깬 모습이었다. 저럴 꺼 뭣하러 내려왔는지. 이드는 비틀거리던 제이나노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우리도 나가 볼까?”
“에? 어딜요?”
“…. 너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그새 잊어먹었냐? 정보 때문에 왔잖아. 그럼 그걸 알아보러 나가야 할 거 아냐.”
순간 발끈하는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가 귀엽게 미소지었다. 정말 깜빡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헤헷… 깜빡했어요. 그런데, 어디부터 가보실 거예요? 정한 곳은 있어요?”
그녀의 말에 막 발걸음을 떼던 이드는 스윽 돌아서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확실히 이 넓은 도시를 무턱대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가야 할까? 잠시 머리를 굴리던 이드는 아직 별말 하지 않고 있는 오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오엘은 여기 록슨시에 몇 번 와 본적이 있다고 했지? 그럼 어디에 정보가 잘 모이는지 혹시 알고 있어?”
“음…. 잘은 모르지만 웬만한 정보는 국제용병연합, 그러니까 용병길드에 가서 알아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는 시선을 그녀에게 주었다.
국제용병연합. 일명 용병길드인 그곳은 봉인이 풀리던 날을 기준으로 하나둘 나타나던 용병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며 자연적으로 생겨난 조직으로 실제로 형성된 지는 채 사 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 개월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용병들이 가입해 있고 그들에 의해 모이는 정보가 국제적으로 오고 가는 만큼 웬만한 소식은 용병길드에서 모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용병길드가 제일 먼저 자리 잡은 도시들 중 한 곳이 바로 이곳 록슨이었다. 록슨이 상업도시이다 보니 상인들의 왕래가 많았고 자연히 그들을 호위할 용병들이 필요로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용병들을 위해 용병길드가 세워진 것이었다.
오엘의 설명을 들은 이드와 라미아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앞장세우고 용병길드를 찾아 나섰다.
오엘은 두 사람의 행동력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며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참, 그런데 그들은 정보를 알려주는 대신 돈을 받을 거예요.”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건 어제 받은 상금으로도 충분하지. 더구나 내가 찾는 정도는 그렇게 비싼 게 아니거든. 아주 싸게 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해서 찾아간 국제용병연합은 록슨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꽤나 규모가 큰 오층 건물에 한 층 전체를 가리는 국제용병연합이라는 간판이 떡하니 붙어 있었다. 이 정도 크기의 간판이라면 아무리 록슨시에 처음 들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찾아올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그 용병길드 앞으로 바쁘게 들락거리는 많은 용병들과 그 외 사람들. 상당히 바빠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며 이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과연 상업도시라서 그런가? 엄청나게 바빠 보이네. 게다가 용병들의 수도 엄청나고.”
그러나 그것은 이곳에 처음 들르는 이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록슨에 여러 번 들러 덕에 이곳 용병길드에 대해서도 조금 안다고 할 수 있는 오엘은 이드와는 전혀 다른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상해요. 보통 때는 이렇지 않은데….”
그녀의 말에 라미아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보통 땐 이렇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 록슨이 상업도시라 이곳 용병길드가 제법 크긴 하지만 이렇게 용병들이 많이 드나들진 않아. 평소엔 지금의 반 정도밖엔 되지 않는 수인데…. 이상해. 무슨 일이지?”
“궁금하면 이렇게 서 있을 필요가 뭐 있어. 들어가서 알아보면 되지. 자, 들어가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용병길드를 바라보는 오엘의 모습에 이드는 호기 있게 말을 이으며 용병길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와 오엘도 급히 이드의 뒤를 따랐다.
아니, 따라가려고 했다. 등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이드를 따라 용병길드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이야, 오엘, 오엘 아니냐?”
“아저씨!!”
오엘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본 곳에는 디처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하거스가 커다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떡하니 서 있었다.
비록 헤어진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반가운 듯 하거스는 연신 반가운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와의 만남이 워낙 좋았던 덕분이었다.
“그런데 다시 만나서 반갑긴 한데… 모두들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지? 미랜드 숲에 일이 있었던 게 아니었나?”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희 일은 모두 끝났죠. 숲에서 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걸요. 그래서 뭘 좀 알아보려고 록슨에 온 건데…. 무슨 일이죠? 분위기가 상당히 산만해 보이는데, 게다가 여기 오엘도 이 용병길드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하던데요.”
이어지는 이드의 말에 하거스의 입가에 매어 있던 미소가 쓱 사라져버렸다.
이어 평소엔 들을 수 없는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좀… 좋지 못한 일이 있지. 그러지 말고, 어디… 어, 그래. 우리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가지. 이런 길가에서 이야기하긴 좀 그래. 소문이 퍼져서 좋을 게 없는 내용이라서 말이야.”
평소와 다른 하거스의 모습에 세 사람은 다른 별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거스는 그런 세 사람을 데리고 용병길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중급의 여관을 찾아 들어섰다.
여관은 용병길드와 가까운 때문인지 술을 좋아하는 용병들에 맞게 1층을 펍으로 쓰고 있었는데, 그 펍의 한쪽에 디처의 나머지 팀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그들도 지금 막 들어서는 오엘과 이드들을 봤는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대장. 우리 막내둥이는 한 일 이년은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헤어진 지 두 주도 못 채우고 다시 만나다니 말이야.”
흥얼거리듯 농담처럼 말을 하는 피렌셔였다. 그런 그의 입에서는 약하게 술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건 나머지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술에 취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들에 이어 하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 록슨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지? 별로 좋지 못한 일이야.”
뭔가 말하려는 폼의 하거스의 말에 이드와 라미아, 오엘은 귀를 기울였다.
하거스는 이야기하는 중에도 다른 사람이 듣지 않는지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상당히 귀한 정보인 것 같았다.
“날짜는 정확하지 않은데…. 몬스터 놈들의 공격이 있을 모양이야. 이곳 록슨에.”
“…!!!”
순간 이드와 두 명의 여성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거스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몬스터의 공격이라니, 또 몬스터가 공격해 들어올지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그러나 그런 의문은 이어지는 하거스의 설명에 의해 모두 풀 수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떠도는 이야기대로라면 항복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편지가 한 통 왔었던 모양이야.
누가 보냈냐고? 그건 아직 몰라. 워낙 쉬쉬하는 통에 말이야.
하지만 인간, 내지는 유사인간이 보낸 것 같다는 소문이야.
하여간 그 덕분에 록슨에선 위에 가디언을 요청해둔 상태고, 은밀히 용병길드에도 사람을 보내 실력 있는 용병들을 불러들이도록 한 거지.
우리가 상단과 함께 여기 도착한 게 오늘로서 육일 정도 되나?
하여간 우리가 도착하자 길드에서 슬쩍 사람을 보내 묻더라고, 디처란 이름이 꽤나 유명했었던 모양인지 찾아온 사람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 있냐고 묻길래.
나머지 놈들과 의논해 본다고 했지. 그리고 이 녀석들이 오케이 하길래 그 일을 맞기로 한 거야.
특히 이번 일은 보수가 두둑하거든.”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을 그렇게 덥석 맞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조용히 빠져나왔어야죠.”
하거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오엘이 눈살을 찌푸리며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도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용병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 위험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엘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말이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왠지 또 이상한 일에 말려드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기다리는지.
아무리 급할 게 없는 이드와 라미아의 일이지만…. 이런 일로 시간이 지체되는 건 사양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몬스터들의 공격이란 말과 함께 빼앗긴 종속의 인장이 머릿속에 잠깐 생각이 났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라미아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슬쩍 머리카락을 넘기는 라미아가 이드를 돌아보며 물었다.
“…. 남으실 거죠?”
“쯧, 어쩌겠어. 저 오엘이 아무래도 남을 분위기인데…. 거기다 고염천 대장의 당부도 있었고 말이야. 그리고 너나 나나 신경 쓰이는 게 있지?”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은 뭔가 통하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때 다시 오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록슨에선 사람들을 대피시킬 생각은 없는 거예요? 오면서 보니까 거의 평소 때와 다름없는 것 같던데….”
“뭐, 어쩔 수 없지. 알려졌다간 모두 도망칠 만한 사실이잖아. 누가 뭐래도 이곳은 영국의 중요한 상업도시 중의 하나. 언제 있을지도 모를 몬스터 공격에 사람들이 도망쳐 버리면 당장 저 안쪽의 생활이 어려워질 테니까.”
“그래도…..”
오엘은 하거스의 말에 뭔가 맘에 들지 않는 듯 웅얼거리긴 했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하진 못했다.
모두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뭐, 개중 정보가 빠른 상인들은 재빨리 록슨을 빠져나갈 것이고 느린 사람들은 록슨의 사람들과 함께 공격을 당할 것이다.
그때, 조금 가라앉는 분위기의 두 사람 사이로 이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것보다. 하거스씨. 저희들과 같이 움직이시지 않겠어요?”
갑작스런 이드의 말에 디처팀의 모든 시선이 이드에게 향했다.
“어차피 같은 곳에 있을 텐데…. 숙소를 같은 곳으로 잡자구요. 그래 놓으면 같이 움직이기도 편하잖아요.”
“음? 같은 곳에 있다니? 무슨 말이야? 내가 이런 이야길 괜히 한 줄 알아? 재깍 몸을 빼라고 알려준 거 아니야.”
하거스가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지만, 이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하거스 앞에 손가락을 들어 오엘을 가리켜 보였다.
이어지는 이드의 말에 오엘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 오엘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 그냥 갈 것 같습니까?”
“전 이번 일 끝날 때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전 아저씨와 팀원들만 남겨두고 떠나지는 못해요.”
단호하게 말을 내뱉는 오엘의 모습에 하거스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고 말았다.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다. 거기다 검강까지 발휘하는 이드의 실력을 본 뒤라서 그런지 남겠다면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도 없는 그였다.
“그럼…. 자네들이 묶고 있는 여관은 좋은가?”
하거스의 말에 그들은 일행들이 묵고 있는 여관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중 피렌셔는 급히 달려가 자신들이 잡은 여관의 방을 해약해버리고 남은 돈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용병길드에 정보를 구하러 온 것인 만큼 필요한 정보는 구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때문에 디처팀과 함께 움직여 용병길드에 들른 이드와 라미아는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정보의 제목은 영국에서 가장 몬스터의 종류와 수가 많은 곳.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곳. 이 두 가지였다.
작은 용지로 두 장 분량이 되는 정보를 가지고 여관에 돌아왔을 때, 이드들이 묶고 있는 숙소를 처음 본 하거스의 말은 이것이었다.
“왠 사치냐? 언제까지 묶어야 할지도 모르는 판에 이렇게 비싼 곳을 잡으면 어쩌자는 거야?”
“하하…. 괜찮아요. 괜찮아. 록슨에 들어오면서 생각지도 않은 돈다발을 주운 덕분에 그 돈으로 묶고 있는 거라서요.”
“돈다발?”
하거스의 물음에 이드가 그냥 들어가 버리자, 뒤따라오던 오엘이 그런 그와 디처팀에게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일행은 하거스의 부러움 같지 않은 부러움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쯤 완전히 잠에서 깨어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제이나노는 생각지도 못한 디처팀의 등장에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렇게 이드가 가져온 정보를 한쪽에 쑤셔두고 시간만 보내길 삼일.
드디어 몬스터가 공격할 날이 가까웠는지, 가디언으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들이 록슨시의 시청에 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이 때쯤을 기준으로 록슨시로 들어오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다.
또한 록슨의 시민들에게도 몬스터의 공격 사실을 알리고, 공격이 있을 시의 대피 요령에 대해 알려주었다.
몬스터들의 공격 예정일은 앞으로 이틀 후.
이것이 대피 요령과 함께 사람들에게 알려진 몬스터들의 공격 예정일이었다.
그 소식이 알려지자 용병길드에 의해 모인 용병들은 그때부터 슬슬 굳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공격 일이 알려지지 않아 무턱대고 놀아버린 덕분에 몸이 많이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디처들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들도 넉넉한 공간을 찾아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 건가 하는 생각에 한 번 알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기실 그들에겐 가디언이란 이름표도 있으니 알아보고자 한다면 알아보지 못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욱더 골치 아파질 것 같은 생각에 마주 고개를 저어버린 두 사람이었다.
그저 디처들과 함께 움직이며 전투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각각 이틀 동안 바쁘게 보낸 후, 록슨시는 더없이 조용해졌다.
간간이 보이는 용병들이 아니었다면 유령의 도시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의 시민들은 이미 전날 일찌감치 대피소로 피신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 시간, 용병들은 용병길드의 지시에 따라 시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시청 앞에는 이미 가디언의 제복을 입은 남녀 삼십여 명이 정렬해 서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그들의 통솔자로 보이는 오십 대의 강직해 보이는 인상에, 갈색 머리를 깨끗이 뒤로 넘긴 중년인과 함께 나무 로드를 들고 있는 마법사가 서 있었다.
“에엑…. 에플렉씨잖아.”
“어머, 정말…..”
가디언들과 떨어진 곳에서 용병들 틈에 끼어 있던 이드와 라미아는 안면이 있는 로드의 주인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이런 반응에 옆에서 같이 움직이던 하거스가 가디언들이 있는 쪽을 두리번거렸다.
“왜?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예, 저기 선두에 있는 마법사요. 조금 안면이 있거든요.”
“그래? 그럼 아는 채라도 하지 그러냐?”
“됐어요. 뭐하러 일부러 그래요?”
두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가디언들 앞에 서 있던 중년인이 용병들 쪽을 돌아보며 크게 소리쳤다.
“자네들은 언제까지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 있을 텐가. 왔으면 빨리빨리 열을 지어 정렬해!!”
“… 예, 예.”
“쳇, 영감. 목소리 하나는 죽이네.”
갑작스러운 그의 호통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용병들이 투덜거리면서도 한곳에 모여 열을 지어 섰다.
가디언들처럼 자로 잰 듯한 대열은 아니었지만, 용병들치고는 상당히 바른 줄을 지은 것이다.
그들이 줄을 지어 서자, 방금 전 용병들에게 소리치던 중년인이 작은 단상 위로 올라서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력을 사용한 것이 아닌데도 시청 앞 공터를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기만 했다. 정말 대단한 성량이었다.
“본인은 이번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내고 제지하는 임무의 총 지휘를 맡은 드윈 페르가우다. 간단히 드윈이라 불러주면 좋겠다. 그럼 지금부터 귀관들에게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겠다.
가디언들은 이미 자세한 설명을 들어 알고 있겠지만, 이주 전 ‘무(無)’, 통칭 제로라는 이름으로 록슨 시장님께 날아온 한 통의 편지에는 록슨이 영국에 속한 땅이 아닌 제로의 영역임을 나타내는 문구와 함께 록슨시의 항복을 바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또한 그 글에는 만일 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바로 오늘 이백에 이르는 몬스터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협박의 글도 같이 적혀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 그 일을 막고자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귀관들 중 혹 질문이 있는 자는 질문해도 좋다.”
그와 함께 용병들 중 한 사람의 팔이 들려졌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혹시라도 누군가의 장난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 제로라는 이름은 물론 그렇게 많은 몬스터를 부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음,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네. 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적도 없고, 그에 관한 말을 들은 적도 없어. 하지만 그 말이 가짜는 아닐 것이야. 그 편지에 손수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 스크롤이 하나 들어 있었기 때문이지. 그런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라면 그런 걸 가지고 고작 장난을 치고 있지는 않겠지. 또 다른 질문 있나?”
“……”
“좋다. 질문이 없다면 각자 그 자리에서 언제든 신호에 따라 뛰어나갈 준비를 갖추어 두도록. 제로란 놈이 언제 어디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시의 중앙 부분에 있다가 신호에 따라 움직이기로 한다. 그럼, 잠시 편히 쉬도록.”
드윈의 말이 끝나자, 가디언들은 정렬되어 있던 줄을 느슨하게 풀었고, 용병들은 다시 삼삼오오 모여 방금 들은 드윈의 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 용병들과 디처 사이에 끼어 있는 이드와 라미아는 디처와 제이나노가 열심히 토론하는 것을 내버려 둔 채 가디언들이 모여 있는 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저번 중국에서 봤던 에플릭이 있다면 그가 리더로 있는 팀인 트레니얼의 다른 팀원들도 오지 않았나 해서였다.
과연 그들의 추측대로 두 사람은 가디언들 중에서 트레니얼의 팀원인 가디언 두 명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금발에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저스틴과 이태영과 상당히 비슷한 성격을 가진 메른이었다.
그 외 두 사람은 빠진 듯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들이 아는 가디언 중 세 명이나 이곳에 파견 나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먼저 다가갈 생각은 없는 이드와 라미아였다.
만약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다가는 저쪽에 잡혀 이쪽으론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또, 던전에서 본 이드와 라미아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자신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는 더 이상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
“정면이다. 지금 경비들로부터 록슨시 정면으로 적의 몬스터들이 몰려온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각자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록슨시 정면으로 향한다. 그리고 도시 입구에서 다시 정렬. 모두 뛰어!!”
“우아아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