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이드 – 238화


날카롭게 귓가를 때리는 금속성이 열려진 창문을 통해 들려왔다.

“검격음(劍激音)?”

이드가 날카로운 소리의 정체를 밝혔다. 무인(武人)에게 있어 무기란 또 하나의 자신과도 같은 것이다. 검이든, 도든, 창이든지 간에 무공을 익히는 자신의 손에 한번 들려진 후라면 여하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인의 생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무구(武具)와 함께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며, 피를 흘린다. 삼류 무인이나 현경에 이른 절대 고수나 다를 바 없는 특징이다. 그 가진 바의 깨달음과 막강한 내공 지기로 검을 대신해 충분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검이 필요 없는 경지라 불리는 현경의 고수들도 자신의 무기를 쉽게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것은 검을 가짐으로 좀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내력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좋은 예로 이미 검으로 생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 닳고 닳은 목검을 아직도 소중히 품에 지니고 있는 카제가 있다. 그에게 그 목검은 자신이 무인으로서 걸어온 삶의 증명과도 같은 것일 것이다. 좌우간 결론을 말하자면 무인에게 있어서 무구는 단순한 물건을 넘어선 특별한 것이고 자신의 무구에 대해서는 자신의 몸 이상으로 잘 알고 있다는 말이며, 그런 이유로 무인 중 한 사람인 이드의 지금 판단은 다른 누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무인의 또 한 사람으로서 이드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카제가 페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뜻을 담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아무 일도 아닙니다. 자주 있던 일인데… 가벼운 수련을 겸한 일종의 식후 운동 같은 겁니다. 그리고…”

페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기 곤란한 듯 슬쩍 말을 끌다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을까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제는 그 말에 소리만이 들려오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허! 가르침이라니 내가 너희들에게 가르칠 게 뭐 있다고…”

카제는 쓸데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본심은 그렇지 않은지 그의 눈동자에 흐뭇한 표정이 떠올랐다.

“당치 않습니다. 선생님은 제로 모든 단원들의 큰 선생님이시지 않습니까. 선생님께 저희 단원들이 가르침을 받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녀석들 중 몇몇은 아직 선생님을 뵙고 가르침을 받아 보지 못한 녀석들입니다. 지금 밖에서 날뛰는 것도 그 녀석들일 겁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선생님을 뵐 수 있을지 몰라 서두르는 것이니 한번 보아 주십시오.”

이어진 페인의 말에 카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자신에게 배우기 위해 애쓰는 학생이 있다는데 어찌 흡족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스스로 이곳에 온 이유를 잊지 않고 있는 카제는 이드와 라미아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손님을 팽개쳐 두고 자신의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밖에 있는 단원들도 보고 싶었기에 카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드 군, 라미아 양. 두 사람도 같이 나가서 단원들의 실력을 구경해 보지 않겠나? 자네들 눈에 차지 않겠지만 본부 쪽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엔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네.”

“네. 그럴게요. 이야기도 다 끝났는데 오히려 잘됐죠.”

라미아가 카제의 말에 응했다. 항상 생각과 행동을 함께하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의 대답만 있으면 되었다. 일단 모두의 의견이 통일되자 여섯의 인원은 페인을 선두에 세우고 건물의 앞마당과 같은 연무장으로 나섰다. 전날 이드와 제로들 간의 전투로 뒤집어지고, 오늘은 마법진을 그리는 캔버스가 되었던 연무장엔 지금 많은 단원들이 나와 있었다. 그 단원들 대부분이 몸으로 때우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인지 하나같이 덩치가 좋거나 번쩍거리는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몇 명이 그 무기를 직접 휘둘러 날카로운 소성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모두 주목! 카제 선생님께서 나오셨다. 하던 짓들 멈추고 대열을 맞춰…”

어느새 카제들을 데리고 내려온 페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니 연무장을 중심으로 울려 퍼졌다. 하지만 한순간 그의 목소리는 중간에 끊어지고 말았다. 카제가 그의 말 중간에 끼어든 탓이었다.

“그럴 필요 없다. 그저 지금 있는 곳에서 편히 쉬도록 해라.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복잡하게 모일 필요는 없지.”

그 말에 페인은 괜히 목청을 높인 것이 무안한 듯 번개 맞은 머리를 부스럭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아직 선생님을 못 뵌 녀석들만 부를까요?”

“그래라. 대충 보긴 했지만 아직 내가 내준 숙제도 다 하지 못한 녀석들이 수두룩한 것 같은데, 그 녀석들에게 똑같은 말을 또 해 줄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맞는 말이다. 페인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연무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 선생님 말씀 잘 들었을 거다. 본부에서 바로 이쪽으로 들어온 막내들만 이리 모여.”

그의 말대로 카제의 말을 들은 십여 명의 단원들이 페인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페인을 비롯한 이드들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이 모두 모인 것 같자 페인이 입을 열었다.

“자, 다시 소개하겠다. 이분은 우리 제로에 없어서는 안 될 분이며, 무공을 수련하는 모든 단원들의 큰 선생님이신 마사키 카제님이시다. 모두 인사드리도록.”

“처음 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미리 연습이라도 했는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들의 시선이 카제를 향했다. 하지만 그 중에는 간간이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섞여 있었다. 전날 경험했던 이드의 강함과 라미아의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특히 이드의 강함은 제로의 최고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카제가 나타남으로 해서 더욱 비교되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기에 카제와 함께 저절로 시선이 갔던 것이다. 뭐, 꼭 그런 일을 제쳐 두더라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은발의 미소녀와 찰싹 붙어 있는 이드의 모습은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시선에 익숙해져 버린 이드는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제와 단원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음. 좋구나. 각자 가진 바 재능도 보이고, 눈빛도 바르구나. 그 눈빛만 변하지 않는다면 각자 바라는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란 님을 대신해 여기 와 있는 것이기에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너희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하지만 페인의 부탁도 있고 하니, 간단하게 너희들이 가야 되는 방향만 가르쳐 주마.”

카제의 말이 끝나자 페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연무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단원들을 외곽으로 물리고 앞에 모여 있는 단원들을 두 명씩 짝을 지웠고, 그 중 한 쌍을 연무장 중앙으로 내보냈다. 페인은 그들이 비무를 하도록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카제가 그들에게 작은 가르침이라도 주려면 각자의 실력을 알아야 할 것이고, 실력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비무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혼자서 허공에 칼질하는 연무와는 달리 초식의 운용과 조합은 물론 상대를 보는 눈과 적절한 임기응변까지 필요한 비무야말로 그 사람이 가진 모든 능력을 보여 주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페인이 비무를 진행하는 사이 페인과 퓨를 제외한 네 사람은 뒤로 물러나 있던 단원이 가져다 준 의자에 편히 앉아 비무가 진행되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럼 비무를 시작한다. 각자 빨리 결판을 낼 생각 하지 말고 각자 가진 실력을 최대한 보여라. 그렇다고 너무 오랫동안 끌진 말고. 한 조가 끝나면 바로 다음 조가 나온다. 빨리빨리 움직이도록 하고. 시작해!”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첫 번째 조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일은 네 번째 조로 지명받은 두 사람이 나오면서 일어났다.

카카캉!!! 차카캉!!

세 번째 조가 들어가자마자 뛰쳐나오며 상대방의 급소를 향해 죽일 듯이 휘둘러지는 검. 두 개의 검이 서로의 몸을 꼬며 살기 어린 비명을 지른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아니 비무라는 걸 알고서 보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철천지한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갈 정도의 살벌한 모습들이었다. 느긋하게 비무를 구경하고 있던 이드와 라미아는 갑작스런 두 사람의 모습에 당혹스런 미소를 흘리며 페인을 바라보았다.

“하, 하. 검식 하나하나가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살초(殺招)네요. 거기다 살기까지 뻗치는 걸 보면… 혹시, 여기 좌우명이 ‘연습도 실전처럼’인가요? 앞서는 그렇지 않더니…”

하지만 페인은 대답이 없었다. 아니, 아예 이드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조용히 머리를 감싸 쥐고서 앞에 앉은 데스티스의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마치 스스로 무덤 파고 들어간 듯한 허망한 모습이었다. 데스티스는 불쌍하다는 듯, 또는 재밌다는 듯이 페인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 주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에 카제까지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데스티스가 페인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이해해 주세요. 저기 저 두 사람 때문에 워낙 애를 먹어서 가벼운 노이로제 증상이 있거든요.”

“저 두 사람이 어떻게 했는데요?”

라미아가 자못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데스티스의 얼굴 위로 불쌍함이 떠올라 페인을 향했다.

“보면 알겠지만 저 두 사람의 싸움이 문제죠. 비무를 가장한 살기 등등한 싸움이요.”

확실히 지금 모습은 비무라기보단 생사투(生死鬪) 같아 보였다.

“저 두 사람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어요. 헌데, 그러면서도 묘하게 서로 닮은 곳이 많아요. 페인 말로는 두 사람이 쓰는 검법도 상당히 비슷하다고 했어요. 또, 평소 성격이나 외모까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쌍둥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했어요.”

스으윽…

그녀의 말에 카제와 이드, 라미아의 시선이 일제히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쌍둥이 같아 보인다. 데스티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의 사이가 별로 좋지 못하다는 거예요. 거기다 서로의 비슷한 모습에서 일어난 것인지 서로에 대한 경쟁심이 도를 넘어서 살기까지 뿜어대고 있죠. 실제로 한번은 둘 다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른 적이 있을 정도예요. 그래서 그런 두 사람이 싸우지 않도록 말리고 감시하려고 페인이 나섰지만… 그래도 요즘엔 좀 조용했었는데. 이번 비무에는… 후우~”

데스티스가 나직한 한숨으로 말을 끝냈다.

“푸훗~ 꼭 무슨 도플갱어 이야기를 듣는 것 같네요.”

라미아가 재밌다는 듯 깔깔거렸다. 그 모습에 주위에 있던 단원들 몇이 따라 웃어 버렸다. 아마 그들도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해 봤던 모양이었다. 이드도 그녀의 말에 같이 웃다가 언뜻 생각나는 존재가 있었다. 도플갱어에서 하급의 마족으로 다시 태어난 놈. 보르파. 지난 영국의 일 이후로는 나타났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혹시 능력 없다고 제로에서 짤린 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드가 그런 생각에 막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그의 눈동자에 때마침 필살의 공격을 준비 중인 문제의 두 사람이 비쳐졌다.

“저기… 지금은 웃기보다 저 두 사람을 먼저 말려야 할 것 같은데…”

슈우우우우…..

순간 이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기세에 연무장의 먼지가 둥글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정말 저대로 부딪힌다면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선생님께서 좀 나서 주세요.”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사람보다 더 세밀하게 기세를 느끼는 데스티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 바람에 필요 없는 말을 한 것이었다. 카제의 손엔 이미 그의 짧은 목도가 들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걱정 말아라. 내 저 버릇없는 오만한 녀석들을 혼내 주마. 하늘을 보고 산을 닮을 생각은 하지 않고 제놈들의 작은 재주만 믿고 날뛰다니.”

카제는 말과 함께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그의 짧은 목도 위로 은백색 별빛 모양의 강기가 내려앉았다. 특이하게 그의 강기에는 여타의 강기에서 일어나는 강렬하고 굳은 기세가 전혀 없었다. 그저 밤하늘 별빛과 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주위의 사람들은 더욱더 시선을 모았다. 데스티스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던 페인까지 빼꼼히 얼굴을 들어 보일 정도였다. 전혀 기세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강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단계를 훨씬 넘어서 강기를 완전히 이해하고서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무공을 익히는 자들이 바라는 또 하나의 목표였다.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 역시 제로 이전에 무인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카제로 하여금 그런 대단한 강기를 일으키게 만든 문제의 두 사람은 그런 무시무시한 것이 자신들을 향하는 것도 알지 못하고서 강자가 준비한 최강의 힘을 내뿜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앗!!!!

두 사람의 기합성과 검에서 터져 나오는 벽력성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고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야천단은하(夜天斷銀河)!!”

사하아아아…

나지막하지만 앞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짓눌러 버릴 압력을 가진 카제의 목소리가 연무장을 덮어 누른 것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휘두르는 것 같지도 않은 목검에서, 가볍게 손바닥을 두드리는 듯한 동작에서 뿜어진 은백색 비단천과 같은 네 줄기 도강이 너울거리며 뻗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강기다운 강한 기세도 없을 뿐 아니라, 전혀 강해 보이지 않는 도초. 하지만 약해 보이는 도초에 깊이 감명받는 사람도 있었다. 다름 아니라 반짝거리는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도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드였다.

“과연. 완벽하게 그 흐름(流)을 끊어내는 단(斷)의 묘수(妙手)다. 단의 묘는 수라삼도(壽羅三刀) 이상이다.”

이드의 이런 감탄성은 잠시 후 나타난 결과에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한발 늦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바람에 흘러가듯 허공을 유영하던 네 가닥의 도강이 문제의 두 사람의 몸과 검과 검기의 흐름을 완전히 잘라내 버린 것이었다. 몸을 흐르는 피의 같은 흐름이 끊어지고, 대기를 흐르는 검이 꺾어지고, 몸에서 검으로 검에서 대기로 광기를 뿜어내던 검기가 힘없이 흩어지며 두 사람이 달려나가던 자세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보통 사람의 걸음에도 그 흐름이 있어 그 틈으로 슬쩍 발을 걸면 넘어지듯 흐름이 끊긴 두 사람도 그 자리에 쓰러져 볼품없이 땅을 굴러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쓰러져 땅 위를 구른 두 사람은 어째서 자신들이 쓰러진 것인지, 어째서 지금 땅 위를 구르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일어나려 해도 일어날 수 없는 자신들의 몸에 의문을 넘어 당혹과 공포감마저 찾아들었다.

“도, 도대체….”

“이, 이봐들…”

“가만! 시끄럽다!”

카제가 천천히 사람의 마음을 압도하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 어리둥절해하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카제를 바라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눈엔 방금 전에 떠올라 있던 당혹감이 싹 사라지고 없었다. 카제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들이 뭔가 카제를 화나게 했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당혹감을 대신해 그들의 눈에 자리 잡았다. 과연 두 사람의 걱정대로 고막을 쩌렁 울려대는 카제의 노갈이 터져 나왔다.

“노~옴! 네 놈들이 무에 잘났다고 나와 손님 앞에서 살기 등등하게 칼질이냐. 칼질이. 그것도 되지는 않는 실력으로 목숨을 맡겨도 모자를 동료끼리 살기를 뿜다니. 네놈들이 미친 것이냐, 아니면 죽고 싶어서 그런 것이냐. 그런 것이라면 내가 당장 네놈들의 목을 베어 주마!”

우우웅

공명음과 함께 카제의 목도에서 별빛이 뿜어지더니 순식간에 4미터의 거대한 도가 환상처럼 나타났다. 한 점의 살기도 없는 그저 어른의 훈계와 같은 카제의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카제의 기(氣)에 눌려 버린 것이다.

“히익. 아, 아닙니다. 저희들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네, 저희들은 단지 경쟁심에… 한번 시작하면 너무 흥분해 버려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용서해 주십시오. 선생님.”

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맞아 변명했다. 도저히 조금 직전까지 살기를 뿜으며 싸운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호승심(好勝心)이 너무 크단 말이지.”

어느새 강기를 거두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목검으로 손바닥을 툭툭 두드리는 카제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페인을 비롯한 카제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르르 소름이 돋도록 만들었다. 그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 말을 외치고 있었다.

‘결정났다. 지옥일주 스페셜 코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