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2부 – 452화
888화
싫다는 건 아니다. 반대로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삼검왕의 뜻을 따라 검후를 배신하는 일도 하지 않았겠지.
그러나 그들의 사상과 실력, 그리고 원대한 목표에 대한 존경은 존경이고 일은 일이 아니겠는가. 제발 공사는 구분해 줬으면 한다.
특히나 초인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존 워스가 끼어들면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대놓고 이런 마음을 꺼내 놓을 수는 없는 노릇. 모이엔은 속내를 감추고 워스와 마주 앉았다.
“연락도 없이 복잡한 곳에 어떻게 오셨습니까.”
“훗, 내가 가지 못할 곳이 어디 있나? 그리고 전장만큼 우리에게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과연 틀린 말이 아니다. 하마터면 모이엔은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삼검왕이라는 존경을 담은 칭호도 전장 가운데서 검을 휘둘러 얻은 것이 아니던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갑자기 자리를 비우셔서 페시딘 님께서 애타게 찾고 계셨습니다.”
“애타게 찾는 게 아니라, 원망에 불평을 더해 이를 갈고 있겠지.”
과연 오래 묵은 인연. 정확하다.
워스가 찾아갈지 모른다며 조용히 시작한 페시딘의 목소리는 뒤로 갈수록 거친 고함으로 변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있느라 진땀을 흘린 걸 생각하면 한숨만 난다.
“……제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서둘러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자넨 내가 가출한 아이 같은 모양이군.”
“절대,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무튼 그건 자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네. 그리고 나도 중요한 일만 끝나면 있으라고 잡아도 돌아갈 것이야.”
중요한 일. 역시 그게 목적이었던가. 모이엔이 꼴깍 마른 침을 삼켰다.
“중요한 일이라고 하시면?”
“초인 놈들이지. 지금 그놈들 말고 중요한 것이 또 있겠나.”
모이엔은 초인을 언급하는 순간 번뜩이는 워스의 눈빛에 내심 고개를 저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초인이다.
“초인의 처분이라면 이미 페시딘 님의 지시에 따라 진행 중인 계획이 있습니다만.”
슬그머니 페시딘의 이름을 방패 삼아 내세워 본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말도 하기 전부터 워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다.
“내가 그걸 모를까.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야.”
그 말에 모이엔은 반사적으로 방음 아티팩트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니. 저 말은 계획의 진행에 참견하겠다는 정도를 넘어 반대하겠다는 뜻인가.
불길한 예감에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어떤 점이…….”
“초인들. 막바지 연구를 위해 마탑으로 넘기기로 했다지?”
“페시딘 님께서 경고의 의미로 그런 처분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만. 혹시 그 처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처분된 초인들은 절대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굴러도 마탑의 연구 재료고 그 끝은 끔찍할 것이 뻔한 일. 당연히 초인을 싫어하는 워스에게는 즐거운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건 워스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가 초인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증오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초인이 사라지는 것이지. 초인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그 차이를 모르는 모이엔으로서는 워스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렇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처분의 방식이야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그로 인해 마탑 놈들이 초인을 찍어 내는 마법의 완성에 도움이 된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분명히 말해 이번 결정은 그 친구의 실수야.”
“하, 하지만 마탑과의 연합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의 목적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초인을 사냥하러 온 것도 아니고. 난데없이 마탑을 걸고넘어지는 말에 모이엔이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때는 그랬지. 초인 마법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으니까. 그저 연구를 통해 초인의 발생 원인이나 약점을 밝혀 주길 기대했으니까. 그런데 난데없이 초인 마법의 완성이 코앞이라고 하지 않나.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어.”
마탑을 통해 초인들이 쏟아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인가. 끔찍한 표정으로 미간을 누르던 워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들은 여기 마탑이 초인 마법을 완성하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생각해 본 적있나?”
“역사에 남을 큰 발견이 되겠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당장 소드 팰러스를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전문 분야도 아닌 마법에 대해 고민할 이유가 없다.
워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초인 마법.
미완의 마탑의 목표는 기존 마법사들의 마법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초인기 자체를 직접 마법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연구한 마법을 통해 누구나 초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초인이라는 병사를 만들어 미완의 마탑이 그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힘을 주었다면 다시 빼앗을 수 있을 테니. 힘을 잃고 싶지 않다면 절대 마탑을 배신할 수도 없다. 가히 절대 권력이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마탑의 마법사들은 직접 싸울 필요도 없다. 만들어 낸 초인을 부리면 되니까. 정통 마법사보다는 차라리 기사와 병사를 훈련시키는 군주에 가깝다.
그렇게 대륙의 초인들이 모두 마탑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자들로 바뀌고 나면 어떻게 될까?
“미완의 마탑은 마탑이 아니게 되지. 전 대륙의 초인들을 손가락 하나로 부리는 위치에 올라 모든 나라에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가 되는 것이네. 잘 생각해 보게. 우리에겐 이와 비슷한 곳이 이미 있지 않은가?”
“소드…… 팰러스 입니까?”
답을 내놓는 부단장의 목소리가 무겁다.
자신부터가 소드 팰러스에 속해 있기 때문에 소드 팰러스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또 대륙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소드 팰러스 하나의 힘이 세상에 흩어진 무수한 마탑을 모은 것과 같다. 그런데 그런 집단이 또 생긴다면?
등허리가 짜릿하다.
“그래, 저들은 우리가 되는 것이네. 마탑이니, 매직 팰러스가 되겠지.”
“…….”
모이엔은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 꼭 그렇게 되란 법도 없다.
무엇보다 초인 마법이 완성된 것도 아니고. 설령 완성된다 해도 다른 마탑이 가만히 있겠는가. 아예 백지에다 무공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역사를 써 내려간 소드 팰러스와 달리 마탑은 기존의 마법들이 그 토대가 되었을 터.
미완의 마탑처럼 다른 마탑도 연구를 통해 초인 마법을 만들어 낸다면 매직 팰러스 같은 건 만들어지기 어렵다.
“이런 문제라면 다른 검왕님들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럴 것이네. 이 일이 끝나면.”
결국 대놓고 사고를 치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말릴 수도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초인파에 대한 징계와 마탑과의 약속이 있습니다.”
“나, 철벽의 검왕에게 그 정도 결정권도 없을 것 같은가? 무엇보다 계획을 모두 비틀겠다는 것은 아니네. 내가 원하는 것은 마탑에 초인이 넘어가지 않는 것이네. 겸사겸사 마탑 마법사의 수도 좀 줄이면 좋고. 그러니 자네도 적당히 협조하게.”
섬뜩한 미소와 함께 워스의 눈동자에 황금빛이 아른거린다.
‘아, 젠장.’
그 모습에 모이엔은 결국 워스를 막으려던 것을 포기해 버렸다.
저 금광은 나름 삼검왕과 가깝다 하는 기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눈빛이다. 저 때 워스의 고집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으로 말이다. 다른 검왕은 물론이고 검후조차 포기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와 함께 엉뚱하게도 저 금색 눈빛에 대한 유언비어 하나가 떠올랐다. 저 금빛이야말로 워스가 초인으로 각성하려는 징조라던가?
‘헛소리지, 헛소리야. 저 양반이 초인? 진짜 저러다 초인이 되면 저 양반 성격에 자살하지. 자살해’
그리고 지금 심정으로는 당장 초인으로 각성해 자살해 주셨으면 싶은 모이엔이었다. 그 정도로 워스의 요구는 머리 아픈 것이었으니까.
‘최대한 빨리 페시딘 님께 소식을 전해야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 3층 공략을 마쳐 아직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하, 하지만 마탑과의 연합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의 목적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초인을 사냥하러 온 것도 아니고. 난데없이 마탑을 걸고넘어지는 말에 모이엔이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때는 그랬지. 초인 마법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으니까. 그저 연구를 통해 초인의 발생 원인이나 약점을 밝혀 주길 기대했으니까. 그런데 난데없이 초인 마법의 완성이 코앞이라고 하지 않나.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어.”
마탑을 통해 초인들이 쏟아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인가. 끔찍한 표정으로 미간을 누르던 워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들은 여기 마탑이 초인 마법을 완성하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생각해 본 적있나?”
“역사에 남을 큰 발견이 되겠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당장 소드 팰러스를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전문 분야도 아닌 마법에 대해 고민할 이유가 없다.
워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초인 마법.
미완의 마탑의 목표는 기존 마법사들의 마법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초인기 자체를 직접 마법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연구한 마법을 통해 누구나 초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초인이라는 병사를 만들어 미완의 마탑이 그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힘을 주었다면 다시 빼앗을 수 있을 테니. 힘을 잃고 싶지 않다면 절대 마탑을 배신할 수도 없다. 가히 절대 권력이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마탑의 마법사들은 직접 싸울 필요도 없다. 만들어 낸 초인을 부리면 되니까. 정통 마법사보다는 차라리 기사와 병사를 훈련시키는 군주에 가깝다.
그렇게 대륙의 초인들이 모두 마탑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자들로 바뀌고 나면 어떻게 될까?
“미완의 마탑은 마탑이 아니게 되지. 전 대륙의 초인들을 손가락 하나로 부리는 위치에 올라 모든 나라에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가 되는 것이네. 잘 생각해 보게. 우리에겐 이와 비슷한 곳이 이미 있지 않은가?”
“소드…… 팰러스 입니까?”
답을 내놓는 부단장의 목소리가 무겁다.
자신부터가 소드 팰러스에 속해 있기 때문에 소드 팰러스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또 대륙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소드 팰러스 하나의 힘이 세상에 흩어진 무수한 마탑을 모은 것과 같다. 그런데 그런 집단이 또 생긴다면?
등허리가 짜릿하다.
“그래, 저들은 우리가 되는 것이네. 마탑이니, 매직 팰러스가 되겠지.”
“…….”
모이엔은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 꼭 그렇게 되란 법도 없다.
무엇보다 초인 마법이 완성된 것도 아니고. 설령 완성된다 해도 다른 마탑이 가만히 있겠는가. 아예 백지에다 무공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역사를 써 내려간 소드 팰러스와 달리 마탑은 기존의 마법들이 그 토대가 되었을 터.
미완의 마탑처럼 다른 마탑도 연구를 통해 초인 마법을 만들어 낸다면 매직 팰러스 같은 건 만들어지기 어렵다.
“이런 문제라면 다른 검왕님들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럴 것이네. 이 일이 끝나면.”
결국 대놓고 사고를 치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말릴 수도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초인파에 대한 징계와 마탑과의 약속이 있습니다.”
“나, 철벽의 검왕에게 그 정도 결정권도 없을 것 같은가? 무엇보다 계획을 모두 비틀겠다는 것은 아니네. 내가 원하는 것은 마탑에 초인이 넘어가지 않는 것이네. 겸사겸사 마탑 마법사의 수도 좀 줄이면 좋고. 그러니 자네도 적당히 협조하게.”
섬뜩한 미소와 함께 워스의 눈동자에 황금빛이 아른거린다.
‘아, 젠장.’
그 모습에 모이엔은 결국 워스를 막으려던 것을 포기해 버렸다.
저 금광은 나름 삼검왕과 가깝다 하는 기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눈빛이다. 저 때 워스의 고집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으로 말이다. 다른 검왕은 물론이고 검후조차 포기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와 함께 엉뚱하게도 저 금색 눈빛에 대한 유언비어 하나가 떠올랐다. 저 금빛이야말로 워스가 초인으로 각성하려는 징조라던가?
‘헛소리지, 헛소리야. 저 양반이 초인? 진짜 저러다 초인이 되면 저 양반 성격에 자살하지. 자살해’
그리고 지금 심정으로는 당장 초인으로 각성해 자살해 주셨으면 싶은 모이엔이었다. 그 정도로 워스의 요구는 머리 아픈 것이었으니까.
‘최대한 빨리 페시딘 님께 소식을 전해야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 3층 공략을 마쳐 아직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3층에 숨구멍을 만든 이드는 바로 4층을 향했다. 3층에 이글거리는 잔열은 라스갈이 제거해 삼 조가 지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불로 가득했던 3층과 비슷하게 4층의 주제는 바람이었다.
강력한 풍압과 칼날 같은 예리함. 그리고 그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보이지 않는 무기까지.
절대 쉬운 던전은 아니었지만 3층의 답답함에 칼을 갈던 기사들이 힘을 낸 덕분인가. 기사들이 주축이 된 4층은 의외로 쉽게 클리어되었다.
사실 그 압도적인 화력과 비교하면 4층이 쉬운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의욕이 과한 기사들이 조금 다치긴 했지만, 다행히 상처는 심하지 않았다.
“이대로 마지막 층까지 단숨에 가자!”
“오~!”
덕분에 사기가 더욱 올랐다.
하지만 그와 달리 이드는 더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5층의 주제는 물이라고 했던가?
이드는 굳게 닫혀 있는 5층 앞에서 돌아섰다.
“아직 할 수 있는가?”
“어떤 괴수라도 상대할 수 있습니다!”
“힘이 남았는가?”
“내일까지 자지 않고도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럼 그 힘은 내일을 위해 넣어 두고, 우리 조는 복귀한다.”
“우~”
맹렬한 야유가 터졌다. 토벌이라는 느슨한 분위기 때문에 가능한 야유였다.
“아니, 황녀 전하께서 거기서 그러시면 어쩝니까.”
이드는 그런 기사들 속에서 함께 소리를 지르고 있는 황녀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 소리쳤지만,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그 모습에 기사들이 환호하며 호감 어린 눈빛을 보냈다. 철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오늘 황녀는 어지간한 기사 못지않게 활약했다.
그런 가운데 기사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호감도가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선망보다는 친근감이랄까?
‘황제가 노렸던 게 저런 모습이겠군.’
그렇다고 황녀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일부러 저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분위기를 탄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 결과는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무공이 뛰어난 아름다운 황녀가 자신들과 함께 용감히 싸우는데 싫어하는 기사가 있다면 그게 이상하지.
이드는 끝까지 기사들 곁에 서 있는 황녀를 포기하고는 말했다.
“욕심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 조가 활약할 기회도 줘야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모두 복귀할 준비를 하도록 해요.” “충!”
황녀의 말에 재깍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사들.
“스폴 경. 내 위엄이 벌써 황녀에게 밀리는 것 같지 않아?”
“……”
사실 딱 봐도 강하게 보이지 않는 이드의 인상은 어지간해서는 위엄과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이드가 일부러 권위를 세우며 위엄있게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차마 그렇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스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크크큭. 우리도 가요.”
그런 스폴을 대신해 라미아와 일리나가 이드의 두 팔을 하나씩 잡았다.
“삼 조가 복귀한다!”
누군가 소리쳤다.
황녀와 명예 후작, 거기에 두 명의 후작 부인,
그리고 땅을 뚫고 솟아오른 빛줄기에 앞선 2조와 비교되는 성과까지.
들을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가,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고생하셨습니다. 황녀 전하.’
록마틴 후작이 일 조 때와 마찬가지로 황녀와 토벌대를 반겼다.
“명예 후작의 활약도 대단했다지요. 설마 정령사인 줄은 몰랐습니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았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절대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럴 게 아니라 자세한 이야기는 편히 앉아서 하도록 하지요. 고생한 삼조의 기사들도 쉬어야 할 테니.”
록마틴 후작이 앞장서자 이드들이 그 뒤를 따랐다.
뒤이어 자연스레 해산하는 삼조를 향해 토벌대의 사람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라붙었다.
“자자.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명예 후작님은 얼마나 강하시던가?”
“황녀 전하께서 오늘도 활약을 하셨습니까?”
“이야기 좀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