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1권 5화 – 뇌령심법과 영사심결

뇌령심법과 영사심결

장작패기와 빨래를 시작한 지 어언 일주일.

나는 그 일주일 동안 지옥 같은 근육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정말 끔찍한 고통이었다. 고통이라는 이름의 수만 마리 벌레가 나의 온몸 구석구석에 집을 짓고 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느껴 보지 않은 자, 겪어 보지 않은 자는 결코 알지 못할 지독한 고통이었다. 하긴 태어나서 처음 당하는 일이니 나의 이 연약한 육체가 말짱했다면 오히려 더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지옥의 근육통을 겪으며 방바닥에 달라붙어 빌빌대고 있는 나에게 사부는 심술 궂은 미소를 지으며 “힘들지?”라고 빈정거렸다. 그리고는 선심 쓰듯 힘을 좀 덜어 주겠다며 가르쳐 준 것이 ‘뇌령심법(雷靈心法)’과 ‘영사심결(靈絲心訣)’이었다.

뇌령심법(雷靈心法)은 본문(本門)의 독문내공심법(獨門內攻心法)으로서 단지 인체의 호흡뿐만 아니라 천지간의 교류(交流)를 통해 천지 세상 만물의 기운을 받 아들여 그 기운으로 뇌령(雷靈), 즉 뇌(雷)의 영혼(靈魂)을 또는 정기(精氣)를 생성(生成)해 낸다는 천하 제일의 내공심법(內攻心法)이었다. 또한 이 뇌령심법은 뇌 (雷)의 기운인 쾌(快), 섬(閃), 강(强), 찰나(刹那)의 구결과 함께 집(集), 산(散), 유(柔)의 구결이 포함되어 있다는 친절한 설명 또한 잊지 않았다.

뇌령심법과 함께 배운 영사심결(靈絲心訣)은 내공심법이 아니었다. 내공심법은 뇌령심법 하나로도 넘칠 만큼 충분했다. 영사심결은 영혼(靈魂)을 꼬아서 실처럼 가늘게 만든다는 의미로서 일종의 일점집중(一點集中)의 정신 통일법(精神統一法)이었다.

영사심결의 요체(要諦)는 주위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이 자연스러운 부동심(不動心)을 가지는 것이다. 영혼의 실은 어떠한 경우에도 끊어짐이 없으 며 그 마음은 항상 조용하고 투명한 호수와 같이 맑고 고요하며 평안하다. 이것이 바로 영사심결의 주요 요결(要訣)이었다.

이 두 가지를 배우게 됨으로써 드디어 나는 무공다운 무공을 익히게 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라면,

“아이고, 사부님! 감사합니다. 이런 불민한 제자에게 이토록 절세의 신공을 가르쳐 주시다니요. 이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옵니다. 불초 제자, 사부님의 하해와 같은 은총과 기대에 반하지 않게 밤낮 없이 피땀 흘려 무공 수행에 정진하겠나이다. 지켜봐 주십시오.”

라고 말하며 두 눈에서 감격의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상황 판단이 안 되는 보통 사람한테나 통용되는 이야기일 뿐, 난 그렇 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이미 사부의 시커먼 속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이미 일주일 전에 나에게 가르쳐 주었어야 했던 것이다. 그랬으면 내가 좀더 편 안하게 장작을 패고 빨래를 하며 지낼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사부는 타인의 불행은 곧 자신의 행복이라는 듯이 내가 지옥의 근육통을 겪으며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랬으면서 이제 와서 선심 쓰듯 뇌 령심법과 영사심결을 가르쳐 주겠다니 나로서는 내심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이 필요했고 반드시 익혀야 했다. 좀더 나은 편안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좀더 쉬운 세탁과 원활한 장작 마련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도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난 그것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나는 빠른 속도로 뇌령심법(雷靈心法)을 익혀 나갔는데 진보 속도는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명석하고 뛰어난 두뇌가 있 음으로 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3살 때 이미 『천자문』을 통달하고 5살 때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달달 외웠다고 한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소위 천재(天才)라 고 부르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6살 때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한 나는 몇몇 범인(凡人)들로부터 ‘발랑 까진 놈!’ 또는 ‘싹수머리 없는 놈!’이라는 소릴 들어야 했지만 그것은 모두 천재에 대한 범인 들의 질투이려니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10살이 되던 해, 그러니까 마을에서 공식 활동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사람들은 비로소 천재의 진가(眞價)를 인정 했고 나를 천재(天災하늘의 재앙)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러한 나였기 때문에 본문(本門)의 비전(秘傳)인 뇌령심법의 오의(義)를 비교적 쉽게 깨우칠 수 있었고 꽤 빠른 속도로 내공을 쌓아 갈 수 있게 되었다.

비뢰문(飛雷門)의 2대 비전(秘傳)인 뇌령심법(雷靈心法), 영사심결(靈絲心訣)과 함께 배운 것은 바로 금(琴)이었다. 금을 연주하는 것, 즉 탄금(彈琴)은 고도의 손 가락 기술과 감각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이었다. 또한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기술 이외의 그 무엇인가가 필요한 작업인 것이고 그 무엇인가가 바로 비뢰도(飛雷 刀)를 부리는 데 꼭 필요한 요소였다. 그러므로 그 무엇인가를 얻는 것이 바로 금(琴)을 배우는 목적이었던 것이다.

물론 금을 배움으로써 얻어지는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과 정교한 감각 또한 금을 배워야 하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다른 것을 배울 때는 늘 툴툴 거렸던 나였지만 사부가,

“비뢰도(飛雷刀)를 부린다는 것은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라는 멋진 말을 하면서 나에게 금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정말 흔쾌히 승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탁 까놓고 말해서 여자 꼬시는 일만 해도 그렇다. 여자는 분 위기에 약한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분위기에 음악만한 게 또 어디 있겠는가!

야들야들한 아리따운 미녀와 함께 달빛이 촉촉하게 스며든 호숫가 정자에 앉아서 금(琴)으로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며 시 한 수 읊노라면 어지간한 여자는 끔뻑 죽 게 되어 있는 것이 세상 만사 당연한 이치이다. 더욱이 금을 연주하고 있는 이가 절세고수인 천하 제일의 미소년이라면 이건 이미 끝난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달빛 을 깎아 만든 것 같은 절세 미모(絶世美貌), 은하수(銀河水)를 담아 놓은 것같이 우수에 잠긴 눈, 단정히 묶은 머리, 홍룡(紅龍)이 수놓인 백의(白衣)를 걸친 허리에

는 고색창연한 한 자루의 신검(神劍)이 차여져 있다. 그리고 등 뒤에 자리하고 있는 밤하늘 같은 칠흑의 묵금(墨琴)!

카, 이건 완전히 한 장의 그림과도 같은 장면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렇게만 된다면 모든 남정네들이 꿈꾸는 삼처사(三妻四妾)도 꿈이 아닌 것이다. 일곱 명 모두 다 절세의 미녀(美女)들로 만 구성된, 으흐흐흐…….

절세의 아름다움이야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져 있는 것이니 신경 쓸 것 없고, 천하 제일의 무공도 지금 배우고 있으니 이미 해결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러니 이제 금(琴)만 배우면 위의 3박자가 모두 갖추어져 ‘초 절세 미소년 고수(超 絶世 美少年 高手)’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금(琴)을 이용한 절세 의 음공(功)까지 익히게 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니 금(琴)이 옥소(玉簫)와 함께 대대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 주는 2대 연주 용품 중 하나로 불릴 수밖에 없었다.

금(琴)을 이용한 환상의 음공(功)은 예로부터 무협지(武俠志)라는 이야기책에서 자주 써먹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사부로부터 “음공(音功)? 너 열 있냐? 우리 비뢰문에 그딴 게 어딨냐!”는 핀잔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절세의 음공을 전수받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몽상(사부는 이를 망상(妄想)이라 불렀다.)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좋은 것을 내가 마다할 리 있겠는가? 이것으로 나의 장미빛 인생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고 황홀한 장미빛 인생 설계를 모두 마친 나는 뿌듯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해서 나는 금(琴)을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즐거운 추억이 되질 못했다. 역시 사부는 신용할 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내가 매일 쓸고 닦고 정리하는 사부의 방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금(琴)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의 금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이미 나 의 상상 속에서 등장했던 칠흑같이 검은 윤기가 흐르는 묵금(墨琴)이었다. 이 금은 일명 뇌금(琴)이라고 불리는 기물(奇物)로서 우리 비뢰문(飛雷門)에 대대로 전 해져 내려오는 비보(秘寶)였다. 특이하게도 투명한 은빛 실을 현(絃)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현이 없다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난 당연히 묵금을 선택했다. 옆에 있는 보통의 평범한 금보다야 백 배, 아니 천 배는 더 멋있는 물건이니 가지고 다니면 훨씬 폼 날 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묵금을 앞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신기한 점이 많았다. 칠흑처럼 어두운 깊은 밤하늘을 닮은 몸체를 구성하는 그 특이한 재질과 존재하지 않는 허상처럼 연결된 보이지 않 는 현(絃)! 나는 보이지 않는 현이 하도 신기해서 한번 퉁겨 보려고 검지 손가락을 구부렸다. 그 찰나 사부의 “안 돼!” 하는 다급한 외침 소리가 들려 왔다. 사부의 말 을 하늘처럼 여기고 있는 나의 의지와는 달리 나의 손가락은 가볍게 퉁겨졌다.

“스윽!”

결과는 참담했다. 사부의 명령과 반대로 행동한 결과는 한마디로 ‘피봤다!’였다. 금의 현(絃)을 퉁기면 나야 할 띠리링 소리는 나지 않고 스윽하는 느낌에 더하여 화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검지 손가락에서는 예리한 칼로 베인 듯한 상처가 생겼고 그곳으로부터 다량의 성혈(聖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똑똑…….?”

“쯧쯧, 그러기에 내가 뭐랬냐.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아? 내 말 어지간히도 안 듣고 속 썩이더니 꼴좋다! 이 현은 비뢰도 (飛雷刀)에 연결되어 있는 뇌령사(雷靈絲)와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것에 닿는 것은 모두 베어 버린다는 희대의 기물(奇物)이다. 보통 방법으로는 연주는 커녕 손도 대지 못한다.”

사부는 검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쪽쪽 빨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사부님! 이딴 걸로 어떻게 연주를 한단 말입니까? 이게 이렇게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은 말씀 안 했잖아요! 이딴 걸 가지고 연주했다가는 졸지에 절지인(切指人) 이 되고 말 겁니다. 하나뿐인 제자의 창창한 앞길을 막을 일 있어요, 우씨!”

연주하려는 사람의 손가락을 가볍게 댕강댕강 잘라 버리는 금(琴)이라.. 전설에서나 나올 법한 기물(奇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괴금(怪琴) 이야기를 보 도 듣도 못한 나는 사부를 향해 역정이 담긴 소릴 질렀다. 예로부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전설이 전해지지 않는가. 아무튼 나는 기분이 더러웠다. 하지만 사부 는 내가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인 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무릎에 뇌금(琴)을 올려놓았다. 그리곤 하는 말,

“돌딱 같은 녀석. 이 위대하신 사부께서 우매한 너를 위해 손수 시범을 보여 주마. 이 사부의 위대한 솜씨를 경건한 마음으로 잘 감상하도록 해라.”

내가 우매하다니……. 그건 사실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그래도 나는 참았다.

‘그래, 한번 해 볼 테면 해 봐라!’

난 도무지 사부를 존경할 수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더 늙으면 두고 보자.’

사부가 똥폼을 잡으며 뇌금(琴)을 탄주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나는 사부의 손가락이 댕강댕강 잘려 나가 피가 난무하는 장면을 상상했건만 상상과 는 달리 현실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이 방 안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앉아 입만 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놀라웠다. 손가락을 절단 낼 뻔한, 다행히 절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내 손가락에서 성혈(聖血)을 보게 한 저 빌어먹을 뇌금(琴)이 사부의 손에서 버젓이 탄주되고 있었던 것이 다. 게다가 사부의 연주 실력이 꽤 대단하지 아니한가. 씩, 승리자의 미소를 띄운 사부가 자만심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우후후, 놀란 표정 짓기는 어떠냐, 이 위대하신 사부의 탄금 실력이? 이것이 바로 분뢰수(手)의 위력이다. 으하하하. 놀랬지, 이 놈아!”

“탄금(彈琴)을 하는데 웬 무공??

뇌리를 스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사부의 빌어먹을 설명에 의하면 뇌금(雷琴)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그 분뢰수(喻雷手)라는 것을 꼭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분뢰 수(吻雷手)라는 무공은 ‘마치 번개가 분산(分散)되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손’이라는 의미의 무공이 아니라, ‘뇌(雷)에게 이렇게 해 주세요, 라고 분부(哈附) 내 리는 손’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분부(附)한다는 것은 아랫사람에게 명령한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뇌(雷)의 기운을 부리고 조정하는 손이라는 뜻이었 다.

이 분뢰수에는 이렇게 친다, 저렇게 때린다, 하는 등의 초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분뢰수는 무공(武功)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기공(氣功)으로서 이것을 연마하게 되

면 손이 강철같이 변해 뇌령사(雷靈絲)의 예기에 상처를 입지 않게 되는 것은 물론 여타의 보검에 의해서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 분뢰수는 손뿐만 아 니라 팔 전체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효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 분뢰수를 6성 이상 익히기 전에는 절대로 뇌금을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이 사부의 설명이었 다. 물론 비뢰도(飛刀)를 부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비뢰도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뇌령사(雷靈絲)였고 비도(飛刀)와 뇌령사(雷靈絲)를 이용한 무공이 바로 비뢰도였기 때문이다. 사부의 설명에 의하면 분뢰수 는 기공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분뢰수의 성취도는 내공의 성취와 비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뇌령심법(雷靈心法)의 진전이 없으면 분뢰수를 익힐 수 없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분뢰수를 6성 이상 익힐 정도의 내공이 쌓이려면 10년은 넘게 걸린다는 것이 사부의 설명이었다. 이 말인즉슨 뇌금을 연주하려면 아직 멀고도 멀었다는 얘 기였다. 그러니 그 전에는 얌전히 보통의 금(琴)이나 연주하고 있으라는 말이 아닌가. 더불어 죽도록 뇌령심법을 연성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네 녀석이 이 뇌금을 연주하기에는 백 년도 빠르다. 죽도록 뇌령심법이나 밤낮으로 연성하거라. 그러면 혹시 아느냐? 십 년 정도는 빨라질지.”

귓구멍이 항시 열려 있는 인체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던 그 소리에 나는 나의 귓구멍 개폐 능력(開閉能力)의 부재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 는 그 날부터 정말 죽도록 뇌령심법을 연성해야만 했다. 이게 되어야지만 딴 것도 어떻게 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공의 증진 속도는 한계가 있는 법, 나는 엄청나게 더딘 진도 때문에 번번이 좌절을 겪어야 했다. 간혹 사부는 나의 진행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며 놀라 움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그런 허풍에 속을 내가 아니었다. 도대체 뭐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속도란 말인가.

만일 1년 전 그 날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분뢰수(哈雷手)를 익히는 데 매달려 있어야 했을 것이고 아직도 뇌금의 연주는 물론이거니와 지금 수련중인 비뢰도에 는 손도 대지 못했을 것이다. 1년 전 그 날의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