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16화 – 진령의 떨림

비뢰도 6권 16화 – 진령의 떨림

진령의 떨림

“어찌 이런 일이…….”

암습자의 피를

머리부터 뒤집어쓴 진령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자신의 이성을 거부한 채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소령! 괜찮소? 다친 데는 없소?”

사색이 된 채 잠시 넋을 놓고 있던 남궁상이 당황한 채 서 있는 진령에게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남궁상이 마주잡은 그녀의 손은 피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저…전 괜찮아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진령이 말했다. 아직 방금 전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방금 그녀는 저승 문턱을 구경하고 돌아온 터였다.

그녀의 가냘픈 어깨를 걱정스런 얼굴로 잡고 있는 남궁상의 손끝으로 그녀의 가녀린 떨림이 전해져 왔다. 남궁상의 가슴이 미어지듯 아파 왔다.

검을 휘두를 땐 마음을 얼음처럼!

검을 쥔 자가 배우는 첫 번째 요결 중 하나이며, 생사를 가르는 순간에 가장 요긴한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금언(金言)이기도 했다. 진령은 한 순간 가장 기초적이며 절대적인 이 가르침을 망각했기에 방금과 같은 실수를 범하고, 스스로를 궁지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때 아직도 여전히 떨림이 멈추지 않고 있는 진령을 향해 비류연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짝!”

모두들 휘둥그레진 눈으로 사내의 거친 손바닥과 여인의 야들야들한 볼살이 격렬히 부딪치는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았다. 입을 붕어처럼 뻐끔거리며.

특히나 일 학년 합숙 훈련조 천검조의 놀라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겉보기에 그것은 하극상(下剋上)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주위의 시선에 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류연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죽고 싶었던 거냐? 만일 죽기라도 하면 어찌하려고! 순간의 방심이 죽음을 부른다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마저 잊어버렸단 말이냐?”

비류연의 호통은 추상같았다. 감히 반박하지 못하는 진령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직도 얼얼한 볼을 부여잡고 있지만, 어느 새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일던 파문은 산들 바람에 날리는 어깨 위의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 후였다.

정체 모를 괴한들로부터의 갑작스런 암습에 부산을 떨고 있는 중양표국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던 비류연의 시선이 다시 진령을 향했다. 진령의 몸이 순간 움찔거렸 다. 아직도 그녀의 볼은 발갛게 부어있었다.

그녀의 부어오른 뺨을 쓰다듬으며 비류연이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가 많이 묻었다. 씻고 오너라.”

“예?”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몸을 가리고……. 게다가 이곳은 배 위였다. 목욕 따윌 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의문은 금방 풀렸다.

“덜컹! 텅텅텅!”

비류연의 손이 한 번 스르륵 움직이자 진령의 손목과 발목에 차여있던 묵환이 금세 끌러졌다. 묵직한 묵환이 나무 갑판에 떨어지는 소리가 꽤나 컸다. “?????

이때까지만 해도 진령은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다.

비류연의 손가락이 푸른 강물을 가리키자 비로소 그녀는 비류연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적은 남아 있다!”

비류연의 한 마디에 진령의 눈에 각오가 섰다. 비류연의 오른손이 그녀의 왼쪽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

“휘익!”

“퐁!”

비류연의 손에 어깨를 떠밀린 그녀의 신형이 공중에서 한 번 제비돌기를 하더니 이내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파문은 일었지만, 물보라는 크게 튀기지 않았다.

“소령(小)!”

맨 처음 경악성을 터뜨린 이는 궁상이었다. 마치 악몽이라도 꾸고 일어난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