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40화 – 괴인의 등장
괴인의 등장
모용휘는
검날을 따라 햇살이 빛나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일행 중 가장 무진자의 수행 방법을
잘 따르고 있는 이가 바로 모용휘였다.
주위 사람들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모용휘는 무진자의 수행 방법을 철저하게 따르며 수련에 정진했다.
주위에서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청흔마저도 따라할 수 없는 무진자의 수련 방법을 유일하게 몸으로 쫓아가고 있었다.
그에 따른 영향인지 그의 검초 또한 날이 갈수록 정확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조부로부터 사사받은 검법의 오의를 완전히 체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 로 자책하는 모용휘였다.
“어떻게 하면 은하류 개벽검의 최종 오의를 체득할 수 있을까?”
스스로의 마음에 질문을 던져 보지만 아직 답은 나오지 않았다. 분명 형태가 아닌 제3의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 그 무엇이 뭔지 아직은 명확하게 갈피 가 잡히지 않았다.
그가 요즘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청흔이 삼성무제 때 보여 주었던 삼정태극검혜(三情太極劍慧)의 마지막 초식이었다. 자신의 은하류 개벽검과 부딪쳐도 물 러서지 않은 검초!
삼정태극검혜 무극검(無極劍) 진의(眞意) 합일(合一)!
모용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자신의 조부인 검성 모용정천이 새로 창안한 검법과 같은 수준의 검법이 세상에 존재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탓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물론 아직 자신의 배움 이 얕다는 자책감도 들었다.
주위에서 아무리 치켜세워 주는 공인 천재지만 항상 그는 자만하는 법이 없었다. 그가 올라야 할 목표는 너무나 높은 곳에 있었기에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었다. 일생 일대의 목표인 검성에 비할 때 얼마나 자신이 보잘 것 없는지를 아는 모용휘는 자만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사실을 확실히 자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떻게 하면 청흔이 보여 주었던 초식을 깰 수 있을지가 요즘 모용휘에 있어서 최대의 과제였다. 이 점은 모용휘뿐만 아니라 청흔도 마찬가지였다. 청흔도 마찬가지로 삼성무제 검성전 결승 때 보여 주었던 모용휘의 은하류(銀河流) 개벽검(開闢劍) 최종비의(最終秘意) 은하성시(銀河星矢) 우주홍황(宇宙洪荒) 을 깨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선 자신의 눈 앞에 놓인 장애부터 넘어야 더 높은 장애에 도전할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다 보니 둘의 무공이 일취월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쪽 구석에 처박혀 머리 싸매고 파해법을 찾는 데 골몰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날 때마다 서로의 합의 하에 정당하게 비무를 치르며 서로의 검법을 분석하고 그것을 거울 삼아 자신의 검법을 되새겼다. 둘은 지금 서로를 발전시켜 주는 최고 의 호적수였다.
모용휘의 마음이 검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묘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기도에 모용휘는 고개를 돌렸다. 처음 보는 사내도 사내지만 넝마 같은 옷에 봉두난발의 모습이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전신에 풍 겨나오는 살기 짙은 피내음!
“누구냐?”
검법의 기수식을 취하며 모용휘가 물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이 산발 괴인은 전신에 풍기는 기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손등과 팔, 그리고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설마 긴장하고 있는 건가?”
모용휘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긴장하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상대는 결코 자신보다 하수가 아니었다.
‘고수(高手)?”
모용휘의 전신에서 바늘 같은 검기가 뻗어 나왔다. 언제 어느 때나 상대를 얕보고 싸운 적이 없는 모용휘였다. 사내는 바로 천마뢰에 갇혀 있던 혈류도 갈효봉이었 다.
갈효봉은 예고도 없이 도를 뽑아 휘둘렀다.
“슈아앙!!”
붉은 도기가 사내의 도 끝으로부터 무시무시한 기세로 뻗어 나왔다. ““쌍도(雙刀)?”
예고도 없이, 한 마디 말도 없이 전율스런 도기를 뿜어낸 괴사내의도는 양손에 들려 있었다. 둘 다 정확히 같은 길이에 같은 모양을 지닌 쌍도였다.
삼엄한 도기 사이를 뚫고 모용휘가 검을 찔러넣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삼엄한 도기에 막혀 더 이상 검을 전진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넌 누구냐?”
쉴새없이 뻗어 나오는 도기를 검으로 막아내며 모용휘가 다시 한번 물었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사내는 그저 묵묵히 도를 휘두를 뿐이었다.
신기하게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사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또한 더욱 짙어졌다.
사내가 광소를 흘리며 장난처럼 왼손에 들린 도를 휘둘렀다.
모용휘는 믿을 수 없었다. 사내의 도기를 막아내는 손이 저려 왔다. 그런데도 갈효봉은 아직 전력을 기울인 기색이 전혀 없었다.
·세상에 이런 도법이 존재한단 말인가?”
처음 접해 보는 도법이었다.
쌍도법이라면 그리 흔한 도법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중에 이 정도까지 변화 하나하나에 힘이 집약되어 있는 도법은 처음 접해 보는 것이었다. “스윽!”
짧은 대치 상태 후 다시 갈효봉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모용휘의 입에서 감탄 섞인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사, 사분신(四分身)!”
순간 네 개로 불어난 갈효봉의 신형이 모용휘를 향해 짓쳐들어왔다.
‘네 개 모두 살초!’
어느 곳 하나 방심할 수 없는 압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방심하면 당하는 것이다.
“크아아아아!”
갈효봉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나왔다.
“콰콰콰쾅!”
네 개의 분신에서 마흔여덟 개의 붉은 도기가 뻗어나와 사방을 유린했다. 천지를 갈라 버릴 듯한 무시무시한 붉은 도기. 모용휘는 재빨리 검막(劍幕)을 펼쳐 전신 을 보호했다. 역공을 펼치기엔 상대의 도기가 너무 매서웠다.
“큭!”
예사롭지 않은 충격이었다. 모용휘는 충격을 모두 흘려내지 못했는지 내부가 울렁거려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지금 이건 자 신의 호흡을 흐뜨러트리기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할 뿐이었다.
‘진짜가 온다!”
자욱히 이는 흙먼지 속에서 모용휘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모용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안개처럼 자욱히 낀 안개 틈새를 뚫고 한 줄기 붉은 도기가 튀어나왔다.
도기(氣)만이 아니었다.
최고의 힘을 내기 위한 직접 공격이었다.
은하유성검법(銀河流星劍法) 극의(極意)
유성굉천무(流星轟天舞).
모용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정면으로 부딪쳐 갔다. 이런 정면 승부를 회피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일이었다.
“콰콰쾅!”
천지를 진동하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야?”
“또 습격인가?”
“젠장 염도 노사님과 무진진인님이 안 계시는 이때에!”
자신들의 검격음을 듣고 합숙 훈련소로부터 사람들이 뛰어나오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청흔과 비류연의 얼굴이 보였다. 그러나 증원은 이쪽만 아닌 것 같았다.
저쪽 편으로부터도 흑의 복면을 한 암습자들이 속속(續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냐? 귀찮게!”
비류연의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