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지천의 폭주
-작열하는 질투의 검은 불꽃
“안 돼… 나 소저… 안 돼요. 왜 저런 녀석에게 그런 미소를 보여주는 거죠?
나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그런 찬란한 미소를. 왜 저딴 녀석에게…….”
위지천은 나예린이 비류연에게 안기는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행운이자 불행이었다. 참을 수 없는 질투의 검은 불길이 위지 천의 가슴을 태웠다. 그는 심장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 눈앞에서 시시덕거리고 있는 비류연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의 눈에서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너만… 죽으면… 네놈만 죽으면… 네놈만 이 세상에 없으면… 저 미소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 내 것으로…….”
그것은 두고 봐야 알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영민함은 이미 시궁창의 구정물처럼 흐려진 지 오래였다. 위지천은 이미 질투에 미쳐 버려 눈이 흐려지고 귀가 얇아졌 으며 마음도 검게 변해 버렸다. 그는 이미 자신이 행하는 행동의 선악조차도 구분 못할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어리석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지금 질투로 눈이 멀어 있는 상태였다. 사리판단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는 품속에 감추어 두었던 또 하나의 비장의 수를 꺼내었다.
위지천에게는 비황신침 말고도 또 한 가지의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다. 그 자가 자신에게 비황신침을 준 다음 만일을 대비해서라는 설명과 함께 쥐어준 물건이었 다. 그것은 현재 무림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된 염마뢰(炎魔雷)라는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물건이었다. 위지천도 어지간해서는 쓰고 싶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자 기 자신마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황신침만으로 끝장낼 수 있기를 바랐건만, 그 희망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였다.
다시 한 번 비류연과 나예린의 다정다감한 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의 해석일 뿐이었지만 모습을 본 위지천은 마침내 마빡이 돌아버리고 말았다. 그는 이미 자 신의 행동에 대한 분별력이 완전 마비상태에 빠져 있었다.
사태를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위지천식 제멋대로 확장 증폭 상상력’으로 인해 발생한 이성마비 상태는 결국 그가 염마뢰라는 위험천만한 물건의 조정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미 그는 비류연과 나예린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꼭지가 돌아가 있었다.
위지천은 자신의 옆에 놓여 있는 돌 하나를 집어 휘어져 있는 반대편 통로 쪽으로 던졌다. 그가 던진 돌멩이는 소리도 없이 나선을 그리며 반대편 동굴의 휘어진 통로 안쪽에 떨어졌다.
탁!
돌맹이와 동굴벽이 부딪치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소리죠???
갑작스런 소리에 나예린이 흠칫했다.
“별거 아닐 거예요. 일단 제가 가서 알아보죠!”
비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난 통로 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드디어 눈꼴시게 붙어 있던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진 것이다.
‘좋아!’
비류연과 나예린의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진 것을 확인한 위지천은 광기 어린 눈으로 염마뢰의 시한 장치를 눌렀다. 검은 구의 이음새 사이로 연기가 새어나왔다. 내부의 심지가 타들어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예린과의 거리도 일정 이상 떨어진 상태라 훨씬 마음이 놓였다. 저 정도면 충분한 안전거리였다.
나예린과 희희낙락하는 비류연을 보고 꼭지가 돌아버린 위지천은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엄마뢰를 힘껏 던졌다.
톡, 또르르르…….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염마뢰는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더니 비류연의 발 앞에서 멈췄다.
[위험해요!]
위지천이 소리치며 나예린을 향해 달려갔다. 그의 외침은 그녀의 귀에는 크게 울리는 소리였지만, 그것은 나예린만 들을 수 있는 전음이었다. 그는 염마뢰가 폭발 되기 전에 나예린을 사정권 밖으로 안전하게 끌어낼 작정이었다. 물론 비류연의 그런 순발력 있는 행동의 이면에는, 그렇게 했을 때 자신이 나예린의 생명의 은인이 되어, 엄청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도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자기 뜻대로만 되라는 법은 없었다!
나예린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위지천을, 아니 땅바닥에 떨어져 굴러가는 뇌탄을 향했다. 이음새 사이로 새어나오는 연기와 모양새를 통해 나예린은 이 물건이 강호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아주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기억해냈다.
“헉!”
위지천은 기겁했다. 그가 나예린의 손을 잡으려는 찰나, 그녀의 손이 교묘하게 움직이더니 그의 팔을 떨쳐낸 것이다.
“나 소저!”
위지천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나예린은 위지천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예린은 망설이지 않고 비류연을 향해 달려갔다. 바람 같은 속도였다. 위지 천의 치명적인 계산 실수였다.
“피해요!”
나예린이 외쳤다. 비류연과 나예린의 몸이 한데 엉켰다. 그 순간!
번쩍!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백색 섬광이 태양빛처럼 터져 나오고, 이윽고 우레 같은 소리가 동굴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우르르르릉, 콰콰콰쾅!
상상을 초월하는 엄마뢰의 엄청난 위력에 위지천은 기겁했다. 그 폭발력은 비류연 하나를 날려 보내는 정도가 아니었다.
쾅! 쿠쿠쿠쾅! 쾅! 쾅!
폭발 진원지를 중심으로 연쇄 붕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환마동이 폭발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위지천은 일단 자리를 피해야 했다. 낙반에 깔려 죽기 싫다면 그는 필사적으로 뛰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