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4권 7화 – 술수

술수

“여기를 뭉개라.”

갑작스런 묵향의 말에 수하들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묵향이 묵혼검을 뽑아 가리킨 지도 상의 한 점. 모두 경악하며 바라보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린 천리독 행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거기는 태정문(太政門)입니다. 그들을 치신다면 무림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특히 태정문주 한과는 청성파의 제자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심이…….”

묵향이 피식 웃으면서 설무지를 바라보았다.

“군사가 설명하게나.”

“예, 이번에 태정문을 치는 이유는 총단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서입니다. 총단에서 새로이 교주로 등극한 장인걸은 본타와 제휴를 맺기를 청해 왔습니다. 부교주께 서는 그의 청을 수락하셨죠.”

놀란 수하들이 쑤군거리자 묵향이 탁자를 가볍게 탁 쳤다.

“할 말이 있더라도 다 듣고 나서 해라.”

모두들 조용해지자 설무지는 말을 이었다.

“장인걸의 말은 이렇습니다. 부교주님을 핍박했던 한중길 교주나 무림맹주 옥청학은 이미 자신이 처치했으니, 이제 손을 잡고 무림일통을 하는 게 어떻겠냐구요. 더 이상 원수진 인물도 없는데, 왜 마인들끼리 피를 흘려야 하느냐? 우리끼리 싸운다면 혈교와 정파에 좋은 일만 시키는 게 아니냐? 함께 무림을 통일해서 양자강을 중심으로 이 중원을 나눠 먹자. 이런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천리독행이 나섰다.

“부교주께서는 장인걸과 손을 잡으실 생각이십니까?”

천리독행의 말에 묵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닐세. 손을 잡는 척할 뿐이지. 장인걸을 속이기 위해서 본타는 무림맹과 한판 하는 척할 거야. 그러기 위해 선택된 문파가 태정문이지. 우리가 태정문을 박살 내 고 정파와 싸움을 시작하면, 장인걸에게 할 말이 생기지. 우리는 계약대로 했는데, 왜 너희들은 가만히 있느냐? 그러면 장인걸도 손을 쓰기 시작할 거야. 물론 본교 의 분타들은 모두 본좌가 흡수했으니, 장인걸이 외부로 내보낼 세력은 알짜들이겠지. 그렇게 되면 총타를 치는 게 더욱 쉬워지지 않겠나?”

묵향의 설명을 듣고는 천리독행이 그제서야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흐음, 좋은 계책이십니다. 하지만 무림맹과 전쟁이 붙고 나면 전력을 빼기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무림맹과의 싸움은 마교 단일의 힘으로도 힘든 일인데, 믿지 도 못할 두 연합 세력이 그들과 싸움을 시작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충분히 수긍한다는 듯 묵향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무리이기는 하지. 하지만 자네는 한 가지를 생각하지 않고 있군. 그들과 전쟁이 붙은 후 총단을 치기 위해 전력을 뺀다. 어디서 뺀다는 것이지?”

묵향의 질문에 천리독행은 간단히 대답했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야 무림맹과의 전쟁터죠.”

“그 전쟁터는 어딘가?”

“그, 그거야 중요한 요충지나 점령한 문파………

“아니지. 본좌는 그곳을 점령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네. 박살 낼 뿐이지. 우리가 지킬 곳은 없어. 우리가 지금 공격하려는 이곳도 허울 좋게 만들어 놓은 미끼일 뿐 이고 말이야. 또 우리 중에서 가족을 가진 자들이 있나? 우리에게는 놈들이 자르고 싶어도 자를 뿌리가 없지.

물론 이 상태로 오래 갈 수는 없어. 뒤를 이을 새로운 고수들을 키우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 하지만 그 덕분에 생기는 이점도 있다 이거야. 부평초처럼 떠 돌면서 놈들의 문파를 박살 낸다. 그러는 도중에 여기도 공격당하겠지. 때가 될 때까지는 이곳을 지킬 거야.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본타는 총력을 다 기울여 총단을 박살 낸다. 여기는 쑥대밭이 되든 말든 그건 상관없는 일이고. 알겠나?”

“예.”

“천리독행!”

“예.”

“본좌는 그대에게 이번 일을 맡기고자 하는데, 그대의 의향은?”

천리독행은 자신 있게 답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수하들은 얼마나 끌고 갈까요?”

“천랑대의 2개 백인대를 주겠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는가?”

천랑대는 과거 10개 백인대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묵향과 충돌했을 때 4개 백인대가 소멸하고 6개 백인대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2개 백인대라면 현 천 랑대 전력의 3분의 1을 준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문파쯤은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 만큼 엄청난 전력이었다. 그렇기에 천리독행은 자신 있게 대 답했다.

“옛!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상대를 괴멸시키지 못해도 상관없지만, 우리 쪽의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 또 힘이 남더라도 그들은 완전히 괴멸시키지 마라. 왜냐하면 그들이 소문을 퍼뜨려야 하기 때문이야. 알겠는가?”

“명심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떠나라.”

“존명!”

천리독행 철영(鐵營)이 예를 올리고 나가자 묵향은 수석장로를 호명했다.

“여지고 수석장로!”

“예.”

“그대에게도 천랑대 2개 백인대를 줄 테니 대맹문(大猛門)을 격파해 주겠나?”

“예, 지금 떠날까요?”

“그러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여지고 장로가 곧장 밖으로 나가자 묵향은 설무지를 불렀다.

“군사!”

“예.”

“천랑대의 전 세력이 떠나도 본타의 수비에 문제는 없겠나?”

“예, 걱정 마십시오. 아마도 한동안 무림맹은 본타에서 수작을 부린 줄눈치 채지 못할 것입니다. 애꿎은 마교에 대한 감시만 강화되겠지요. 이쪽에서 여러 곳의 문 파들을 박살낼수록 장인걸의 입지만 약화될 것입니다.”

“홍진 막주!”

“예.”

“본타의 주력들이 거의 자리를 비우고 있는 만큼 가장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는 혈교에 대한 정보 수집에 좀 더 힘을 써 주게.”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본좌는 남은 천랑대 2개 백인대를 거느리고 등룡문(登龍門)에 다녀올 테니, 그리 알도록. 아마 열흘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하니 나머지 사소한 일은 군 사가 알아서 하게.”

“존명.”

4일 후 묵향은 저 멀리 등룡문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경공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호위 무사들을 떨어뜨려 놨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번 전투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한 문파를 학살하러 가는 것이었다. 마교의 물을 먹지 않은 인물들에게서 반발이 나올 것은 뻔하기에 섬서분타에 떼 놓고 온 것이다. 산꼭대기 저편에서 해가 점차 기울어갔다. 점점 해가 낮아지면서 서편의 붉은 핏빛이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듣던 것보다는 제법 큰 문파군.”

그러자 묵향의 옆에 시립해 있던 흑의 무사가 재빨리 답했다.

“예, 검을 쓸 수 있는 자가 8백여 명은 되니까요. 하지만 쓸 만한 인물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이 가족이거나 하인 또는 고용인들이지요. 지금 시작할까요? 어두워 지기 전에 끝날 것입니다.”

“아니, 밤에 시작하기로 하지. 그래도 기습하러 왔는데, 밝을 때 쳐들어가서야 되겠나? 밤에 해야 아녀자들이 숨은 걸 우리 쪽에서 모른 척하면서 지나쳐 줄 수도 있잖아. 낮에 하면 도망갈 틈이나 있겠나? 모두 잠시 쉬었다가 어두워지면 기습하라고 일러라. 살기(殺氣)를 버리고 숨은 자들은 그냥 모른 척해 주라고 해.”

“존명!”

흑의인이 재빨리 신형을 날려 사라지자 묵향은 느긋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서편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품속에서 술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자신이 이런 작 은 문파를 부수기 위해 올 필요는 없었다. 그냥 천랑대 1개 백인대만 보내면 손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직접 온 이유는 오랜만에 바깥 구경을 하고 싶어서였고, 더 큰 이유는 마화라는 잔소리꾼에게서 해방되고 싶어서였다.

감히 남들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거침없이 직언(直言)할 수 있는 수하가 있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아니, 그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수하들의 마음을 조금 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는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묵향처럼 높은 위치에 있는, 그것도 철혈을 사랑하는 마교도들의 우두머리라면 수하들의 세세한 불만 사항을 듣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묵향에게는 그 불만 사항이 마화나 수석장로, 군사에 의해 잘 전달되었고, 그중에서도 마화의 경우 전달 통로의 매우 높은 위치를 차지했다. 군사나 수석장로가 꺼내기 어려운 말도, 마화는 호 위이기에 앞서 ‘안주인’ 비슷한 위치에서 떠들어 댔으니 말이다.

묵향은 눈을 새파랗게 치켜뜨고 잔소리를 퍼붓는 마화의 얼굴을 언뜻 떠올리고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 무덤을 내가 파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처음에는 들어 줄 만했는데, 점점 심해지니까 요즘은 듣고 있기 피곤해.”

묵향은 저 밑에 보이는 등룡문 건물들 사이로 뛰어 다니는 아이들과 한참 일하는 남녀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살육하면서까지 복수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오늘 내 손에 죽은 놈들의 복수는 또 누가 해 주지? 오늘은 몇 명이나 죽여야 하나? 몽땅 다 때려치우고 산에 들어가서 검술이나 더 익힐까? 그리고 혈마(血魔) 선배도 한번 만나 보고 싶은데…….’

묵향이 이리저리 생각하는 동안 해는 완전히 졌고 어둠이 밀려들었다. 묵향이 마지막 술을 입속에 털어 넣었을 때 등룡문 쪽에서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작된 모양이군.’

그와 동시에 묵향의 신형은 등룡문 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횃불들이 밝혀진 가운데 검붉은 피가 뿌려지면 그게 피인지 그냥 검은 물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는 흑의인들의 기습에 등룡문의 무사들 은 저항도 거의 못 해 보고 학살을 당했다. 사방에서 벌어지는 칼부림을 보며 여자들은 아이들을 끌고 숨어들었고, 미처 숨지 못하고 사로잡혀 널찍한 연무장 중간 으로 끌려 나온 이들도 있었다. 또 일부 무사들은 사태가 완전히 글러 버린 것을 깨닫고 어둠 속으로 죽자고 도망치기도 했다.

“이게 다냐?”

묵향이 사로잡혀 연무장 중간에 앉아 있는 1백여 명의 남녀노소들을 둘러보자 그 옆에서 따라오던 흑의인이 재빨리 답했다.

“옛, 어떻게 처리할까요?”

“흐음, 갈 길도 바쁘니까 모두 죽여 버려라.”

묵향은 일부러 멀리서도 그 소리가 들리도록 조금 큰 소리로 명령했고, 흑의인도 마기를 풀풀 풍기면서 그 명령을 즉시 이행했다.

“존명! 모두 참해랏!”

흑의인 몇 명이 뛰어들어 무차별로 검을 휘둘렀다. 잠시 후에 그곳에는 이미 사람이라고 부르기 힘든 시체들만이 널려 있었다. 이때 밤하늘을 가르며 날카로운 휘 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흑의인들은 그 소리를 들은 후 예정대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누가 봤다면 뭔가 강력한 상대의 접근을 알고 당황하거나 두려움에 떠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때 흑의인 하나가 묵향에게 외쳤다.

“급한 일인 듯합니다. 여기 숨은 자들도 많을 텐데, 빨리 하명을!”

“제길! 흔적이 남아도 할 수 없지. 돌아가자. 불을 질러라.”

“존명!”

그들은 주변에 보이는 횃불들을 방 안으로 날리더니 밤하늘의 어둠 속으로 급히 사라져갔다. 방 안은 수색을 안 했으니 이불을 뒤집어쓴 여자나 아이들이 숨어 있 을 것이고, 아마도 불은 그들이 다 끌 것이 분명했다. 묵향 일행은 남은 등룡문의 잔당들을 꼭 죽일 필요는 없었기에 한바탕 연극을 한 후 재빨리 등룡문을 빠져나왔 다.

안 그래도 진천왕(眞天王)의 반란으로 민심이 흉흉한 판에, 진천왕과 함께 또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 혈교(血敎)가 무림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거기에 때맞춰 발견 된 구휘 대협의 무덤 때문에 그 권리를 놓고 암중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림맹주까지 실종되어 무덤에 얽힌 갖가지 사건을 중재할 사람이 없었다.

지금 무림은 구휘 대협의 무덤을 두고 대규모 혈전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교로 짐작되는 녀석들이 온통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정파에 소속된 문파 세 개가 묵사발이 되었으니…….

“흉수는 알아냈나요?”

발 뒤편에서 들려오는 고운 목소리에 중년인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게, 흉수가 너무 분명하기에 문제입니다.”

“흉수가 너무 분명하다? 무슨 말인가요?”

의문을 표시하는 발 뒤편의 인물에게 중년인은 자신이 조사해서 얻어낸 결론을 상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의문의 혈겁을 당한 문파들에 대한 자료들을 보면 모두 똑같습니다. 2백 명 정도의 흑의 괴한들, 이상하리만큼 강한 무공, 혈겁을 당한 문파는 모두 다 정 도 계열의 문파, 흑의괴한들은 모두 마기를 풍기는 음산한 분위기의 인물들……. 생존자들의 증언은 세 문파 모두 똑같습니다. 이건 의심할 것도 없이 마교의 소행 이지요.”

“하지만 너무 마교 냄새가 짙게 납니다. 또 세 곳 다 생존자가 있다는 것도 문제구요. 마교에서 손을 썼다면 몽땅 다 죽여 버렸을 텐데, 아무리 밤이었다고 하지만 한둘도 아니고 생존자가 너무 많습니다.”

“생존자의 수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는 거의 다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덤벼든 자들과 미처 숨지 못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살았습니다. 하다못해 실 내 수색도 안 했다는 것은…”

“그렇다면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중년인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추리를 이야기했다.

“혈교의 소행일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마교와 정파 간에 싸움을 붙이려는 거죠. 만약 정마 간의 대 전쟁이 벌어진다면 정파는 현재 관부에 파견해 둔 무사들까지 불러들일 것입니다. 그것은 혈교와 혈교의 지원을 받는 진천왕에게는 더없는 호재로 작용하겠지요.”

“내 생각도 그렇군요. 혈교 쪽을 좀 더 조사해 봐요. 하지만 의외로 마교일 수도 있으니 마교 쪽에 대한 조사도 병행해서 하세요.”

“존명!”

“그건 그렇고 전에 말한 것은 조사가 끝났나요? 섬서분타의 소모품 사용 현황 말이에요.”

“예, 내부로 들어가는 식량 및 의복 등 모든 소모량이 6천여 명의 고수가 사용하기에 적절한 양임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뭔가요?”

“흑풍단에 관계된 소모품의 사용량은 이상합니다.”

“자세하게 설명해 봐요.”

“예, 무림인이라면 기름이 거의 필요 없죠. 무기라고 해 봐야 몇 가지 되지도 않는 데다가, 그 무기는 언제나 세심하게 손질해서 깨끗하게 유지하니까요. 하지만 흑 풍단이라면 갑옷을 사용할 게 분명하고, 전에 보고받기로도 수량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상당량의 중갑주를 구입해 갔다고 들었습니다. 그 갑주들에 칠하려면 기름 이 꽤 많이 들어갈 텐데, 기름의 소모가 거의 없습니다. 또 말도 구입하지 않았고, 더불어 말먹이의 반입도 없습니다.”

중년인의 보고를 끈기 있게 듣고 있던 발 뒤편의 여인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음, 그렇다면 한 가지는 분명하군요. 흑풍단은 섬서분타에 없어요. 그렇다면 어디에 있을까요? 그걸 조사해 봐요.”

“존명!”

“그리고, 묵향 부교주와 비밀 면담을 주선해 주세요.”

“비밀… 면담을 말씀이십니까?”

“예, 그가 원하는 장소, 시간에.”

중년인은 발 뒤편에 앉아 있는 여인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 얼굴색까지 바뀌며 급히 반대했다.

“그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자의 성격은 뱀과 같이 잔인하고 교활하며, 또 성질대로 행동하기에 매우 위험합니다. 그가 문주님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결정한다 면, 바로 그 순간 문주님의 생명은 보장할 수가…….?”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고 서문길제 가주에게도 비밀 면담을 주선하세요. 당금 무림에서 최강의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큰 문파는 그 두 곳입니다. 그러 니 둘 중 한 곳이라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 두는 게 좋아요.”

“무림맹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옥청학 맹주가 사라진 지금 무림맹은 사상누각(沙上樓閣)과 마찬가지… 뚜렷한 구심점이 나타나지 않는 한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까 그쪽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또 마교는 너무 신뢰성이 떨어지는 단체라서 싫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