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5권 14화 – 갈로시아
갈로시아
트루비아의 갈로시아는 인구 5만 명 정도가 모여 있는, 상당히 흥청거리는 상업 도시였다. 이웃 나라인 탄벤스 공국에서 들어오는 수입 물품이 대부 분 갈로시아를 통과하기에 더욱 융성하게 된 국경 무역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탄벤스 공국(共國)은 트루비아의 세 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진, 트루비아보다는 월등하게 강한 국가였지만, 그 정치 체계의 최고 우두머리를 공왕( 王)이 맡고 있었다. 국왕처럼 강력한 힘이 집중된 존재가 아닌 공왕, 말 그대로 세습되지 않고 투표에 의해─전 국민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귀 족들이 참여하는―선출되는 왕이 집권했다. 그렇기에 공왕의 권력은 아무래도 전제 왕정의 제왕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권력도 제한되는 부 분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이웃 나라와는 평화를 유지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호전적인 공왕이 등극한다 해도 귀족들의 반 대 때문에 이웃 나라 침공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시드미안 경의 설명에 따르면 탄벤스 공국에는 72명의 그래듀에이트급 기사가 있고, 또 30명의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로 구성된 발키리아 기사단이 있다. 그리고 기사들 중 최고의 엘리트 열 명으로 구성된 발칸 근위 기사단이 존재했다. 근위 기사의 무서움은 역시 타이탄에 있다.
탄벤스 공국이 가지고 있는 19대의 타이탄 중에서 10대는 발칸 근위 기사단에, 나머지 9대가 발키리아 기사단에 있었다. 그리고 타이탄들 중에서 강력한 것들은 모두 다 근위 기사단이 보유하고 있다.
타이탄이란 궁극의 마법 병기는 그 안에 탑승한 인물의 실력에 비례하는 힘을 발휘하기에 이 배치는 당연한 것이었고, 모든 국가들이 이런 식의 배 치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근위 기사단의 멤버로 뽑힌다는 것은 정말이지 자랑스럽고 명예스러운 것이었다. 최고들 중의 최고라는 말이었기 때문 이다.
“어떻게 단서는 찾았나?”
추종자들을 이끌고 당당히 식당 안으로 들어와 가스톤의 앞자리에 앉던 미카엘은 씁쓸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급사에게 외쳤다.
“맥주 셋!”
“왜? 점심은 안 먹을 거야?”
가스톤의 질문에 미카엘이 엄청 더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나중에 먹지. 지금은 시원한 맥주 생각밖에 없어. 열심히 수소문했는데,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물어보면 뭔가 나 올 줄 알았더니……”
“뭐, 팔시온이나 시드미안 경에게 기대를 해 봐야지. 미디아한테는 기대도 안 하지만 그 둘은 뭔가 건질지도…………….”
“미디아는?”
“라나를 데리고 용병 길드에 갔어.”
“다크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방 안에 처박혀서 머리를 싸매고 생각에 빠져 있어. 우리들과 만나기 전에 애인한테 채였는지, 아니면 무슨 큰 사고라도 당했 는지………….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닌 것 같더군.”
“그 친구 정도의 실력에, 외모도 아예 엉망은 아니잖아. 새로운 여자를 찾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 사내 녀석이 쪼잔하기는, 꿀꺽.” 이렇게 넷이서 궁시렁거리면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외곽을 둘러보겠다고 나간 시드미안 경이 부하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이 피곤한 안색으로 들어서는 걸 보며 미카엘이 급사를 향해 외쳤다.
“맥주 셋 더!”
“뭐 좀 찾았습니까?”
시드미안 경도 미카엘처럼 수확이 없었는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하실에 저장되어 있었던지 이 무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 다.
“혹시 이리 오지 않은 건 아닐까요?”
스미온이 조심스레 추측하자 나머지 일행들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수긍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도중에 딴 길로 들어섰을 수도 있겠지.”
“그럼 어떻게 하죠?”
“할 수 있나? 모두들 돌아오는 대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흔적을 찾는 수밖에.
“30여 명의 기사에 큼직한 마차 한 대라면 사람들 눈에 잘 띌 텐데………….”
“팔시온이 올 때까지 술이나 마시기로 하지. 다들 피곤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지.”
시드미안 경의 제안에 모두들 찬성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우와!”
“간만의 휴식이군……………”
한참 맥주를 마시던 시드미안 경이 갑자기 생각났는지 물었다.
“참, 미디아는?”
“라나가 심심해하니까 그 애 데리고 용병 길드에 갔어요.”
“다크는?”
“방 안에 처박혀서 궁상떨고 있어요.”
“그럼 다크도 불러서 신나게 마시지.”
“안 마신답니다. 여기 와서 다크가 술 마시는 거는 식사 때 반주로 맥주 한 잔 정도 마시는 것 말고는 본 적이 없으니까요.”
“싫다는 사람 억지로 먹일 수는 없지. 자, 오늘 찐하게 한잔해 보세.”
모두들 왁자지껄 얘기를 나누면서 술파티를 벌이고 있을 때 다크는 머리를 감싸 안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제길, 어떻게 하면 돌아갈 수 있지? 샤헨에서도 약간의 방법은 있다고 했는데…………. 오래전에 그 방법이 실전되었다면 돌아갈 방법은 아예 없는 거 나 다름없잖아. 도대체 어떻게…………??
다크가 나름대로 중원에 돌아갈 방법을 궁리하느라 정신없는 그 시간, 마침 팔시온이 돌아왔다.
“어떻게 되었나?”
“발견했어요. 이쪽이 아니라 말테리아 산맥을 타고 그쪽 산길을 따라 갈로시아 근방으로 내려와서 수도 쪽으로 이동한 모양입니다. 그쪽으로 가 보 니까 산길을 타고 이동하는 회색 갑옷을 입은 기사들을 봤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럼 빨리 그쪽…, 아니지. 오늘은 여기서 푹 쉬기로 했네. 내일부터는 아무래도 강행군이 될 것 같은데…………….”
“그러지요. 그러고 보니 오랜만의 휴식이군요. 이봐! 여기 맥주 큰 거로 한 잔!”
“스승님, 다녀왔습니다.”
“그래, 결과는?”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젊은 마법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예, 바로 이 녀석들입니다.”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마법사는 중얼중얼 마법을 외운 후 시동어를 외쳤다.
“디스플레이 이미지!”
그러자 사람의 영상들이 여러 개 나타났다. 젊은 마법사는 그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말했다.
“여기 있는 이 검은색 옷을 입은 무사가 파티의 지도자인 모양입니다. 가장 많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죠. 아무래도 마스터급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자는 그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듀에이트를 상회하는 대단한 실력자입니다. 그리고 이자는 엄청나게 큰 검을 가지고 다니지만 그렇게 위험인 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나의 양이 보잘것없었어요. 이 둘은 마법사인데, 이자는 5사이클급, 이자는 3사이클급입니다. 그리고 이들 셋은 무사로서 꽤나 수련을 쌓긴 했지만 그래듀에이트에는 못 미칩니다. 또 이 둘은 그보다도 못한, 아마도 아카데미를 갓 졸업한 인물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쪽에 있는 잘생긴 인물은 그 생김새로 보아 아무래도 신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제가 스승님께 말씀드린 그 장난감이죠.”
그러면서 그 젊은 마법사는 예쁜 얼굴의 소녀를 가리켰다. 그러자 스승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마스터라… 정말 대단한 놈이군. 그래, 그 녀석에 대한 자료는 조사해 봤느냐?”
“예,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코린트 제국에도 없었고, 트루비아에도…… 전쟁의 신전에도 가서 물어봤지만 등록된 열두 명의 마스터들 중에서 그렇게 생긴 인물은 없었습니다. 그 정도 실력이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또 인정받기 위해 전쟁의 신전에 들르는 게 정상인데 말이 죠.”
“흐으음……. 그렇다면 코린트 쪽에 좀 더 깊게 조사해 보거라. 혹시 사냥개(암살자)로 쓰기 위해 비밀리에 키운 놈인지……….”
“알겠습니다. 좀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저, 스승님. 그건 그렇고 크로마스 경께서 뵙기를 청하는데요?”
“내가 불렀으니 들어오라고 해라.”
“예.”
제자인 다론이 나가고 잠시 후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굳건한 체구의 무사가 들어왔다. 이곳이 자신들의 본거지라서 그런지 갑옷을 입지 않았지만
바스타드 소드는 차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자 노마법사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게나.”
“안녕하셨습니까? 토지에르 경.”
“그래, 내 부탁이 있어 그대를 불렀지.”
“무슨 일입니까?”
“제자 녀석을 보내 이번에 드래곤 하트를 훔친 것을 조사하는 녀석들의 인상착의를 알아오라고 했네. 혹시 이 사람들이 기억에 있나?”
그러더니 노마법사는 주문을 외웠다. 물론 이미지 주문이었지만 그 주문을 다 외우는 시간은 제자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았다.
“디스플레이 이미지!”
그러자 당당한 모습의 기사 한 명과 검은색 옷을 입은 마법사 같이 보이는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무인의 영상을 노려보 던 그의 얼굴이 약간 찌푸려지더니 곧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은 그라드 시드미안이군요. 나머지 하나는 마법사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흐음, 그라드 시드미안이라고?”
“예.”
“저자의 실력은?”
“저와 거의 동급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과거에 무예 수련 중 한 번 만난 적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저자도 근위 기사일 확률이 높겠군.”
“확실할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큰 나라에서도 제 수준이면 근위 기사인데, 트루비아는 아주 작은 나라죠. 아마 트루비아에서 1, 2위를 다투는 기사 일 겁니다.”
“좋아. 그럼 옆에 있는 놈에 대해서는 아예 기억이 없나?”
“예, 생김새로 봤을 때는 마법사처럼 보입니다만?”
토지에르 경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법사가 아니라 마스터야. 소드 마스터.”
“예? 하지만 트루비아에는 소드 마스터가 없는데요?”
“그래서 지금 그놈의 정체를 파악한다고 난리가 난 상태라네. 일단은 놈의 배후를 캐야 할 테니까…………. 하지만 도대체 어느 나라 소속인지 그것조차 알 방법이 없어.”
“큰일이군요. 혹시나 코린트의…………”
“나도 그게 걱정이지.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으니까 더욱 이상하단 말이야. 코린트에 있는 세 명의 소드 마스터…………, 키에리 발렌시아드는 자네도 이미 얼굴을 알고 있을 거고, 나머지 까뮤 드 로체스터도 아니고, 나머지 하나는 여자니까 상관없고……….. 도대체 알 수가 없단 말이지. 그래서 실험을 한번 해 볼까 생각하네.”
“실험이라구요?”
“그렇네. 기회를 봐서 타이탄으로 그놈들을 한번 공격해 주게. 그라드 시드미안이 근위 기사라면 타이탄이 있을 거고, 또 한 대의 타이탄이 있다면 그놈의 뒤에는 어떤 국가가 있다고 봐야지. 아니라면 그놈은 엄청난 수련을 막 끝내고 세상에 나온 철부지가 되는 거지. 어떤가?”
크로마스는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무 위험 부담이 큽니다. 놈이 타이탄을 가지고 있다면 몇 대를 가지고 가더라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스승님이신 루빈스키 폰 크로아 공작님이라도 계신다면 모르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멀찍이서 돌격하는 척하다가 그놈들이 타이탄을 불러내는 걸 보고 두 대가 나타나면 도망치면 되지. 싸울 필요도 없어. 그 정도도 못 하겠나?”
“그자가 가진 타이탄의 성능이 좋다면 꽁지 빠지게 도망쳐 봐야 최소한 한 대는 잡혀서 박살 날 겁니다. 그리고 재수 없어서 놈이 헬 프로네라도 가 지고 있다면 세 대 이상이 탈출조차 못 하고 부서질 겁니다. 헬 프로네는 안 그래도 가볍고 우수한 타이탄인데…… 거기에 마스터가 타면 정말 엄청 난 속도를 낸단 말입니다.”
“흐음, 하지만 그럴 걱정은 없어. 그놈은 헬 프로네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거야. 헬 프로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은 내가 모두 알고 있어. 어쨌든 헬 프 로네의 주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세계 최강의 대열에 들어가는 인물이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지. 코린트의 키에리 드 발렌시아드, 크루마의 미 네르바 켄타로아, 타이렌의 엘빈 코타리스…………. 지금 헬 프로네의 주인들이지. 미네르바는 여자니까 빼고, 키에리는 자네도 얼굴을 알 테니 빼고, 이 제 남은 사람은 그래플 마스터 엘빈 코타리스뿐이지. 하지만 나와 내 제자 녀석이 함께 본 그놈은 그래플 마스터가 아니었어. 소드 마스터였지. 검에 서 뿜어져 나오는 가공스러운 검강………. 그렇다면 이제 답은 나왔다고 봐야지. 그놈은 헬 프로네는 절대 가지고 있지 않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자네의 임무는 우선 위협 행동을 해서 놈들이 타이탄을 불러내도록 유도하는 거야. 그런 다음 놈들이 타이탄을 불러내는 숫자를 보고 마스터가 타 이탄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러니까 타이탄이 두 대라면 죽자고 도망쳐야 하지.”
“만약 타이탄이 한 대만 나온다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까 그 마스터가 타이탄을 가지지 못한 인물이라면?”
토지에르는 살기 띤 미소를 지었다.
“이 기회에 죽여 버려야지. 또 시드미안이 가지고 있는 타이탄도 뺐고 말이야. 설혹 타이탄이 박살 난 상태에서 노획한다 하더라도 거기서 회수할 수 있는 귀금속의 양은 정말 엄청나지. 해낼 수 있겠나?”
“타이탄을 얼마나 주시겠습니까?”
“유령 기사단에 연락해 뒀네. 네 대의 로메로면 되겠나?”
유령 기사단은 유령이라는 말과 어울리게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사단이었다. 과거 코린트의 습격을 받았을 때 대세가 기운 걸 직감한 황제 가 96대의 타이탄 및 기사, 12명의 마법사를 왕자와 함께 국외로 도피시켰다.
국가가 망하더라도 그 정도 전력이라면 어느 정도 회생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나중에 평화 회담을 통해 땅은 뺏겼지만 국가는 망하지 않았 고, 황제는 도피시킨 세력을 비밀리에 회수하여 유령 기사단을 만들었다. 따라서 지금 크라레스 제국이 타국에 알려지기는 타이탄 96대가 빠진 28대 의 타이탄밖에 없는 약소국이었고, 기사도 일부러 전사한 것으로 위장했다. 또 새로이 탄생한 그래듀에이트는 전쟁의 신전에 등록을 안 했기에 등록 된 그래듀에이트의 수는 73명뿐이었다.
“그 정도면, 정찰 임무는 되겠죠.”
“알겠네. 모든 문장 및 표식을 지우라고 지시해 뒀으니, 내일 인수해서 떠나게.”
“알겠습니다.”
허리에 찬 바스타드 소드를 철거럭거리면서 방을 나서는 미온지에 폰 크로마스를 보면서 노마법사는 미소를 지었다. 속마음 같아서는 이번 기회를 청기사의 시험 무대로 썼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청기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두 달 정도 후면 먼저 세 대가 완성될 것이고, 그 뒤 4개월이 지나 고 나면 나머지 아홉 대의 청기사가 완성된다. 그러면 이제껏 소중히 다뤄져 왔던 근위 타이탄은 카프록시아에서 청기사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 반 년만 더 지나면…, 우리는 코린트에 복수할 만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될 거야. 대마법사 안피로스가 설계한 엑스시온…………. 다른 엑스시온들 과 달리, 드래곤 하트를 이용해 더욱 힘을 극대화해 놓은 최강의 심장. 흐흐흐, 반 년이 지나면 전 세계는 경악하게 될 거야. 다른 타이탄들보다 세 배 나 많은 마력(魔力)을 뿜어내는 엑스시온을 심장으로 가진 6미터의 거인 청기사…………?
토지에르 경이 한참 혼자서 기분을 내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무슨 일이냐?”
“안티노스 경께서 상의하실 일이 있다고 잠시 뵙기를 청합니다.”
“드시라고 해라.”
“예.”
잠시 후 중후한 덩치를 지닌 50대의 남자가 들어왔다. 노마법사는 재빨리 일어나 그를 영접했다.
“어서 오십시오, 안티노스 경. 이봐, 차를 가져오너라.”
“예.”
“무슨 일이십니까? 안티노스 경.”
그의 눈앞에 있는 이 거구의 사내는 국내외의 모든 정보를 관장하는 위치에 있는 폐하의 심복인 지그발트 폰 안티노스였다. 요즘 들어서 눈에 띄게 흰머리가 늘어가는 이 근육질의 노인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대단히 뛰어난 기사였다.
“흐음, 자네의 의견을 듣고자 왔네.”
“예.”
“아르곤 제국에서 이번에 마도 왕국 알카사스로부터 또 엑스시온 열 개를 주문했어. 여태껏 그들이 사들인 것은 30개 정도인데… 고 그들이 타이탄을 만들 수 있을까?”
“흐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대마법 방어 주문 처리는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요? 그게 중요한데..
“첩자들의 보고로는 타이탄에 사용하는 방어 마법 주문이 기록된 책자를 비싼 대가를 치르고 알카사스에서 수입했다고 하더군. 그 책만 가지고 타 이탄의 방어 마법진이 발동할까?”
“발동합니다.”
“뭐?”
“마법진은 그 책자에 그려진 대로 조각해 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걸 가동시키는 것은 엑스시온에서 공급되는 마력이지요. 엑스시온이 수입된다면 마법사는 한 명도 없더라도 상관없습니다.”
“큰일이군…….”
“저…….”
“뭔가?”
“아르곤에서 수입한 엑스시온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요?”
“카로텔에서 생산한 최상품이야. 그 출력은 통상의 1.24배라고 보고받았네.”
“통상의 1.24배라고요? 역시 그놈들 돈이 많으니까…………….”
“그걸로 제대로 된 타이탄을 만들기만 한다면 본국의 카프록시아급에 맞먹겠지.”
“그럼, 여태껏 수입한 30개가 모두 다 1.24배짜리인가요?”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보고받았네.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액수를 지불했겠지.”
“하지만 그쪽에는 마나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기사는 적지 않습니까?”
“폐하께서도 거기에 희망을 걸고 계시지. 놈들은 너무 신성 마법에 의존하고 있어. 그따위 것 타이탄을 구동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데 말 일세…….”
“그럼 그 30개가 타이탄이 된다면 이제 아르곤에는 타이탄이 몇 대나 존재하게 되는 겁니까?”
“320대 정도…………. 전에 있었던 토프라크 전쟁에서 타이탄 12대가 파괴되었다고 들었네. 처음 엑스시온을 수입할 때는 파괴된 타이탄에 넣어서 그 걸 살리려는 줄 알았지. 그런데 엑스시온을 계속 수입하는 거야. 그래서 과연 그걸 가지고 타이탄을 만들 수 있는지 자네에게 물어보려고 왔지. 만약 이번 엑스시온들로 타이탄들이 완성된다면 아르곤에는 마나를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성기사가 타이탄을 보유하게 될 것 같아.”
“으음, 큰 문제로군요. 하기야 그놈의 아르곤 백성들은 원체 신앙심으로 뭉쳐 열심히 일하기에 남아도는 게 돈이니. 본국은 겨우 청기사 12대를 만 든다고 온 국력을 퍼부어 20년을 노력했는데 말입니다.”
“약소국의 비운이지. 그래도 청기사들만 완성된다면 본국의 타이탄도 136대가 되지. 타국의 눈치 안 보고 풍요로운 스바시에 제국을 병합할 수 있 게 된다 이 말이야. 자네가 좀 더 힘을 써 주게.”
“알겠습니다, 안티노스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