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30권 4화 – 산을 낚는 어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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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30권 4화 – 산을 낚는 어부-(2)

산을 낚는 어부-(2)

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애앵!

부릅떠진 눈의 망막 바로 앞에서 힘차게 다리를 비비며 매섭게 날갯짓하는 파리를 본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기괴한 경험이었다.

“으, 으어, 으어어!”

시범 대상이 된 칼자국 사내가 핏발선 눈으로 연방 신음을 터뜨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온몸은 마치 목석이라도 된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빨빨거리는 파리의 접근에서 회피하려는 것은 헛된 저항에 불과했다.

“으흐흐흐, 그렇게 좋습니까?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할 건 없는데 말이죠.”

이처럼 눈꺼풀이나 벌어진 입, 턱, 혀, 같은 신체의 특정 부위들을 전혀 쓸 수 없게 만드는 점혈술은 장홍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었다. 원래는 상대를 고문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자결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수법이었다. 겨우 잡은 정보원이 혀 깨물고 죽으면 매우 곤란해지니 말이다.

[이보게, 휘? 장형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지 않나?]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쌓인게 많았던 모양이야. 저런 식으로라도 해소하려는 걸 보면.]

[이해가 갑니다. 이해가 돼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은인자중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장홍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모든 의무와 책임을 방기한 것은 아니었다.

‘흑천맹이 상중 비상체제라 천만다행이군.’

흑천맹이 비상체제를 선언하고 무사들을 근신시키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곳 신 녹호객잔은 흑천맹 무사들로 가득 차 있을 게 분명했다. 내부 경계를 강화한 탓에 오히려 외부로 향하는 시선이 옅어진 것이다.

“그렇게 눈알 뒤룩뒤룩 굴리지 말고 편하게들 있게. 금방 끝날 테니. 옛말에 이런 말도 있잖나? 피하지 못할 것 같으면 오히려 즐겨라!”

자기합리화까지 시켜가며 역할극에 푹 빠져 몰두하는 것을 보면, 그 고언은 아무래도 장홍에게도 적용되는 듯했다.

뻘뻘뻘

세 명의 칼자국 사내가 육식의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것에 빠져 있든 말든 비류연과 둘째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주변의 소동은 그들의 세계와 아무런 상관도 없고, 영향도 주지 못하는 듯했다.

오히려 비류연은 이런 소동이 바라던 바였다. 뭔가 소동이 있고 사건이 있어야 상대방을 찔러볼 틈이 생기지 않겠는가. 눈대중만으로는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게 있는 법이니까.

상대를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은 비단 비류연뿐만이 아니었다. 둘째 역시 이런 소동에서도 태연한 비류연의 정체와 실력이 막 궁금해지던 참이었다. 장총관이라고 소개한 자가 방금 보여준 점혈 솜씨와 파리 납치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런 이를 수하로 부리고 있는 자라면 충분히 살펴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장홍이 비류연의 수하가 아니라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둘째였다. 그만큼 장홍의 변장이 완벽하다는 뜻이겠지만, 장홍본인이 알면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술친구의 이름도 묻질 않았군요.”

둘째의 질문이었다.

사실 그가 다른 인물에게 제대로 관심을 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친인(親人) 이외의 사람들은 아예 딱히 의식조차 하지 않는 성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선, 사람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무명보다도 한층 더 무심한 편이라고 봐도 좋았다. 물론 그를 처음 만난 비류연이 그 사실을 알 리는 없었지만.

“제 이름이요? 비류연이라고 하죠.”

그 대답에 장홍을 비롯해 남궁상과 모용휘의 얼굴이 하나같이 창백해졌다.

[이보게, 류연! 자네 미쳤나?]

전음을 통해 장홍의 외침이 세차게 고막을 때렸다. 비밀리에 잠입한 처지에 본명을 당당히 밝히다니,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설마 본명입니까?”

세 사람의 반응을 느낀 둘째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마치 이들의 변장을 이미 간파하고 있기라도 한 말투였다.

“설마는 뭔가요, 설마는? 당연히 본명이죠.”

정작 비류연은 아무것도 감출 것이 없다는 그런 태도였다.

“그쪽은요? 아까 말한 이름은 가명이었나요?”

비류연의 반문에 둘째는 실로 재밌는 얘길 들었다는 듯 웃으며 받아쳤다. “아뇨, 당연히 본명입니다. 굳이 가명을 써야 할 필요도 없어서 말이지요.”

마치 비류연 일행은 가명을 쓸 필요가 있지 않냐고 묻는 듯한 말투였다.

“이쪽도 별거 없어요. 취직이나 해볼까 해서 왔으니 본명 쓰는 건 당연한 상식이죠, 상식.”

은실로 수놓아진 검은 부채를 활짝 펴고 흔들며 비류연이 나른한 목소리로 느긋하게 대답했다.

“취직? 비 공자는 딱히 금전이 필요한 분으로 보이진 않습니다만.”

의아한 목소리로 둘째가 물었다. 비류연이 부자임을 확신하는 말투였다.

역시, 보는 눈이 좀 있으시네요. 부자는 부자를 알아본다는 걸까요? 어떻게 아셨을까? 내가 평소에 워~ 낙 검약해서 그렇게 티내고 다니지도

않는데.”

그 웃음 섞인 말에 장홍은 하마터면 젓가락의 파리를 비류연의 입에 뿌릴 뻔했고, 남궁상과 모용휘는 기가 막혀서 주화입마에 빠질 뻔했다.

쿨럭쿨럭, 사레들린 것 정도로 끝난 게 그나마 행운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일행 분들이 아까부터 불안한 듯합니다만.”

소리없이 아우성치듯 격렬하게 몸을 떠는 세 사람의 반응에 둘째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쯧쯧. 우리 가솔들은 원래 다들 소심해서, 내가 숨만 쉬어도 저렇게들 떨곤 해요. 그냥 내버려 두고 하던 말 계속하시면 돼요. 제가 부자인 게 그렇게 티가 나나요?”

단박에 부자 주인에게 버림받고 만 세 식솔들이었다.

옷고름을 씹어 삼킬 것 같은 표정을 한 남궁상을 무시한 채 둘째가 말했다.

“비 공자가 지닌 여유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군요. 가난한 사람들은 돈으로 생존을 사고, 부자들은 돈으로 여유와 시간을 사지요.”

“오옷, 벌써 돈의 본질과 깊이에 대해 파악하시다니 놀랍습니다. 과연! 과연! 제 뒤에 있는 돈맹인 우리 가솔들을 위해서라도 한 말씀 해주시죠.”

즉, 이렇게 연신 찬탄하고 있는 자신도 이미 돈의 깊이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그쪽이 저보다 훨씬 전문가처럼 보입니다만?”

“내가 워낙 겸손해서~”

또 한 번 뒤에서 세 사람의 소란스러운 기침 소리가 발작적으로 터져 나왔지만 비류연은 산뜻하게 무시했다.

“생활 이외의 것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 공자에게는 그 여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평생 놀고먹어도 될 만한 돈을 이미 지니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마지막은 농이 섞인 말투였다.

“에~ 이, 아직이에요, 아직. 아직 한~ 참 멀었어요. 중간 중간에 하고 싶은 일에 써야 할 때도 있고.”

부채를 살랑살랑 부치며 비류연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냥 뭐, 돈은 단지 거들 뿐이지만요.”

당당한 그의 선언에 주위의 반응은 격렬했다.

‘왕-거짓말입니다!!! 왕거짓말!!!’

겨우 사레를 수습했던 장홍, 남궁상, 모용휘가 마음의 입을 모아 외쳤다. 다만 실제로 소리를 낼 수 없어, 아직 마음만으로 의념을 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자신들의 낮은 경지가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내가 아는 어느 망할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죠. 삶이란 전쟁이고, 돈은 삶이라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삼종의 신기 중 하나다!”

그 망할 할아버지가 자신의 경애하는 망할 사부라는 얘기는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그저 사족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직한 어르신이군요. 다른 두 가지 신기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집니다만.”

비류연이 닭고기 구이에 찔러 넣었던 젓가락을 빼서 흔들며 답했다.

“에이, 다른 건 그냥 상식적인 거예요. 꿈, 그리고 힘이죠. 아무튼 난 준비물을 적당히 갖춘 이 시점에서 슬슬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 이거지요. 건전한 자아실현이랄까? 언제까지 부모님 밑에서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어요?”

네놈의 자아는 돈으로 이루어져 있잖아, 하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장홍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꾹 참아냈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

그 말에 둘째가 쓴웃음을 지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

둘째는 찰랑찰랑 투명하게 차 있는 술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차분하다고 해야 할지 서글프다고 해야 할지 모를 빛으로 깊게 가라앉아 있어서, 아까부터 그를 흘낏거리는 여인들로 하여금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술잔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조용히 침묵하던 둘째는, 단번에 술을 입으로 털어 넣은 다음 딱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물었다. “그 길을 막는 게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고기고추볶음에서 고기와 푸른 고추를 하나하나 분리작업 하고 있던 비류연이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되물었다.

“가족이 왜 막겠어요?”

둘째는 차가우리만치 맑은 눈빛으로 비류연을 바라보며 답했다.

“상황에 따라선 가족이 최대의 장애가 될 수도 있지요. 특히 ‘가업’ 같은 것이 있으면 더욱더 문제고.”

“가업이라……………. 우리 아버지는 조그만 장신구나 작은 불상들을 조각해서 팔거나, 의뢰가 들어오면 석비에다 비문을 새겨주기도 하던 조각가였어요. 지금은 잇고 싶어도 이을 수 없고, 잊고 싶어도 잊을 수도 없지만.”

그 말에 장홍을 비롯해 그와 나름 오랜 시간을 지냈다고 자부하던 남궁상과 모용휘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비류연이 이렇듯 자신의 과거를 꺼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던 것이다. 자신들에게도 잘 하지 않는 이야기를 처음 보는 이한테 꺼내다니, 갑자기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게 되었다.

“뭐, 그건 저희 집이랑 비슷하군요. 이쪽도 ‘새긴다’는 점에선 일종의 조각가라 할 수 있지요.”

조금 전 자기 자리 앞에 놓아놓은 술잔을 두 손으로 쥔 채 뚫어지게 쳐다보며 둘째가 중얼거렸다.

“뭘 새기는데요?”

“글쎄요? 일종의 무림사 같은 것?”

무림의 역사를 새긴다니, 정말 광오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광오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운영도 겸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무림경영(武林經營)이랄까요?”

둘째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비류연도 씨익 웃으며 말을 받았다.

“호오, 가업이 장대해서 좋네요.”

보통은 비웃거나 당황할 법도 한데 비류연이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둘째의 눈에서 이채가 피어올랐다. “그런데, 그 정도 규모면 그냥 낼름 이어받아서 하면 되잖아요.”

조금 전, 자아실현과 ‘나만의 길’을 주창하던 입에서 같이 나온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발언이었다.

“그러기엔 또 곤란한 점이 있어서 말이지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둘째가 말했다.

“무슨?”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애꿎은 술잔만 깨작깨작 가지고 놀던 둘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씨익, 자신만만한 미소가 그의 입가를 달리더니 마침내 입이 열렸다.

“난 둘째거든.”

급작스럽지만 자연스러운 반말조

어투가 바뀐 그의 두 눈동자는 노을을 가둬놓은 유리구슬처럼 맑고 투명하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신호로 삼은 듯, 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거산삼괴중 한 명이 앉아 있던 의자를 뒤로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뿐인데도 천둥치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쿵! 삐걱! 쿵! 삐-이-걱! 쿵! 삐-이-이-걱!

자리에서 나와 걷자 건물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비명을 질렀고, 대들보 위에 쌓여 있던 먼지들이 떨어져 내렸다. 객잔 전체가 난리발광을 추며 요동치고 있었다. 마침내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무형의 줄, 대치 상태가 깨진 것이다.

‘좋아! 와라!’

장홍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그는 금세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야, 왜 셋이서 함께 일어서는 건데?’

거산삼괴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장홍은 인상을 팍 구겼다. 본래는 하나씩 와서 시비를 걸면 하나씩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저들도 명색이 일방의 방주니, 체면 때문에라도 함께 움직이진 않을 거라 생각했거늘.

예상이 첫 장부터 빗나고 말다니,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불길한 바람이구나!”

거친 바람이 사납게 황야를 때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저 멀리 평야에서 일어나는 먼지 구름을 굽어보며 푸른 옷의 여인이 중얼거렸다. 심연처럼 깊은 눈빛에 온갖 지혜와 냉철한 이성을 담은 여인이었다.

서쪽 하늘을 점점 먹빛으로 물들이며 불어오는 광풍에, 갈대는 세차게 흔들리고 나뭇가지는 신들린 듯 춤을 추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이토록 바람이 거칠고, 도톰하게 솟아오른 언덕 위에 서 있는데도 여인의 빙은색 옷자락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단정하게 빗어 내린 청람색(靑藍色) 머리카락은, 설령 광풍이라 할지라도 한 올의 흐트러짐마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이 오연하리만치 단정한 여인은 바로 신마가(神魔家)의 셋째 마님, 빙령선자 사란이었다.

어둠에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사란은 잠시 숙고했다.

불길한 바람이었다.

전란의 냄새를 품고 있는 바람. 아직은 그 세(勢)가 미미하지만, 끝내는 강호 전체를 뒤흔들 사나운 격풍의 전조였다. 이 예기치 못한 격풍엔, 지난 백년간 확고부동이었던 신마가의 지위마저 뒤흔들릴 위험이 있었다.

그녀의 빼어난 예지가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얼어붙은 강의 수면 밑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감지하듯, 사란의 뇌리엔 이 바람의 뒤에 자리한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은천벽…………. 그대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지난 백 년간 누구보다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사내였다. 일인자도 이인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가공할 능력을 가지고도 그저 묵묵히 자리만 지키던 자였다.

그것이 그가 신마가의 권위에 굴복해서였는가 하면 그건 결코 아니었다.

그는 무신마 갈중혁에게조차 진심으로 승복하지 않는 오만지극한 자다. 그는 마치 ‘세상은 왜 이리 약한가!’라며 끊임없이 분노하는 부류의 광인이었다. 천재를 길러내기 위한, 아니, 천재(天才)를 발생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광기라 불러도 좋았다. 그것을 비틀린 교육열이라고 본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지난 백 년간 끝없이 불만만을 품어온 그가 왜 지금에서야 움직이는 것일까?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겠구나.’

그런 시기이기에 더욱더 믿을 만한 전령이 필요했다.

이미 둘째가 무한에 도착했다면, 전서응은 위험했다.

흑천맹의 무한의 각처에는 전서를 관리하는 부서와 감시하는 부서가 따로 나뉘어 있었다. 후자는 흑천맹 소속 이외의 모든 전서를 잡는 ‘전서 전문 사냥꾼’이었다. 비둘기가 아닌 매, 즉 전서응이기에 좀 더 생존 확률은 높지만,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누가 있을까?’

그때, 한 사람이 시야 속에 들어왔다.

‘그래, 저 아이라면.’

몇 번을 다시 재고해 봐도, 무한으로 갈 비밀 전령은 저 아이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란아.”

사란은 조용하지만 똑똑한 목소리로 은설란을 불렀다.

“네, 마님!”

곧 청초한 매력을 지닌 목소리가 돌아왔다.

은설란의 무한 파견, 이는 그 판단이 한 남자의 정신에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올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내려진 결정이었다.

물론 그것을 알았다 해도 사란은 전혀 개의치 않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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