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6화 – 그들이 살아가는 법 6 : 퇴마사들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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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6화 – 그들이 살아가는 법 6 : 퇴마사들의 생일


퇴마사들의 생일

그날 저녁, 박 신부가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박 신부는 문을 잠그 지 않고 살았다. 그렇기에 평소 습관대로 대문을 밀어 열려고 했는 데 이상하게 문이 잠겨 있었다.

“어?”

문을 열려고 했으나 안에서 잠긴 문이 그냥 열릴 리 없다.

“무슨 문단속을……”

어차피 찾아올 사람도 없는데다 도둑이 든다면 그 도둑의 운수는 막장일 터였다. 새삼스럽게 무슨 문단속인가 싶어 박 신부는 의아했 다. 또 문단속을 할 사람은 현암밖에 없는데 왜 그런가 싶었다. 박 신 부는 하는 수 없이 초인종을 찾았다. 벨이 울리자 안에서 누군가 나 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발자국 소리를 들으니 현암이 분명했다.

역시 박 신부의 느낌대로 현암이 문을 열어 주었다.

“자네 왜 문을 잠갔나?”

현암은 웃으며 말했다.

“신부님 오시는 거 알려구요.”

“응? 왜? 내가 내 집에 오는 걸 뭐 굳이………….”

“자자, 들어가시죠.”

박 신부는 의아해서 현암이 이끄는 대로 안으로 향했다. 특별히 달 라진 것도 없다. 집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침나절 에 나갔는데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현암의 표정은 밝았 고 예전에 떠올랐던 입가가 뒤틀린 듯한 조소는 사라져 있었다.


현암의 인도를 받아 부엌 쪽으로 들어서자 박 신부는 눈을 크게 떴 다. 부엌에 있는 식탁 위에는 커다란 접시 하나가 올려져 있었는데 거기에는 박 신부가 좋아하는 온갖 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그 회를 덮고 있던 종이를 걷어 낸 것이 준후였다는 것이 더 놀라웠 다. 물론 준후는 비린내가 조금 역겨운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으 나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고 눈가를 파르르 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 다. 그것보다도 마침내 셋이 함께 모여 앉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뻐서 박 신부의 코끝이 찡해졌다. 현암이 말했다.

“신부님이 저희 때문에 드시고 싶은 것도 못 드시는 게 안타까워서요. 이건 제가 번 돈으로 산 겁니다. 그러니 드세요.”

“허허, 이거 참.”

박신부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거 내 생일도 아닌데 이런 대접을 받아서야………….”

“신부님 생신이 언제인지 모릅니다만, 오늘을 그냥 우리 생일이라고 하죠.”

“우리 생일이라니?”

“퇴마사들의 생일 말입니다.”

그러자 준후는 흥 하면서 자리에 앉아 자기 앞에 놓인 커다란 아이 스크림만 정신없이 퍼 먹었다. 박 신부가 현암에게 아주 작은 소리 로 소곤거렸다.

“자네, 그사이에 준후가 어떻게 말을 듣게 했지?”

현암은 웃으며 말했다.

“저 녀석이 아이스크림에 사족을 못 쓰더라고요. 그래서 뭐, 그냥 동생이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런가?”

“그러니 같이 드십시다.”

“그래? 그럼 자네도 회………….”

“아뇨, 아뇨. 전…….”

현암은 씩 웃었다.

“여전히 라면입니다. 아, 사과도 잘 먹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가.”

박 신부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준후는 여전히 비위가 상한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있었다. 그 래도 견디어 낸다. 비록 맡기도 싫은 회 냄새로 가득하지만, 준후도 그것을 참아 낼 수 있을 만큼 함께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식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사람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같이 먹었다. 그래도 그들은 화목했고, 나름 대로 즐거웠다. 그들 모두에게는 오늘이 바로 또 다른 생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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