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워커 4권 – 9장 기다림의 해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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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워커 4권 – 9장 기다림의 해변 6


6

레드 서펀트의 선원들은 그들에게 느닷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드래곤의 방문은, 그것이 두 번째라고 해서 익숙해지는 종류의 사 건이 아니었다. 그들은 미나 아일페사스, 아니면 쳉이나 후작 중 누구라도 이 사건에 대해 설명해 주길 원했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아일페사스의 방 문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는 부지런히 짐을 챙기고 있을 뿐이었고 쳉은 그런 미를 돕고 있었다. 후작의 경우는 뱃전에 걸터앉아 북쪽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일페사 스 역시 미와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입을 다문 채 후작의 옆에 앉아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선원들은 간절한 시선으로 신차이를 바라보기 시작 했다.

신차이는 헛기침을 하며 아일페사스에게 다가섰다.

“실례하겠습니다. 전능한 드래곤의 하나뿐인 지배자 드래곤 로드의 이름을 계승하는 자, 카르엔 드래고니안의 두 번째 목소리, 드래곤들의 첫 번째 목소리, 드래곤의 별의 보호자, 드래곤 로드의 딸 아일페사스 님.”

“질투난다.”

“네?”

“전 그거 외우는 데 사흘 걸렸거든. 그래서 너한테 질투나나 봐요.”

“그러십니까. 어쩐지 많이 늦은 소개입니다만 저는 본함의 선장인 신차이 발탄이라 합니다.”

“신차이? 운차이 아빠야?”

“아뇨. 그의 사촌 형입니…………”

싱긋 웃으며 대답하던 신차이는 갑자기 말문이 막혀서 아일페사스를 바라보았다. 아일페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차이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그를 아십니까?”

“너라면 잊겠어요? 그런 눈에 그런 목소리에 그런 표정에 그런 성질에 그런 말버릇을 한 사람이라면, 우에에, 한 번만 만나도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몇 날 며칠을 같이 보냈는지 셀 수도 없어. 그러니 어떻게 잊겠어?”

“동명이인인 것 같지는 않군요…………. 아일페사스 님께서 말씀하시는 자는 확실히 저의 사촌 동생인 듯합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탄느완.”

“네?”

아일페사스는 배 밖으로 내놓은 다리를 흔들어 댔다. 어느새 신차이와의 대화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인지 건성으로 대답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너 출발하고 조금 뒤에 우리가 도착했거든요. 탄느완에는 더 이상 배가 없었고,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추적할 수 없었고……………. 그리고 저는 폴리모 프했어. 내가 하려고 했을 땐 잘 되지도 않았던 폴리모프인데, 어떻게?”

“드래곤의 뜻일 거요.”

느닷없이 할슈타일 후작이 입을 열었다. 아일페사스는 동그래진 눈으로 후작을 보다가 말했다.

“너 말 할 줄 알았어요?”

“그렇소.”

“그럼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할 수도 있겠네? 드래곤의 뜻이라니?”

할슈타일 후작은 멍한 얼굴로 북녘 하늘을 바라보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드래곤 라자요.”

“뭐, 너, 네가 라자라고요? 거짓말! 저는 라자를 알아볼 수 있을 거야. 드래곤이니…까요.”

아일페사스는 말꼬리를 흐렸다. 할슈타일 후작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는 옆에 앉아 있던 아일페사스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아일페사스는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웜링이야. 다시 고개 돌려요!”

후작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아일페사스가 낮은 소리로 구시렁거리는 것을 무시하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드래곤 로드의 후계자요. 드래곤의 뜻이 당신을 통해 구현되는 것은 당연하지. 아일페사스가 폴리모프하려면 불가능할지는 몰라도, 드래곤이 폴리모프하려 했다면 폴리모프하는 걸 거요.”

“난 싫어.”

아일페사스는 잔뜩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새 대화에서 제외되고 있던 신차이가 놀랄 정도로 시무룩한 목소리였다.

“너 라자니까 제 마음 읽을 수 있지? 제가 웜링이라고 해도요. 라자니까, 응? 그렇잖아요?”

“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실 테지요.”

“그럼 하자. 제 마음 좀 읽어봐 줘. 전…..”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건 죽을 때까지의 계약이오.”

“어, 뭐, 둘 다 동의하면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말뜻이 잘못 전달되었군. 그건 죽을 때까지의 계약이오. 따라서 나는 계약할 수 없소. 이미 죽었으니까.”

아일페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할슈타일 후작의 옆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후작은 얼음으로 깎아 만든 것 같은 얼굴을 한 채 북쪽 하늘만 바 라보고 있었다.

아일페사스는 천연덕스럽게 오른손을 들어올려 후작의 가슴을 짚었다. 후작의 입매에 약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의 심장 박동에 집중하고 있던 아 일페사스는 보지 못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일페사스는 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결심하고는 손을 조금 옮겼다. 그 결과, 할슈타일 후작은 미친 듯이 웃어대었고 신차이는 바람처럼 몸을 날려 후작의 어깨를 붙잡아야 했다. 뱃전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은 후작은 눈물을 찔끔거리 며 아일페사스를 쏘아보고 고함을 빽 질렀다.

“무슨 짓이오!”

“간지럼 타네요, 뭐. 살아 있는걸?”

“간지럼 타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면 생활의 조건은 뭐요!”

신차이는 아일페사스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일페사스는 참 이상한 것도 다 물어본다는 표 정으로 말했다.

“그거 몰라? 웃는 거지. 이렇게. 하하하!”

할슈타일 후작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는 아일페사스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후작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아일페사스를 바라보던 후작의 얼굴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후작의 입술 가장자리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 하하, 하하……”

“하하하!”

신차이로서는 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신차이는 도대체 저 둘이 왜 저렇게 미친 듯이 웃고 있느냐는 이시도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무지를 드러 내고 싶지 않을 때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는 입술 앞에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이건 그 드래곤의 목소리 같은데. 왜 저렇게 웃고 있는 거지?”

쳉은 선실 천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배낭을 들어올렸다.

“미짐 다 쌌다. 나가자.”

“음……, 내 짐 싸는 것은 안 도와줄 생각인가 보군. 알았어. 먼저 나가. 짐도 별로 없으니 곧 나가지.”

“응? 무슨 짐을 챙기겠다는 거야?”

빈 배낭을 들어올리던 쳉은 미의 말에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미가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려 애쓰고 있었다.

쳉은 손끝이 싸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울림도 없었다.

“무슨 의미지?”

쳉의 얼굴이 굳어지자마자 미는 억지 표정을 짓는 것을 포기했다. 미는 혀를 낼름하고는 말했다.

“헤, 잘 안 된다. 응. 짐작하는 대로.”

“같이 가겠어.”

“아니. 쳉은 같이 안 가.”

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미의 두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미는 그 시선을 회피하며 벽을 향해 말했다.

“쳉은 아달탄을 데리고 신차이 선장님과 함께 탄느완으로 돌아가는 거야. 미는 후작님과 드래곤과 함께 파를 뒤쫓아 가고.”

“싫어.”

“떼쓰지 마. 쳉은 오늘 저녁도 되기 전에 죽을 거야. 내일 아침까지 버티기는 절대로 불가능하지. 잘 알 텐데. 미는 너무너무 관대해서 쳉의 어떤 모습도 다 수용할 수 있지만, 얼어 죽어 딱딱해진 모습은 수용 못할 거야. 아달탄도 마찬가지고. 분명히 말해 줬지? 쳉은 아무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쳉은 여전히 아무 움직임도 없이 미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가로젓지도 않았다. 미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미는 자신의 목 옆에 검을 세워들었다. 마치 자살하려는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는 자살하는 대신 머리카락 몇 올을 잘라냈다. 다시 검을 꽂아 넣은 미는 고개를 돌려 쳉의 오른손을 바라보다가 그것을 잡아 올렸다. 쳉의 오른손은 마치 무정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에 의해 들어올려졌다. 큼직하고 두꺼운 그 손을 간신히 받쳐든 미는 잘라낸 머리카락을 그 손가락에 감아주었다.

“별로 쓸모도 없는 거지만…………. 엘프들처럼 활줄을 만들기엔 너무 적고. 에이, 몰라. 옷 기워야 되는데 실이 모자라면 이어 써라. 말이 안 되나? 음.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눈물 콧물 다 나오려고 하네. 주먹 꼭 쥐어. 풀리려고 하잖아.”

미는 쳉의 손가락을 하나씩 굽혀 주먹을 쥐어주었다. 쳉은 입을 열려고 노력했고, 간신히 잔뜩 쉰 목소리나마 말 같은 것을 만들어냈다. 

“미.”

“사랑해”

미는 옆에 내려놓았던 배낭을 들고는 그대로 쳉의 옆을 지나쳐 문을 향해 걸어갔다. 쳉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쳉은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그 주먹을 들어올려 힘껏 깨물었다.


드래곤 솔저 에카드나는 땅에 세워둔 타워 실드 위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에 쥔 거대한 검은 비스듬히 늘어뜨린 채 무관심한 시선으로 전방을 주시하 고 있었다.

물론 솔로처는 에카드나의 등 뒤에 서 있었기에 무관심한 시선 어쩌고 하는 부분은 그의 추측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에카드나가 어떤 표정을 짓 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앞쪽으로 걸어갈 수도 없었다. 그가 앞으로 나설 경우, 에카드나는 점잖지만 단호한 태도로 솔로처의 전진을 막을 테 니까. 그래서 솔로처는 에카드나의 넓은 어깨 너머로 데스나이트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배치 하에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점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솔로처뿐이 아니었다. 데스나이트들 역시 실망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 다. 그들은 에카드나의 어깨 너머로 보일락 말락 한 솔로처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상황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데스나이트들은 에카드나 에게 끔찍한 시선을 보냄으로써 옆으로 비켜서라는 무언의 요구를 전달하고 있었지만 에카드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데스나이트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용용아아병병. 주주인인을 모모시시는는 너너의의 태태도도에에 대대해해 지지적적하하고고픈픈 바바가가 있있다다만만.”

“말해 봐.”

“제제대대로로 교교육육된된 아아랫랫사사람람은은 윗윗사사람람이이 대대화화를를 나나누누고고자자 할할 때때 그그 앞앞을을 막막아아서서지 지는는 않않는는 법법이이다다.”

“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래서 난 나름대로 너희 흉측스러운 놈들로부터 내 소환자를 보호하는 방법을 궁리해야 하지. 그리고 이것은 그 궁리의 결과이고.”

“우우리는 기기사사다다. 불불명명예예스스러러운운 암암습습은은 선선호호하하지지 않않는다.”

솔로처는 알지 못했지만 에카드나의 얼굴에 표정이 떠올랐다. 에카드나는 데스나이트를 향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불명예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너희들은 거기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벌써 너희들의 그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명예라는 것에 똥칠을 하고 있다고 말해 주겠다.”

“무무엄엄한한 놈놈!”

“꺼져라! 더러운 어둠의 기사들. 시무니안의 풍요로운 가슴에 올려진 너희들의 발을 치워라. 이 빛의 땅에 더 이상의 불명예를 끼치지 말라. 너희들 이 있어야 할 저주와 슬픔으로 돌아가라!”

데스나이트들은 진짜 화가 났고, 자신들이 화를 낸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를 느꼈다. 그들을 모욕하고 있는 것은 고작 용아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런 하찮은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데스나이트들을 반쯤 돌아버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100기의 데스나이트가 단 한 명의 용아병을 상대로 검을 들 수는 없었기에 데스나이트의 분노는 무한대로 증폭되고 있었다.

그때 데스나이트들 중 하나가 오른 주먹을 들어올렸다. 소란이 잦아들자, 데스나이트는 에카드나에게 말했다.

“아아버버지지 드드래래곤곤과과 어어머머니니 시시무무니니안안의의 참참된된 아아들들 드드래래곤곤 솔솔저저여여.”

에카드나는 묵묵히 입을 연 데스나이트를 바라보았다.

“네네 소소환환자자와와의의 이이야야기기를를 끝끝내내고고나나서서 너너의의 말말을을 고고려려해해 보보겠겠다다. 입입 다다물물고고 있있도 도록록.”

솔로처는 피식 웃었다. 300년 전, 천공의 기사들을 이끌어 기사도의 전통이 바이서스의 기사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했던 사나 이는 무거운 투구 속에서 암울한 눈빛을 불태우며 마법사를 주시했다.

“계계속속 말말하하시시오오, 솔솔로로처처.”

“아아, 고맙군. 그레이.”

“지금 저분들은 뭐하고 있는 건가요, 딤라이트 경?”

“미안합니다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레이디 케이트 데솔로. 옛말에 이르기를 마법사가 하는 일에 설명을 요구하지는 말라고 하지 않던가요?” 

“아아, 네. 제 불찰이었어요, 딤라이트 경.”

딤라이트 이스트필드와 케이트 데솔로는 그럴 수 없이 우아한 자세로, 거기다가 그 자세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근심스러운 눈빛을 한 채 데이든 평원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솔로처와 그레이의 회견을 바라보고 있었다. 완전 무장한 딤라이트의 허벅지까지밖에 오지 않는 키티 데시의 신장 때문에 키 티 데시가 말을 할 때는 고개를 한껏 쳐들어야 된다는 것이 그 둘의 유일한 문제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안타까움이나 근심과는 별개로, 그 둘의 모습이 성벽 위의 사람들에게 일종의 희극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켄턴 성벽 위의 경비 대원들과 주 리오 시장, 히든보리 사집관 등은 보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데스나이트들과 솔로처의 회담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스타파 하빈스는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무스타파는 흉벽에 기대앉아 아무 말 없이 아이라의 머리를 쓰다듬고만 있었다.

아이라는 성벽 밑에 앉은 채 그 거창한 머리를 갤러리 위에 털썩 올려놓고 있었고, 그래서 무스타파는 별 불편 없이 아이라의 눈두덩을 쓰다듬을 수 있었다. 와이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대륙의 역사상 다시없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무스타파는 아이라의 날카로운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아이라 역시 와이번이 인간을 바라볼 때 먹잇감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게으르게 콧등을 움직여 무스타파의 무릎에 부딪혀갔다. 무스타파는 미소를 지었다.

‘마법사께서는 그레이가 킨 크라이를 되살려 냈다고 하셨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아이라.’

무스타파는 허리를 숙여 아이라의 넓은 볼 위에 상체를 얹으며 아이라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내가 너를 살려낼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그도…………’


말을 마친 솔로처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레이를 올려다보았다.

“이해하겠나, 그레이? 이해했을 거라고 믿네.”

“떠떠나나겠겠단단 말말이이오오?”

“그럼.”

“당당신신이이 떠떠나나면면 켄켄턴턴은은 하하루루도도 버버티티지지 못못할할 거거요요. 딤딤라라이이트트와와 무무스스타타파파는는 우우리 리를를 막막아아낼낼 수수 없없소소. 이이들들이이 아아직직껏껏 켄켄턴턴의의 성성문문으으로로 돌돌격격할할 엄엄두두를를 내내지지 못못하하는 는 까까닭닭은은 바바로로 당당신신 때때문문이이오오.”

“우리야, 이들이야? 한 가지로 정해서 말해.”

그레이의 입매가 일그러지는 모습은 솔로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것들은 주기는 싫고 받기는 즐겁지만 조언은 그렇지 않지. 조언은 받으면 짜증나지만 줄 때는 즐거운 거야. 자, 인상 펴고 내가 주는 조언 을 받게.”

“해해보보시시지지.”

“내가 떠나면 얼씨구나 좋다 켄턴으로 돌격할 모양이군. 물론 딤라이트와 무스타파는 그들의 고귀한 검을 들어 자네에게 대항하겠지. 하지만 자네 의 검에 딤라이트와 무스타파, 그들 중 하나나 둘이 쓰러질 경우 자네의 마지막 희망과 동시에 그들의 마지막 희망도 쓰러지게 될 걸세. 천공의 기사 는 끝장이라고나 할까.”

“무무슨슨 의의미미인인 거거요요.”

“자네는 자네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며 되살아났고, 킨 크라이의 죽음에 슬퍼하며 그 녀석을 되살렸네. 자네의 형제나 다름없는 딤라이트와 무스타 파를 살해할 경우 자네나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자명하지 않겠나?”

그레이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솔로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가 타고 있는 괴수는 유황 같은 콧김을 뿜어내며 머리를 뒤채었다. 기수가 꼼짝도 하 지 않고 있어도, 그 기수와 한 몸이 되어 있다시피 한 괴수는 기사와 말이 그러하듯 기수의 마음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레이는 회색으로 물든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턱을 쓰다듬었다.

“말말하하고고픈픈 바바가가 뭔뭔지지.”

“글쎄・・・…….”

“비비극극?”

이건 그랑엘베르의 도서관을 통째로 암기하고 엘프의 혀를 빌린 시인이라 할지라도 떠올리기 어려운 지독한 비극이라는 말이지.”

솔로처는 침착한 태도로 소맷부리의 주름을 폈다. 하지만 그의 치켜뜬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은 그레이의 미간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같았 다. 솔로처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딤라이트와 무스타파는 자네를 용서할 수 없을 걸세. 그리고 자네는 이제 그들과 한 하늘을 이고 있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 하지만 자네나 그들 중 어느 쪽이 상대를 쓰러뜨리든, 상대는 다시 부활할 걸세. 자네들은 서로를 영원히 죽이고 영원히 되살려 내게 될 거야.”

무스타파의 손등이 격렬하게 떨렸다. 아이라는 불안을 느꼈지만 무스타파의 억센 두 팔이 그 머리를 끌어안고 있었기에 얌전히 있었다. 무스타파는 이를 악물었다.

나는 데스나이트가 된 그레이를 물리쳐야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이 내 진심일까. 한 사람을 완전히 증오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더군다나 그는 내 오랜 친구. 그래. 나는 그를 되살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의 검에 쓰러져야 할까? 아냐.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레이가 아무리 데스나이트라 하더라도 그는 이미 킨 크라이를 되살려 냈다. 그는 나를 되살려낼 것이다. 그가 아니라면 딤라이트라도. 그래, 딤라이트가 있군. 우리 둘이 동시에 죽는다 해도 딤라이트는 우리 둘을 되살려 낼 것이다.

정말 그럴까? 단지 인간의 소망이 그렇게 생사의 경계를 제멋대로 희롱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마법사의 말을 완전히 믿는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닐 까?

아냐. 생사의 경계는 이미 깨졌다. 얼간이 같으니.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너는 누구냐.


솔로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친 표정으로 자신의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데스나이트들이 흠칫했지만 솔로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팡이를 두 손으로 꼭 쥐어 높이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그것을 힘껏 내리꽂았다.

지팡이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단단히 꽂혔다. 충격이 만만찮았던 듯, 솔로처는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말했다.

“자라서 나무가 될 거야.”

“나나무무?”

“몇 백 년쯤 뒤, 노인은 손자에게 이렇게 말할 걸세. ‘마법사 솔로처가 땅에 꽂은 지팡이에서 가지가 뻗고 잎이 돋아나 이 나무가 된 거란다. 예의바 른 손자는 그 이야기를 믿는다는 표정을 지어줄지도 모르지. 물론 속으로는 전혀 믿지 않겠지. 그 이야기는 사실이었는데도 말이야. 하하하.”

그레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솔로처가 무슨 의미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 짐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로처는 두 손 을 탁탁 털고는 뒷짐을 지며 말했다.

“가세, 에카드나.”

솔로처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에카드나는 데스나이트들을 충분히 견제하면서 서서히 타워 실드를 들어올렸다. 그레이는 갑자기 외쳤다.

“솔솔로로처처!”

솔로처는 걸어가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레이에게 한 말은 아니었다.

“내가 했던 말 명심하게, 에카드나.”

에카드나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데스나이트를 견제하느라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에카드나는 솔로처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레이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솔로처는 천천히 희미해지고 있었다.

봄날의 아지랑이, 사막의 신기루, 겨울날 난로 속의 미약한 불꽃을 통해 볼 수 있는 추억들처럼, 뒷짐을 진 채 걸어가는 솔로처의 모습이 서서히 희 미해졌다. 그레이는 무슨 말이든지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에카드나는 그레이의 기세에서 이상함을 느끼고는 흘긋 뒤를 돌아보았 다. 그러고는 용아병답지 않게도 적에게 등을 보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때, 희미해지던 솔로처가 낮게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곧 말세가 올 거라고 중얼거리던 작자들이 있었지. 하지만 300년 뒤의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운걸. 그 작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기기다다려려, 솔솔로로처처! 나나는는 당당신신의의 말말을을…”

“잘 있게, 친구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솔로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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