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2권 – 10화 : 학관 전투 (1)
학관 쟁투 (1)
십수 년의 웅크림 끝에 다시 기지 개를 켠 군림마천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화근이 될 만 한 씨앗들을 모두 제거한다.
그 첫 번째 행보가 바로 황룡 학 관행이었다.
황룡학관은 군림마천의 선봉 부대 를 상대로 불과 두 시진도 버티지 못했다. 수백 명의 전력이 있었음에 도 일백 명에 불과한 선봉 부대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너 이름이 뭐냐?”
남자가 설우진에게 적극적인 관심 을 드러냈다.
그 뜨거운 눈빛에 설우진은 아차 싶었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설우진이라 합니다.”
아까와 달리 말소리가 많이 줄었 다. 남자의 관심을 피하고 싶은 그의 의지가 강하게 전해졌다.
“어디 출신이지?”
“무한 설가장입니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아마 상가라서 그럴 겁니다.”
‘그러니 저에 대한 관심을 부디 접어 주십시오.’
설우진은 속으로 간절히 청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 다.
“하긴, 출신이 중요한 건 아니지. 천하를 구한 영웅들 대부분이 이름 없는 세가 출신이었으니. 설우진, 오 늘부터 네가 이 수업의 장이다.”
“그게 무슨?”
“후훗, 알고서도 모른 척하는 게 꽤나 귀엽구나. 너 정도의 식견을 가진 녀석이 내 말뜻을 못 알아챌
리 없을 텐데?”
‘제길.’
“전 동기들을 이끌 만한 그릇이 못 됩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설우진은 필사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회귀 전 그는 낭왕으로서 수십만에 이르는 낭인들을 규합해 낭천을 개 파했다. 무림 역사에 길이 남을 업 적이었지만 솔직히 그 과정은 너무 나 험난했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 각을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떠올릴 정도였다.
‘다 큰 어른도 상대하기 골치 아픈 데 저 철모르는 애송이들을 이끌라 고? 학관을 때려치우면 때려치웠지 그건 절대 못해.’
“애들이 네 말을 안 들을 것 같아 서 지레 겁을 먹는 거냐?”
“네, 솔직히 상가 출신인 제가 무 슨 수로 무가 출신인 애들을 이끌수 있겠습니까?”
“그런 문제라면 걱정할 것 없다. 네가 장이 되는 순간 내 수업에서만 큼은 너에게 모든 권한을 줄 것이 다.”
일순간, 주변이 사납게 들썩였다. 일개 신입 관도에게 수업의 모든 권한을 부여한다니, 상식적으로 있 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저기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사님, 그 말씀은 도저히 받아들 일 수 없습니다. 명문 무가도 아니 고 일개 상가 출신인 녀석한테 장을 맡기는 것도 납득이 안 되는데 수업 의 전권까지 맡기시겠다니요.”
“맞습니다, 이건 너무 과도한 편애 입니다. 학사님이 저 녀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하시면 저희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백리세가의 셋째 백리군과 사황보 의 둘째 고문추가 대표격으로 나섰 다. 그 둘은 신입 관도들 사이에서 이미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 다. 이를 보여 주듯 신입 관도들이 그 둘을 중심으로 확실하게 편이 갈 라져 있었다.
“크큭, 가만있지 않겠다라! 이거 무서워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근 데 너희들 그거 아냐? 총관주님께서 이 수업에 대한 전권을 나한테 모두 일임하셨다는 거.”
“……”
백리군과 고문추의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이상 그 말의 의미를 모를리 없었 다.
“너희 둘은 수업 끝나고 따로 면담 좀 하자. 나한테 할 얘기가 무척 많 아 보이는데.”
남자가 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