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2권 – 22화 : 황하 출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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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2권 – 22화 : 황하 출두 (1)


황하 출두 (1)

콰르르 쾅쾅.

먹구름 사이로 뇌룡이 사납게 울부 짖었다.

그리고 뒤이어 굵은 빗줄기가 사납 게 쏟아져 내렸다. 긴 가뭄에 목말 라 있던 민초들은 오랜만에 쏟아지 는 물줄기에 너나 할 것 없이 밖 으로 달려 나와 하늘에 대고 감사의 절을 했다.

하지만 사흘 뒤.

가뭄 해갈의 기쁨은 쉼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휩쓸려 온전히 사라 졌다.

“우진아, 비가 언제쯤 그칠까? 연 무장에 나가 본 지도 오래됐는데.” 

“앞으로 이틀은 더 내릴 테니 수련 을 하려거든 일찌감치 사자관으로 가.”

설우진은 옆에서 조잘대는 조인창 이 귀찮다는 듯 비가 그칠 날짜를 슬쩍 알려 줬다.

그가 기억하는 이 시기에는 장강 이북 쪽으로 큰비가 내렸었다. 당시 에 그는 상행 호위를 맡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내리는 비 탓에 일주일 가 까이 젖은 몸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 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이 다. 이대로 비가 더 내려 황하라도 범람하면 무수한 이재민이 생길 텐 데.”

조인창이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서안 인근에는 황하가 흐르고 있었 다.

황하 전체를 놓고 보면 상류에 속 한다 할 수 있는데 강폭이 넓지 않 아 큰비가 오면 어김없이 범람하곤 했다.


“가, 강이 범람한다.”

“짐 챙길 시간 없으니 간단한 먹거리하고 돈만 챙겨.”

“애들하고 여자들 먼저 산으로 올 려 보내.”

황하를 끼고 있는 신하촌에 큰 소 란이 빚어졌다.

하루 이틀이면 그칠 것이라 여겼던 비가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강 물이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불어난 강물에 마을 사람들 모두 피땀 흘려 세운 제방에 큰 압박이 가해졌다. 제방 곳곳에 금이 가고 그 사이로 조금씩 강물이 새어 나오 기 시작했다.

마을의 장정들이 다급히 균열을 막 아 보려 애를 썼지만 보수를 끝마치기 무섭게 다른 곳에서 균열이 생겨 났다.

“할아버지, 더 이상은 무립니다. 여기서 더 버티다간 모두 강물에 휩쓸 리고 말 겁니다.”

제방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던 촌 장의 손자 서상윤이 다급한 목소리 로 외쳤다.

늙은 촌장은 한참을 망설이다 철수 를 지시했고 제방 근처에 모여 있던 신하촌 사내들은 여자들과 아이들이 피신해 있는 근처 야산으로 달렸다. 잠시 후 제방이 불어난 강물을 이 겨내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 내렸 다. 벽에 가로막혀 있던 강물은 그 간의 분풀이라도 하듯 신하촌을 그 대로 휩쓸었다.

불과 반 시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신하촌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물에 둥둥 떠다니는 건물 잔해만이 그곳에 마을이 있었음을 짐작게 했 다.

신하촌을 시작으로 황하를 끼고 있 던 서안 일대 수십 개 마을이 강물 에 잠겼다. 발 빠른 대피로 인명 피 해는 크지 않았지만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우진아, 갈 거지?”

“어딜?”

“학사님이 어제 얘기했잖아. 신하 촌으로 가서 이재민들을 도우라고.” 

“그거야 자발적인 봉사를 얘기하는 거잖아. 그리고 뭣보다 우리가 간들 뭐가 달라지겠냐? 이재민들에게 필 요한 건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식량과 맘 편히 쉴 수 있는 집이지 우리가 아니야.”

설우진은 신하촌으로 가자는 조인 창의 말을 단박에 잘라 냈다.

어제 있었던 ‘문무겸전의 인재 양 성’ 수업에서 담당 학사인 적사호는 관도들에게 신하촌의 비극을 전하며 돕고 싶은 이들은 자발적으로 나서 라고 했다.

강제성이 없었기에 대다수는 그 말 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 사람.

조인창만은 그들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나섰다.

“정말 안 될까?”

“인마, 난 너처럼 사람 돕는 데 보 람을 느끼는 그런 부류가 아니야. 정 그렇게 혼자 가기 싫으면 관음회 라도 한번 찾아가 봐. 그쪽 애들 너 랑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잖아.” 

설우진이 동심계 중 하나인 관음회 를 추천했다.

관음회는 여관도들을 중심으로 결 성된 동심계로 자비로움의 상징인 관음보살을 추앙했다. 그리고 조인 창처럼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있으 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 그게, 실은 관음회랑은 이미 얘기가 끝났어. 내일 아침에 함께 출발하기로.”

“그럼 아무 문제 없는 거잖아.”

설우진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이에 조인창은 죄지은 사람처럼 고 개를 푹 숙이고 어렵게 입을 뗐다. “사실 어제 관음회주한테 너도 함 께 간다고 얘기했어.”

“……”

“그쪽에서 하도 남자들이 필요하다 고 하기에 나도 모르게 네 이름 …….”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설우진이 조인창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감정 이 실려 있는 멱살잡이라 조인창의 얼굴빛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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