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권 3화 – 특이한 인물 2044호
특이한 인물 2044호
그로부터 10년 후..
“흑살대(黑殺)의 교육은 끝났나?”
“예, 성공리에 끝마쳤습니다. 그런데 안심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뭔가?”
“그러니까, 2044호가…….”
“2044호라면 들은 기억이 있군. 검에 특출 난 재능을 보인다는 녀석이지?”
“예, 쾌검이나 경신술, 은잠술(隱潛術)의 달인으로 천부적 암살자의 재질을 타고난 녀석입니다. 그런데 도무지 암살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건 무슨 말인가?”
“글쎄, 암살보다는 정면 대결에 더 맞다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게도 완벽하게 암살을 행하고 있는데도 어둠의 살인자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 다. 아직까지는 위의 지시를 잘 받아들이고 있는데, 문제는 언제 그가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느냐입니다.”
“그렇다면 딴 녀석으로 교체하면 어때?”
“대단히 능력 있는 2급 살수라서……. 그리고 특급 살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대단히 크고…. 또 대체할 만한 이렇다 할 녀석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적당히 써먹다가 나중에 다른 소속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군.”
“궁여지책으로 암살에 필요한 것 말고는 어떤 기술도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의 검술에 대한 집착이 너무 커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데도 스 스로 터득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검수로서는 미래가 기대되는 녀석이군.”
“예, 지금은 살수가 필요하니 문제죠.”
그는 2044호로 불려졌다. 그가 이곳에 온 지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의 나이 17세, 그는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곳에 온 이후로 끊임없는 훈 련의 연속이었다. 먼저 내공을 쌓았다. 그에게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니었는데 그의 동료들은 수련 중에 한 명씩 쓰러졌고, 그 후로 그들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그리 고 틈틈이 격투 훈련을 받았다.
4년이 지난 후 흑의를 걸친 무사 열두 명이 오더니, 아이들 팔의 경맥 두께를 보고 두 패로 나누었다. 그리고 한 패를 데리고 떠났다. 그들은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는 팔의 경맥이 가늘어 장법보다는 검법이 맞다는 판정을 받고 검술 훈련을 했다. 그가 배운 것은 다섯 가지의 쾌검술과 경신술, 신법 등이었다.
다시 3년이 지나자 그중에서 2백 명이 차출되었다. 2044호도 그 무리에 속해 있었다. 그들은 여태까지 배우던 무리에서 떨어져 그들만의 훈련을 새로이 받았다. 그것은 전문적인 살인술이었다. 이때 배운 검법은 여태까지 배운 검법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쾌(快)…….
완전한 속도 위주의 검법으로 방어는 무시하고 적을 죽이는 방법만을 배웠다. 그리고 은잠술과 기척을 죽이고 이동하거나 매복하는 여러 가지 기법들을 배웠다. 이곳 마교에 와서 2044호가 정을 붙인 것은 검이었다. 친구로 사귄 아이들은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여러 친구들과 헤어지며 그들과 소식이 끊기자 그는 검에게로 애정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2044호는 살수로서의 훈련을 받게 되면서 검을 만들어 가졌다. 살수는 직업상 자신의 손에 맞는 검을 각자의 취향에 맞춰 주문 제작한다. 그는 가장 아끼는 자신 의 검에 묵혼(墨魂)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백련정강(百鍊精剛 : 1백 번이나 연마한 강철로 대단히 튼튼하다)으로 만들어졌으며 약간 푸른빛이 도는 백색 광택의 반월형 검신에 2044호의 주문에 따라 ‘墨魂(묵혼)’이란 글씨가 음각(陰刻)되어 있었다. 묵혼은 2척 3촌(약 70센티미터) 길이의 짧은 검신과 1척 길이의 긴 손잡이 를 가진 기형검으로 칼날받이 없이 검은색의 수수한 검집과 손잡이만을 가진 검이다.
2044호는 하루에 한 번씩 무인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검을 닦을 때 묵혼의 그 탄력 있는 아름다운 검신을 들여다보며 정신을 빼앗겼다.
그의 첫 번째 살인은 정파의 천수검귀 공손수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훈련의 마지막 과정으로 이제까지의 이론을 실습하는 기회였다. 이때 그에게 배정된 인 물이 공손수였다. 교관은 그에게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성명 : 공손수
호: 천수검귀
특기 : 독문검법 귀나천리도법
내공 수위 : 1갑자
특기 사항 : 대단히 뛰어난 검객, 여색을 많이 밝힘. 현재 일곱 명의 첩이 있으며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음. 대금을 갚지 못하면 딸이나 부인을 빼앗아 팔아 버리기 도 함. 그는 여섯 명의 1급 무사와 서른세 명의 2급 무사를 비롯해 총 6백여 명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는 네 개의 도박장과 두 개의 전장(錢場: 은행과 같으 며 고리대금업을 한다), 일곱 개의 전당포를 가지고 있으며 고리대금업과 사기도박을 통해 거둬들이는 돈은 막대한 액수다. 그를 지키는 여섯 명 1급 무사들의 능력 은 뛰어나다. 그들은 교대로 공손수를 경호하며 밖에 외출할 경우 그들 중 세 명만이 따라간다. ….
주의 사항 : 교를 떠난 후 50일 이내로 죽여야 하며,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말 것.
그가 아직 쪽지를 읽고 있는데 교관이 말했다.
“2044호, 이자를 해치우는 것은 너의 실력이면 충분하다. 살아 봤자 별 볼일 없는 쓰레기 같은 녀석이니 별로 마음 쓰지 마라.”
“알겠습니다.”
2044호는 목표물이 사는 곳까지 도착하는 데 35일을 소비했다. 그런 후 공손수의 저택 가까이에 접근해서 우선 10일을 기다렸다. 오랜 시간 목표물을 관찰할수록 암살의 성공률이 올라가기에 2044호는 10일을 투자하는 것이 별로 아깝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관찰해 본 결과 무사들을 죽이지 않고 저택에 숨어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전장을 둘러보러 나간 공손수에게 표창을 던졌다. 공손수의 무공이나 호위 무사들의 능력을 실험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집에서 1급 무사들을 불러내는 것이었다.
다음 날 공손수는 기습 공격을 받고 조심성이 발동해서 여섯 명의 1급 무사들을 모두 거느리고 전장에 나타났다. 이제 기회가 온 것이다. 2급 무사 정도의 수준으 로 그가 집 안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을 눈치 챈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공손수가 1급 무사들을 모두 거느리고 외출한 후에 살짝 집 안으로 숨어 들어와 끈기 있게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는 10일간의 감시를 통해 공손수가 그때 의 기분에 따라 일곱 명의 첩이나 부인 중 아무의 방에나 들어가 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렇기만 하다면 야습을 하기에 아주 힘이 들겠지만 3, 4일에 하루는 새로 들어온 일곱 번째 첩에게 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2044호는 일곱 번째 첩의 방에서 이틀 동안 초인적인 인내로 인기척을 감추고 숨어 있었다. 숨어 들어가기 전에 용변을 보고, 완전히 빈속으로 들어갔다. 빈속으 로 최악의 경우 4일간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을 준비할 수는 없었다. 먹을 때는 좋겠지만 용변을 처리하는 것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침대 아래쪽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기다렸다.
운 좋게도 이틀째 저녁이 되자 공손수가 들어왔다. 2044호는 공손수와 계집이 부둥켜안고 헉헉거리는 신음 소리를 기준으로 공손수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 천천 히 검을 위쪽으로 올렸다. 검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숨어든 그 순간부터 검을 뽑아 놓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의 위치를 잡은 순간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공손수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찔렀다. 그는 가벼운 신음 소리와 낮은 비명 소리가 들린 후 잠시 기다렸다.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고 방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칼을 그대로 두고 침대 밑에서 조용히 빠져나와서 그가 본 것은 남녀의 머리를 관통해 올라온 묵혼의 검신이 었다. 칼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고, 그 덕에 피비린내는 나지 않고 여인의 체취와 정사(情)의 냄새만이 방 안에 감돌고 있었다.
2044호는 천천히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떤 감시 체제든 새벽이 되면 느슨해진다. 또한 2044호가 새벽을 기다리는 더 큰 이유는 1급 고수들이 새벽 5시에 교대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약간의 빈틈이 있었다. 2044호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집 안에서 빠져나왔다. 나오기 직전에 묵혼을 뽑았 기 때문에 혈흔도 거의 남지 않았다.
실습을 마치고 훈련장으로 돌아온 2044호는 곧 교관의 호출을 받았다.
“2044호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교관은 종이뭉치를 들여다보며 2044호에게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2044호! 자네는 지금까지 다섯 가지 검술을 익혔는데, 그중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왜 그냥 찌르기만으로 상대를 죽였지?”
“증거를 남기지 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검술을 사용하면 시체의 상흔(傷痕)을 통해서 죽인 자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호오……. 가르치지도 않은 것을 빨리도 깨닫는군. 자네는 그를 죽이는 데 세 가지 흔적을 남겼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있나?”
“예! 호위 무사들의 주의를 돌리려고 사용한 표창, 그리고 시체의 머리에 있는 검흔, 나머지 하나는 침대 밑의 구멍일 겁니다.” “잘 아는군! 왜 표창을 사용했나? 돌같이 알아보기 힘든 것을 사지 않고?”
“그 표창은 무기점에서 많이 파는 것입니다. 본교에서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생각은 좋지만 수소문하다 보면 누가 그걸 사갔는지 밝혀 낼 수도 있다. 앞으로는 표창보다는 동전이나 돌멩이를 이용해라!”
“예!”
“검을 그냥 찌르기만 한 것은 잘했다. 현재 밖으로 드러난 것으로는 살수가 죽였다는 것만 알 뿐 누가 죽였는지는 오리무중이지. 그런 식으로 하면 되는 거야. 앞으 로도 열심히 해 보도록!”
“예.”
“이번에 성공한 자들을 위해 연회가 준비되어 있다. 내일부터는 마지막 훈련이 시작된다.”
“알겠습니다.”
그는 훈련 과정에서 다섯 번의 살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훈련이 끝났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1급 살수라는 칭호와 묵향이라는 이름이 전부였다. 그는 언 제나 검은색 무복을 입고 검은색 죽립이나 두건을 애용했으며, 검도 손잡이나 검집이 모두 검은색이었다. 그러다 보니 묵향이란 별칭이 붙었다.
묵향은 그를 지칭하는 일종의 별칭이었지만 일곱 살 때부터 이름이 없이 2044호로 불리다 보니 예전의 이름은 벌써 잊어버린 지 오래고, 결국은 이것이 정식 이름 이 되어 버렸다. 그는 이번에 새로 조직된 흑살대에 배치되었다. 흑살대는 마교 내 서열 9위인 내총관의 휘하에 있었기에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묵향은 대부분의 동료들이 주색(酒色)을 탐닉하여 살인 후의 긴장감을 풀거나 쾌락을 즐기는 걸 보면서도 지속적으로 무공을 연마하는 데 힘을 쏟았다. 실 상 살수의 경우 단 일초의 공격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데다가 빠른 경공과 믿을 수 있는 은신술만 지니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사냥물을 기다리는 인내와 끈기를 요 하지만 그렇게 높은 무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무공의 높낮이가 필요한 때가 있다. 임무를 완수하고 탈출할 때가 바로 그런 때다. 죽기로 마음먹는다면 못 죽일 사람이 없지만 자신은 살고 상대를 죽이자니 힘이 드는 것이다.
묵향이 검술을 익히는 데 가장 중요시한 점은 속도였다. 여러 번 기습을 통해 많은 고수들을 죽이며 무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이 바로 쾌(快)였기 때문이 다.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경공과 신법이었다. 숨어 있다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적에게 다가가서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빠른 신법(身法)이 필요 하다. 그리고 적을 해치우고 탈출하는 데 필요한 경공술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탈출하면서 추격하는 적과 전투를 벌여야 했지만 살수는 결코 검법을 사용해서는 안 되었다. 검법을 사용하면 정체가 탄로 나기 때문이다.
살수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끈기와 인내였다. 기다림이야말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가장 큰 기술이었다. 그리고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여 분석할 수 있는 관 찰력과 두뇌도 필요하다.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대의 습관이나 버릇이 그에게 득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묵향이 검술에 미쳐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대주(隊主)는 그에게 새로운 검술을 가르치지 않았다. 경신술이나 은잠술 등 살수에게 필요한 각종 기술은 가르쳤지만 유독 검술만은 가르치지 않았다. 대주가 봤을 때 묵향의 검술 조예는 이미 살수의 경지를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대주가 보기에 묵향의 실력이라면, 정면 대결을 안 해 봐서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지만, 정면 공격을 해도 충분히 모두 다 죽이고 탈출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의 검술이 강하다는 것을 모르는지 아니면 필요 없는 살생을 싫어하는 탓인지, 그는 언제나 전통적인 살수의 살인 기법들을 선택했고, 언제나 흔적도 없이 빠져 나왔다.
아침 일찍 일어난 묵향은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과연 검술의 끝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검에서 뿜어 나오는 검풍, 검기, 검강이란 것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질까? 현재 검에 공력을 주입 한 상태에서 휘두르면 뒤로 무형의 기운이 뻗쳐 나무 따위를 자르는데, 이것이 검풍인가? 아니면 검기인가? 그리고 뛰어난 고수는 검기만으로 1백 장(약 3백 미터) 밖의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하던데, 이것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어검술(御劍術)을 펼치면 검에서 빛이 나와 눈이 멀 지경이라고 들었는데 이것은 어떤 조화 일까……??
묵향이 이렇게 검술에 대해 끊임없는 사색을 하게 된 원인은 대주에게 있었다. 우선 눈에 보이는 주어진 목표가 없으니 현재 알고 있는 자신의 지식으로 한 단계씩 올라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마교의 무사는 전통적으로 많은 마공을 익힌다. 한 가지 마공을 익히면 또 다른 마공을 익히기 위해서 힘쓴다. 나중에 익히는 마공일수록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고 사용하는 데 상당한 내력이 소모되지만, 마교의 고수들은 정파의 고수들이 꿈도 못 꿀 정도로 빠른 속도의 내공증진을 보였기에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가 되려면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그것은 말이나 구결(口訣)로서 알려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파에서는 내공이 매우 천천히 쌓이므 로 자신의 검술을 익히는 데 한계가 있다. 어떤 검술을 익히다가 내공이 달려서 후반부를 익히지 못하기도 하고, 적과 전투를 벌이거나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이 알 고 있는 것들을 연결하여 더욱 강한 검술의 경지를 이룩하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교의 고수는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할 필요도 없이 막강한 내공만으로도 상대 고수들을 공격할 수 있고, 또 내공이 모자라면 마교의 비전(秘傳)을 이용하 여 순간적으로 자신의 공력을 최고 다섯 배까지도 증폭하여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공력을 뿜어내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대부분 세 배 정도로 만족 한다.
세 배 정도만 공력을 증폭시켜도 기본 공력이 약하다면 그것이 죽음으로 연결되지만 고수에게는 일순간 그 정도 내공을 뿜어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다. 그 때문에 마교의 고수들은 더욱 패도적인 마공을 원하면서도 통 익힐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윗부분까지 다가가다 보면 벽에 막힌 듯 더 이상의 진보가 없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소수만이 극마의 경지로 들어가게 된다.
묵향은 처음부터 무공에 대해 많은 사색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무공을 익혔다. 대주야 묵향이 더 이상의 무공을 배우지 않기를 바랐기에 취한 조치 였겠지만 묵향은 그 덕분에 마교 고수로서는 매우 특이하게도 무공에 대한 사색을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어 버렸다. 언젠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생각하는 습관 을 감사하게 될 것이다. 바로 모든 마교인들이 넘어서기를 원하는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혔을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