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3권 – 28화 : 쌍룡 입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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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3권 – 28화 : 쌍룡 입성 (3)


쌍룡 입성 (3)

“뭐, 그렇지. 자, 안으로 들어가 자.”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사이, 제 갈윤의 숙소에 다다랐다.

제갈윤의 숙소는 주변 풍광이 아름 다운 삼 층 높이의 전각이었다. 앞 쪽에는 작은 내도 흐르고 그 위로 아담한 다리도 놓여 있었다.

술자리는 전망 좋은 삼 층에 마련됐다.

책을 읽기 위한 곳인지 창가 쪽으로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고 그 뒤로는 빼곡히 책이 꽂힌 서고가 있었 다.

의자에 앉아 잠시 풍광을 감상하는 사이 제갈윤이 간단한 안줏거리와 함께 술상을 봐 왔다.

땅속에서 꺼내 왔는지 술병 겉면에 거친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땅에 묻어 숙성시킨 청사주다.”

“그 귀한 걸 어디서…………?”

“수석 보좌가 되고 보니 여기저기 서 선물이 많이 들어오더구나 부담 스러운 건 다 거절했는데 요것만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제갈윤이 조심스럽게 술병의 입을 가리고 있던 무명천을 밖으로 걷어냈고 독특한 주향이 방 안 가득 흘 러넘쳤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술잔을 채웠 다. 그러고는 서로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다 이내 청사주를 입안에 털 어 넣었다.

‘캬아,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이 짜릿함. 역시 뱀술의 최고봉이라는 청사주다운데.’

설우진은 목에서부터 전해지는 청 사주의 진한 맛에 한껏 빠져들었다. 청사는 주당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술 중 하나였다. 청사주의 주재료가 되는 청사를 잡기가 너무 도 어렵기 때문이다.

몇 차례 순배가 돌자 두 사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확실히 독한 술다웠다.

“그나저나 맹주님이 암습을 당했다 는 건 대체 무슨 소리예요? 마천도 사라진 마당에 맹주님을 노릴 곳이 없잖아요.”

“아, 그거 속임수야.”

“……?”

“사실, 쌍룡무회 이후로 맹 내 상 황이 많이 안 좋았었어. 강경파들 사이에서 맹을 반으로 쪼개자는 의 견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었거든. 해서 맹주님께서 고민 끝에 극단적 인 방법을 쓰신 거지.”

제갈윤의 입에서 밝혀지는 맹주 암살 사건의 전모.

그것은 바로 기만술이었다.

‘이야, 결단력 좋네. 그런 식으로 양 진영의 분열을 봉합하다니. 허수 아비 맹주라고 해서 우습게 봤더니 확실한 한 방을 숨기고 있었네.’

“효과는 있었어요?”

“일단 표면적으론. 하지만 안심할 순 없어. 날이 갈수록 강경파의 입 김이 세지고 있거든.”

제갈윤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쌍룡맹은 최근 들어 두 개의 세력 이 아닌 네 개의 세력으로 쪼개져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각 세력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의 충돌이 잦아진 영향이었다.

“그 인간들 욕심이 지나치네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지금 손에 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왜 그리 남 의 것을 욕심내는 건지.”

“형은 지금 자리에 만족해요?” 

설우진이 기습적인 질문을 던졌다. 제갈윤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술잔을 비우며 답을 했다.

“솔직히 나도 사내니까 더 위로 올 라가고싶은 욕심은 있지. 근데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방식은 아니야.” 

“그건 너무 무른 생각 아니에요?” 

“후훗, 어쩌겠냐, 그게 내 천성인 것을.”

제갈윤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설우진은 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싫지 가 않았다.

“자, 무거운 얘기는 그쯤하고 맹주 님 선물이나 한번 구경해 보자.” 

제갈윤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탁 자 한쪽에 놓여 있는 흑색 장포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이에 설우진은 흔쾌히 흑색 장포를 탁자에 넓게 펼 쳐 보였다. 등에 새겨진 자수가 보 일 수 있도록.

“호오, 매화와 백학의 만남이라. 이 거, 맹주님의 취향을 제대로 짚었구나.”

“맘에 들어 하실까요?”

“음, 아마도.”

“취향을 제대로 짚었다면서요. 근데 답이 왜 그리 미적지근해요?”

“그게 워낙에 예측이 어려운 분이 시거든. 직접 만나 보면 너도 내 말 을 이해할 거다.”

“황룡 학관의 일개 관도가 맹주님 을 직접 만나 뵐 기회가 있겠어요?”

“그건 걱정 마라. 이 수석 보좌님 의 힘으로 대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 테니.”

제갈윤이 가슴을 툭툭 치며 자신 있게 얘기했다.

‘그래. 이왕 쌍룡맹까지 왔는데 맹 주 얼굴은 보고 가야지. 이번이 그 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니.’

설우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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