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8권 – 25화 : 승부수를 던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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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8권 – 25화 : 승부수를 던지다 (3)


승부수를 던지다 (3)

-제가 불렀습니다.

-어떻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황룡 학 관의 학사로 있을 때 제자로 데리고 있었습니다.

-그럼 벽뢰진천의 전수자라는 것 도 알고 있었는가?

-처음엔 모르고 있다가 후일 흑성 을 통해서 녀석이 벽뢰진천을 익혔 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적사호는 설우진과의 관계를 솔직하게 밝혔다.

그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이가 해천인이었으니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설우진과 계약을 맺은 건에 대해서도 얘기하자 해천인은 황당하 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호를 위한 일을 하는데 자신의 몸값부터 흥정하다니, 자신의 잣대 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질 않았다. 

-정말 믿어도 되는 겐가? 그리도 재물을 밝히는데.

-입으로만 정의를 부르짖는 이들 보단 훨씬 믿을 만합니다. 그리고 뭣보다 천성이 나쁘지 않은 녀석입 니다. 오늘 일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적사호는 설우진을 적극적으로 옹 호했다. 한데 그의 말이 무색하게 설우진은 위가렴의 품을 뒤지고 있 었다.

잠시 후 설우진의 손에 전낭이 딸 려 나왔다.

“호오, 황금 일백 냥짜리 전표에 야명주까지. 이거, 달밤에 열심히 체 조한 보람이 있는데.”

전남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설우진 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적사호의 얼굴 은 사납게 구겨졌다.


“회주는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매일 먹고 자는 것도 이젠 지겨운데.”

“우리 심심한데 대련이나 하자. 지 는 사람이 저녁밥 차리기.”

한가로운 오후, 넓은 장원에 철사 자회의 식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 었다.

그들은 보름 가까이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 며칠은 장원도 정비하고 개인 수련에도 시 간을 할애했지만 나흘이 한계였다. 그 이후로 그들은 늘어질 대로 늘 어졌다.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 없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새 나태해진 것이다.

“하아, 저대로 둬도 정말 괜찮은 걸까? 우리라도 나서서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본채 건물 이 층, 조인창이 긴 한 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는 설우진이 자리를 비운 이후 모든 살림을 도맡고 있었다.

일정한 수입은 없었지만 설우진이 워낙 많은 돈을 주고 간 덕분에 살 림하는 데는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한데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됐다. 설우진의 뒤를 따르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왔던 이들은 하나둘씩 풍족 한 생활에 젖어 들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수련에 빠지고 초 심을 지켜 나가는 이는 불과 열에도 미치지 못했다.

“내버려둬. 언제까지고 우리가 저 녀석들을 책임져 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린 한 식구잖아.”

“그 틀을 부수고 나간 건 저 녀석들이야.”

남궁벽은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그도 처음부터 이런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다. 초창기만 해도 옆에서 누가 무공에 대해 물어보면 친절하 지는 않아도 제법 상세하게 알려 주 곤 했었다.

설우진이 자신을 믿고 맡긴 일이었 기 때문이다.

한데 시간이 갈수록 그 횟수는 눈 에 띄게 줄고 대신 장원 밖으로 나가는 인원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그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 기 시작했다.

“우진이가 저 모습을 보면 많이 실 망할 텐데.”

“과연 그럴까? 내가 아는 그 녀석 이라면 오히려 잘 걸러졌다고 좋아 할 것 같은데.”

남궁벽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놈의 종적은 아직도 찾지 못한 게 냐?”

제자를 바라보는 사마중달의 두 눈 에 노기가 실렸다.

“그것이………… 호북 쪽의 비선을 모두 움직였지만 이렇다 할 소득이 없 었습니다. 불민한 제자의 생각으로 는 아무래도 호북 밖으로 벗어난 듯 합니다.”

하우연이 고개를 조아리며 어렵게 자신의 의견을 냈다.

“제 집을 놔두고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몸도 성치 않을 터인데.” 

“비선망을 강북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우연은 시간을 더 달라 청했지만 사마중달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선망은 쌍룡맹과의 전쟁에 쓰일 주요한 자원이다. 놈 하나 잡자고 그리 낭비할 수는 없다.”

“하면……?”

“놈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해라.”

“설가장과 철사자회를 흔들라는 말씀이군요?”

하우연은 단번에 사마중달이 말하 고자 하는 바를 알아챘다. 이에 사 마중달은 길게 설명하지 않고 그 일 에 대한 모든 전권을 하우연에게 일 임했다.

“이번이 그간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천주님께 다시 한 번 실망을 안겨 드린다면 그때는 나라도 네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염려 마십시오.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놈의 목을 베어 사부님께 바치겠습니다.”

하우연은 단호한 결의를 내비치며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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