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2화
전쟁은 좋은 것일까요, 나쁜 것일까요?
일반적인 기준은 이렇습니다. 이긴 전쟁은 좋은 전쟁이고 진 전쟁은 나쁜 전쟁입니다. 간단하죠. 더 본질 추구적이고 격조 높은 대답이 있을지도 모 르지만 바쁜 세상을 살면서 모든 것에 신경을 쓸 수는 없지요. 발 옆에 친구의 머리 같은 것이 굴러다니면 누구라도 한가함 따위는 느끼기 어렵잖아 요. 예. 그렇습니다. 전쟁터 한가운데만큼 전쟁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운 곳도 없지요. 역시 전쟁에 대해 생각해 보려면 전쟁 밖에 있어야 합니다.
시에프리너의 영토가 누구의 것인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시에프리너 자신밖에 없겠지요. 문제는 시에프리너가 더 이상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시에프리너의 영토는 단순히 그 위치만으로 기존의 중요 운송로 세 개를 잡초와 먼지 아래에 묻어버릴 만한 교통의 요충지였 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 귀한 광산까지 두 개 있었죠. 국가 수준의 쟁탈전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자기가 국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바이서스 또한 전쟁에 참가했고, 애석하게도 에이다르 바데타 때문에 졌습니다. 그래서 겨우 전쟁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 가 생겼지요.
바이서스 사람들은 그 기회를 별로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단숨에 전쟁은 나쁜 것이라고 결정을 내렸지요. 뭐, 졌으니까 당연한 결과입니다. 결정을 내렸으면 행동에 들어가야지요. 책임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나올 차례라고요? 당신은 문명인이군요. 반갑습니다. 바이서스 사람들도 문명인이었습니 다. 그래서 서로를 위로하는 대신 한두 명 붙잡아서 작살내기로 했지요.
그 나쁜 전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한두 명은 도대체 누굴까요? 바이서스의 왕좌가 새로운 엉덩이와의 만남을 기대해도 될만한 분위기가 조성 되었습니다. 아, 분위기만 그랬다는 거예요. 바이서스는 오래된 나라이고, 그래서 패전 직후에 왕을 바꾸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어요. 물론 강력한 후계자가 있다면 새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꼭 바보짓은 아니에요. 신품의 비합리적인 매력은 우리 모두 잘 알잖아요. 고만고만한 왕이라 해도 새 왕은 괜찮아 보인답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인물이 없다면 왕 바꿔치기는 나라 가지고 도박하는 짓밖에 안 되지요. 바이서스가 바로 그런 상 황이었습니다. 왕의 동생이라든가 조카 같은 강력한 후계자 후보들이 전쟁통에 모두 죽었거든요. 그러니 왕좌는 익숙한 엉덩이 냄새를 계속 맡아야 할 운명이었지요.
바이서스 사람들은 고민했습니다. 왕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그냥 서로를 위로해야 할까요? 그건 곤란하지요. 세련된 문명인은 그런 짓 안합니다. 그렇게 바이서스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자넨 알고 있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