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8권 3화 : 나 조신하게 큰 여자야! – 3

묵향 38권 3화 : 나 조신하게 큰 여자야! – 3


나 조신하게 큰 여자야! – 3

“드래곤을 경계해 기사단을 급파한 것이겠지만, 운 좋게 언데드 무리를 적기에 막을 수 있게 된 것이군. 운이 좋다고 봐야 하나…………..?”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를 듣던 월터에게 다이아나가 입을 열었다.

“혹시 링카 성을 공격할 생각인 걸까?”

다이아나의 물음에 월터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샌드 웜이 몇 마리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언데드 무리 따위로 콘도르 기사단이 지키는 방어선을 뚫는 건 말이 안 돼. 샌드 웜이 이동할 수 있는 건 모래 속 뿐이야. 암반 위에 건설된 링카 성을 공격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

“흠, 그런데 이 근처 용병단 수준이 낮은 건가? 언데드 무리 중에 샌드 웜도 있었겠지만, 사막 부족을 정벌하기 위해 출동할 정도였다면 링카 성에서 고용한 용병단 숫자도 제법 만만치 않았을 텐데?”

다이아나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전에 만났던 언데드 무리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숫자는 많았지만 이성을 잃고 그저 달려들기만 하는 언데드 무리쯤이야 잘 훈련된 용병들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좀 전에 파벨이 말한 것처럼 몇만 단위의 언데드가 매복해 있다 갑작스레 기습을 한 거라면 얘기가 다르지. 언데드는 매복기습 따위 할 줄 몰라. 즉, 그 무리를 지휘하는 고위 언데드가 있다는 말이지. 아무리 언데드라도 지휘를 받는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져.”

이지를 잃고 무작정 달려드는 언데드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언데드의 전투력이 같을 리가 없다. “아, 그것도 그렇겠네. 그럼 혹시 우리가 뒤따랐던 언데드들도 그 거대 무리에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던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월터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정확한 사실을 유추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만났던 언데드 무리가 이동하던 방향과 용병단이 기습을 당했다던 장소와는 거리 차이가 꽤나 났었다.

월터는 파벨 쪽으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참, 사막 쪽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알아봤어?”

“성문은 이미 철저히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안 되고, 마법진을 통해 링카 성과 가장 가까운 제리아 성으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다시 되돌아오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용기사들이 수시로 정찰을 하고 있기에 이동은 밤에만 해야 한답니다.”

“알았어. 그 방법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야지. 자, 실컷 먹었으니 이제 출발하자.”

월터의 말에 라디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 톡 쏘아붙였다. 사막을 건너오느라 개고생을 했는데, 하루 정도 푹 쉬는 것도 아니고 바로 출발하자니…………… “가자니, 어디로? 파벨 말 안 들었어? 링카 성이 발칵 뒤집혀 경계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 거. 게다가 대부대가 행방불명된 지역은 원인을 찾기 위해서라도 경계가 삼엄할 게 뻔하잖아?”

“그쪽이야 그렇겠지만, 링카 성 앞쪽은 아니잖아. 그곳만 살펴보고 곧바로 복귀하도록 하지.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에는 뭔가 찜찜해서 말이야.” 그건 다이아나도 마찬가지였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그래서 지금 바로 출발하자고?”

하루 정도 쉬고 싶을 것이다.

냄새나는 옷가지를 세탁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못하더라도 몸이라도 깨끗이 씻으면 기분전환이 될 게 아니겠는가.

그걸 잘 알면서도 월터는 모르는 척 다이아나의 신경을 긁듯 말했다.

“왜? 설마 이 정도에 우는소리를 할 정도로 약한 건 아니겠지?”

“큭, 당연하지. 치레아 여자를 뭘로 보는 거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좋아. 가자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