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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114화


“제발………… 시에프리너. 코볼드들은 다 바깥에서 싸우고 있어요. 우리마저 여기에 갇혀 있게 되면 누가 당신을 도와주죠?”

“아무도 필요 없어!”

아일페사스가 서늘하게 웃었습니다. 그녀는 그 대답이 정말 웃긴다고 생각했죠.

“그러면 누군가가 나타나겠지?”

이루릴이 숨을 급히 들이마셨습니다. 그녀는 반가움과 의문이 뒤섞인 표정으로 아일페사스를 돌아보았어요.

“그렇죠. 그가 그가 누구죠? 그런 이가 있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타나는 이가.”

“그래. 있어. 있을 거야. 모르겠군. 생각이 잘 나지 않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진 알겠어.”

“예?”

아일페사스는 땅을 어루만지다가 털을 한 움큼 부여잡았습니다. 그러곤 하늘을 향해 소리쳤어요.

“오지 마!”

왕지네는 지골레이드가 드래곤 레이디를 머리부터 땅에 처박은 것이 아닌가 의심했어요. 그런데 지골레이드가 그녀를 처박았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요? 이루릴이 맞장구치듯 말했습니다.

“당신은 필요 없어요. 와봤자 폐가 될 뿐이에요. 오지 말아요.”

왕지네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날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과 엘프에게 들키지 않고 그러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요. 왕지네는 정신을 좀 차리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습니다.

“올 리가 없잖아.”

아일페사스와 이루릴이 감탄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에 왕지네는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기쁘기도 했어요. 정말 적절 한 말을 한 것 같았거든요. 자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았지만 말입니다.

그 순간 아일페사스와 이루릴, 그리고 왕지네의 머리에 어떤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이름에 대한 인상이 떠올랐다고 해야겠군 요. 그녀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다른 둘도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루릴이 가장 먼저 말했어요.

“아프나이델!”

아일페사스와 왕지네는 그녀를 외면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루릴은 얼굴을 붉히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척하지도 않았습니다. 실망감 과 애틋함 속에서 아일페사스가 말했습니다.

“루리. 그 이름은 아냐. 나이드는 까마득한 옛날에 이 땅을 떠났어. 그때 당신이 가지 않았어?”

“아뇨. 내 말은 아프나이델이 옳았다는 말이에요.”

“응?”

이루릴은 가슴이 벅찬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는 확신을 담아 차분하게 말했어요.

“사후 수백 년이 지났을 때 어떤 이의 위대함을 재발견할 수 있다면 그 인물은 정말 위대한 인물이겠지요.”

“어, 그렇겠지?”

“그렇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말하겠어요. 아프나이델은 가장 위대한 마법사들과 같은 반열에 설 인물이라고. 이제 알겠어요. 왜 천 년이 필요했는지. 아프나이델이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왜 강대한 프로타이스가 그림자 지우개를 부술 수 없었는지.”

이루릴은 자신이 말한 이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두 여성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녀들은 동시에 외쳤습니다.

“춤추는 성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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