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144화
그날 저녁 무렵 바이서스 임펠의 하늘에서 벌어진 일은 시에프리너의 위업이라 해야 될 겁니다.
프로타이스가 온몸에 보석과 보물을 붙이고 다니는 건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보물을 보관할 레어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죠. 자신을 보호할 수단을 강 구하지 않는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대한 드래곤이었어요. 지골레이드의 자랑스러운 딸 시에프리너였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녀가 프로타이 스를 상대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저녁 시에프리너는 춤추는 성좌를 춤추는 유성우로 만들 기세였어요.
스스로 만들어낸 구름 속을 들락거리며 시에프리너는 그녀 자신이 벼락이 된 것처럼 프로타이스를 공격했습니다. 평범한 구름이라면 프로타이스에 겐 아무 방해도 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벼락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그 구름은 프로타이스의 관찰을 막고 접근을 불허했습니다. 프로타이스는 자신 이 물 속에서 수중 생물과 싸우려 드는 인간 꼴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힘이나 맷집이라는 말은 농담처럼 들리는 해파리도 물속에선 인간을 죽일 수 있지요. 시에프리너는 당연히 범고래나 백상어에 가까웠습니다. 프로타이스는 수도 없이 들이받히고 벼락에 직격당했습니다. 그 정도로 프로타이 스를 죽일 수는 없었지만 시에프리너의 목적도 거기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곳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시에프리너를 경계하고 있던 프로타이스는 순간 소름끼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원 내부에서 둘레와 가장 먼 곳은 어 딜까요? 예. 당연히 중심이지요. 구름을 들락거리는 시에프리너를 경계하느라 프로타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벼락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떠 있었습니 다.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고 해도 그 지점을 고른 것은 합리적이겠지요. 하지만 프로타이스는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솔베 스나 이라무스에서 일어난 일을 아는 것도 아닌데도.
그 직감이 그로 하여금 기적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시에프리너는 바이서스 임펠에 쏟아 부을 벼락을 분화구 가운데 떠 있던 프로타이스에게 집중시켰습니다. 보고는 절대로 대처할 수 없었을 거예요. 프로타이스는 본능에게 자신을 넘겼고 그의 본능은 주저 없이 필요한 대처에 나섰습니다. 그리하여, 그 한가운데서 ‘세계에 금이 가는 바람에 다른 세계가 살짝 엿보였다.’ 같은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위력적인 벼락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왔을 때 프로타이스의 몸에 있던 보석들이 그 벼 락을 굴절, 반사시켰습니다.
벼락의 높은 열 때문에 보통 보석으론 그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보석이 까맣게 타버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프로타이스가 엄선하여 몸에 붙이고 다 니는 그 보석들은 보통 보석이 아니었습니다. 상당량의 보석이 후두둑 떨어져 내리긴 했지만 그건 벼락을 꽤 많이 튕겨낸 후의 일이었지요. 물론 그 일은 빛의 속도로 이루어졌어요. 그 때문에 구름 속에 숨어 있던 시에프리너는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르는 채 되돌아온 벼락에 직격 당했습 니다. 벼락에 대해 대단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시에프리너였지만 그 일격엔 정신이 아득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프로타이스에게 필요한 것은 그 짧은 허점뿐이었지요. 구름 속에서 비틀거리며 떨어지는 시에프리너에게 프로타이스는 보석을 흩뿌리며 매서운 충돌을 감행했습니다.
피와 비늘, 그리고 보석이 폭발했습니다. 프로타이스는 몇 번이나 충돌을 되풀이했고 그때마다 그런 폭발이 반복되었어요. 누군가에겐 심장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장면이었겠지요. 의식을 잃고 추락하는 시에프리너에게 프로타이스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는 시에프리너의 목을 물었어요.
시에프리너를 쫓아 날아온 아일페사스와 이루릴, 왕자와 왕지네가 본 것이 바로 그 광경이었어요. 아직까지도 작렬하는 번개에 불타고 있는 구름 속 에서 거대한 푸른 드래곤의 목을 문 채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검은 드래곤이었지요. 아일페사스가 다시 노호했어요.
“프로타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