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검 – 183화 : 비밀차원의 마지막 대결

랜덤 이미지

황제의 검 – 183화 : 비밀차원의 마지막 대결


비밀차원의 마지막 대결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면, 제 몸으로 겪어보지 않는 한 믿기 힘든 일도 있다. 바르트의 지금 심정이 그랬다.
아무리 변화가 막심하고 혼란의 때라지만 마계의 마황이라는 루시퍼도 한 수 아래로 보는데 그 수하에 있는 대마신이야 일러 무엇하랴. 간단하게 제압하여, 수선을 떨며 도망쳐 온 캄파넬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동안 캄파넬라가 아퀴나스에 이어 강자임을 자처해 왔지만 그들 간에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 확인해 본 바는 없었다. 그래서 되려 이번이 기회라고 여기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도 싸워보니 난감한 건 마찬가지였다.
단순 비교로 하자면 바르트가 아사셀보다는 강해 보였다. 한 번도 그냥 넘어가는 적이 없어 늘 손해를 보고 있으니 그래 보였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하지만 부딪침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당황하는 건 오히려 바르트 쪽이었다. 적어도 그가 지닌 상식으로는 자신의 공격을 아사셀이 맨몸으로 견뎌내서는 안 되었다.
프리즈마로 방어막을 친 것도 아니고 신체를 어떤 특정한 방법으로 단련시킨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마령의 힘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것도 늘 반탄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그대로 격중 당해 피와 살이 튀고 뼈가 훤히 드러나거나 좀더 심한 경우엔 탈골되거나 골절되어 일부가 덜렁거리는 일도 있었다.
어제 그랬던가 싶게 금세 멀쩡하게 회복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최소한 비명이나 아니면 아픈 표정이라도 지어야 하건만 아사셀은 전혀 감각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때로는 더 강한 힘이 실렸음에도 반탄하거나 흡수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해불가였다.
루시퍼는 놀람을 나타냈고, 캄파넬라는 그것 보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처럼 대조적인 반응 앞에서 바르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방법을 생각해봐. 이놈을 어찌 상대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란 말이야.”
이리 저리 피해 다니는 것도 한두 번이지. 게다가 아사셀을 돕는 정령이라는 것도 해괴해서 별 자극 없이 내부로 침투해 들어오는 경우가 빈번했다.
내부로 들어온 정령의 기능은 신체의 균형을 일시지간이나마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치명적이라 할 순 없지만 상당히 유효한 훼방이었다. 그러다 몇 번 얻어맞기까지 하고 보니 이젠 슬슬 아사셀이 두렵기까지 햇따. 그때 캄파넬라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놈의 힘이 약화되었다 강해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임에도 멈칫거리기도 하고 한참을 방어만 하는 경우도 있어. 결국 이 모든 게 메피스트란 놈의 술법 때문이고, 그것은 어떤 것인지는 모르나 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는 뜻이다.’
모르던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파악했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질 건 없었다. 더 이상 견디기 힘이 들었던지 바르트도 항복 선언을 하고 만다. 그대로 줄행랑을 놓은 것이다.
어째 캄파넬라도 바르트도 그 동안에 보이던 위엄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었다. 그러자 아사셀은 바르트를 쫓지 않고 캄파넬라를 노려보았다. 거기다 루시퍼까지 함께 있다.
만만찮은 적 하나에 버거운 적 하나.
솔직히 캄파넬라도 그 둘과 같은 자리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함께 할 사이는 아니잖은가. 캄파넬라도 바르트의 결정이 현명했음을 인정했다. 그 역시 바람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메타트론이 한참 겹전을 벌이고 있는 현장이었다.

카오스는 자신을 구별하지 않은 채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보면 볼수록 메타트론이 대단하단 생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퀴나스와 대결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텐데…… 아쉽군.’
카오스의 능력은 프리즈마나, 마령이 그렇듯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관계되는 영역과 관련이 있었다. 다르다면 그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마령이란 것이 입자간 교류에서 일시적인 혼동을 일으켜 이탈한 입자나 파동을 이르는 말이라면 카오스는 최상위 단계의 파동이 스스로 인격화해 이탈한 존재다. 그러다 보니 그가 힘을 사용하는 방법 역시나 의지에 혼란을 줘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파동이었다.
마령의 본주 케플러가 마령과 일체를 이룬 자신의 의지 안으로 마령들을 끌어들려 사용한다면 카오스는 그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둘 사이에는 근원적으로 그 힘의 한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속성으로 인해 카오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파천이 원령체를 완성하며 원령을 무한대로 사용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카오스도 종국엔 무한대의 힘을 소유하게 된다.
파천이 원령체를 이룬 것은 완전자의 각성처럼 어느 순간 일시에 충만되는 것이지만 카오스는 하나하나 파악해 가며 영역을 넓혀 간다. 상대적으로 더디게 보인다. 현재의 카오스라도 어느 누구한테서도 자신을 보호할 영량은 된다. 그럼에도 이렇게 조심하라는 이유는 파천이란 존재 때문이었다.
‘키케로 넌 내가 실체를 드러내길 기다리겠지.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네가 감추고 있는 것이 있듯이 나 또한 최후의 수단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날 보호할 수 있지. 자,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카오스가 막 뭔가를 결정했을 때였다. 바르트가 먼저 나타났다.
그 다음 캄파넬라가 조금 사이를 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에게 자신들이 지금 겪고 있는 황당한 경우를 전했다. 그러자 헤르바르트가 믿기 힘들다고 했다. 바르트가 쏟아낸 메타트론도 들었다.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루시퍼와 아사셀까지 등장하자 그들 사이에 묘한 기운이 형성됐다. 다섯 대 셋. 바르트가 전한 말이 사실이라면 수적인 우위는 이제 더 이상 강점이 될 수 없다.
메타트론 하나를 세 명이 공격하면서도 뚜렷하게 이렇다 할 만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코모라와 빈델반트, 헤르바르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면 신중하게 처신했다. 메타트론은 긴장하고 있는 비밀차원의 지도자들을 조롱했다.
“당장이라도 굴복시켜 위엄을 드러낼 것처럼 하더니 지금 그 태도는 뭐지? 절대자의 위엄이라는 게 이런 침묵을 말하는 것이었나? 스스로 존재하는 자라 칭하던 그 오만은 어디 가고 이렇게 나약한 모습들을 보이시나. 파천과 수호자까지 가세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약한 모습들을 보이시나.
자, 덤벼들 보시지. 왜, 지금도 이 세계가 파괴될까 봐 힘을 아끼는 건가? 그 전에 너희들이 먼저 낭패를 당하면 어쩌려고.”
헤르바르트는 아직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냉정하게 판단했다.
‘역시 아퀴나스를 제외시키고서는 무리였던가! 그가 빠진 공백을 우리들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메울 수 있으리라 여겼건만……’
아쉬움이 컸다. 한편 새롭게 충원된 자들로 묘한 국면에 접어들게 된 걸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카오스였다.
그는 달라진 상황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묘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아사셀의 더해짐은 그로서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의외의 변수였다. 두 힘이 균등하거나 메타트론이 약간의 열세인 게 좋았다.
카오스가 봐도 아사셀은 비정상적으로 강해져 있었다. 그를 구성하고 있는 속성을 살피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냈다.
‘저런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니…… 흥미롭군. 저놈은 사실상 결합이 해체된 상태다. 두개의 의지가 충돌을 일으키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잡아놓고 있다니…… 어찌 저런 일이 가능해졌을까?
그런 부조화가 도리어 힘을 상승시켜놓았다. 파동의 극점이 서로의 부족한 힘을 강화시켜놓았다. 참으로 교묘한 일이야.’
아사셀의 상태를 카오스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사셀이 그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없으리란 것도 카오스는 알고 있었다.
‘두 의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중심을 깨트리면 쉽게 허물어진다. 그 중심은…… 머리 윗부분 정 중앙이지.’
메피스토가 아사셀과 합일을 이룰 때 사라졌던 부분이기도 했다. 만약 카오스가 그 사실을 비밀차원의 지도자들에게 일러만 주어도 상황은 또 달라질 터였다. 카오스는 느긋한 심정으로 좀더 지켜보기로 햇따.
카오스의 기대처럼 다섯 대 셋의 대결은 흥미진진했다. 메타트론은 한층 여유를 부리며 상대했고 루시퍼도 힘을 내고 있었다.
아사셀은 도무지 제거할 수 없는 괴물처럼 여겨졌기에 될 수 있는 한 밀어내기 바빴다. 이러다 보니 그들이 집중적으로 노리게 된 건 루시퍼였다.
하나를 먼저 줄여놓자는 의견에 일치를 보았는지 루시퍼만 지독스럽게 괴롭혔다. 그렇다고 휘말려들 메타트론이 아니었다. 메타트론이 루시퍼와 교대로 상대하며 적을 혼란케 했고 아사셀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지금의 싸움이 미치는 파장은 조금 전과는 또 다르게 확장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은연중 힘을 조절하고 있었기에 결정적으로 공간에 무리를 주지는 않는다.
이 상태로는 어느 누구도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그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지켜보던 카오스도 그걸 알고 있었다.
‘결국은 내가 나서야 하는군. 약은 놈들. 끝까지 쥐고 있는 주먹을 펼치려 하지 않는군. 욕심만은 나 못지않아.’
카오스가 첫 번째로 지목한 이는 캄파넬라였다. 그에게 힘을 실어줄 참이었다.
캄파넬라가 눈치 못 채게 힘을 공급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카오스는 그 일을 너무도 쉽게 해내고 있었다.
캄파넬라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갑자기 공격력이 상승했으니 고개를 갸웃거릴 만도 했다.
상대하던 메타트론도 캄파넬라의 공격이 갑자기 배나 더 세진 듯싶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 세계가 어찌돼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렇게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일단은 충돌을 자제했다. 뒤로 한꺼번에 빠져나온 메타트론과 루시퍼를 따라 붙으며 헤르바르트가 외쳤다.
“캄파넬라, 힘 조절에 신경 쓰라. 적을 제압하기 전에 우리 세계가 박살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야.”
모두는 캄파넬라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실수했으리라 여기고 있었다. 확실히 카오스는 달라져 있었다 .이 정도로 근접해 있어도 메타트론의 눈마저 속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놀라운 성장이라 할 만했다.
그는 그 이후에도 비밀차원의 지도자들을 차례로 번갈아 가며 힘을 더해주었으나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격전 중인지라 찬찬히 따져 생각해보는 이가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이런 힘의 더함도 무척이나 교묘하고 시의 적절해 점차로 루시퍼가 위기에 처하는 때가 많아졌다.
간신히 메타트론이 그 위기에서 구해내고 보면 또다시 그런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니 그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루시퍼가 전력을 기울이게 된 건 당연한 일이고, 그런 분위기에 휩쓸린 것인지 아사셀의 공격이 부쩍 강맹해졌다.
카오스는 이번에 아사셀을 이용해 그와 같은 수작을 부렷다. 그렇지 않아도 애를 먹고 있던 바르트가 부리나케 몸을 빼내보지만 그만 가슴에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가슴을 안아 쥐고 급급하게 물러나는 꼴이 동류들에게도 안쓰럽기보다는 꼴사납게 보였다.
아사셀은 쉴 틈을 주지 않고 바르트를 압박해들었다. 그때 갑자기 아사셀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지고 대신 어둠만이 똬리를 틀고 머리를 치켜들었다. 그것은 어찌해볼 틈도 없이 바르트를 감싸며 조였다.
그걸 본 캄파넬라가 두 손을 빠르게 교차하며 조취를 취해본다고 했지만 바르트는 목을 움켜쥐고 입에서 간신히 끅끅대는 괴로워하는 소리만 토해냈다.
하지만 바르트는 그냥 당하고만 있을 멍청이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닥친 위급이 심상치 않다는 건 알았지만 그걸 퇴치할 수단 역시나 스스로 내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의 전신에서 일시에 큰 힘이 뿜어져 나와 사방을 휩쓸어버렸다.
그런데도 바르트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검은 구름은 형태의 변화도 여전했고 위력의 감소도 없었다. 바르트는 보호막을 발동해 더 이상 조여 오는 걸 막는 한편으로 다시 한 번 전신에 힘을 운행했다.
그러자 잠시 압력이 사라져 답답했던 가슴이 후련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주변에 기괴한 기운이 여전한 건 마찬가진 걸 보았다. 그것이 아사셀의 수작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찮은 존재라고 여겼던 자에게 이 정도로까지 수모를 당하고 보니 화가 나 참지 못할 지경까지 가게 된다.
그가 아예 작정을 하고 힘을 뽐내는데 그것은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푸르고 붉은 기운이 화답하며 몰려들더니 그의 주변에 성을 쌓듯 차곡차곡 겹쳐졌다.
그것은 이내 하늘 높이까지 치솟아 오르며 바르트의 몸을 시야에서 지워버렸는데 그것이 한바탕 휙 돌아가며 회전을 하자 거센 바람이 일고 뇌성이 울리며 각처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높은 허공 중에 있었음에도 대지가 그곳까지 딸려 올라가며 벗겨지고 조각이 흩어져 형체가 사라졌다.
아사셀이 그걸 대하고도 두려움 없이 몸을 던져 가는데 닿기 전에 피부가 쩍쩍 갈라지며 말랐다.
루시퍼가 소리쳤다.
“아사셀! 위험하다.”
메타트론도 심상치 않은 위력에 경계하면 아사세과 루시퍼 앞을 막아섰다.
수십 줄기의 번개가 불현듯 생겨나 바르트가 만들어낸 힘에 더해지니 그것은 금세 더 커져 온 하늘을 뒤덮을 정도까지 됐다.
캄파넬라의 동료들이 다가오며 바르트를 말리고 나섰다.
“어찌하려고 하느냐, 아예 끝장을 볼 셈이냐!”
그만두게 할 수도 없는 것이 그들도 사실 결과는 나지 않고 계속되기만 하는 싸움에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설마하니 충돌이 있다 하여도 별일이야 있겠는가 하는 심정으로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는다.
메타트론도 그들의 태도에서 그런 변화를 읽었던지 스스럼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마다할 나도 아니다. 카오스야 어찌 됐든 일단은 너희들을 굴복시키겠다.”
사실 지금껏 참아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메타트론도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루시퍼도 별안간 태도를 바꾼 메타트론이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님을 알았다. 마지막을 직감하며 그도 힘을 합하려고 했다.
그러자 다급해진 비밀차원의 지도자들이 부리나케 사방으로 흩어지며 충돌의 여파에 대비햇따.
먼저 바르트가 힘을 발동시켰다. 마음껏 끌어올린 힘인지라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하늘 끝에서 거대한 용과도 같은 형태의 정전기가 일어나 사방을 휩쓸고 다니고 그 사이에 포함된 건 그것이 무엇이든 쪼개지고 으깨졌다.
결집된 힘이 메타트론이 있는 공간에 집중됐다. 메타트론은 그에 대비하고 있다가 압력이 다가오는 걸 느낀 순간 곧바로 함께 힘을 쏟아낸다.
바로 그때 충격의 여파에 대비하고 있던 넷 중 하나인 코모라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공간을 포기하고 돌연히 그 충격 중으로 뛰어드는 게 아닌가!
놀랄 새도 없었다. 바르트도 힘을 거둘 수는 없었고 메타트론은 더더군다나 그럴 이유가 없었다.
두 팔을 활짝 벌린 채로 두 방향에서 모아진 파괴력을 온몸으로 받아낸 코모라!
번쩍
콰콰콰콰콰콰
콰앙
슈슈슈슝
코모라의 몸에서 번개가 쳐 사방을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광선은 비밀차원의 지도자들이 쳐놓은 방어막마저도 손쉽게 뚫으며 비밀차원 전체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갔다.
“안 돼!”
“크, 큰일 났다.”
모두 얼굴이 굳어버렸다. 얼마나 놀랬던지 그들은 후속조치를 취할 생각마저 하지 못했다. 하긴 이제 와서 되돌릴 방법도 없었다. 코모라가 그런 그들을 비웃었다.
“크하하하, 어리석은 놈들! 너희 손으로 멸망을 불러들였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그건 코모라가 아니었다. 코모라라고 하기엔 너무도 달라 보였다. 그의 몸은 아직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바르트와 메타트론과 루시퍼의 힘이 더해진 충돌이 코모라의 몸에 부딪쳤고 그것은 이내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공간으로 퍼져 나갔다. 순식간에 비밀차원을 가득 채워버린 빛은 더할 수 없이 밝게 빛났다. 모든 것이 그 순간 멈춰버렸다.

파천은 더할 수 없이 강력한 빛을 보았다 보기 전에 느꼈고 느끼기 전에 알았다. 파천은 눈을 감고 도리어 의식의 집중을 놓아버렸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