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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4권 – 43화


“제길! 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구! 그럼 그 렇게라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이야기를

한단 말야!”

“호유화! 교묘하게 얼버무리려 하지 마라!”

그러자 호유화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내가 지금 왜란종결자가 누구라고 말했어? 안 했어?”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태을사자가 어찌 안단 말야? 그가 이미 알고 있지 않다면내가 그런 소리를 해보았자 무슨 상관이겠어?”

“그러나 너는 확인시켜준 셈이 아니냐? 그것도 누 설한 것이 아니고무엇이냐?”

“확인? 흠, 그러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겠어? 나는 죄를 뒤집어쓰기는 싫다구! 남이 알아낸 것을 내 책임으로 돌리지 말라고 했을 뿐이야!훙! 추측도 천기누설인가? 스스로 생각하여 행동하는 것이 천 기누설이면 세상에 천기누설 아닌 건 하나도 없겠 네!”

이야기가 끝이 없을 것 같자 드디어 흑무유자가 음 산한 목소리로끼어들었다.

“좋다. 지금 것은………… 묵인하겠다. 추측은…… 천기 누설이 아니다. 그러나….. 호유화는…… 두 번 다시… ・・・・・・ 그 이야기를………… 입밖에 올리지 마라.” 

호유화는 진땀을 흘리던 판이었는데 흑무유자가 그 렇게 나오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왜란종결 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난리를 근원적 으로 막는 큰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어떻든지간에 태을사자에게 그 사실을 드디어 확인시켜준 셈이 아닌가?

“좋소!”

“그러나…….”

용의주도한 흑무유자는 단서를 붙였다.

“태을사자… 너도 말해서는…. 안 된다.” 

태을사자는 머리가 잘 돌아가고 치밀한 사고를 하는 자여서 호유화의 말뜻을 금방 깨달았다. 그래서 왜 란종결자가 이순신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눈 치채고 마음속으로 들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니 태 을사자가 흑무유자의 말을 순순히 넘길 리 없었다. 

“그것은 아까 호유화가 말했듯 내 추측으로 한 것이 었소. 그리고 왜란종결자에 대한 말은 <해동감결> 이라는 책에서 비롯되었고, 나는 천기누설을 한 것 이 아니라 오히려 생계의 인간들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소. 그런데 뭐가 문제가 되오?”

태을사자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흑무유자 는 말했다.

일단………… 판결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그러면 호유화가………… 누설을 한 셈 이……… 되니까.”

“내가 말하는데 어찌 호유화가 누설한 것이 되오?” “호유화가… 인정하였기에….. 너도…… 확신한 것……… 아니냐?

네가…………말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호유화가 누설을……… 하는 것이………… 중요할 뿐…….”

태을사자는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이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떠나면 그만이다 라는 것이 태 을사자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놈들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태을사자가 동의하자 무명령이 다시 나섰 다.

“그리고 저, 사계의 태을사자로 말하자면, 호유화를 끌어낸 장본인입니다. 천기를 지켜야 하는 호유화를 꼬드겼으며 동료들인 저승사자들을 몇이나 공격하여 법력을 빼어 갔다면서요? 물론 그것은 사계 안의 일이니 여기서 개의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자는 신장들도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았고, 이판관이라는 상관을 살해하였다고 하는데,맞습니까?”

그 말을 듣자 염라대왕의 안색이 참담하게 챵E 낫 사계와 유계는 지금 전쟁 직전의 상황이다. 그 런데 유계의 존재가 치부라 할 수있는 그 이야기를 입에 담고 빈정거리니 참기 어려웠다. 그러나 염라 대왕은 인간들을 심판하는 위치이니 만치 사려가 상 당히 깊었다. 그는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명령은 한술 더 떠 흑호와 은동을 가리켰다. “저것들은 생계의 존재들이니 특별히 뭐라 하지 않 겠습니다. 그러나 저것들은 너무 깊숙이 들어왔고 너무 많이 압니다. 다들 두렵지 않으십니까? 허나 이것만 기억해 주시오. 저들이 누구 때문에 그렇듯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그러자 호유화가 외쳤다.

“흥! 그것만이 죄인가? 마계의 존재는 들으세요. 그러면 각 계 간의일이 유별한데 마계에서는 어찌 마수들을 세상에 내려보내어 인간세상의 일을 그르 치려 하지요? 대답해 보세요!”

순간 검은 구름덩어리 속에서 흑무유자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은동이나 흑호는 그 소리만으로도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지고 소름이 끼쳐왔다. 울림이 특별 해서가 아니라 무어라 형용할 수는 없지만, 근원적 으로 어둠이 흠씬 깔린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마계는………… 생계와 원칙적으로……… 연관이 있다.”

뜻밖의 이야기에 호유화는 깜짝 놀랐다.

“뭐라구요?”

“생계의 존재는…………… 선악을… 판별해야만 한 다. 신계는…선을 대표하지만…………… 마계는… 악 이다. 그리고…. 서로가….. 인간을……… 이끌려 는………… 것이다. 빛이 있고…… 그처럼…… 어둠 도………… 있는 것이……… 생계가 아닌가?”

흑무유자의 말을 받아 삼신대모가 말했다.

“그건 맞는 말일세. 마계는 악의 원천으로 인간을 끌고 갈 권리가있는 것일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러자 흑무유자가 음산하게 말했다.

“생계의 존재들이……… 약간은・・・・・・ 천기를…짚을 수 있다면…… 마계의… 존재들도…… 어느 정도…………인간에 대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바로 그때 난데없이 흑호가 나섰다. 흑호 자신도 왜 자신이 나서는줄은 알지 못했으나 단순한 흑호는 어 쨌거나 그 말에 모순이 있다고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아니우! 아니우! 아직은 그런 일이 없지만 나 역시 인간을해할 수도 있수. 그렇지만 천기에 영 향을 주는 인간은 해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니우? 증 성악신인님이 금수의 우두머리를 명하고 알아볼 능 력을 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니우?”

그러자 증성악신인이 묵묵히 입을 열었다.

“그건 맞느니. 하지만 마계의 존재가 어찌 그랬다는 것이지?”

“마수들이, 마수들이 신립을 망하도록 만들고………… 그리구……………. 인간영혼을 가져가구……………”

흑호가 말을 더듬기 시작하자 태을사자가 나섰다.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수들은 그렇게 인간을 해치는 것만이 아닙니다. 과거 마수 중의 하나인 홍 두오공이 나타나 인간들을 무수히 해친 적이 있습니 다. 허나 그런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천기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 판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흑무유자님, 당신은 풍생수를 아십니까? 그리고 마계 서열 이십사위라 하는 백면귀마를 아십 니까? 그들은 생계로 나와 조직적으로 음모를 꾸미 고있었습니다.”

“그들이…. 생계에… 나오다니?…. 그래서…. 그들이….. 무슨 짓을….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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