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6권 – 13화 : 왜란종결자 [완결]

왜란종결자 6권 – 13화 : 왜란종결자


왜란종결자

눈부신 새벽이었다. 이순신은 남해의 어느 알지 못 하는 산 벼랑에 서서 멀리 바라보이는 바다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은동과 호유화, 흑 호와 태을사자과 하일지달이 서있었다. 곽재우는 일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자신의 거처 로 돌아갔고, 김덕령은이제야 원을 풀고 평안히 승 천하였다.

곽재우는 나중에 태을사자에게 묵학선을 돌려주려 했으나 태을사자는 괜찮다며 사양했다.

“이제부터는 백아검을 법기로 삼으려 합니다. 흑풍 의 원수도 갚았으니 묵학선은 이제 과거의 기억으 로 같이 잊고 싶소이다.”

그래서 곽재우는 묵학선의 법력을 이용하여 후에 도를 이루어 우화등선하게 되었다. 그의임종 후 그 의 원신은 학을 타고 날아갔다고 하는데, 그 학은 바로 태을사자가 준 묵학선이었던 것이다. 곽재우는 자신의 법력을 더해 묵학선을 흰색으로 바꾸어 사 용하여 후에 신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좌우간 이순신에게는 지금 은동말고는 여기 있는 자 들은 아무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그들은 이 순신이 있었지만 마음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순신은 전쟁이 끝난바다를 바라보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아 은동은 이순신에게 말을 걸지 않고 바라만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참이 지 난 다음 은동이 입을 열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요?”

은동이 묻자 태을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적어도 여기의 일은.”

그러자 흑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여기의 일이라니? 그러면 또 다른 일이 있수?”

고개를 갸웃거리는 흑호를 보며 호유화가 샐쭉 웃었 다.

“아직 사계에서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거든. 유계의 잔당들이 남아서 말이야….. 태을사자,당신은 그리 로 갈 생각이지?”

태을사자는 묵묵히 떠오르는 해를 보며 느닷없이 딴소리를 했다.

“정말 아름답군, 정말…….”

흑호가 히힉 웃으며 태을사자에게 한 마디했다.

“저승사자가 떠오르는 태양을 보다니. 허허, 어떠 우? 생계가 좋지 않수? 여기 그냥 있지그래? 이 만한 공을 세웠는데 누가 뭐라 하겠수?”

태을사자는 저승사자답지 않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생계가 좋기는 좋네만…… 영 적응이 되지 않아서 말이야……”

“뭐가 적응이 안 된단 거유?”

“너무 밝아.”

일동이 모두 웃음을 터뜨리자 태을사자가 조용히 말 을 이었다.

“사계가 비록 어둡고 인간에게는 두려운 세계이지 만 나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네. 그곳에서일이 있는데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흑호가 태을사자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나도 같이 가겠수.”

“뭐 ・・……뭐라구?”

“이젠 여기도 조용할 것 같으니 왠지 심심해질 것 같아서 말이우. 금수 우두머리 노릇은 난안 할라우, 히히.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다짐을 받아두었으 니 염려는 없지.”

그러자 은동도 환하게 웃으며 호유를 쳐다보았다.

“우리도 가자, 호유화.”

“응? 아니, 나랑 같이 환계로 가는 거 아니었어?”

은동은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일단 태을사자님을 도와야지. 그리고 그곳 의 일이 다 마무리되어야 모든 일이 정말끝나는 것 아닐까?”

그 말에 호유화도 깔깔 웃으며 말했다.

“서방님이 가자시는데 내가 안 따를 수 있겠어? 호 호호……. 좋아! 가자구!”

태을사자는 그들이 간신히 평안을 찾은 시점에 또 일에 휘말려 들게 하는 것이 안쓰러웠다.그러나 그 들의 마음이 고맙기도 하여 태을사자는 할 말을 찾 지 못했다.

“모두들…… 모두들・・・・・・ 그러나………….”

그러자 흑호가 다시 태사자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지 마슈. 우린 모두 같이 목숨 걸고 싸운 동지 아니유?”

“그래요. 그리고 나도・・・・・・ 사계도 가보고 싶고……. 그 일이 끝나면 장차 우주의 구경을 다해보고 싶습 니다. 그때도 같이 가요, 네?”

은동이 맞장구를 치자 호유화도 웃으며 말했다.

“나두! 전에 다 가봤지만, 한 번 더 보고 싶은걸?”

비로소 태을사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고맙네! 모두들 고마우이! 그래, 다 같이 가세나!”

그러자 그때까지 조용히 그들을 미소를 띠고 바라만 보던 하일지달이 말문을 열었다.

“보기 좋군. 그러나…………… 나중에 꼭 들르라구. 알았 지?”

그러면서 하일지달은 흑호를 언뜻 보았다. 흑호는 허허 하고 웃어 넘기며 모르는 척 고개를돌렸으나 몹시 수줍은 모양이었다.

이제부터 갈 곳이 정해지자 은동은 잠시 이순신 쪽 을 보았다. 그런데 이순신은 어떻게 할까? 은동은 이순신이 걱정되었다.

그때 호유화가 은동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은동아, 이순신 장군은 이제 무엇이든 되실 수 있단다. 삼신대모께서 언약한 일이야.”

“아니, 언제…?”

놀라는 은동을 보며 호유화는 깔깔거리며 귀엽게 웃 었다.

“지난번. 환계의 일을 수습해 달라고 할 때 내가 해둔 말이지. 헤헤……. 난 원래가 간사한요물 아니 겠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구!”

은동은 크게 기뻤다. 안 그래도 이순신을 끄집어 냈지만 이순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답답하던 참이었다. 은동은 이순신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가 자 그 옆을 하일지달이 미소를지으며 따라갔다.

“장군님・・・・・・ 이제 저는 갑니다. 그러나 장군님…….”

그러자 이순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잘들 가시게.”

얼른 하일지달이 은동에게 속삭였다.

“이순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물어봐. 대모님께서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주실 거야.”

그 말에 은동은 이순신에게 물었다.

“장군님은 이제 무엇을 하시렵니까?”

“나? 허허……. 글쎄…………….. 이제부터는 누구에게 내 존재를 알릴 수도 없으니 곽공을 따라 도나 닦아야 …….”

옆에 있던 하일지달이 다시 닦달했다.

“나중에 무엇이 될 것인지를 물으라구!”

은동은 헛기침을 한 번 한 다음 물었다.

“도를 닦아 무엇을 하시려구요?”

이순신은 잠시 다시 한 번 바다를 홀린 듯 바라보다가 입을 떼었다.

“옛날….. 신라의 문무왕은 죽은 후 바다를 지키는……용이 되기를 바랬다고 하는데… 나도그랬으면 좋 겠네. 이 땅과 이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 말일세. 허허, 백성들이 또 고통받으면어쩌겠는가?”

그 말을 듣고 운동은 다시 숙연해졌다. 이순신은 이 시점에 와서까지도 백성들과 고통받는동포들을 생각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이순신이 용이 된다면 아마 삼백 년 정도는 남해를 문제없이 지켜낼 거야………….”

하일지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지만 은동은 듣지 않고 있었다. 은동은 이순신이라는 이희대의 인물,  왜란종결자를 마음속 깊은 데서 우러나오는 경모의 눈길로 다시 보았다. 이제사계로 떠나면 다시는 이 순신을 만날 수는 없을 것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 다.

그러나 이순신은 다시 바다를 보더니 은동에게 말했 다.

“보게! 이제는 백성들이 마음놓고 고기잡이를 나가 는 듯하네. 허허…….”

아닌게 아니라 이순신이 가리키는 곳에는 고기잡이 배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전선들 과 순시선들만이 돌고 있을 요지였다. 이순신은 그 광경을 보고 몹시 즐거운 듯했다.

이순신은 어느새 서슬 퍼른 삼도수군통제사가 아니 라 마음 좋은 영감님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리 고 그 모습이 은동에게는 훨씬 위대해 보였다. 신력을 지닌 김덕령이나 법력을 지닌 유정스님, 기타 수많은 위인들보다도, 힘없고 병색이 완연한 이 노인 이 은동에게는 너무나도 위대해 보이기만 했다.

“보게. 저기 마을이 있나보군그래……. 그래, 저기 서도 사람들이 모여 놀고 있네. 난리가 끝났다고 잔치를 여는가 보군. 얼마나 보기 좋은가? 허허 …….”

은동은 그러한 이순신을 보면서 다시 가슴이 뭉클해 졌다. 은동은 자신도 모르게 이순신에게큰 절을 올 렸다. 이순신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으나 은동 은 막힘이 없이 말을 술술 쏟아내었다.

“장군님, 장군님이야말로 진정한 왜란종결자, 이 난 리를 평정하신 분입니다. 장군님 덕분에모든 백성 들이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순신은 허허 하고 가볍게 웃어 넘겼다.

“아직도 그 소리를 하는군. 왜란종결자라……. 허나 난 왜란종결자가 아닐세. 자네, 아직도그렇게 잘못 알고 있는가? 허허…….”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 혼자만 싸웠는가? 나 혼자만 피를 흘렸는가? 나 혼자만이 고통을 받고 고통을 참아냈는가?”

그러고는 이순신은 저만치의 마을부터 바다 위의 고 깃배, 다시 저쪽,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산등성이까 지를 크게 손가락을 펴서 가리켜 보였다.

“조선 땅의 모든 백성들이 바로 진정한 왜란종결자 들이네.”

은동은 그말에 숙연해지며 아무 말 없이 큰 절을 다 시 올렸다. 그러자 이순신은 고개만 끄덕끄덕해 보이고 즐거운 듯 웃더니 이내 바다와 마을을 바라보 기 시작했다. 이순신은 정말즐거운 것처럼 보였고 그 평화로운 광경에서 눈을 돌릴 것 같지 않았다.

은동은 공손히 이순신에게 다시 고개를 숙인 후 호 유화 등이 기다리는 옆으로 돌아왔다. 은동은 공연 히 벅차 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나올 것만 같았다.

“왜 그래?”

호유화가 물었으나 은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리고 이순신이 했던 것처럼 먼바다와 산,마을과 하 늘을 다시 둘러보았다. 영원히 잊지 않으려는 듯 이…………. 돌연 은동이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됐어! 갑시다!”

그리고 은동과 호유화, 태을사자와 흑호는 일제히 사계를 향해 몸을 전이시키기 시작했다.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는 다른 세상을 향하여……….

[완결]


결어(語): 이순신의 죽음에 대하여

이순신의 죽음에 대하여 오래 전부터 분분한 설이 많다. 일반적으로는 이순신이 마지막 전투에서 적 의 유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자살로 생 각한 설도 많았던 듯하다.

정탁의 이순신에 대한 구명상소문이 실린 이여(李)

의 1711년 글에는,

공로가 클수록 용납되기 어려움을 스스로 깨닫고 마침내 싸움에 이르러 자기 몸을 버렸으니, 이순신 의 죽음은 미리부터 계획된 것이었다고들 말하는데, 그때의 경우와 처지를 보면그 말이 타당하다고도 할 수 있으런가? 아아, 슬프도다……라고 하여 자살설을 지지하고 있고, 김덕령을 조상(弔喪)한 이민서(李敏; 1633-1688)의 <김충장공 유사(金忠壯公遺事)〉에는,

김덕령 장군이 죽고 여러 장수들이 저마다 스스 로 의혹하고 또 스스로 제 몸을 보전하지못하였으 니, 곽재우는 마침내 스스로 군사를 해산하고 숨어 서 화를 피했고, 이순신은 바야흐로 전쟁중에 갑주 를 벗고 스스로 탄환에 맞아 죽었으며………….

라고 하여 완연히 자살설을 주장하고 있으며, 많은 저서들이 자살설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이후의 상황을 보면 선조는 논공행상에 서 죄 많은 원균을 부득부득 일등공신으로 올리려고 갖은 수를 다 써서 이순신의 공을 깎아내리려 했다.

이에 모든 신하는 반대를 표방하였으며 ‘이등공신도 분에 넘친다’하여 반발하였으나 최후에는 이항복이 ‘상감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일등으로 고쳐 올리 겠습니다.’라고 간신히 타협하여 일등공신으로 올랐 던 일이 있다.

또 실록을 편찬한 사관도 1598년 11월의 <선조실록>을 편찬할 때에

이순신은 충용하고 지략이 있었으며, 기강을 분 명히 하고 장병들을 사랑하여 부하들이모두 기꺼이 따랐다. 반면에 원균은 탐욕하기에 유례가 없는 사 람이었으며, 장병들의 인심을크게 잃었으므로 사람 들이 모두 그를 이반하여 드디어 1597년 한산도 에서 크게 패하였다. (중략) 만일 1597년 이순신을 통제사에서 면직시키지 않았다면 어찌 한산도에서 의 패전이있었을 것이며, 호남호서를 적의 소굴로 만들었을 것이냐? 아아 애석하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무능한 선조는 행여 자신의 왕권이 약해질까 봐 이순신의 공을깎아내리려 고 대신 원균을 일등공신으로 올리는 술수를 쓴 것 이다. 당시 전쟁이 끝나자 일등공신으로 책봉된 장 수는 이순신, 원균, 권율의 단 세 명뿐인 반면, 곽 재우나 이원익 등등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포상을 내리지 않았다.

또 이순신의 친구이기도 한 서애 유성룡은 영의정까 지 하고 있었지만 이순신이 죽고 한 달후에 파직되 어 귀양까지 가기에 이르렀다. 이는 선조의 음흉함 을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선조는 모든 공있는 대 신들을 의심하여 난리가 끝나자 공을 깎아 버리거나 없애 버리려 한 것이 분명하다.

대전략가이자 머리가 비상했으며, 고문으로 죽을 뻔 하고 백의종군을 당했던 이순신이 그런일 정도를 내다보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러나 실제로 이순신의 죽음에서 볼 때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이순신이 사 거리가 이백보밖에 안되는 조총에 맞으려면 대장선이 진에서 돌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순신의 전법에서 대장선이 돌출하는 진형은 이순신은 결코 취 하지 않았던 전법이었다.

예전에 옥포에서 이순신은 총탄에 다친 후 다시는 그런 대형을 취하지 않았다. 또 이순신이기왕 다가 올 화를 알았다면 자살을 하더라도 그런 방법으로 총탄에 맞으려 하지는 않았을것이라 추정된다. 총 탄이 날아와도 정말 맞을지 맞지 않을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또 만약 이순신이 자살을 하였다면 그 배에 타고 있 던 아들 회나 조카 완이 제지하지 않았을 리도 없 다. 참고로, 이순신의 장례는 기이하게도 이순신이 죽은 지 80일이나 지나서 치러졌다. 게다가 이순신 이 죽은 뒤 15년이 지난 뒤 이순신의 묘지는 터가 결코 나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고작 6백 미터 남짓 떨어진 곳으로 이장된다.

이는 혹 80일이 지나 이순신이 무사히 아무도 없 는 곳에 정착하였고, 15년 이후에 평안히정말 여 생을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순신과 같은 비상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정말로 죽음을 자청 하였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이로 볼 때 본인은 이순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몸을 피해 은거하였다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유도 없는 전쟁에서 조선의 수많은 백성들을 구한 대공을 세운 이순신에게 주어져야 했던 마땅할 운명이라고 도 역시 믿는바이다.


후기

원래 구상하였던 종결자를 ‘왜란종결자’로 고치면서, 나는 이순신을 중요한 주인공 중의 하나로 등장 시켰다. 그때 나는 이순신이 너무나도 유명하기 때 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모르는크나큰 단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쉽게 말하면 이순신의 알려지 지 않았던 단점이나인간적인 결함 같은 것들이 지 나치게 축소되어 감추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왜란종결자>를 써나가면서 나의 그런 생각 은 경탄과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이순신은 정말 내 가 생각하고 있던 이상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리 흠을 잡으려고 해도잡을 만한 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주 드문 인물이었다.

그는 뛰어난 문장가요 시인이었고, 수군사상 세계 제일의 전략가였으며, 공학적 사고를 가진발명가인 데다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행정관료였고, 진보 적인 사상을 지닌 개혁가이기도했다.

더구나 그는 누구보다도 선량하고 백성을 아끼는 마 음을 가졌으며 성실하고 효성스러웠으며근면하였으 니, 내가 아무리 수십 권의 기록을 뒤졌어도 그의 흠은 무술에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과 몸이 허약 하다는 것,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완벽주의적이라는 것 정도였다.

실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나는 당초의 생각과는 달리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는 것 을 솔직히 고백하는 바이다. 그에 따르는 자료조사 때문에 집필에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원고가 수없이 늦어졌으며 불면의 밤과 두통의 세월이 길 고도 험했지만 말이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우리의 역사에 자리잡고 있는 것만 하여도 우리는 결코 우리의 역사를대하는 감정 에 행여 끼어들지 모르는 부끄러움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이제 <왜란종결자〉를 완결지으며 나는 애당초 생각 했던 한국적인 환타지의 형태잡기 못지않게 이순신 이라는 너무도 유명한, 그리고 유명하기 때문에 오 히려 가려지고 무시되는 인물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애초 다섯 권으로 잡았던 분량이 더 늘어나서 여섯 권으로 완결을 짓게 되어독자 여러분 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허나 막 ‘완결’이라는 말을 쓰고 난 지금의 기분은 날아갈 듯하다. 그것은 그동안 짓눌려왔던 딱딱한 사서의 뭉텅이들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이제 한국형 환타지라는 장르의 틀이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는 즐 거움과 또 하나의책을 완결지어 세상에 내놓는다는 기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하간에 이 <왜란종결자>가 여러분들에게 재미있 고도 뜻있게 읽히고, 조금이나마 어떤 분야에든지 의미를 던져줄 수 있었다면 본인으로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쓰는데는 많은 관계서적들의 도 움이 컸다. 특히 물리학자이시면서 이순신 연구가이 신 남천우 교수님의 ‘이순신’의 내용에 많은 동조 를 보내며 그 저서에서 많은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지키지 않는 원고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속을 태우신 들녘 출판사 분들과 바쁘다는 핑계만 수없이 들어오며 섭섭해했을 가족, 친우들, 특히 신혼의 시간을 많이 빼앗긴 내아내, 그리고 아직 뱃속에 있는 귀여운 내 2세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감사의 말을 함께 보내는 바이다.

1998년 가을, 이우혁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