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8권 29화 : 라이와 해골전사-1


라이와 해골전사-1

“새벽녘이 되기 전에 사라지긴 했습니다만,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성주님.”

나세르 장군의 보고에 성주는 비대한 머리통을 갸웃하며 묻는다.

“대체 그건 무슨 말이오?”

“이대로 물러간 것인지, 아니면 숨어서 우리들이 성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딘가에서 휴식을 취하다 다시금 밤이 되면 몰려올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허어, 참 난감하구먼.”

“성 주위에 언데드가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라시드에게 구원을 청하는 전령부터 보냈습니다.”

“그건 잘했군.”

“라시드가 서두른다면 10일 내로 구원병이 도착하게 될 겁니다.”

“10일이라……?”

겨우 하룻밤의 교전만으로 외성이 뚫려버렸다.

예상외로 언데드의 공격력이 막강한데, 과연 10일이나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성 내를 수색해 본 결과, 다행히도 주민들의 대부분은 살아있었습니다. 워낙 지능이 떨어지는 것들이라 그런지, 주택 안에 숨어있는 사람들까지 찾아서 죽이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나세르 장군의 희망적인 추측에 총리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듯 참견해 왔다.

“그게 말이 되나? 장군. 그 튼튼한 성문까지 뚫고 들어온 것들인데, 민가의 문, 아니 벽조차 뚫지 못했다는 게 말이야.”

“침입해 들어온 언데드의 대부분은 사람의 시체, 혹은 중소형 동물들의 사체였습니다. 그것들의 힘으로는 벽조차 뚫기 힘들죠. 위협적인 초대형 언데드는 몸체가 워낙 커서 성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성문을 간신히 통과해 들어온 대형 언데드들은 밤새 내성을 뚫고 들어오려고 발악하고 있었고 말입니다. 즉, 민가를 제대로 공격할 만한 언데드는 거의 없었다는 말입니다.”

“오오, 장군의 생각이 옳은 듯 하이.”

성주의 말에 총리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다.

그런 총리를 힐끗 본 후, 나세르는 성주에게 말했다.

“그래도 다행히 언데드의 전력이 생각보다는 그리 강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런데, 성주님. 아뢰기 송구합니다만, 난감하시더라도 결정을 내려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살아남은 주민들을 무리를 해서라도 모두 다 내성 안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그들을 지키기 위해 내성 수비군의 일부를 외성에 배치하느냐. 그것도 아니라면 주민들의 일부를 포기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세르 장군의 얘기를 들은 성주는 먼저 총리에게 물었다.

“주민들을 모두 내성 안에 수용할 수 있을까? 총리.”

총리는 잠시 고민했다. 이런 민감한 사항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주가 직접 묻는데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내성이 넓다고 해도 수만이나 되는 주민들을 모두 수용할 만한 공간은 없습니다.”

억지로라도 집어넣는다면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내성 안에는 일반 주민들에게 개방할 수 없는 공간이 너무나 많았다.

식량 저장고, 보물고는 물론이고 무기를 비롯한 각종 물품들을 보관해 두고 있는 창고들.

원래 내성이라는 곳이 소수의 귀족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지, 주민들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괜히 받아들였다가 주민들이 귀한 물품들을 도둑질이라도 해간다면 하는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게 좋겠는가?”

주민들이야 전멸을 당해도 상관이 없겠지만, 자신은 절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성주와 총리는 외성에 내성 수비군을 배치한다는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그냥 이대로 집 안에 숨어있도록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제도 살아남았지 않습니까? 오히려 내성에 잔뜩 모여 있는 것보다는 각자 자신의 집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편이 생존 가능성은 높을 겁니다.”

“그런가・・・・・・?”

잠시 고민하던 성주는 나세르 장군에게 물었다.

“장군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생존한 주민의 숫자가 너무 많아 내성에 모두 수용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일부 주민만 뽑아서 받아들이게 된다면, 주민들의 혼란만

가중하게 될 뿐입니다. 총리의 의견대로 하시는 게 좋지 않을런지요.”

난감한 결정이었기에 나세르는 슬쩍 총리의 의견에 묻어가기로 했다.

최악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총리의 의견을 따라간 것이기에 자신의 책임은 한없이 옅어지게 될 테니까.

“흠, 총리의 말대로 하세.”

“주민 문제는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