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1권 – 36화 : 서안 출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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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1권 – 36화 : 서안 출행(1)


서안 출행(1)

벌컥벌컥.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려 설우진이 냉수를 들이켰다. 그런데 웬일인지 자꾸만 목이 메었다.

“그렇게 절 제자로 들이고 싶으세요?”

설우진이 팽천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이 순간만은 다른 때와 달리 진지했다.

“솔직히 네 재능이 탐이 난다. 너의 재능이라면 내가 이루지 못했던 감각도의 끝을 볼 수 있 을 것 같다.”

“왜 그렇게 그 무공에 집착하시죠?”

“감각도에는 내 가문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 런데, 내가 죽으면 가문의 대가 끊어지기에 제 자를 통해서라도 그 끝을 보고 싶은 것뿐이다.” 

팽천호의 눈가가 어느새 축축해졌다.

그 모습에 설우진은 또 한 번 놀랐다. 전생에 서는 그의 눈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 이다.

“사부님께 들어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평범한 포목점 아들이에요. 이곳에서 병기술을 배우는 것도 단순한 호신의 목적이지 강호인이 되고자 함이 아니에요.”

“… …”

“그래서 감각도를 배우게 되더라도 남들처럼 열심히 배울 수는 없을 거예요.”

“상관없다, 네 재능이면 충분히 그 차이를 메 울 수 있다.”

“좋아요, 그럼 몇 가지 조건만 수락해 주시면 공동 전인이 되어 두 분을 함께 사부로 모실게 요.”

설우진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이에 팽천호는 반색하며 행여라도 말을 바꿀까 싶어 급하게 조건을 물었다.

“첫 번째, 무공 전수는 삼 년 안에 끝내야 해요.”

“그, 그게 말이 되느냐? 감각도는 꾸준한 수 련이 뒷받침이 되어야 빛을 발하는 무공이다. 네 재능이 아무리 출중하다 해도 그건………….” 

“이미 주 사부님하고는 얘기가 끝난 부분이에 요. 삼 년 뒤에는 서안에 있는 황룡학관에 입관 을 해야 하기에 그 이상은 배우기 힘들어요.” 

설우진은 사흘 전, 황룡 학관 입관을 확정지 었다.

부모님과 지인들의 추천도 있었지만 무엇보 다 본인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황룡학관은 쌍룡맹이 세운 중원 제일의 고등 교육기관으로 일반 학관이나 무관과 달리 가르 침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무와 문을 고루 섭 렵게 한다.

그 대단한 명성만큼이나 황룡 학관은 문턱이 높았다. 어지간한 재능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다.

물론, 예외도 있다. 쌍룡맹에 속해 있는 가문 들의 경우 소위 가산점이라는 게 붙어서 입관을 할 때 다른 이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어떡한다, 삼 년이면 겨우 감각도의 기초나 깨우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인데. 하지만 이제 와서 이만한 인재를 찾기도 힘들잖아. 그 래, 그곳에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졸업 후 에 붙잡아 놓고 가르치면 되지.’

“좋다. 첫 번째 조건은 그대로 수용하마. 나머 지 두 가지 조건은 뭐냐?”

“두 번째 조건은 제가 추천하는 녀석을 사제 로 들이는 것이고, 마지막 조건은 그 칼을 저한 테 넘겨주시면 돼요.”

“다른 제자를 들이는 거야 문제 될 게 없다만, 이 칼은 가져다 뭐에 쓰려는 게냐? 보다시피 볼 품없고 날도 무딘 녀석인데.”

팽천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애도를 빼 들었다.

그의 말대로 칼날은 무디고 도신에는 그 흔한 동물 문양 하나 새겨져 있지 않았다. 길거리 좌 판에서 마주친다면 거들떠도 안 볼 수준의 칼 이었다.

‘이 양반아, 허리에 보물을 차고 다니면서도 그 가치를 몰라보다니. 하긴 뭐 내가 그런 말 할 입장은 아니지. 사부의 애도가 천뢰도인 걸 화경의 벽을 넘고 나서야 알았으니.’

설우진은 팽천호가 죽고 난 뒤 그의 애도를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고, 기존에 가지고 다니던 칼이 부러져 할 수 없이 바꿔야만 했다.

그로부터 이십 년 뒤.

감각도가 야수감각도로 진화하면서 화경의 벽이 깨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강기를 운용 하면서 천뢰도가 비로소 껍질을 깨고 그 모습 을 드러냈다.

“서안까지는 꽤 먼 길이에요. 그 안에 무슨 일 이 일어날지 모르니 호신용 칼 한 자루는 있어 야 하지 않겠어요?”

“흠, 그런 이유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쇠뿔 도 단김에 빼라고 이 자리에서 넘겨주마.”

팽천호가 화끈하게 천뢰도를 건넸다.

이에 설우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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