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3권 – 11화 : 쌍룡무회 (4)
쌍룡무회 (4)
“흐흥, 간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아랫도리가 근질근질하네. 오랜만에 작업 좀 뛰어 볼까.”
인적이 뚝 끊긴 밤거리.
달빛 아래 낯익은 얼굴이 비쳤다. 술기운에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있는 상관홍이었다.
그는 부지런한 걸음으로 번화가를 벗어났다.
잠시 후 눈앞에 아담한 한 채의 장원이 보였다. 상관홍이 며칠 전부터 점찍어 두고 있던 집이었다.
탐욕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상관홍이 담벼락을 짚었다. 일 장이 조금 넘어 뵈는 담벼락은 다리에 힘 한 번 주면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 었다.
그런데 기분 좋게 몸을 띄울 찰나. 뒷덜미에서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 다. 누군가 뒷덜미를 붙잡은 것이다. 어떻게 저항할 새도 없이 몸이 바닥 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웬 놈이냐?”
상관홍이 다급히 몸을 일으켜 사위 를 살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품에 안고 있는 검이 어색해 보이는 순박한 얼굴의 소유자 진추성이 었다.
“멀쩡한 문 놔두고 왜 담을 넘으려하지?”
“내, 내 집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 든, 담을 타고 넘든 그게 네놈하고 무슨 상관이냐!”
“그쪽 집이라는 증거 있어?”
“그, 그건.”
“봐, 말 못 하잖아.”
“그래, 쓰벌, 담 넘어가서 재미 좀 보려고 그랬다. 요집 딸내미 몸매가 죽여 주거든. 근데 네놈은 이 야밤 에 무슨 짓거릴 하려고 내 근처를 배회하는 거냐? 설마 날 죽이려고 찾아온 자객은 아니겠지?”
상관은 말로써 진성의 이목을 끈 뒤 조심스럽게 왼손으로 도병을 쥐었다.
그는 강호에 보기 드문 좌도수였다.
“누가 악당 아니랄까 봐, 눈치 하 나는 정말 예리하네. 맞아 너 죽이 러 온 자객.”
“어떤 간 큰 놈이 그런 의뢰를 한거냐?”
“의뢰인의 정체를 밝힐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네놈, 지금 큰 실수하는 거야. 내 형님이 누군 줄 알아? 거령패도 상 관추야. 내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댔 다간 네 목이 무사하지 못할 걸.”
“남의 목 걱정 말고 네 목 걱정이 나 하시지.”
진추성은 상관추의 이름에도 전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상관홍은 기습 적으로 치고 나왔다. 그리고 우수가 아닌 좌수로 진성의 사각을 노려 거칠게 도를 휘둘렀다.
사선을 그리며 솟구치는 칼날.
어둠 속이라 그 모습이 더욱 위협 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상관이 노린 회심의 공격 은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틀어 막혔다. 사각이라 생각했던 곳에 거 짓말처럼 진추성의 검집이 미리 자 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네가 죽는 건 그동안 쌓아 올린 죄업의 대가라고 생각해. 네 형도 곧 네 뒤를 따라갈 테니 너무 외로워 말고.”
진추성이 검을 뽑아 들었다.
월광을 타고 흐르는 푸르스름한 검 신이 섬뜩한 살의를 뿌렸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상관홍이 다급히 살려 달라 애원했다.
하지만 진성의 검은 무정하게 그 의 목덜미를 갈랐다. 눈부시도록 빠 른 쾌검이었다.
“커억!”
상관홍이 목을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상처가 깊은지 손으로 눌러도 피가 멎지 않았다. 진추성은 그 모습을 무심히 지켜보다 다시 검을 놀렸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검을 한 번 내지를 때마다 보법을 활용해 그 위 치를 다양하게 바꿨다.
잠시 후 혈인으로 변한 상관홍이 흙바닥 위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