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9권 – 29화 : 결자해지 (5)
결자해지 (5)
‘설마 이렇게 죽는 건가? 이건 너 무 허망해. 이렇게 죽을 거였으면 굳이 과거로 돌아온 보람이 없잖 아.’
억울했다.
그 격해진 감정 때문이었을까, 조금이나마 의식이 돌아왔다.
“이,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설우진은 눈을 돌리며 살 방도를 찾았다. 그리고 때마침 시야에 반쯤 박힌 천뢰도가 보였다.
그걸 보는 순간 설우진은 오른발을 힘겹게 들어 올려 천뢰도의 도병을 그대로 밀어 찼다.
그 힘에 천뢰도가 앞으로 한 발짝 더 전진했다.
울컥.
서진용의 입가에서 피 분수가 뿜어 졌다. 힘겹게 버티던 심장이 드디어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심장이 부서지면서 목을 조이던 손 아귀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절묘하게 방 안으 로 낯익은 얼굴이 뛰어들었다. 적사 호였다. 설우진만큼이나 힘든 싸움 을 치렀는지 그의 몸은 온통 붉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시선이 한가 운데서 부딪쳤다.
“정말 쓰러뜨렸구나!”
“크큭, 제가 누누이 얘기했잖아요, 사람인 이상 여길 쑤시면 결국 죽게 된다고.”
“너란 녀석은 정말…….”
태평하게 농을 건네는 설우진을 보면서 적사호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나저나, 저 이제 한숨 자도 됩니까?”
“설마 여기서 자겠다는 거냐?”
“지금 눈꺼풀이 너무 무겁습니다. 뒷일은 학사님께서 책임져 주십시오.”
쿵.
설우진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 렸다.
극심한 피로감과 거듭된 출혈로 몸 상태가 한계치에 이른 것이다.
그 모습에 놀란 적사호가 다급히 달려와 그의 몸을 껴안았다. 다행히 숨소리는 안정돼 있었다.
“그래. 뒷일은 내게 맡기고 푹 쉬 어라. 그리고 아까는 쑥스러워서 말 하지 못했는데…… 수고했다.”
적사호가 어색한 미소를 입가에 떠 올리며 설우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 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