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1권 <작가 후기>

묵향 11권을 마치며

<작가 후기>

이렇게 해서 제2차 제국 전쟁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제국들과 왕국들이 한편으로는 체면 때문에, 또 한편으로는 분노, 이익, 복수, 질투, 두려움 따위로 얼룩져서는 머리가 터지도록 싸움을 벌였다. 이렇게 많은 국가들이 대규모로 전쟁을 벌인 것은 역사가 만들어진 이래로 이번이 두 번째였기에 제2차 제국 전쟁이라고 불렀다. 그렇기에 6년 전에 벌어졌던 3국 전쟁은 자연스럽게 제1차 제국 전쟁으로 그 명칭이 바뀌었다.

코린트와 크루마, 크라레스 이 3국이 팽팽하게 세력의 균형을 이루며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던 그때 그 시절, 크라레스의 급부상으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린 다고 느끼며 질투의 시선을 보내던 아르곤과 알카사스. 전쟁의 시작은 작은 오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전쟁이 가진 속성상 비참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제국이 멸망하는 이 전쟁터에서 많은 군소국가들은 서로 간의 눈치를 살피며 이 고래들 간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최악의 경우를 모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 직였다.

제2차 제국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인 코린트와 크라레스는 이후의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코린트의 분노에 편승하 여 자신들의 잇속도 챙기고, 눈에 거슬리던 신흥 제국 크라레스를 없애려고 들었던 알카사스와 아르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자신들의 왕국들이 대 제 국들 간의 전쟁의 소용돌이에 억울하게 휘말리기를 원치 않았기에 서둘러 둘 중 한 곳을 택하여 보다 안정적인 미래를 열려고 했던 왕국들 또한 그것은 마찬가지였 다.

훗날의 역사가들은 말한다. 제2차 제국 전쟁이 없었다면, 그다음에 연이어지는 마도 전쟁도 없었을 거라고 말이다. 그만큼 역사라는 것은 서로가 물고 물리며 인 과의 법칙에 의해 천천히 회전하는 것이 아닐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보는 이로 하여금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처절하게 깨부수고 상 처 입고, 또 상처 입히며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그 삶의 흔적을 나중에 뒤에서 따라가며 객관적인 시점에서 훑어본다면 너무나도 허무한 것 또 한 사실이다.

2000년 7월

전동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