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2권 <작가 후기> – 묵향 12권을 마치며
묵향 12권을 마치며
<작가 후기>
제2차 제국 전쟁은 이렇게 하여 어느 정도 결말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일까?
예로부터 원수를 지고는 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미네르바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구원을 청하러 온 다크를 코린트 제국에 팔아 넘겼다. 그녀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 때문에 최악의 적을 만들었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말한다. 마도 전쟁은 쇠퇴하던 크라레스 제국이 암흑의 힘까지 빌려서 벌인 마지막 발악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과연, 크라레스를 그토록 막다른 궁지에 몰아넣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었을까?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은 말한다. 지금 있었던 일은 후세의 역사가들이 심판해 줄 것이라고……. 하지만 후세의 역사가들이 뭘 심판한단 말인가? 그 일은 그 때 벌어진 것이고, 후세의 역사가들은 그전의 기득권자들이 왜곡하고 날조해 놓은 자료를 토대로 모든 것을 판별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심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최강의 제국들이 힘을 겨루던 그 시절.. 그때는 강자가 곧 법이었던 무법의 시대였다. 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인물들을 후세의 역사가들은 어떻 게 평해 줄까? 코린트는 예로부터 역사 왜곡을 잘하기로 유명한 국가였다. 단적인 예로 트루비아 사건만 해도 그렇다. 트루비아 왕국이 코린트 연합군의 공격을 받 고 멸망했을 때, 사람들은 트루비아가 마왕과 손잡은 악의 제국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제1차 제국 전쟁 후 패전국이 된 코린트는 그때의 잘못을 시인하고 트루비아 를 되살려 놨다. 만약 코린트가 제1차 제국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트루비아는 다시 되살아날 수 있었을까?
마도 전쟁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후세의 역사가들이 하는 조각 맞춤으로 얼마나 많은 진실을 파헤치고, 또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마도 전쟁 은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그야말로 소모에 가까운 전쟁이었다고 기록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다일까?
2000년 11월
전동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