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7권 19화 – 좌절된 천리독행의 꿈
좌절된 천리독행의 꿈
묵향은 장로들과 군사에게 자신의 부재 시 행해진 모든 일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강력해진 힘이 몇몇 실력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무지는 기존의 5개 무력 단체를 해체하여, 6개 무력 단체로 확대 재편성했다. 혈랑대(血狼隊), 수라마참대(修羅魔斬隊), 천랑대(千狼隊), 염왕대(閻王隊), 흑풍대(黑風隊), 자성만마대 (紫星萬魔隊)가 그것이다.
6개 무력 단체는 내총관이자 수석장로인 마교 서열 4위 수라혈신(修羅血神) 북궁뇌(北宮雷)가 총괄 지휘했다. 하지만 홍진 장로가 맡고 있는 비마대(秘魔隊)는 내 총관이 아닌 군사(軍師) 직속의 정보 단체로 편성되어 있었는데, 묵향이 돌아온 만큼 교주 직속으로 변경되었다.
설무지는 묵향이 사라지자 정파와의 쓸데없는 분쟁을 없애기 위해 모든 분타를 철수시켰다. 현재 외부에 손을 뻗고 있는 것은 홍진이 맡고 있는 비마대뿐이었다. 묵향은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태상교주가 단행한 인사이동에 이의가 없음을 밝혔다. 자신들의 자리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확인한 장로들의 안색 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묵향은 자신이 없는 동안 마교를 이끌어 온 장로들과 군사에 대한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포상도 두둑하게 지급되었다.
묵향은 제일 마지막으로 설무지의 공적에 대해 얘기했다. 하지만 묵향은 결코 상대가 죽은 사람이라고 좋은 말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설무지는 본좌가 없는 동안 본교의 발전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공적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잘못한 일까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좌가 갑작스럽게 실종되었다고 해도 그렇지, 중원에 산재해 있던 모든 분타를 철수한 것은 명백한 그의 실책이다.”
묵향은 설민 군사를 향해 지시했다.
“각 성(省)에 1개씩의 분타를 설치해라. 그리고 더욱 사업 영역을 확장해라.”
“존명!”
묵향은 드넓은 태사의 앞에 시립해 있는 장로들을 쏘아보며 외쳤다.
“천하 최강을 자랑하는 본교가 무엇이 무서워서 움츠리고 있단 말이냐?”
묵향은 외총관 삼면인마(三面人魔) 소무면(簫無面) 장로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외총관! 이제부터 자네가 바빠질 것이다.”
외총관은 마교 내 모든 하급 무사들을 총괄 지휘하는 직책이다. 그렇기에 과거 외총관의 직위는 장로 서열 5위 정도였지만, 설무지에 의해 분타를 모두 철수한 후 에는 최하위인 9위로 밀려 버렸다. 하지만 또다시 마교의 팽창 정책이 시작된다면 그의 직위는 과거와 같은 5위로 올라설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소무면 장로로 서는 희색이 만연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소무면 장로가 고개를 숙이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충성을 다 바쳐 기대에 보응하겠습니다, 교주님.”
“그리고, 현재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있던 혈화궁(血花宮)과 만악궁(萬惡宮)도 과거와 같이 외총관 휘하에 두겠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혈화궁은 여인들만으로 이뤄진 집단으로서 중원의 화류계에 진출해 있었다. 그리고 만악궁은 표국, 전당포, 각종 상행위 등을 통해 마교 내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 하고 있었다. 또 마교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전답 등을 통한 수입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교의 분타를 모두 철수시키면서 설무지는 그 둘을 독립시켜 버렸다. 외부에 존재하는 모든 하급 무사들을 철수시키는 마당에, 그들을 외총관 휘하에 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묵향은 회의 석상에 모여 있는 모든 수하를 쭉 둘러본 후 힘 있게 외쳤다.
“마도 천하가 이룩되는 그날을 위해 모두들 분골쇄신하라.”
“존명!”
우렁차게 대답하는 장로들의 표정에는 기쁨이 묻어 있었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바야흐로 중원 진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 오늘은 첫날이니 이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보기로 하지.”
“옛.”
모두들 물러가는 가운데, 옥관패와 한중평 두 장로가 자리에 남았다. 그들은 묵향 앞에 부복하며 사죄했다.
“속하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교주님!”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저희들은 교주께서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천리독행 부교주를 교주로 선출하려고 했습니다. 관지 장로가 그것을 막고 있었기에, 결국은 무력으로 본교를 뒤엎을 모의까지 했었습니다.”
그들이 회의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모든 것을 실토하는 이유는 뻔한 것이었다. 만약 지금 토설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회 의가 끝난 후 관지나 마화가 묵향에게 밀고할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전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만 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묵향은 용서를 구하면 매우 관대하게 용서해 줬었기 때문이다. 또, 묵향 자신이 돌아오자마자 중원 진출의 포부를 밝혔으니, 현재의 마교에 대해 더 이상 불만사항도 없었다.
묵향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미소로 화답했다.
“난 또, 무슨 일이라고. 호랑이가 없으면 당연히 늑대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본교의 율법. 그대들은 율법에 따라 착실히 이행했을 뿐인데, 무슨 용서를 구하겠는 가?”
교주의 말에 그들은 감격한 듯 외쳤다.
“감읍할 따름입니다, 교주님.”
회의가 끝난 후 묵향이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을 때 그곳에는 환히 미소 짓고 있는 중년 여인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묵향은 한 눈에 그녀가 누군지 알아봤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고 하지만, 그 얼굴을 잊을 수는 없었다.
세월의 장난인지 고집스러워 보이던 그녀의 눈매는 부드럽게 변해 있었지만, 그녀의 허리에 메여 있는 장검의 붉은 수실에는 아직도 비취로 만든 작은 꽃송이가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마화의 그런 모습은 언제나 묵향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피어오르게 했다.
“마화.”
마화는 묵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사람. 하지만 무려 23년이나 소식 한 번 없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의 속을 새까맣게 태워 놓고는, 저렇게 뻔뻔스런 얼굴로 태연히 서 있는 것이다.
안길 듯 다가선 마화였으나 묵향의 앞에 선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손을 들어 묵향의 뺨을 매섭게 후려쳤다. 아마도 그 오랜 세월 자신을 기다리게 한 원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마화의 행동을 묵향은 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짝!
매서운 소리를 내며 자신의 손이 묵향의 뺨을 직격하자, 마화는 오히려 깜짝 놀란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가 그냥 맞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마화의 손에는 내공이 한 올도 실려 있지 않았지만, 설혹 강맹한 내공이 실려 있다고 해도 그라면 충분히 막거나 피할 능력이 있지 않은가.
마화는 자신을 애잔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묵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와락 울음을 터트렸다. 도무지 자신의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늘게 어깨를 떨며 훌쩍거리고 있는 마화를 바라보는 묵향의 표정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수없이 많은 세월을 살아온 그였지만, 이런 상황만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울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놔두기도 뭣했던 묵향은 어색한 걸음으로 다가가 그녀를 살며시 껴안았다.
어색하게 살짝 껴안았을 뿐이었지만 훌쩍거리던 마화가 자신의 품속으로 파고들자 묵향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마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줬다. 두 사람 의 사이에는 오랜 시간 침묵이 흐르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기나긴 침묵이 흐른 후, 투박스럽기 그지없는 묵향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자자, 진정하라구.”
마화는 묵향을 올려다보더니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여전히 말을 멋대가리 없이 하는 사람이군요. 이런 때는 사랑한다든지 뭐 그런 달콤한 말을 하는 거라구요.”
하지만 묵향은 죄 없는 뒤통수만 벅벅 긁고 있을 뿐이었다. 마화는 그런 묵향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묵향과 마화는 탁자에 앉아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계속 흐르자, 마화는 뭔가 대화를 시작할 만한 화제가 없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마화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 묵향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교주님은 천리독행 부교주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꽤 쓸 만한 놈으로 생각하는데?”
“그는 교주님이 안 계실 때 교주직을 노리던 사람이에요. 그를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괜찮아. 사내라면 그 정도 배포는 지니고 있어야지. 그리고 내가 없을 때 있었던 일 아닌가? 그런 일까지 신경 쓴다면 의심하지 않을 놈이 어디 있겠어?”
호탕한 대답에 마화는 한숨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자신감을 빼놓는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묵향이라는 사내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태평스런 묵향의 모 습에 뒷일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그건 그렇고, 먼저 태상교주님께 가 보세요.”
“왜?”
“태상교주님께서 당신의 검을 보관하고 계시니까요.”
“묵혼검을? 뭐, 그건 나중에 찾아도 상관없잖아. 지금 검을 쓸 일도 없는데 말이야. 그건 그렇고, 나하고 함께 온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둘 다 내전으로 안내했어요. 교주님의 손님들이시니 시녀들에게 최선을 다해 시중을 들라고 지시해 뒀죠.”
“잘 처리했군. 그렇지만 내가 곁에 있지 않으면 통제가 안 되는 양반이 하나 있어서 지금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묵향은 아르티어스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서 대충 둘러댔다. 하지만 아르티어스의 무서움을 알 리 없는 마화는 단호하게 말했다.
“시녀들이 그분들의 시중을 들어 줄 테니 걱정 마시고 태상교주께 다녀오세요. 자, 빨리 그리로 가세요.”
묵향은 비로소 마화의 눈에서 타협 불가능의 ‘고집’을 읽을 수 있었다.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올랐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녀는 절대로 고집을 꺾지 않 았었다. 묵향은 피식 미소 지었다.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그녀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안녕하셨습니까?”
“지금까지는 안녕하지 못했지만, 자네의 태평스런 얼굴을 보니 앞으로는 안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군.”
“물론 그럴 겁니다. 이 기회에 아예 편히 쉬게 해 드릴까요?”
묵향의 손이 푸른 강기로 번쩍이는 것을 본 태상교주는 기겁을 해서는 다급히 뒷말을 이었다.
“말만이라도 고맙기는 하네만…, 노부는 현재 상태에도 만족한다네. 빨리 쉴 생각은 전혀 없어. 그건 그렇고, 어쩐 일인가? 설마, 돌아왔다고 노부에게 신고하려 고 온 것은 아닐 테고…….”
“물론이죠. 제 검을 가지고 계시다고 해서 찾으러 왔습니다.”
“하여튼…, 쯧쯧.”
태상교주는 혀를 차면서 소중히 간직해 뒀던 묵혼검을 꺼내어 묵향에게 건넸다.
장인걸은 묵향을 없애기만 하면 자신이 교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에 자신이 묵향을 없앤 증거로서 묵혼검을 마교에 보냈다. 하지만 장인걸에게 아들을 잃은 태상교주가 그것을 묵과할 리 없었다. 태상교주는 사자가 가지고 온 묵혼검을 보고는 그것이 가짜라고 일갈하며 단숨에 그의 목을 베어 버렸다.
“장인걸의 사자가 이걸 가지고 왔었지. 하지만 이것 외에 딴것은 온 게 없었다네. 자네가 가지고 있나?”
“아뇨, 몽땅 잃어버렸습니다만..
뻔뻔스런 묵향의 대답에 태상교주는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허참, 교주의 신물인 묵룡패(墨龍牌)를 잃어버렸으니 어찌할꼬? 무슨 일이 있어도 자네는 하루빨리 그것을 되찾아야 할 걸세.”
마교 교주에게는 두 개의 신물이 있다. 하나는 ‘화룡도(火龍刀)’로 10대마병의 수위를 차지하는 마도(魔刀)였고, 또 하나는 한옥(寒玉)으로 만들어진 ‘묵룡패’다. 화룡도는 묵향이 사용하지 않았기에, 마교 내에 잘 간수되어 있었다.
하지만 묵룡패는 언제나 묵향이 지니고 다녔다. 교주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마교의 하급 무사들에게 묵향은 자신의 신분이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묵룡패만 보여 주면 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묵룡패는 또 다른 용도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인장(印章)의 기능이다. 교주의 인장이 필요한 공식서류에는 바로 이 묵룡패를 이용한 도장이 찍혔다.
태상교주의 말에 묵향은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있겠습니까? 새로 하나 만들죠, 뭐.”
“뭣이라고? 자네는 역대 교주들의 손을 거쳐 전해져 내려온 묵룡패가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묵룡패는 바로 본교의 역사인 것이야!”
열 받아서 펄펄뛰는 태상교주에게 묵향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저는 교주의 힘이 그따위 옥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자지존! 본교의 율법이죠. 힘이 있으면 교주가 되는 겁니다. 그따위 옥패를 가지고 있다고 교주가 되는 게 아니죠.”
가만히 들어 보니 설득력이 있었다. 태상교주는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크하하핫! 그렇군.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으이.”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패기 있게 걸어가는 묵향의 뒷모습을 보며 태상교주는 중얼거렸다.
“어쩌면 내 살아생전에 마도천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묵향 교주, 자네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어.”
묵향은 밖으로 나서며 중얼거렸다.
“도장 하나 새로 파는 김에 잘 드는 비수도 하나 만들어야겠군. 쩝, 고기 썰어 먹는 데는 그놈만 한 게 없었는데 말씀이야.”
묵향이 태상교주를 만나고 있을 때, 철영 부교주는 초조하게 수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수하가 도착하자마자 그는 다급히 질문을 던졌다.
“그래, 두 장로에게 연락을 전했느냐?”
수하는 난처한 듯 대답했다.
“저…….”
“무슨 일이냐?”
“두 분 장로께서는 이 일에서 손을 떼시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교주님께서 돌아오기 전이었다면 부교주님께 충성을 다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하시면서…….”
철영 부교주는 노기를 터뜨렸다. 그가 분노하자 대기가 함께 요동치는 듯했다. 수하는 그런 상관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더욱 납작 엎드렸다.
“이, 이런 망할 녀석들! 내 그놈들의 간뎅이가 그토록 작은 줄은 미처 몰랐구나. 좋다. 일단 교주를 처리하는 것은 본좌 혼자서 할 것이야.”
호기롭게 외치는 철영에게 수하는 주저주저하며 아뢰었다.
“저…, 그런데 염왕적자 장로께서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그 일에 대해 교주님께 말씀을 올리셨답니다. 지금 교주님께 용서를 구하면 용서받으실 수 있겠지 만,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우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철영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
“뭐, 뭣이라고? 이런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사내라고 믿었건만, 어찌 그리도 주둥이가 가볍단 말이냐? 내 그놈들을 사내라 믿고 함께 일을 도모한 과거가 후 회스럽도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철영 부교주도 뒤가 켕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한동안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후 중얼거렸다.
“오냐, 좋다. 내 오늘은 용서를 구하겠다. 하지만 내 이 치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야.”
이빨을 뿌드득 갈며 복수를 맹세하는 철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