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권 8화 – 기는 놈의 결말

기는 놈의 결말

수천 년 무림사에서는 피를 피로 씻는 복수와 복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무림(武林)이라는 한정된 세계의 사람들끼리의 전쟁이었기에 관(官)에 서는 관여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무림인들을 전부 없애 버리려면 1백만의 군사를 동원해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관에서 무림을 건드리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정파의 인물들에 한했지만,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 무림인들이 도와주기도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사파의 인 물들도 일정한 대가를 지불할 용의를 보이면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각 문파들이 들어선 곳의 부근에는 산적 등이 얼씬도 하지 못했다. 자체적으로 각 문파의 체면 이 있었기에 부근의 치안까지도 그들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에서 관심을 보였던 점은 군부(軍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개인의 능력이었다. 정파의 명가나 마교 출신 초절정고수들은 거의 만나기 힘들었지만 한 번씩 볼 수 있는 3류 정도의 무림인들이라도 그들이 보기에는 그 무공이 대단했던 것이다.

이래서 관부는 장군부 직속으로 무림인들을 모아 강력한 무력 집단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부귀영화를 보장하며 사람을 끌어 모았지만 의외로 무림인들은 모이지 않았다. 모여든 무림인은 대부분 2류도 안 되는 인물들이었다.

의아한 관부에서는 무림들에 대해 더욱 많은 조사를 했다. 최후에 나온 결론은 무림인들은 무공연마를 밥 먹기보다 좋아하며 부귀영화보다는 한 권의 비급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관부에서는 무림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림에 떠도는 각종 무공비급들을 수집했다. 그것이 쌓이고 쌓였 고, 또 황궁 내에서 그 무공들을 익힌 자들이 독창적인 무공들을 개발하기도 해서 모인 것이 황궁무고였다.

이 황궁무고를 미끼로 무림의 인사들을 끌어들인 결과 5천 명의 그런 대로 만족할 만한 고수들의 집단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로 구성된 기병대를 찬황흑풍단이라 불렀다. 초기에 황궁에서 끌어들일 수 있었던 무림인들은 거의 3류고수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을 무장시켜 놓고 보니 대단한 힘을 발휘했다.

찬황흑풍단에는 뛰어난 명마(名馬)들이 주어졌고, 개개인들을 위해 완벽한 무구(武具)들이 지급되었다. 장검, 방패, 창, 활과 화살, 각종 암기(器) 등등 자신이 원하는 무기들 이외에 두터운 갑옷과 투구, 그리고 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갑옷까지 지급되었다. 원래 무림인들은 갑옷을 입지 않고, 설혹 입는다고 하더라도 중요 부위만을 가리는 가벼운 것을 입는다. 무게가 많이 나가면 경공술을 사용하는 데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찬황흑풍단은 기병대이기 때문에 마상(馬上) 전투를 하기에 각자의 무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무장까지 잘 시켜 놓으니 이들은 기대 이상의 힘을 보여 주었다.

황궁에서는 새외의 이민족들을 평정하는 데 찬황흑풍단을 이용했다. 무공을 모르는 이민족들에게는 무공을 약간이라도 할 수 있는 그들이 대단한 존재였다. 찬황 흑풍단은 처음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며 그 엄청난 힘을 과시하여 황실을 놀라게 했다. 보통 10만 대군을 동원해야 할 정도의 사태에도 이들만 동원하면 충분했던 것이다.

10만의 군세(軍勢)를 동원하는 것과 5천의 군세를 동원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10만 정도의 군사력이라면 무조건 후방에서의 병참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5천 명 정도라면 노획물이나 민가에서의 징발, 또 현지 군대의 지원만으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아주 싼 값으로 이민족들을 평정하던 황궁에서는 재미를 붙여 찬황흑풍단의 규모를 더욱 키워 나갔고, 예전에는 3류 정도 수준이면 만족했으나 약간씩 등급을 올 려 나중에는 양과 질을 충분히 갖춘 무적의 기병군단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렇게 찬황흑풍단은 점점 더 그 수를 늘려 갔고, 현재에 이르러 1만 명의 고수를 가지고 있었으며 5천 명씩 좌우 흑풍단으로 나눠 관리되고 있었다. 그들의 수장 (首長)에는 찬황흑풍단의 그 무시무시한 힘 때문에 황제가 특별히 신임하는 무사만 임명되었다. 금의위와 마찬가지로 황제 직속의 단체였다.

황궁 내 은밀한 밀실에서 황제와 찬황흑풍단의 단주, 금의위의 수장인 대영반이 모여 비밀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 회의는 대영반이 황제에게 특별히 간청하여 이 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대영반은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 밀실에서는 황제와 흑풍단의 단주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제는 이런 저런 얘기를 먼저 나누다 문득 생각난 듯이 찬황흑풍단의 단주 옥영진 대장군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흑풍단의 인물들은 대부분이 정파의 인물들이오? 일부 사파의 인물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 수가 너무나 적소. 본인이 알기로 사파의 거두라는 마교는 최 강의 고수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던데 어째서 마교의 인물들은 한 명도 없는가?”

옥영진 대장군은 나이 쉰을 헤아리는 고수로서, 황실의 친족이었다. 무예를 사랑했던 정평왕의 아들이며 청성파의 속가제자로 한때 무정검(無情劍)이라는 별호를 얻었던 검의 고수였다. 황제의 특명으로 찬황흑풍단의 단주에 임명되어 그 뛰어난 무공과 실력으로 찬황흑풍단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낸 실력자였다.

“폐하, 그것이……. 흑풍단을 뽑는다는 전단을 각 문파에 발송하면 각 문파에서 뛰어난 기재들이 추천서를 가지고 찾아오나이다. 하지만 명문정파의 적전제자는 한 명도 오지 않는 것이 통례이옵고…, 마교의 경우 여태까지 한 명도 보내오지 않았사옵니다.”

“이런 괘씸한! 이것은 짐에 대한 불충이 아닌가? 짐은 최강의 고수들을 보고 싶고, 또 거느리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있사옵니다.”

“어떤 문제인가?”

옥영진 대장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하, 정파나 사파의 경우는 상관이 없지만, 마교의 경우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이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연공서열은 중요하지 않으며, 무 공의 강약에 따라 서열이 정해진다 하옵니다. 만약 그들의 우두머리인 교주라 해도 더 강한 무공을 익힌 자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쫓겨난다 하옵니다.”

“그래서?”

“마교의 인물을 받아들일 경우, 그들보다 더 강한 정파의 인물이 있어야 통제가 가능하옵니다. 만약 대단히 강한 자가 왔을 때 잘못하면 반란의 여지가…….”

“흠…, 그럴 수도 있겠군. 어렸을 때부터 그런 방식의 교육만 받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어.”

“그러니 마교의 인물은 재고를 하심이 좋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경이 말했듯이 힘이 지배하는 단체라면, 그대의 무공이 강하면 문제없을 것이 아닌가?”

“그러하옵니다.”

“그런데 왜 문제를 삼지?”

“폐하! 마교란 단체는 대단한 전통을 자랑하는 무림의 강자이옵니다. 그쪽에서 초고수(超高手)를 보내온다면 소신(小臣)도 이긴다는 보장을 할 수가 없사옵니 다.”

“그들이 그 정도로 강하다는 것인가?”

“폐하! 마교에는 사파의 4천왕이 모두 모여 있사옵니다. 그들의 개개인의 능력은 태산도 무너뜨린다고 전해지옵니다.”

“흐음…, 그렇다면 정파의 인물들이라도 좀 더 강한 자들을 뽑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려면 더욱더 향기로운 미끼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비급을 모으기 시작한 지가 3백 년 정도라 아직 명문정파의 무공에 비해 황궁의 무학이 떨어지옵니다. 그것이 문제지요.”

“역대 황제들의 칙명으로 무공비급을 모으기 시작했는데도 아직 그렇게 양이 적단 말인가?”

“폐하, 송구스런 말씀입니다만, 양이 문제가 아니옵니다. 질(質)이 문제이옵니다.”

“질(質)이라…, 그렇게도 황궁의 무학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현재에는 황궁무학의 질도 그렇게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하지만 현재 황궁 3대 무공의 경우 소신을 비롯한 일부 지휘관들만이 익히고 있사옵니다. 그 런데 이런 무학들을 공개해 버린다면 문제가 되옵니다. 더욱 뛰어난 무학들을 입수한 연후에 그것들을 공개해야 하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무공들은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어.

“변명은 하지 마시오. 전에 경이 말했던 무학이 몇 가지 있었는데 구했소? 그러니까 대단히 강력한 무공들인데 주인이 없기 때문에 구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 았소? 뭐라고 했더라.”

“폐하, 북명신공과 거기서 파생되어 나온 뇌전신공, 화염신공이옵니다.”

“그렇지, 바로 그것들이오. 그런데 북명이라 하면 저 요하의 동쪽, 그러니까 예전 고구려나 발해 같은 이민족의 국가들이 들어섰던 자리가 아니오?”

“그러하옵니다. 북명이란 바로 발해 지방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북명신공이면 오랑캐 동이(東夷)족이 만든 무공이란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무공은 중원의 무공이 최고인데 어찌 그따위 오랑캐의 무공을 구하려고 하시오.”

“아뢰옵기 황송하옵니다만 폐하, 북명신공은 정확하게 말하면 발해의 상승무공들을 모아 놓은 책이옵니다. 무림사상 가장 강하다고 칭송받는 구휘라고 하는 무림 인이 만년에 이르러 이민족의 무공에 관심을 보이다가 발해 지방에서 대단한 무공들을 발견했사온데, 그것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 북명신공이옵니다.”

“그 무공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말인가?”

“북명신공은 남은 많은 무공들의 조각들을 모아서 만들었기에 체계가 없이 부분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난해한 무공이옵니다. 이 신공(神功)은 대자연의 숨결을 흡수해 자신의 공력을 높이고, 초상승무예의 경지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는 참고서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초식보다는 무예를 익히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조심할 점,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무예를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지 일부 기록되어 있다고 하옵니다. 많은 무림인이 북명신공을 익혔으나 너무나 난해 하고, 초식조차 거의 없으며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인 데다 설상가상으로 완전한 내용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상실된 채였기 때문에 너무나도 익히기가 어려워 이것 을 익힌 자들은 거의 득을 보지 못했다 하옵니다. 그 때문에 북명신공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점들을 뽑아내어 발전시켜 여러 무공이 발생했사옵니다. 그것들이 화염 신공과 뇌전신공이옵니다. 구휘는 이 북명신공이란 비급을 만든 다음 수하들로부터 왜 자신의 능력을 더 보태 완벽한 비급으로 만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 게 답했다고 하옵니다. “내가 여기에 토를 붙인다고 한다면 이 무공이 처음에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무심결에 없앨 수가 있다. 이것들은 다만 조각들일 뿐이지만 그 하나하나만으로도 너무나도 완벽해서 더 이상 보탤 말이나 뺄 말이 없다. 나조차도 이것을 완벽히 이해할 수가 없으니 언젠가 이것을 완벽히 연성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난다면 그자는 아마 생사경의 고수일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경이 말한 대로 그렇게 익히기 어렵다면 구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 아니오?”

“아니옵니다. 그 자체로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비급을 한번 보기 위해 모여드는 무림인들은 많을 것이옵니다. 아직도 북명신공은 대단히 매력적 인 미끼이옵니다.”

“흠…, 그런데 서론이 긴 걸 보니 구하지는 못한 모양이구려.”

“황송하옵니다. 소신의 능력으로는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나이다.”

“그렇다면 화염신공은? 화염신공이라는 것을 보니 양강(陽)의 무학인 모양이지?”

“그러하옵니다. 극양의 무공으로 북명신공처럼 대자연의 기를 흡수하는 대신 손쉬운 상대방의 공력을 흡수하며 강철도 녹인다는 화염장을 주 무기로 한다고 하옵

니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으나, 너무 극양의 무공이라 배우기가 힘들고, 포획한 진기의 융합에도 문제점이 많은 약간 미완성의 무공이옵니다. 지옥염화단(地 炎團)의 절기였으나 그들이 갑자기 멸망하면서 그 비급이 사라졌사온데, 현재 조사한 바로는 아마 마교로 흡수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사옵니다. 마교의 인물 들이 흡성대법(成大法)이라는 무공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화염신공의 발전형으로 보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렇다면 화염신공은 주인이 있구먼. 뇌전신공은 어떻소?”

“뇌전신공은 북명신공의 무예적인 요소를 한층 발전시킨 것으로 북명신공의 패도적인 파괴력을 이용하여 거기에 수많은 초식을 만들어 합해 더욱 정밀한 무공으 로 발전시킨 것이옵니다. 과거 사파의 하늘이라 불렸던 사사천림(死邪天林)의 무공으로 사사천림의 갑작스런 멸망과 함께 사라졌사옵니다. 지금은 사사천림이 누 구에게 멸망당했는지도 모르는 지경이라 더욱 깊이 있는 조사를 해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이때 대영반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는 황제에게 인사를 드린 후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신(臣) 장무기(張) 아뢰옵니다. 신이 회의를 소집하기를 간한 것은 현재 무림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첩보 때문이옵니다.”

“심각하다니?”

“예, 사악한 무림의 한 문파가 황권을 노리는 대역죄를 범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옵니다.”

“말해 보라!”

“예. 신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아수혈교라는 무림의 문파가 있사온데, 이들이 강시를 5천여 구나 제작 중이라고 하옵니다. 이 강시는 웬만한 도검으로는 상하게 할 수 없는지라 황궁의 하급 무사들로는 당해 낼 수가 없사옵니다. 이들이 이 강시를 제작하여 황궁으로 쳐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사옵니다. 현 재 3할 정도가 완성되었다고 하오니 더 이상 만들어지기 전에 근심을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나이다.”

“대장군은 그래도 예전에 무림에 있었던 사람! 강시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가? 겨우 5천 정도로 황권을 넘볼 수 있을까?”

“신 옥영진 아룁니다. 소신이 듣기로 강시란 것은 일단 죽은 사람을 각종 약물과 특이한 대법으로 제조하여 인성을 상실한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온데, 전체적인 힘은 어떨지 몰라도 도검이 들어가지 않고, 원래 죽은 사람이라 보통 방법으로는 다시 죽일 수 없다고 들었사옵니다. 만약 5천 구의 강시라 한다면 황궁을 충분히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그렇다면 큰일이구려. 속히 대장군이 흑풍단을 이끌고 황권이 존엄함을 보여 주시오. 언제쯤 그 악도들을 응징할 수 있겠소?”

“예, 현재 우흑풍단은 오랑캐를 치러 변경에 나가 있으니 그들이 돌아오는 대로 좌우 흑풍단을 출동시키겠나이다.”

그러자 황제는 자신이 찬 보검을 끌러 대장군에게 주며 말했다.

“복마천신검(天神劍)을 앞세워 반역도를 응징하고 오라..”

•복마천신검은 10대 기병(奇) 중의 하나다. 명장(明匠)인 여진(眞)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보검으로 사악한 힘을 제압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전해진다. 강시 등 사악한 술법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천적인 병기로 언제나 황제가 지니고 있었다. 대장군은 두 손으로 보검을 받으며 말했다.

“신 옥영진, 폐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한시가 급한 것 같으니 경은 지금 당장 나가 보시오.”

“예!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그로부터 20일 후, 최대한의 속도로 돌아온 우흑풍단을 포함하여 찬황흑풍단 총군세 1만 325기(騎)가 출동했다. 대망산에서 20리 떨어진 지점에 대원수의 주력 부대가 속속 집결하기 시작했다. 막사 안에는 옥영진 대장군이 몇 명의 휘하 장수들과 지도를 펼쳐 놓고 의논을 하고 있었다. 이때 밖에서 한 젊은 장수가 들어오며 말했다.

지천수 상장(上將)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 빨리 들어오시라 해라.”

지천수는 네 명의 휘하 장수들을 거느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정중히 포권하며 옥영진에게 말했다.

“대장군을 뵈오. 늦어서 죄송하오이다.”

“아니오, 때맞춰 왔소. 이리 오시오.”

“예.”

“상장은 지금 군사들을 얼마나 거느리고 오셨소?”

“어림군 5만을 거느리고 왔소이다. 더 못 데리고 와서 죄송하오이다.”

“그만하면 충분하오. 5만을 3개 대로 나누어 이쪽과 이쪽 그리고 이곳에 주둔하여 반역도들의 퇴로를 차단하여 주시오.” “알겠소이다.”

“그리고 전양 장군은 황군 2만을 반으로 나누어 이곳과 이곳을 맡아 주시오. 절대로 반역도들이 밖으로 탈출해서는 안 되오.” 옥영진이 막대기를 이용해서 지도의 요소요소를 짚으며 각 부대가 맡을 장소를 알려 주자, 전양 장군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미 탈출했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이까?”

“탈출한 적들은 생각할 필요 없소. 아마 적들도 이곳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할 터, 아마 소규모의 탈출, 또는 연락병이 탈출했을 수도 있기에 그에 대한 처리는 이

미 해 뒀소. 지금 현재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할 때 아직 적의 주력은 계속 남아 있음이 확실하오. 천령과 청남 일대의 향방군과 어림군 12만에게 비상 대기령이 떨어 져 있고, 그들에게 모든 통행인과 수송 화물에 대해 검문을 엄중히 하라고 일러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 연락용 비둘기나 매가 날아갈 것에 대해서도 대비해 뒀으니 제장들은 염려하지 마시오.”

“대장군의 작전대로 찬황흑풍단만 반역도의 본거지로 돌격합니까?”

“그렇소. 창칼이 잘 통하지 않는 무리들이니 일반 정병들로는 무리인 것 같아 흑풍단만 쓰기로 했소.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 혹시 휘하의 부하들 중 에서 신병이기(神兵異器)를 가진 자들이 있으면 그걸 좀 모아 주시오. 흑풍단에도 각종 신병이기를 가진 자들이 많으나 그래도 강시라고 하니 좀 걱정이 되는구려.” “알겠소이다. 그런데 공격은 언제 시작됩니까?”

“내일 새벽에 시작할 참이오. 그때까지 무기를 인도해 주면 고맙겠소. 그 명세서는 착실히 작성하여 전투가 끝난 후 되돌려 줄 수 있게 해 주시오. 만약 빌려 준 신 병이기가 파괴되면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은 해 줄 것이오.”

“알겠소이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날 새벽 여명을 이용하여 찬황흑풍단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고수들과 강시들 때문에 아무리 강대한 흑풍단이라고 해도 그 피해는 컸다. 흑풍단의 고수 2 천여 명이 전사했고, 부상자는 부지기수였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무쇠를 무 베듯 할 수 있는 신병이기 덕분이었다. 보통의 무기로 상대했다면 그 피해는 더 욱 컸을 것이다. 특히나 푸른색의 옷을 입은 강시는 정말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일반의 강시들은 동작이 느렸지만 그들의 속도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흑풍 단 피해의 3할은 그들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수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외곽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던 7만의 군세 덕분에 적은 단 한 명도 도망가지 못하고 전멸을 당했다. 그리고 그 반도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서적이나 서류 등은 압수 되었다. 적들이 불을 질러서 일부는 불타 버렸지만 책들은 불에 잘 타지 않기에―책이란 원래 속까지 완전히 재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겉 부분은 탔을 망정 대부분을 압수할 수 있었다. 그 모든 책들은 황궁무고로 보내졌고, 황궁의 각 무사들에 의해 그들의 무공이나 술법 등이 분석, 연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