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23권 13화 – 또 다른 변수
또 다른 변수
묵향이 남경에서 벌여 놓은 사건 때문에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도록 개방과 무림맹이 저마다 잔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묵향은 남경에 파견되었던 흑풍대 를 이끌고 서둘러서 양양성으로 돌아왔다. 황궁을 들쑤셔 놓은 엄청난 사건을 벌여 놓고도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조차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기에 그런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르다 보니 모든 혐의는 묵향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에서 애꿎게 묵향에게 고문을 당한 연공공이 자신을 향해 이를 갈고 있다는 사실은 묵향으로서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남경 분타가 황군들에 의해 피로 씻겼음도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교주님.”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묵향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는 것을 본 마화는 악비 대장군의 행방을 찾았느냐는 질문을 도저히 던질 수가 없었다. 묵향의 안색만 봐도 남경 에 갔던 일이 실패했음은 뻔하니 말이다.
묵향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며 명령했다.
“관지 장로에게 나한테 오라고 전해 줘.” “예, 교주님.”
묵향이 방으로 들어간 후, 마화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묵향과 함께 남경에서 돌아온 흑풍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벼운 부상자들은 의생 을 찾아 치료를 받으러 갔고, 말에서 짐을 풀어 옮긴 후 말을 돌보고 있었다. 먼 거리를 달려온 만큼 세심하게 보살펴 주지 않으면 말이 병이 나기 때문이다. 마화는 그들 중에서 임충의 모습을 발견하자 그에게로 달려갔다. 임충의 갑옷에도 치열한 격전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그녀는 거두절미하고 대뜸 물었 다.
“어떻게 된 일이야?”
“뭐가 말이야?”
대답을 하는 임충의 표정 역시 묵향과 같이 잔뜩 굳어 있었다. 마화는 그런 임충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도 계속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된 거냐니까?”
그제서야 마화가 뭘 알고 싶어 하는 것인지 눈치 챈 임충은 침중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악비 대장군이 죽었다고 하시더군.”
“주, 죽어? 악비 대장군이?”
“그래, 분명히 죽었다고 하셨어.”
“그, 그런…….”
마화가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임충은 어쩔 수 없이 보충 설명을 해야 했다.
“자세한 것은 나도 잘 몰라. 교주님은 남경에 도착하시자마자 따로 움직이셨거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악비 대장군이 죽었다고 양양성으로 회군한다고 하시길 래 그냥 따라왔을 뿐이야.”
그 말에 마화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명색이 흑풍대 천부장이 호위하던 악비 대장군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게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해! 그렇다고 교주님의 명령을 내가 거부했어야 한다는 말이야?”
임충이 화를 벌컥 내자 마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록 답답해서 임충에게 뭐라 하기는 했지만 묵향의 성격은 자신 역시 뼈저리게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마교에서는 워낙 주변에서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묵향이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홍진이나 군사 등이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인지 잘 설명 해 줬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설명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듯 마화가 슬쩍 엉망이 된 임충의 흑색 갑주를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이건 또 뭐야? 왜 이랬어?”
“젠장, 나도 잘 몰라. 회군을 하려는데 갑자기 황군들이 우리를 잡으려 하기에 빠져나오다 보니 이렇게 된 거야.”
“흠, 흔적을 보니 오랜만에 화끈하게한판 붙은 거 같은데?”
짐짓 마화가 활달하게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충의 표정은 쉽게 펴지지가 않았다. 임충이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자 마화는 임충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쾌활 하게 말했다.
“짜식,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니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 진짜 더럽게 험악해 보인다.”
“너, 너, 내 엉덩이 자꾸 치지 말랬지?”
“에라, 이 쫌생이 같은 놈아. 이까짓 엉덩이 좀 만진다고 지랄을 하기는. 이따 밤에 보자. 내 거하게 한잔 사마.”
완전 남자의 탈을 쓴 여자라며 투덜거리는 임충을 뒤로하고, 마화는 관지 장로의 집무실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왜국과의 무역은 전적으로 절강성 분타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분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소주와 항주 등 대도시들이 위치해 있기에 후지와라 영주가 필요로 하는 각종 물품들을 사들이는 데 있어 다른 분타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국에서 생산되는 물품들 중에서 중원에서 탐낼 만한 것은 없었기에 수 출 대금은 전액 은(銀)으로 결제 받았다.
은괴는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분타에서는 후지와라 영주에게서 받은 은괴로 또 다른 물품들을 상인들로부터 사들여 일본으로 보내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 과정에 서 엄청난 양의 은괴가 수익금으로 남게 되고, 그것들은 모두 신용도 높은 전장의 전표로 바뀌어 십만대산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영주가 원하는 물품들은 모두 다 부피가 작은 고가의 사치품들이었기에 숨겨서 옮기기에도 좋아, 수송 과정에서 타인의 의심을 살 가능성도 극히 적었 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그 어떤 물건도 수입하지 않았기에 그걸 팔다가 관부에 꼬리를 밟힐 우려도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밀수출은 마교에게 아무런 잡음도 일으키 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이익을 끊임없이 제공해 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절강성 분타주가 보낸 서신이 양양성에 도착했다. 봉인된 서신의 겉면에 기록된 암호는 「부친본가입납(父親本家入納)」 즉, 교주에게 보낸 서신이었 다. 이것을 받아 든 관지 장로는 한순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분타주 따위가 교주에게 직통으로 서신을 보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정 상적인 경로를 밟는다면 분타주는 십만대산에 있는 외총관에게로 서신을 보내고, 외총관이 그 내용을 검토한 후 군사에게로, 그리고 군사가 그걸 검토하여 교주에 게 보고하는 식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그런 정상적인 보고 경로를 완전히 무시한 서신이었기에 관지 장로는 서신을 개봉해서 읽어 봤다. 과연 이걸 교주님께 전해 드려도 상관없을지, 그리고 경로를 무 시할 만큼 화급을 요하는 일인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기대에 못 미치는 형편없는 내용이라면 관지 장로는 월권행위를 한 절강성 분타주를 작살내 버릴 심 산이었다.
단단히 봉인된 겉봉을 뜯어내자 그 안에 또 다른 봉투가 하나 더 나왔다. 봉투에 쓰인 기록자는 마사코. 밀무역에 있어서 묵향이 전권을 맡긴 대리인이었다. 마사 코의 이름을 보자 그제서야 관지 장로는 서신이 이쪽으로 온 것을 이해했다.
절강성 분타에서 양양성까지의 거리만 해도 무려 3천리 길이다. 정상적인 보고의 경로를 따른다면 십만대산까지 무려 1만 2천 리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갔다가, 또다시 교주의 승인을 받기 위해 양양성으로 와야 하고, 그 후 절강성 분타로 교주의 지시가 하달되려면 최소한 2만 5천 리가 넘는 길을 움직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 럴 바에는 차라리 체계를 무시하고 곧바로 양양성으로 서신을 보내는 게 훨씬 빠르지 않겠는가.
현재 묵향 진영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서로 간의 거리가 너무나 많이 떨어져 있어, 연락을 보내는 데 있어 굉장히 많은 시간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는 점 말이다. 과거 무림맹과의 전쟁에만 치중하면 되었던 시절에는 마교의 연락망은 이상없이 잘 움직였다. 왜냐하면 대개 십만대산과 무림맹의 중간쯤에서 접전 이 벌어졌었기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서로가 비교적 공평한 조건에서 싸우고 있었던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교 정보의 집결지인 십만대산에서 동쪽으로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문제였다. 정보의 대부분이 전서구를 통해 오고 가고 있기는 했지만, 비둘기가 제아무리 빨리 난다고 해도 1만 리가 넘는 거리를 오간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임에 분명했다. 더군다나 도중에 여러 이유로 사라 져 버리는 비둘기들도 많았고…….
관지 장로는 며칠 전 수령해 둔 마사코의 서신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하를 통해 남경으로 갔던 묵향이 돌아왔다는 전갈을 받았기 때문이다. 악비 대장군의 실종에 대한 일도 물어볼 겸, 서신을 전해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꽝!
그 순간 거칠게 문이 열리며 마화가 뛰어 들어왔다.
“관지 장로님, 교주님께서 찾으십니다.”
“허허, 좀 살살 문을 열고 들어오면 안 되나? 안 그래도 지금 교주님께 가려고 하던 참이었네.”
관지 장로는 묵향의 방에 들어가며 고개를 조아렸다.
“찾으셨습니까? 교주님.”
묵향은 관지에게 의자를 권했다.
“음. 그쪽에 앉게.”
“옛.”
“자네가 생각했을 때, 관군의 도움이 없다고 해도 금을 격파하는 데 문제가 없겠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묵향의 엉뚱하기까지 한 질문에 관지 장로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장군을 찾지 못하신 겁니까?”
“아니, 찾긴 찾았지.”
“그런데 왜……?”
“내가 그를 찾아냈을 때는 이미 목이 잘린 시체가 되어 있었으니 문제지.”
현재 고착화된 전황에서 악비 대장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관지 장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그럴 수가…….”
“그래서 자네에게 묻는 걸세. 관군의 도움 없이도 금군을 격파하는 것이 가능한지 말이야.”
관지 장로는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생각을 해 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이쪽에서 확고한 명령 체계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 저들의 수가 많다고 해도 충분히 대적이 가능할 것입 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악비 대장군이 사라진 지금 구심점이 없어졌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주님. 본교와 무림맹은 오랜 시간 견원지간으로 지내 왔지 않습니까? 그 둘을 이어 줄 연결 고리가 없어진 지금, 만약 적을 앞에 두고 자중지란이라도 벌어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묵향이 악비 대장군의 실종을 알자마자 남경까지 쫓아간 것이 아니겠는가.
“흠,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대적을 앞에 두고 본교와 다툼이나 벌이고 있을 정도로 수라도제가 멍청한 인물은 아니야.”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연합을 이끄는 자는 수라도제가 아니라 서문길이라는 젊은 가주가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뭐 좀 지나면 그 늙은이도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아무리 내가 조금 맛뵈기를 보여 줬다고 하지만,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었고…….
‘그 맛뵈기 때문에 한동안 수라도제가 정신이 나가 있었다는 게 문제겠지요’라고 반론하고 싶었지만, 관지 장로는 감히 그걸 입 밖에 내지는 못했다.
“어쨌든 사람을 보내 수라도제에게 본좌가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고 전하게. 내가 몇 가지 실마리를 던져 준다면 곧바로 재기(再起)할 수 있을 거야.” 관지 장로는 묵향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그 말에 경악했다. 수라도제가 지금 저렇게 된 것은 묵향과 부딪쳤을 때 당시의 그로서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 기 때문이다. 초라함과 좌절감으로 인해 자존심에 심각한 타격을 입자 수라도제는 한동안 넋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한 단계 높은 무공으로 들어갈 수 있는 현경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 준다니. 관지 장로가 생각하기에도 엄청나게 파격적인 말이었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관지를 향해 묵향은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내가 못할 것 같나?”
“아, 아뇨. 하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수라도제는 양양성에 없으니까요.”
“무림맹에 갔나?”
“정확한 행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수하들을 풀어 알아 본 결과, 며칠 전 갑자기 혼자서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고 합니다.”
“그럼 서문길에게 사람을 보내 수라도제에게 연락을 취해 달라고 해. 한 단체의 수장이라는 놈이 그렇게 쉽게 자리를 비우겠나? 아들에게는 자신의 행선지를 말하 고 잠시 바람을 쏘이러 어딘가로 갔겠지.”
“떠난 게 확실합니다. 맹에서 수라도제의 후임으로 곤륜무황(崑崙武皇)을 보내오겠다고 우리 쪽에 통보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전혀 생각도 못해 본 일이었기에 묵향은 가벼운 놀라움을 표시했다.
“곤륜무황을? 그게 사실인가?”
“예, 교주님. 봄이 오기 전에 곤륜파 문도들을 이끌고 이곳에 도착할 거라고 하더군요.”
“알 수가 없군.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윗대가리를 교체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들인지……. 쯧쯧. 어쩔 수가 없군. 그럼 나중에 곤륜무황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 도록 하지.”
수라도제는 엄청난 기회가 그냥 사라져 버렸음을 알았다면 아마 땅을 치고 통곡할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그 후의 대화는 후임자인 곤륜무황이 도착하면 금과의 전투를 어떻게 치러 나갈 것인지로 집중되었다.
작전 토의가 대충 끝난 후, 관지 장로는 품에서 서신 하나를 꺼내 묵향에게 내밀었다.
“절강성 분타에서 마사코가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교주님.”
““마사코가?”
봉인을 뜯은 후, 찬찬히 서신을 읽어 본 묵향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묵향은 서신을 관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안 봤는데, 후지와라 영주도 되게 웃기는 놈이군. 지원군을 파병해 주겠다니 말이야.”
영주가 보내는 병력이라고 해 봐야 뻔한 게 아니겠는가. 보나마나 생색내기에 불과한 병력일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서신을 읽은 관지 장로도 씁쓸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쪽에서 흑풍대 1천 기를 보낸 보답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보답? 그게 더 웃기는 거지. 흑풍대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이미 확인해 봤을 텐데, 지원군은 무슨 얼어죽을 지원군이야. 대충 정리가 끝났으면 흑풍대나 돌려 보내든지, 그도 아니면 돈이나 보내든지..
“서신을 보니 마사코도 그에 대해 언급을 해 놨지 않습니까? 피에 대한 보답은 피로 지불하는 게 그들의 방식이라고 말입니다. 지원군에 대한 보답은 지원군뿐이
라는 거지요. 마사코도 교주님께서 이 제안을 거절하지 말아 달라고 청하고 있지 않습니까? 호의를 거절한다는 것은 영주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라고 말입니다.” “웃기는 놈들이지. 걸핏하면 모욕이니 뭐니…, 쓸데없는 걸 가지고 목숨을 건다니까.”
그러면서 묵향은 오래전 왜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놈들은 자신의 체면 유지를 위해서라면 목숨마저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몇 명이나 되는 영주의 무사들을 때려잡았지 않았던가. 하긴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배를 가르던 놈들도 있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영주의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하더라는 답신을 보내라고 마사코에게 전해라.”
“예, 교주님.”
“그리고 영주가 보내올 지원군들을 먹일 수 있도록 식량을 충분히 확보해 두라고 절강성 분타주에게 지시하도록. 뭐, 지원군이라고 해 봐야 체면치레로 몇백 명 정도 보내오는 걸 테니, 이런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퉁명스레 말하는 묵향의 모습에 관지 장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절강성 분타주에게 지원군이 도착하면 이쪽으로 보내지 말고 근처 경치 좋은 데로 데리고 가서 편안하게 쉬다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해. 실력도 없고 숫자도 얼마 되지도 않는 병사들을 어디다가 써먹겠나?”
관지 장로도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원군이라고 와 봐야 신경만 쓰인다. 물론 실력이 엄청난 고수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놈들을 챙겨 주느라 오히려 일거리만 늘어날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렇게 지시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교주님.”
“그리고 다음부터 절강성 쪽에서 오는 서신은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게. 그런 하찮은 것까지 나한테 물어볼 필요는 없으니 말일세.”
“잘 알겠습니다, 교주님.”
말을 끝낸 묵향은 오랑캐의 병사들 사이에 숨어 있는 장인걸 패거리를 어떻게 끌어내 박살을 낼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