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24권 6화 – 금나라의 신무기
금나라의 신무기
토성 곳곳에는 장인걸의 수하들이 매복하고 있었다. 물론 마공을 익힌 자의 특성상 매복 공격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무공이 무림에는 한 가지 존재했다.
그게 뭔가 하면 바로 살수들이 익히는 고난도의 무공 중 하나인 귀식대법(鬼息大法)이다. 장인걸은 마교 고수들이 지닌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인 ‘마기’를 없앨 수 있는 돌파구로 귀식대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물론 마교 고수들이 귀식대법이란 무공을 몰라서 지금까지 안 배운 건 아니다. 마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기라는 것은 곧 자신이 마인임을 나타내는 자랑스러운 증표였다.
그걸 한순간 없애자고 천하기 짝이 없는 살수 따위가 익히는 사술(邪術)을 익힌다는 건, 정통 마공을 익힌 그들에게 있어서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 만 권좌에서 쫓겨난 장인걸에게 있어서 그 정도 치욕쯤이야 승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과거 무림맹 장로인 맹호검군 백량이 금나라 황제의 목을 베겠답시고 쳐들어갔다가, 그곳에 매복하고 있던 천마혈검대에게 괴멸당한 적이 있었다. 백량 장로 같은 노회한 고수가 천마혈검대원들이 내뿜는 지독한 마기를 포착하지 못한 채 황궁 깊이 들어갔다가 전멸당한 것도 다 이놈의 귀식대법 때문이었던 것이다.
미친 듯 권장을 휘두르며 주변을 압도하고 있는 마교의 고수들. 그중에는 낯익은 얼굴들도 많이 보였다.
장인걸의 마음속에는 그리움과 후회, 그리고 증오심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바로 저놈들 때문에 자신이 마교에서 쫓겨났다. 저놈들만 자신을 믿고 따라 줬었다 면, 아무리 묵향이 경천동지할 실력을 지닌 고수라 할지라도 감히 자신과 맞설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돌진해 들어온 마교 고수들은 순식간에 성벽 위쪽을 제압했다. 2개 전투단씩이나 되는 무시무시한 전력이 무공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장졸들을 향해 손을 썼 으니, 일방적인 학살이 전개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들은 곧장 성 안쪽으로 뛰어내리며 급속도로 전장을 넓혀 나갔다.
이때 장인걸의 눈에 마교도들 중 한 무리가 산 위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움직이자 그들을 막고자 달려들었던 금군 장졸들이 피보라를 일으키며 짚 단처럼 쓰러져 갔다.
이렇듯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는 수라마참대의 선두에는 옥관패 장로가 권장을 휘두르며 절정에 달한 신위를 과시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무심결에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자신이 교주직에 취임하기 직전, 교외의 모든 지부들을 통째로 이끌고 묵향에게 투항한 놈이 당시 외총관직을 맡고 있 던 바로 저 옥관패 장로였기 때문이다.
장인걸은 뒤에 시립하고 서 있는 왕걸 대장에게 증오 어린 어조로 명령했다.
“작전을 시작해라.”
“존명!”
왕걸 대장은 입술을 오므린 뒤 단전 깊숙한 곳에서 극강한 기운을 끌어올려 급격히 밖으로 토해 냈다.
“삐이이이익!”
날카롭기 그지없는 휘파람 소리에는 무시무시한 내공이 담겨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여기저기에서 동시 다발적 으로 폭발적인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껏 귀식대법으로 죽은 듯 기척을 숨기고 있던 고수들이 신호에 맞춰 귀식대법을 풀고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고 있는 성벽 주위로 사방팔방에 넘쳐나고 있는 게 마교 고수들이었기에, 여기저기에서 더욱 많은 마기들이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변화를 알아채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장인걸이 펼친 덫에 빠져 버린 마교의 고수들은 뭔가 주위의 기세가 갑자기 변했음을 느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설명은 길었지만 장소성(長嘯聲)이 울려 퍼지고, 장인걸이 매복시킨 고수들이 튀어나온 건 거의 동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신속했다.
곧이어 사방에서 피 튀기는 대접전이 벌어졌다. 허를 찔린 마교 쪽이 아무래도 불리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격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 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번 공방전에 장인걸이 겨우내 준비해 둔 비장의 신무기를 동원했다는 점이 커다란 변수로 작용했다. 그것은 바로 무림인들이 그 존재를 거의 모르고 있었던 화약을 이용한 신무기였다.
원래 화약은 송제국에서 연구하고 있던 비밀 무기들 중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금나라가 개봉을 함락하면서 생산 시설은 물론이고 그 기술자들까지 몽땅 다 포획 해 버렸다.
당시 송이 제작하고 있었던 화포는 길쭉한 대나무 통을 이용한 아주 원시적인 형태였다. 속이 빈 죽통(竹桶 안에 화약을 다져 넣고, 창이라든지 철환 따위를 장전 한 다음 심지에 불을 붙여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발사할 때 나는 소리는 고막을 울릴 정도로 어마어마했지만 쇠뇌나 투석기 등에 비해 위력이 그리 대단할 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간혹 죽통이 통째로 폭발하기도 했기에, 오히려 사용자에게 위험을 안겨 주기까지 하는 무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약이라는 게 물기에 젖어 버리면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전쟁이 꼭 맑은 날에만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비 오는 날에는 쓸 수가 없다는 것 이 대단히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식되었다.
그런 많은 단점들로 인해 그때까지도 군에 보급되지 못한 채연구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 입수한 편복대주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화약무기가 지닌 최대의 장점을 꿰뚫어봤다. 즉, 휴대하기 간편할 만큼 소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던 것이다. 그는 이 화약무기를 적군과의 싸 움에 사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구태여 이런 무기가 없어도 송나라 병사들 쯤이야 하루아침 해장거리도 안 됐으니까.
편복대주는 이걸 고수들 간의 대결에 사용할 생각이었다.
과거 사천당문에서 제작한 검이 그 사악한 위력으로 인해 무림을 떨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 검이 가진 강점은 사실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었다.
사용자가 원할 때 용수철의 기작에 의해 칼날의 길이를 1촌 더 길게 만들 수 있다는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1촌이 고수들 간의 대결에서 승패를 결정지었다. 상대는 피한다고 피했는데 갑자기 길어진 적의 검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절정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심했다. 왜냐하면 고수일수록 그 움직임이 대단히 효율적이기에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정도만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목숨은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결정적인 단점은 있었다. 상대가 이쪽이 그런 기형 병기를 사용한다는 걸 안다면 절대로 걸려들 리가 없다.
그러나 방금 전에 말한 것처럼 칼날이 조금 길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칼날이 발사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날아갈지, 아니면 그대로 붙어 있을지 모르는 칼 날을 앞에 두고는 절대로 싸울 수가 없다.
즉, 이건 특급고수들 간의 대결에서도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것이 바로 발화창(發火槍)이다. 고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파괴력을 더욱 증대하기 위해 대나무 대신 청동(靑銅)을 사용했다.
화포의 크기는 겨우 한 뼘 남짓한 길이밖에 안 됐지만, 대나무 통에 비해 월등한 파괴력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 청동 화포를 6척 남짓한 길이의 나무막대의 양쪽 끝단에 부착한 게 바로 발화창의 본모습이었다.
포구에다가 포탄을 넣는 대신 짧은 창을 박아 넣어 놨기에, 겉보기에는 양쪽에 날이 달린 창처럼 보였다. 이게 화포라는 걸 적이 눈치채면 곤란하기에 수작을 부 려 놓은 것이다.
평상시에는 창처럼 사용하다가 심지에 불을 붙이면 화포에 장전해 놓은 짤막한 창이 굉음과 함께 쏜살같이 날아가 상대방을 살상했다.
장소성과 동시에 장인걸은 튀듯이 밑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리고 그와 같이 서 있던 천마혈검대원들 또한 천마혈검을 등에 멘 채 발화창을 휘두르며 장인걸의 뒤 를 따랐다.
장인걸의 목표는 병사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살상을 벌이고 있는 옥관패 장로! 씹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반역도였다.
오랜만에 피에 흠뻑 취해 있던 옥관패 장로는 장소성과 함께 언덕 위에서 달려 내려오는 장인걸을 보며 뭔가에 머리통을 얻어맞은 듯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여기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장인걸 교… 주?”
“본좌의 밑으로 돌아오겠느냐? 아니면 반역도의 개로 죽겠느냐?”
뜻하지 않은 장인걸의 제안에 옥관패 장로는 흠칫했다. 물론 장인걸은 그에게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도 마교도였고 그만한 자격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옥관패 장로는 장인걸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설혹 이 자리에서 죽임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의 주군은 오직 묵향뿐이었으니까.
옥관패 장로의 눈을 노려보던 장인걸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양손에 내공을 극도로 끌어올리며 외쳤다.
“반역도에게 주어지는 것은 오직 죽음뿐!”
옥관패 장로는 순순히 목을 내놓기 싫었기에 급히 자신의 모든 내공을 끌어올려 양손에 담아 휘둘렀다. 일순 장인걸과 옥관패 장로의 장력이 허공에서 맞부딪치며 어마어마한 굉음을 일으켰다.
쿠콰콰쾅!
진정한 남양 대전투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 * *
마교와 금나라 대원수 장인걸의 대결. 그 둘의 대결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둘의 뿌리가 같은 만큼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인걸의 뒤통수를 치겠답시고 혈랑대를 이동시킨 묵향의 의도를 장인걸은 너무나도 빨리 눈치 채 버렸다.
문제는 남양으로 침공해 들어온 마교도들이 무시하기 힘들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연경으로 지원군을 급파하기도 난감하다는 데 있었다. 웬만한 실력 을 지닌 자들을 보내 봐야 혈랑대의 이동 속도를 뒤따라 잡는다는 건 불가능할 게 뻔하니까.
그렇게 되어 연경 방어는 전적으로 구양운 장로의 손아귀에 맡겨졌다.
“편복대주로부터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특1급 전력을 보유한 마교 무사 1백여 명이 전속력으로 북상 중인데, 그들의 목표가 연경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남양에서 대
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기에 그쪽으로 구원군을 보낼 수 없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적을 물리치라는 내용이었다.
상단에 앉아 있던 구양운 장로는 살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내게 전권(全權)을 준다는 말인가? 크흐흐…, 오랜만에 피가 끓는군.”
호기로운 구양운 장로와는 달리 대장들 중 한 명이 근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특1급이라면 우리들과 맞먹는 고수들로 이뤄졌다는 말이 아닙니까? 더군다나 거기에 묵향 부교주까지 함께라면…….”
그 말에 다른 대장들까지도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무리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그들이라고 해도 묵향을 향한 본능적인 공포심만은 어쩔 수 없었던 것 이다. 그만큼 묵향은 가공스러운 고수였으니까.
“그가 연경을 치려는 목적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황제 폐하부터 피신시키는 게 급선무가 아니겠습니까? 그분의 신상에 문제가 있다면 교주님으로부터 크나 큰 문책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흠, 교활하기 짝이 없는 부교주가 그런 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묵향의 뒤통수치기에 완벽하게 걸려들어 총단에서 쫓겨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구양운 장로다.
이번 침공 작전이 묵향의 치밀한 계획 하에 시행된 것이라면, 벌써 연경 일대에 묵향의 첩자들이 쫙 깔려 있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쪽에 편복대가 있다면 묵 향의 휘하에도 그와 같은 첩자 부대가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침중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제1대장이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를 탈출시키기 위해 전력을 분산시킨다는 건 자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적들에 비해 전력이 떨어지는 판에 병력을 분산시킨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황제는 반드시 보호해 야만 한다.
잠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던 구양운 장로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해 보게.”
그러자 평소 구양운 장로의 지낭이라고 불리는 제3대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황궁 밖 민가들이 있는 곳 어딘가를 택해서 그곳에 모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자네 미쳤나? 아무리 귀식대법을 쓴다고 해도 묵향 부교주라면 충분히 알아챌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제3대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황제 폐하의 호위에 무공을 익힌 자를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으면 됩니다.”
“뭐?”
“근위병들 중에서 칼을 좀 쓸 줄 아는 놈들을 골라 1백 명쯤 붙여 놓는 겁니다. 무공도 익히지 않은 자들을 백성들 틈에서 어떻게 찾아내겠습니까? 부교주의 무공 이 설사 하늘에 닿았다고 해도 절대로 그들의 존재를 파악해 낼 수 없을 거라고 저는 자신합니다. 더불어서 황제 폐하에게도 그들과 똑같은 옷을 입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 놓으면 아마 대주님이라고 해도 찾지 못할 겁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계책이었다. 구양운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흠, 그거 좋은 생각이로군. 근위병이 1백 명씩이나 되면 어쭙잖은 놈들이 시비를 걸 리도 없을 테고 말이야. 즉시 근위대장에게 일러 그렇게 시행하라고 전해라!” “존명!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대주.”
황제의 안전이 어느 정도 해결된 듯하자 이제는 자신들의 문제가 남았다. 대장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황제 폐하를 숨긴다면…, 정말 그들과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구양운 장로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못 싸울 것도 없지.”
“지금 여기 있는 대원은 정원의 3분의 1밖에 안 됩니다.”
과거 묵향과 만통음제와의 전투에서 열일곱 명이나 되는 대원을 잃어야만 했던 장인걸은 따로 그만한 절정고수들을 보충할 곳이 없었다.
이번 전투에 그는 연경에 있던 천마혈검대 5개 대 중에서 1개 대를 노하구로 이동시켰다. 그래서 지금 연경에 남아 있는 건 구양운 장로를 포함해도 특급고수의 숫 자는 겨우 33명뿐이었다.
“언제는 우리가 숫자로 싸웠었나?”
구양운 장로의 등에 메여 있던 네 자루의 4척 장검들 중 가장 오른편에 있던 게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듯 저절로 스르릉 뽑혀 나오더니 그의 손아귀를 향해 날아왔 다. 구양운 장로는 그 검을 대장들을 향해 뻗으며 말을 이었다.
“이 검으로 요나라 황제의 목을 벴다. 완전무장하고 있던 3만 근위병들을 뚫고 들어가서 말이야. 그날의 처절한 살육전을 자네들은 벌써 잊었단 말인가?”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주. 하지만 요나라 잡졸들과 마교의 정예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습니까?”
“결국은 똑같은 거야. 약점만 제대로 파고든다면 한순간에 전멸시키는 것도 문제는 아니지.”
구양운 장로는 제1대장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명령했다.
“모든 병사들에게 제령단(制靈丹)를 배포하라고 근위대장에게 전해라.”
“제령단을 말씀이십니까? 몇몇 실험에서 밝혀졌듯 그건 너무 위험한……..”
제령단은 과거 혈교가 썼던 지독하기 그지없는 약물이다. 강력한 마약 성분을 내포한 제령단을 먹으면 공포심이 없어지며, 배고픔과 피로를 잊어버린다. 일반 백 성들을 동원해서 전쟁터에 써먹기 딱 좋은 약인 것이다.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지독한 약물인가 하면, 그 후 찾아오는 지독한 부작용과 후유증 때문이었다.
구양운 장로는 냉정한 어조로 대꾸했다.
“상관없다. 병사들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우왕좌왕하면 도저히 싸울 수가 없다. 놈들은 마교의 최정예. 다소의 피해쯤은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만 이길 수 있다.”
그 말에 제1대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단, 후유증이 심각한 만큼 각 장수들에게 지시해서 제령단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먹이라고 해라. 알겠나?”
“존명!”
구양운 장로는 대장들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이날을 위해서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환혹파멸진(幻惑破滅陣)을 구축해 놓지 않았더냐? 놈들을 그쪽으로 유인해라. 진세에 빠진 놈들에게 화살 세례를 퍼부 으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겠지. 모두들 화살을 넉넉하게 준비하라고 일러라.”
대장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하며 외쳤다.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