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8권 22화 : 구원자 라시드
구원자 라시드
알파3의 지시를 하달받은 알파17은 곧바로 움직였다.
언데드의 몸이 된 후 가장 좋은 점이 식사는 물론이고 휴식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계는 있다.
베슬과 뼈에 축적되어 있는 죽음의 기운을 모두 소모하면 무(無)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두 번 다시 언데드로 되살릴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죽음의 기운을 보충하면 거의 무한히 생을 연장해 나갈 수 있다.
알파17은 대기하고 있던 베타1에게 지시를 내렸다.
《따라와라.>
베타1은 그 어떤 의문도 제시하지 않고 알파17의 뒤를 따라온다.
물론 그건 베타1, 즉 미네르바가 자신의 속셈을 철저히 숨기고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수많은 세월 동안 온갖 풍상을 겪어온 그녀다. 정신을 차린 후, 자신이 정신을 차렸다는 걸 다른 해골들이 눈치채게 되면 그다지 좋지 못할 거라는 것 정도는 잘 안다.
자신이 정신을 차렸던 바로 그 실험 직후 만났던 음산한 기운을 풍기던 그 해골 녀석. 녀석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기억을 되찾았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딴청을 부렸음에도 용의주도한 그 망할 놈은 자신의 목에 해괴한 목걸이까지 채웠다.
이게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목걸이를 차고 있는 언데드는 아무도 없었다.
그걸 보고 미네르바는 이 목걸이의 용도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동태를 엿볼 수 있는 마도구거나, 아니면 죽이기 위한 마도구일 것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미네르바는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하고 있었다. 머리통이 해골로 바뀐 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다. 자신의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해줬으니까.
나머지는 아주 쉽다. 모르는 척 그냥 서 있기만 하면 알파17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그녀는 지시한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때, 조심할 건 딱 시킨 것 그대로만 해야 한다는 거다.
알파17이라는 자신의 상관은 그녀를 데리고 어딘가로 공간이동했다.
언제나 그녀가 해왔던 일, 즉 ‘성상의 보권’이라는 끔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기괴한 아티펙트를 지하에 박아 넣는 일을 하러 가는 건 아닌 듯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건 저번에 모두 소모해 버렸다.
본부에 왔으니 새로이 보충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떠날 듯하니 무슨 일인가 싶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교활한 그녀는 그런 의문을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그저 알파17의 지시대로만 행동했다.
모르는 척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공간이동을 마친 알파17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뒤따라가는 미네르바는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왜 갑자기 저 녀석이 이러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으니까.
‘설마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그런데 대사막에서는 공간이동을 할 수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놈은 아주 쉽게 하네?’ 그건 알파17을 비롯한 리치들이 실버 드래곤의 권속이기 때문이다.
대사막에서 순간이동을 할 수 없게 막아 놓은 것이 실버 드래곤이다보니 그 권속인 리치들은 그러한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10여 분 후, 미네르바의 궁금증은 해결되었다.
저 멀리 마을이 보이는 위치까지 다가간 알파17은 품속에서 작은 곤충 수십 마리를 꺼냈다. 물론 살아있는 곤충은 아니었다. 언데드가 된 곤충이다.
소형 곤충을 언데드로 만드는 건 쉬웠지만, 그 수명은 그리 길지 못했다.
초대형인 거대전갈 같은 것들은 그 두툼한 뼈대에 방대한 양의 죽음의 기운을 축적할 수 있지만, 이들은 그리 많은 양을 축적할 수가 없기에 조금이라도 굶게 되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알파17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죽음의 기운을 수시로 공급해 주며 이들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 가라.>
수십 마리의 곤충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곤충들을 마을로 보내는 이유는 뻔했다.
마을을 박살낼 생각이었다면 저런 허접한 녀석들을 보낼 리 없다.
‘아, 곤충들을 이용해서 정찰을 하는 거로군.’
언데드는 좋은 점도 많지만 나쁜 점도 많다.
지금처럼 어딘가를 정찰해야 할 때 문제가 많다. 언데드는 너무 눈에 띄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런 초소형의 곤충 형태를 이용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외골격인 만큼,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의 차이를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걸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미네르바는 순간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곤충을 이용해 정찰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정찰한 내용을 어떻게 보고를 받느냐 하는 부분을 도무지 떠올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알파17은 사역마법을 통해 저 곤충들을 사역마로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사역마가 보고 들은 것을 정신적으로 연결된 주인이 곧바로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데드를 통한 정찰은 그 한계가 명확했다.
저것들이 본 것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청각 쪽은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목표물의 얘기를 엿듣는 게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미네르바도 데스 나이트가 된 후, 청각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상태다.
귀가 없다 보니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자신이 다른 알파들과 대화가 가능했던 건, 일종의 정신감응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지금 성대도, 귀도 없었으니까.
물론, 저것들이 침투해 들어가서 문서 같은 걸 볼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알파들이나 미네르바 모두 예전에는 사람이었던 언데드들이다 보니 문자는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사역마를 통해 본 문서들을 해독하여 그 내용을 파악하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저런 작은 곤충이 문서를 뒤져가며 그 내용을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야말로 우연에 우연이 겹치지 않는다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몇 시간 후, 미네르바의 예측대로 알파17은 정찰을 포기했다. 벌레 몇 마리 투입한 거 가지고는 도저히 파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알파17은 정찰에 대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데드 벌레의 문제점을 파악한 그는 새로운 정찰수단을 마련해 왔다.
알파170이 사용한 건 작은 새였다. 그것도 살아있는.
《새 한 마리 꺼내줘.》
커다란 새장에 수십 마리나 들어있는 작은 들새들.
미네르바는 이놈의 들새들을 잡는다고 어제 하루종일 뛰어다녀야 했었다.
《여기 있습니다.》
알파17은 새를 목 졸라 죽인 다음 곧바로 언데드로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사역마로 계약을 맺었다.
갓 죽인 신선한 새였기에, 죽었다는 징후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새는 꼭 살아있는 것처럼 날개를 파닥거리며 마을로 날아갔다.
알파17이 정찰에 이처럼 수고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건, 신선한 눈과 귀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기 전까지는 명확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고, 신선한 고막을 통해서는 사람들의 말을 엿들을 수 있다.
새는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주인인 알파17은 새로부터 전달받은 음성신호를 알아들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예전에는 사람이었기에,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으니까. 무더운 사막이기에 부패가 빨리 일어난다는 게 안타까울 뿐, 이 이상 좋은 정찰수단은 없으리라.
《더위 때문에 새가 죽지 않도록 조심해라.》
《예. 물도 충분히 넣어뒀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새를 사용한 게 효과적이었는지, 알파17은 원하는 정보를 어느 정도 얻은 모양이다.
《흐음, 라시드에게 합류할 것인지로 다투고 있군. 라시드라…………?》
하마터면 미네르바는 해골에 다가가 라시드가 뭔지 물을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초인적인 의지로 궁금증을 참아냈다.
라시드라는 게 뭘까? 합류하니 뭐니 하는 걸 보면 부족 이름인가? 아니면 사람 이름인가?
정찰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저 해골은 자신에게 언데드 무리를 찾으라고 지시했었다. 그리고 뭔가 돌덩이 같은 걸 몇 개 집어 들고 살펴보기도 했다.
언데드 이것들은 정말이지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무리들이다.
모두들 말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뭔가를 하고 있다. 표정도 읽을 수도 없고, 뭔가를 하면서 중얼거리는 혼잣말도 없다.
사람들이라면 식사를 하거나, 아니면 병영에서 뒤섞여 잠을 청하거나・・・・・・ 그렇게 함께하면서 무료한 시간에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형성한다. 하지만 언데드들에게는 그런 게 없다.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는다. 심지어 지치지도 않는다.
유일하게 모두들 뭉쳐서 하는 거라고는 비좁은 방에 다닥다닥 붙어 ‘성상의 보권’이라는 괴이한 물체로부터 뿜어지는 시커먼 기운을 흡수하는 •것뿐이다.
그걸 흡수하면 힘이 샘솟는다. 언데드에게 있어서 최고의 에너지원인 모양이다.
성상의 보권이 있기에 이렇듯 엄청난 언데드 세력이 단시간에 사막 지역에 형성된 것이리라.
미네르바는 아직까지도 언데드들이 추구하는 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몇몇 리치들이 언데드들을 지휘통제하고 있다는 건 파악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처럼 지성이라는 걸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언데드들은 거의 본능적인 행동밖에 못 하고 있었다.
이런 패거리들을 이끌고 뭘 하려는 걸까?
대사막의 남쪽 지역을 거의 지배하고 있긴 하지만, 아니 이런 것도 지배라고 할 수가 있을까?
사막 곳곳에 수도 없이 많은 언데드 대집단이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 어떤 생산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소비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거기에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리치들은 저마다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만 있을 뿐이고……………
만약 리치의 표정을 읽을 수만 있었다면 교활한 그녀가 근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하지만 현실은 해골바가지에 표정이 드러날 리 없었고, 그들은 모두 다 공간이동을 쓸 줄 알기에 아무리 급한 일이 벌어져도 서둘러 움직이는 법이 없다.
가고자 하는 곳으로 바로 공간이동 해버리니, 그들의 속마음이 얼마나 다급한지 미네르바가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리치들 간의 대화에 그녀가 동석하는 일조차 없다 보니 파악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알파17이 미네르바를 불렀다.
《베타1.>
《예. 하명하십시오.》
《너는 전쟁을 경험해 봤느냐?》
순간, 미네르바는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온갖 궁리를 다 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모른다고 잡아뗄까?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지금까지 가급적 자신이 정신을 차렸다는 게 들통나지 않도록 말을 아끼고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미네르바는 지금껏 리치들이 뭔가 교육을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즉, 리치로서 활동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대부분의 지식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데스 나이트로 다시 태어난 자신도 그렇지 않을까? 데스 나이트로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처음부터 주어져 있을 게 뻔했다.
멍하니 시킨 것만 하는 자아가 없는 데스 나이트들도 명령을 받으면 막강한 능력을 발휘하며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을 차렸다고 해도 과거의 모든 기억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이 태어났던 국가라든지, 친분 관계 등등………….
뭔가 배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지식은 처음부터 삭제된 채로 태어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주인이라는 인물의 명령에 따라 여러 알파들이 일사불란하게 충성을 다해 움직이고 있을 리 없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미네르바는 최대한 책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규모 전투를 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열댓 명이 조를 짜서 움직이며 싸웠던 기억은 납니다. 그게 어디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행히도 자신의 대답이 알파17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뭔가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조를 짜서 움직였다는 걸 보면, 너는 정찰조에 소속되어 활동했었던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만 동료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굳이 떠올리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원래 그런 거니까. 어쨌거나 전투 경험이 없다는 건 좀 문제가 있군.》
대충 둘러댄 것이었는데, 원래 그렇다는 말에 미네르바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던 것이다. 그리고 알파17을 통해 자아를 지닌 언데드가 생각보다 많은 생전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알파17은 생전에 대규모 전투까지 경험해 봤던, 아니 지휘해 봤던 모양이다.
마법사라는 위치상 상당히 고위급까지 올라갔던 모양인데, 그런 사람이 왜 리치로 다시 태어나는 선택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송구합니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 모르는 건 배우면 된다. 네가 명심할 건 하급 언데드들과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간단한 명령만 알아들을 수 있을 뿐, 복잡한 지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그것도 언데드로서의 본성과 부딪칠 때 명령은 무시하고 그걸 따라간다. 그런 무리를, 그것도 만 단위가 넘는 대부대를 지휘한다는 건 참으로 고역이지.》
그런 부대를 이끌고 링카 영지의 정예부대 6만을 전멸시킨 걸 보면, 알파17의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서로 대화가 통하는 부하는 네가 처음이다. 너에게는 많은 걸 기대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알파17은 마음을 정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말해왔다.
《정찰을 통해 라시드라는 게 우리의 일을 방해하는 적이라는 걸 알아냈다.》
《라시드……………, 사람 이름입니까?》
《모른다. 사람 이름인지, 부대 이름인지, 부족의 이름인지, 국가의 이름인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서 있자 알파17이 말을 이었다.
《정찰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건, 이 일대 인간들이 전부 라시드라는 이름을 쓰는 군대라는 점이다. 즉, 이 일대가 라시드의 세력권이라는 거겠지. 적의 위치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적이 나를 찾아오도록 유도하면 된다.》
《찾아오도록 한다고요?》
《그래. 먼저 마을 하나를 파괴하고 반응을 살펴보는 게 좋겠지. 라시드가 언데드를 죽이는 걸 좋아한다면 바로 찾아 달려올 거다.》
《작은 마을 하나를 파괴한다고 해서 라시드가 오겠습니까?》
미네르바의 의문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알파17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군. 그렇다면 라시드가 직접 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많은 언데드를 동원하면 되겠지.>
아주 단순무식한 작전이었지만, 상대가 언데드 사냥을 좋아한다면 미끼를 덥석 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마을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베타1의 물음에 알파17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즉시 대답했다.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부터 시작한다. 너도 이 기회를 통해 언데드 집단을 움직이는 요령을 익히도록 해라. 라시드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라면 어려운 싸움이 될 테니까.》
《예.》
《긴 싸움이 될 거다. 이런 때 조급함은 금물이지. 크흐흐흐………………》
미네르바는 알파17이 뜻밖에도 상당한 능력을 지닌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파악한 이 일대에 퍼져있는 언데드의 숫자는 족히 20만을 넘어간다.
하지만 멍청하기 짝이 없는 언데드 대군을 지휘하여 언데드 사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라시드와 상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하급 언데드의 단점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자신에게 조언해 주지 않았던가. 그는 하급 언데드를 잘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과연 앞으로 어떤 전쟁이 벌어질 것인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기왕에 언데드로 다시 살아난 상황이니, 이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연구를 해봐야 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오로지 그녀의 조국 크루마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