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8권 25화 : 기적은 2번도 일어날 수 있다 – 3

묵향 38권 25화 : 기적은 2번도 일어날 수 있다 – 3


기적은 2번도 일어날 수 있다 – 3

‘정말 아까워. 긴급히 링카 영지에 출동한 탓에 이것밖에 얻지 못하게 된 것이 원통하군. 크라레스가 감히 코린트와 맞설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검법 덕분이었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정찰조원들이 알고 있는 라이의 검술을 모조리 배우고 싶었지만, 마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클리프는 본부로 돌아가 그루시아 후작과 대면했다.

“그래, 323정찰조에 대한 조사에서 뭔가 얻은 게 있었나?”

“예, 각하, 우선 이것들을 좀 봐 보십시오. 라이놀 조장이 기록한 라이의 검법서입니다. 각 권당 기본초식 하나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각 초식 당 파생형 3가지가 있어 총 144초식으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그중 완성된 건 여섯 권. 하나 이상의 초식이 기록되어 있는 건 총 열두 권입니다.”

앞에 라이의 검법서 18권이 놓였지만, 그루시아 후작은 손도 대지 않았다.

라이놀이 전사한 탓에 기록이 중단된 고급검법서. 그런 위험한 물건을 살펴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경이 살펴봤을 때 어떻던가?”

“아무래도 크라레스의 고급검법인 듯했습니다.”

“고급검법이라고?”

“예. 그것도 극소수에게만 비밀리에 전수되는.

이런 말을 듣고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이건 그루시아 후작이 예상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그런 검법이었다. 왜 처음부터 이걸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후회될 정도로.

그루시아 후작은 완성되었다는 여섯 권 중 하나를 집어 들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일주일간 323정찰조원들에게서 검술을 배웠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지금껏 제가 알고 있는 본국의 그 어떤 검법보다도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검기의 운용에 있어서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마나 운용법이 알기 쉽게 기록된 건 본 적이 없습니다. 과연, 라이가 웜에게 잡아먹히고도 살아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오, 그렇게나 대단한 검법이라는 건가?”

“아뇨. 검법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 하나만으로 그 사지에서 생환할 수 있었던 건 아니겠지요. 여기에 기록된 거 말고 다른 뭔가가 있었을 겁니다. 스승으로부터 배운 특별한 뭔가가 말입니다.”

그루시아 후작은 단번에 이해했다. 그 자신도 스승으로부터 검술 하나만 배운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라이가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그루시아 후작이 마음을 정한 듯 클리프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대사막 중심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막 부족의 움직임에 대해서 설명한 후, 후작은 그 중심에 라이가 있는 건 아닌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만약 라이 녀석이 살아있다면, 지금 사막 부족을 통합하고 있다는 라시드라는 존재가 그 녀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나는 생각하네.”

“라시드가 말입니까…………? 뭐, 녀석이 하고자 한다면 그건 그리 어렵지 않겠죠.”

사막 전사 따위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래듀에이트의 적수가 될 수 없다.

“녀석이 살아있다면 반드시 생포해 오도록 하게. 반쯤 죽여 놓는다 해도 상관없어. 목숨만 붙어있으면 어떻게든 돼. 경의 추론이 옳다면 이

검법서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완성시킬 가치가 있지 않겠나.”

그렇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 녀석이 검법서 내용을 실토하기 싫다고 해도 그건 마법사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그리고 놈을 잡아오기만 하면 자신의 공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그걸 잘 아는 클리프는 고개를 숙이며 희망찬 어조로 외쳤다.

“그렇습니다. 각하.”

“323 정찰조를 데리고 가도록 해. 모두 라이에 대해서 잘 아는 녀석들이니, 다른 정찰조를 데려가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거야.”

“알겠습니다, 각하.”

“혹, 라시드가 라이가 아니라고 해도, 기왕 사막 중심부까지 들어가게 된 거, 라시드도 없애버리도록 하게. 녀석이 하고 있는 일이 본국이 하려 하는 일에 걸림돌이 될 건 뻔한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각하.”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용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날아가면 되겠지만, 이번 경우는 라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아니, 라이가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장거리 사막여행에 능한 낙타에다가 식량과 물을 잔뜩 싣고 클리프와 323정찰조는 출발했다.